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커버스토리- 산업재해 공화국②] 멈추지 않는 현대重 사망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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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커버스토리- 산업재해 공화국②] 멈추지 않는 현대重 사망사고

'생산 주도 자율 안전 계획 의결' 이후 급증
충분한 인력 공급 없는 상태서 '자율 안전' 가능 의문
3중 방어 체계 구축 등 추가 안전대책 ‘노력’

 
    
울산시 동구 현대중공업 본사 [사진 연합뉴스]

울산시 동구 현대중공업 본사 [사진 연합뉴스]

 
현대중공업이 지난 2월 이사회를 열어 '생산 주도의 자율 안전관리 체계 정착'을 올해 안전 계획으로 의결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선제적 사고 예방 체계 구축', '협력사 안전관리 강화' 등 회사 주도의 안전관리에서 나아가 자율 안전관리를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안전‧법률 전문가들은 “현대중공업이 내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전에 직원 개인에게 안전관리 책임을 떠넘겨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한영석 사장, 산재 증가에 '직원 불안전 행동 탓'   

 
[이코노미스트]가 입수한 현대중공업 이사회 회의록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 2월 3일 이사회를 열어 안전‧보건‧환경 경영계획 승인의 건을 총 이사 7명 전원이 참석해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눈여겨볼 점은 현대중공업의 2021년 안전‧보건‧환경 경영계획 보고서에 생산 주도의 자율 안전관리 체계 정착, 현장 중심의 안전 관리 체계 개편 등 직원 자율 중심의 안전관리가 포함됐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사회 의결 이틀 뒤인 2월 5일에 울산 현대중공업 사업장에서 사망사고가 발상했으며, 석 달 뒤인 5월 8일에도 또 한 명의 근로자가 작업 중 목숨을 잃었다.  
 
이를 두고 현대중공업 안팎에선 “회사 차원의 대대적인 안전관리에도 중대재해가 반복되고 있는데, 직원 자율의 안전관리로 중대재해를 줄일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는 얘기가 많다. 현대중공업 노동조합 관계자는 “다수의 협력업체 직원이 제대로 안전교육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의 자율 안전관리는 헛구호”라고 잘라 말했다.  
 
특히 한영석 현대중공업 사장은 올해 안전 계획 승인 건을 의결하고 2주가 조금 넘은 시점인 2월 22일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산업재해 관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했는데, 당시 청문회에서 산재사고 증가 원인으로 근로자의 불안전한 행동을 거론했다가 의원들의 거센 질타를 받았다.  
 
한영석 사장은 당시 청문회에서 현대중공업의 산재사고가 증가하고 있는 원인에 대한 질의에 “사고가 일어나는 유형을 보니까 실질적으로 불안전한 상태하고 작업자의 행동에 의해서 많이 일어났다”며 “불안전한 상태는 안전에 투자해 많이 바꿀 수 있지만 불안전한 행동은 상당히 어렵다”고 말했다. 또한 “불안전한 행동을 하는 작업자가 많아 그런 부분을 더 세심하게 관리해서 안전한 작업장을 만들도록 하겠다”고 주장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은 “산재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불안전한 행동이라고 하면서 이게 작업자들이 뭘 지키지 않아서 행동을 잘 못한다고 말했는데, 이런 생각을 갖고 있다면 아마 중대재해처벌법을 피해가지 못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 장철민 의원은 현대중공업의 산재사고 사례를 거론하면서 이들 사고가 어떤 불안전한 행동 때문에 발생했느냐고 질의했다.  
 
이에 대해 한영석 사장은 “안전시설을 더 강화하고 작업을 해야 되는데 그런 부분에 소홀한 부분이 있었다”고 답했고, 장 의원은 “어떤 종류의 불안전 행동 때문에 여기서 사망자가 나왔는지 기억하느냐”고 재차 물었다. 장 의원은 또한 “노동자의 불안전 행동을 없애겠다는 이렇게 하나의 방향으로 대책을 생각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한 사장은 “그런 의미로 말씀 안 드렸다”고 했고, 장 의원은 “그런 의미로 정확하게 들렸다”고 반박했다.
  
한영석 현대중공업 사장이 2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산업재해 관련 청문회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 중앙포토]

한영석 현대중공업 사장이 2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산업재해 관련 청문회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 중앙포토]

 

“중대재해처벌법 책임 회피 등 악용 소지”

 
전문가들은 자율을 강조한 현대중공업의 안전 계획이 자칫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을 면피하는 용도로 악용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신인수 민주노총 법률원장(변호사)은 “자율 안전이란 문구가 생산직 근로자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 안전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뜻이라면 긍정적일 수 있다”면서도 “안전 시스템 구축에 근로자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면, 자율 안전 체계가 중대재해처벌법의 면피용으로 악용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강태선 세명대 교수(보건안전공학과)는 “회사가 생산 인력을 충분히 투입해 공기(工期) 압박을 최소화하는 상황에서의 자율 안전은 가능할 수 있지만, 충분한 인력 공급이 없는 상태에서 자율 안전이 가능할지 의문이 든다”며 “사내 규정에서 현장의 자율성을 강조하면 확실히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변론이 수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상인 서울대 교수(행정대학원)는 “이사회에서 자율 안전 체계 정착이란 표현을 썼다는 것이 충격이다”며 “중대재해가 반복되고 있는 기업이 자율적으로 안전관리를 하겠다는 것 자체가 우리나라에서 안전과 관련한 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현대중공업의 올해 안전‧보건‧환경 계획에 대한 중점 추진 사항에는 법령‧규제 변화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 포함됐다. 안전‧보건‧환경 관련 법령과 규제 변화에 대해 상시 모니터링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것이다. 과도한 규제나 변화에 대한 선제적 대응으로 회사 운영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중대재해처벌법 등 강화되는 안전 분야 법으로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요소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 측은 “자율 안전관리 등에 대한 계획은 안전 문제를 가장 잘 알고 있는 현장의 감독자에게 안전 권한을 대폭 부여하고 안전 담당 부서가 안전 정책 등을 지원한다는 개념의 계획”이라며 “직원 개인에게 안전관리를 떠넘긴다는 주장은 이 계획 취지와 완전히 상반된다”고 밝혔다.
 
물론 현대중공업이 최근 반복된 중대재해로 추가 안전대책을 마련한 것에 대한 기대감도 있다. 이 회사는 3중 위험 방어 체계 구축, 스마트 안전관리 기술 도입, 협력사 안전관리 지원 강화 등의 안전대책을 추가했다.  
 
각 부서별 안전지킴이가 고위험 작업 중심으로 중대재해 차단 대책 이행 사항을 점검하면, 안전 전담 요원이 주요 위험 공정에 대한 안전을 2차적으로 살피고, 이를 관리 책임자가 확인한다는 것이다. 또한 실시간으로 현장의 위험 요소를 관리하는 ‘스마트 관제시스템’ 등 스마트 안전관리 기술을 도입하고, 조선업계 최초로 사내 협력업체에 ‘안전보건관리비’를 지원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이 외에도 내년까지 안전 전담 인력을 현재보다 20% 이상 확대하고 안전 분야 투자도 조기 집행한다. 한영석 사장은 “고귀한 생명을 잃는 안타까운 일이 더 이상 우리 일터에서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 최우선 원칙이 전사에 자리 잡는데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훈 기자 lee.cha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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