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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란 코인도란] 고구마 먹은 코인시장…'담백'해진 김치프리미엄

코인 시세 박스권…'김프' 3~4%선으로 하락
엇갈린 평가받는 비트코인, 테슬라는 재결제 검토?
연준 테이퍼링 논의 주시…애플 WWDC '주목'

 
 
최근 비트코인은 4300만원대에서 정체되며 박스권에 갇힌 모습을 나타냈다.[사진 연합뉴스]
‘이게 무슨 코인도 아니고…’. 한 번쯤은 들어봤음직한 말이다. 변동성이 큰 자산을 설명할 때 소환되는 건 지금까지 코인이었다. 이제는 그 자리를 스팩(SPAC)이나 밈주식(게임스톱이나 AMC 등)에 내줘야 할 듯싶다. 2000원 안팎에서 거래돼야 할 스팩의 주가가 1만원을 넘어섰다. 미국판 동학개미의 투자열풍에 극장체인 AMC 주가는 하루 만에 두 배가 됐다. 반면, 코인 시장은 고구마다. 박스권에 갇힌 답답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에선 무슨 일이?=‘김프’가 담백해졌다

 
이달 들어 코인 거래량이 지난달과 비교해 반토막 났다. 최근 국내 4대 거래소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모두 합쳐야 ‘겨우’ 8조원이다. 4월에는 40조원, 5월에도 20조원을 찍었다. 돈이 코인 시장에서 빠져나갔다기보다는 5월 큰 폭의 하락세로 대부분 손실 구간에 ‘물려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기존 투자자들이 ‘물려서’ 거래를 안 한다면, 신규 투자자가 들어와야 시장이 살아난다. 하지만, 역대급 폭락을 옆에서 지켜본 이들이 지금 싸다고 들어올 리 만무하다. 되레 내가 그 폭락의 당사자가 아니었음에 안도하며, ‘역시 코인은 위험해’라고 가슴을 쓸어내릴 게다.
 
이렇게 국내 투자수요가 없다 보니 ‘김프(김치프리미엄)’가 담백해졌다. 3~4%선까지 내려왔다. 김프는 국내 코인 투자열기를 수치화한 지표다. 국내에는 뚜렷한 비트코인 공급 루트가 없기 때문에, 수요가 얼마나 강하냐에 따라 김프가 결정된다. 코인이 시장의 조명을 받기 전인 2월만 해도 김프가 아닌 ‘역프(역프리미엄, 해외보다 코인이 싸게 거래되는 현상)’ 상태였다. 4월 ‘김치코인(국내 개발사가 발행해 국내 유통하는 코인)’을 중심으로 가격이 급등하면서 투자 열풍이 불었고, 김프는 20% 가까이 치솟았다.
 
9월 특금법(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시행을 앞두고 금융당국은 시행령 개정 작업에 한창이다. 거래소가 자체 발행한 코인을 ‘셀프상장’하는 걸 금지하는 조항을 담겠다고 한다. 이에 더해 거래소와 직간접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코인에 대한 거래 및 상장 금지를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말도 흘러나온다. 벌써 특정 코인은 특정 거래소에 상장될 수 없고, 이미 상장된 코인은 상장폐지될 거라는 소문이 돈다.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금융당국은 향후 시행령 개정안 입법 예고 단계에서 구체적인 이해관계의 범위를 공개할 예정이다. 명확한 기준이 나온다면, 그간 정부 눈치를 살피느라 상장하지 못(혹은 안)했던 코인도 떳떳하게 상장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다.
 

해외에선 무슨 일이?=비트코인ETF, 희망고문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테슬라 차량 구입시 비트코인 결제를 다시 허용할 것이란 루머가 돌고 있다.[사진 테슬라 유튜브 계정]
 
테슬라가 다시 비트코인 결제를 지원할 것이라는 뉴스가 나왔다. 투자자들에겐 반가운 소식이지만 출처가 영국 버밍햄메일이라는 생소한 언론이다. 진위를 확신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가짜뉴스라고 치부하기에 근거가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앞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비트코인 채굴 협의회(Bitcoin Mining Council)’의 출범을 알리는 마이크로스트래티지의 마이클 세일러 CEO의 트위터에 “그(북미 채굴업체)들이 재생에너지 사용 상황을 밝히고, 전세계 채굴업자들의 동참을 요청할 것”이라면서 친환경 문제 해결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테슬라의 비트코인 결제 시장 컴백 가능성에 비트코인 가격은 5월 폭락 이후 처음으로 3만9000달러선을 돌파했다. 하지만, 상승을 낙관하기엔 이르다. JP모건은 “높은 변동성으로 비트코인에 대한 기관 투자자의 수요가 급격히 줄었다”며 “중기적으로 비트코인 가격 2만4000~3만6000달러에서 거래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골드만삭스는 그간 기관들의 투자 논리였던 ‘비트코인=디지털 금’ 내러티브에 의문을 표했다. 높은 변동성 때문에 인플레이션 헤지 기능이 있는 ‘안전자산’ 금보다는 ‘위험자산’ 구리를 닮았다는 설명이다. 피델리티의 임원은 “하락 파동을 고려하면 비트코인은 2만3000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지부진한 시장 흐름을 한 방에 뚫어줄 수 있는 재료는 ‘비트코인 ETF(상장지수펀드)’다. 마침 바이든 행정부는 암호화폐 분야에 해박한 지식을 자랑하는 인물을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으로 임명했다.
 
그런데 파이낸셜타임스가 최근 “SEC의 비트코인 ETF 조기 승인 가능성이 희박해졌다”고 보도했다. 코인에 우호적일 것으로 기대했던 개리 겐슬러 SEC 위원장이 코인에 대해 조심스런 입장을 여러 차례 내비치면서다. 그는 지난달 미국 하원 금융위원회에 출석해 “암호화폐 시장의 투자자 보호 장치가 너무 미흡하다”며 “암호화폐를 거래하는 거래소 중 어느 한 곳도 SEC에 거래소 등록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곧, SEC가 암호화폐 거래에 대한 규제를 대폭 강화한 이후에야 비트코인ETF를 승인할 듯 싶다.
 

위클리 코인=바이낸스코인(BNB), 거래소 코인의 ‘황제’

 
5월 19일, 폭락장에서 바이낸스스마트체인(BSC)이 마비가 됐다. 값싼 수수료로 투자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BSC 디파이(탈중앙화금융) 생태계에 대한 의문이 일었다. 의문의 크기 만큼 바이낸스코인(BNB) 가격은 떨어졌다. 폭락 전 600달러를 웃돌기도 했던 BNB 가격은 한때 200달러 초반까지 밀렸다.
 
빗썸에 상장한 바이낸스코인(BNB).[사진 빗썸 홈페이지]
 
BNB 가격의 상승 반전은 새로운 런치풀 론칭을 알리면서다. BNB가 각광을 받은 건 보유로 현금 흐름을 창출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코인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바이낸스에 BNB를 들고 있으면 런치풀과 런치패드에 참여해 코인 가격 상승 외에 추가 수익을 낼 수 있다. 비유하자면 런치풀은 사전채굴이고, 런치패드는 공모주 청약이다. BNB는 런치풀 론칭 이후 400달러선을 회복했다.
 
5월 27일, 빗썸에 BNB가 상장하면서 국내 투자자들의 투자가 용이해졌다. 그동안에는 바이낸스로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을 전송한 후 그 코인을 가지고 BNB를 샀어야했다. 이제는 빗썸에 원화를 입금하면 BNB 매수가 가능하다. 다만, BNB를 빗썸에서 사서 빗썸에서 들고 있는다면 바이낸스에서 진행하는 런치풀이나 런치패드에 참여할 수 없다. 코인 가격 상승 외 추가 수익을 낼 수 없다는 의미다.
 

이번 주는 뭘 봐야 할까?=물가를 주시하라

 
조기 테이퍼링(자산매입축소) 논란이 뜨겁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2일 회사채 매각을 발표했다. 연준은 “통화정책은 바뀌지 않았다”고 강조하지만, 시장은 테이퍼링 전조로 해석하고 있다. 10일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발표되는데 4월처럼 시장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가 나온다면,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 연준의 테이퍼링 논의가 앞당겨질 수 있다.
 
애플은 7일부터 WWDC(세계개발자콘퍼런스)를 연다. 애플은 최근 ‘대체 결제(alternative payment)’ 관련 사업 담당자를 채용하면서, 자격 요건에 암호화폐 관련 경험을 포함시켰다. 혹시나 WWDC에서 코인 관련 호재가 나올지 지켜보자.
 
※필자는 알고란(알기 쉬운 경제뉴스 고란tv)의 대표이자, 유일한 기자이자, 노동자다. 중앙일보에서 기자로 일했다. 경제 뉴스를 해석하는 능력(어려운 말로 ‘미디어 리터러시’)을 키워주는 유튜브 채널 ‘알고란’을 운영하고 있다. 코인ㆍ주식ㆍ부동산 등 가릴 것 없이 모든 투자 자산에 관심이 많다. 최근 시장 무서운 줄 잊고 레버리지로 투자하다 큰 손실을 본 후, 생계형 기자 모드로 전환했다(독자분들도 신용 거래는 조심하셔라. 여기 반면교사가 있다). 구독ㆍ좋아요ㆍ알림설정은 사랑이다. algorantv36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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