[이상건 투자 마인드 리셋] 독이 든 성배, 레버리지 -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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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건 투자 마인드 리셋] 독이 든 성배, 레버리지

자기 자본이 적을수록 수익률은 극대화된다. 그러나 현실에서 레버리지를 잘 쓰기란 쉽지 않다. 레버리지에는 인간의 욕망과 탐욕, 공포가 투사되기 때문이다. [중앙포토]

자기 자본이 적을수록 수익률은 극대화된다. 그러나 현실에서 레버리지를 잘 쓰기란 쉽지 않다. 레버리지에는 인간의 욕망과 탐욕, 공포가 투사되기 때문이다. [중앙포토]

 
투자 세계에서 논리적으론 단순해 보여도 현실에서는 엄청나게 다른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이 있다. 바로 ‘레버리지’가 그렇다. 논리적으로 레버리지라는 개념은 명료하다. 부채를 이용해서 수익률을 극대화하자는 것이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해서 100만원을 벌면, 수익률은 10%가 된다. 그런데 500만원은 자기 자본으로, 나머지 500만원은 대출 받아 투자하면, 수익률은 2배인 20%가 된다. 자기 자본이 적을수록, 다시 말해 레버리지가 높을수록 수익률은 극대화된다. 극단적으로 1000만원 전부를 대출 받아 100만원을 벌면, 이자 비용만 제외하면 내 돈 한 푼 없이 돈을 벌 수 있다. 이처럼 개념은 너무 쉽다. 그러나 현실에서 레버리지를 잘 쓰기란 결코 쉽지 않다. 왜 그럴까. 레버리지에는 인간의 욕망과 탐욕 그리고 공포가 투사되기 때문이다.
 

레버리지와 인간의 감정

 
가격이 오르면 레버리지 효과는 극대화된다. 이때는 탐욕이 작동한다. 탐욕을 가속하는 촉매도 있다. 시기심과 질투이다. 주변 사람들이 다 투자해서 돈을 벌었다면, 나만 손해 보는 것 같은 심정이 든다. 나만 소외된 것 같고, 군중 속에서 외롭게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15~20명의 원시 군집 생활에서 진화해 온 인간은 주변 사람의 생각이나 행동이 보이지 않는 압력으로 작동한다. 투자의 세계에서 최악의 결과는 레버리지와 탐욕과 시기심이 만나는 지점에서 잉태된다.
 
반대로 가격이 하락하면, 그것도 아주 가파르게 떨어지면 이번에는 공포심이 고개를 내민다. 공포심은 결국 초조함으로 이어진다. 더 떨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똬리를 틀기 시작하면, 빨리 시장에서 탈출하고 싶어진다. 논리도 없고 이성도 작동하지 않는다. 불타는 갑판에 서 있는 사람의 심정이 된다. 구명정도 없고 갑판이 불타는 상황이라면 유일하게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바다로 뛰어내리는 것뿐. 욕망과 탐욕과 과도한 희망으로 채색되어 있던 감정이 롤러코스터처럼 급격히 공포와 초조로 바뀌어 나가는 상황에서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레버리지가 더 어려운 점은 적정 레버리지를 정식화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내 자산의 몇 %까지 대출을 받는 것이 적정할까, 그리고 어느 시점에 레버리지를 일으켜야 할까. 간명한 수치로 적정 레버리지를 가늠하는 것은 아마추어 투자자뿐만 아니라 프로투자자들에게도 어려운 일이다.  
 
필자가 알고 있는 고수들을 보더라도 레버리지에 대한 태도에는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하는 것 같다. 어떤 주식 고수는 그 어떤 경우에도 레버리지를 이용하지 않는다. 전액 보유 현금으로만 주식을 매입한다. 그는 재산이 많지 않을 때도 이런 태도를 고수했다. 이유를 물었다.
 
"가격 변동성이 높은 자산은 레버리지를 쓰지 않는 것이 좋다. 가격이 급락할 때, 버티기가 어렵다. 아무리 종목에 대한 확신이 있어도 버티지 못하면, 결국 돈을 벌 수 없는 것 아닌가. 투자 초기에는 조금 레버리지를 이용했지만, 감정 조절이 어렵다는 걸 깨닫고는 부동산을 제외하곤 그 어떤 자산도 레버리지 투자는 하지 않는다."
 
재미난 점은 필자 주변에 정반대의 고수도 존재한다는 점이다. 그는 가능하면 대출을 많이 이용하는 편이다. 주식도 부동산도 그렇다. 이유가 궁금했다.
 
"경험상 정말 확신이 들 때가 있다. 다시 만나기 어려운 기회라는 게 있는 게 아닌가. 그럴 때는 최대한 레버리지를 활용한다. 단, 선물이나 옵션과 같은 파생상품은 그 자체가 레버리지의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절대 대출을 받아 투자하지는 않는다."
 

양날의 칼, 레버리지  

 
개인적으로 ‘레버리지에는 정답이 없다’는 게 정답인 것 같다. 확실한 것은 변동성이 높은 자산에 레버리지를 활용할 때는 지극히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상의 결과 보다는 최악의 결과를 가늠해 보아야 한다. 이 투자가 실패로 돌아갔을 때, 내 삶의 기반이 무너질 수 있을 정도라면, 그것은 투자가 아니라 도박으로 봐야 한다. 그래도 굳이 도박을 해야겠다면, 현대 증권 분석의 아버지 벤저민 그레이엄의 조언을 따라 투기용 계좌를 따로 만들어 금액 한도를 정해 놓고 매입하는 게 바람직하다.  
 
수익이 나더라도 추가 투자는 삼가는 것이 좋다. 투자의 세계에서는 ‘초보자의 행운’이 작동할 때가 많다. 초보자의 행운이란 처음에 투자하면 돈을 벌고, 그 승리감에 도취해 추가 투자를 하다가 망가지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초보 투자자들이 자주 오해하는 것 중 하나가 자신의 능력으로 번 것인지, 시장이 좋아서 돈을 번 것인지를 구별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투자 세계에서 운과 능력이 조화를 맺을 때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운만으로는 내 돈을 지켜내기 어렵다.  
 
레버리지는 투자의 시간 지평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투자는 장기적 관점에 서야 승률을 높일 수 있는 게임인데, 레버리지를 활용하면, 시간적 제약을 지니고 게임에 나서는 것과 같다. 게다가 조달금리가 높을수록 시간 지평은 더욱 짧아질 수밖에 없다. 내 수익과 무관하게 높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므로 빨리 승부를 걸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상대방이 시간을 끄는 지연작전으로 나오면, 게임에서 이기기가 만만치 않다. 예를 들어 공모주 투자처럼 시간 스케줄이 확정돼 있는 구조인 경우에는 최악의 경우라도 빨리 주식을 매도해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 반면 암호 화폐처럼 가격 변동성만 보고 투자하는 경우에 레버리지를 활용하면, 자칫하면 기다리지 못하고 큰 손실을 본 채 물러나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투자에서 그 중요도에 비해 늘 과소평가 받는 것이 시간 지평이다. 주식이나 부동산은 설사 지금 손해라 하더라도 시간의 힘으로 복구되는 경우가 많다. 시간 축을 늘리면 추가 매수를 통해 매입 단가를 낮출 수도 있고, 적립식으로 투자할 경우에는 시간 분산투자로 변동성 리스크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레버리지 투자는 마감시한을 정해 놓고 하는 단발 승부와 유사하다. 주어진 시간 내에 승부를 내지 못하면, 그 게임에서 투자자는 패배자가 되는 것이다.  
 
어떤 자산이든 영원한 고지에 오르는 것은 없다. 설사 오르더라도 굴곡이 있기 마련이고, 그 시련의 시기를 버텨내기 위해서는 시간 지평을 가급적 길게 잡는 게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지만, 한결같이 역사상 빼어난 투자자들은 늘 과도한 레버리지를 경계해 왔다는 점을 새길 필요가 있다. 워런 버핏은 무지(無知)와 레버리지의 결합이 최악이라고 단언했고, 32세부터 99세까지 주식을 운용했던 필립 캐럿은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내심’이라고 말한 바 있다. 레버리지는 인내심의 동반자가 아니라 적인 경우가 많다. 다시 한번 레버리지에 대한 경계심이 필요한 시대인 것 같다.
 
※ 필자는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전무로, 경제 전문 칼럼니스트 겸 투자 콘텐트 전문가다. 서민들의 행복한 노후에 도움 되는 다양한 은퇴 콘텐트를 개발하고 강연·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부자들의 개인 도서관] [돈 버는 사람 분명 따로 있다]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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