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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 경제 이끄는 국내 기업들…협의체부터 합작사까지 '일사천리'

[기업이 이끄는 수소경제 ①]
10대 대기업 중 8개 수소 사업 진출…현대차·SK·포스코·효성 협의체 발족

 
 
현대차그룹의 수소연료전지시스템 브랜드 HTWO(에이치투)가 제공하는 이동형 수소연료전지 발전 시스템. [연합뉴스]
정부가 한국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수소경제를 들고 나온 지 2년 반, 이제 기업이 나섰다. 수소연료전지차(이하 수소차) 보급 확대 수준에 머물렀던 정부의 수소산업 육성 정책의 범위가 관련 생태계 구축으로 확대되면 서다. 특히 여유 에너지를 저장하고, 필요할 경우 열과 전기로 바꿔 이용할 수 있는 ‘에너지 캐리어’로서 수소 가치가 주목받자 올해부터는 10대 기업이 직접 수소시장 개척에 뛰어들었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국내 수소산업은 수소차를 생산하는 현대자동차를 제외하면 중소 및 중견기업이 주도했지만, 상황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국내 기업은 올해 향후 10년간 총 43조3000억원 규모 수소분야 투자 계획을 정부에 제출했다. 오는 2030년까지 연평균 4조3300억원 규모 자금이 수소산업에 투자되는 것으로 올해 정부가 수소산업에 투자한 1257억원의 34배를 훌쩍 넘어선다. SK와 현대차, 포스코, 한화, 효성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총 42조1000억원 투자계획을 발표, 전체의 97%를 차지했다. 2019년 1월 정부의 수소경제 로드맵 발표 후 정부와 보조를 맞춰 온 중소·중견기업들도 부품과 관련 약 1조원 투자 계획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2050년 전 세계 수소시장 규모 1657조원 전망

특히 SK는 앞으로 5년 동안 수소 사업에 약 18조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액화수소 생산기지를 건설하고 생산된 부생수소를 가공, 수도권에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11조1000억원 투자를 밝힌 현대차는 그룹 계열사 현대제철, 현대글로비스 등을 동원해 수소 생산·운송에까지 뛰어들었다. 수소차 생산·판매는 물론 수소의 생산부터 운용까지 수소 가치사슬 전반을 챙기겠다는 포부다. 포스코는 해외 그린수소 도입과 수소환원제철 개발 등에 10조원 투자 계획을 내놨다. 한화와 효성도 수소 저장설비 등에 각각 1조2000억원, 1조1000억원을 투자하기로 정했다.  
 
수소경제의 성장 가능성에 따라 정부 주도의 수소산업 육성이 기업 주도로 넘어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수소는 무한한 에너지이며,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대표적 청정 에너지로 주목받는 동시에 기술적 측면뿐 아니라, 세계적 흐름이나 수용성 측면에서 적합하지 않다는 비판에 놓여왔다. 실제 수소는 석유화학 공정 부산물로 나오는 부생(副生)수소와 천연가스를 개질해 만드는 수소로 이뤄져 온실가스 배출 제로와는 거리가 멀었다. 또 천연가스로 터빈을 돌려 바로 전기를 만들어 사용하는 것이 수소보다 효율적이라는 지적이 계속됐다.
 
그러나 최근 기후위기가 심화하면서 수소가 주목받고 있다. 간헐성이 문제인 재생에너지의 대안으로 꼽히면서다. 이 경우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배출 문제도 사라진다. 햇빛이나 바람으로 만든 전기로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그린수소)를 만들고 수소연료전지 발전을 통해 필요한 만큼 전기를 생산하는 식이다. 수소를 운송해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도 있다. 덕분에 유럽이나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도 수소산업에 뛰어들고 있다. 이에 글로벌 컨설팅업체 니케이BP 클린테크연구소는 수소 시장은 2030년 393조에서 2050년 1657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기업들의 수소시장 개척은 더욱 빨라지고 있다. 수소 관련 사업에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왔던 현대차그룹뿐만 아니라 수소 관련 생산 능력을 보유한 SK그룹, 포스코그룹 등을 중심으로 합종연횡까지 나타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10대 대기업 중 삼성과 LG를 제외한 8개 대기업이 이미 수소 관련 사업을 하고 있거나 관련 사업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이들은 최근 수소 생산에서 시작해 운송→연료전지→모빌리티 등으로 이어지는 수소산업 전반을 포괄하기 위한 기업 간 협력모델 구축에 나섰다”고 말했다.
 
현대차가 협력모델 구축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현대차는 정의선 회장이 직접 나서 ‘한국판 수소위원회’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정 회장은 지난해 10월 회장 취임 첫 대외 행보로 정부 기구인 수소경제위원회 참석을 택할 정도로 수소경제 활성화에 힘을 쏟아왔다. ‘수소차는 현대차만 고집하는 친환경차’라는 글로벌 완성차업계의 비아냥 속에서 현대차가 꾸준히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등 수소차 기술 개발을 추진한 뒤에도 정 회장이 있었다. 그는 수소경제위원회에서 “(수소를) 친환경 에너지솔루션으로 자리 잡게 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정 회장의 노력은 수소기업 연합체 출범으로 이어졌다. 정의선 회장과 최태원 SK 회장,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은 6월 10일 경기도 화성에 있는 현대차·기아 남양기술연구소에서 만나 수소기업협의체 설립을 논의, 올해 9월 중 수소기업협의체 설립을 확정했다. 이날 최태원 회장은 “수소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기업 역할이 중요하다”며 “글로벌 수소 강국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조현준 회장은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수소 가치사슬 구축에 효성그룹이 적극 동참하겠다”고 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왼쪽부터),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6월 10일 현대자동차·기아 기술연구소에서 수소기업협의체 설립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 [연합뉴스]

이제 초기, 기업 간 수소 합종연횡 더 빨라진다

수소 사업 확대를 위한 합작사 설립도 시작됐다. SK가스와 롯데케미칼의 합작사 설립이 대표적이다. 두 회사는 지난 5월 31일 성남시 SK가스 사옥에서 수소 사업 공동 추진을 위한 업무 협약을 맺었다. 양사는 올해 안으로 합작사를 설립해 기체 수소 충전소 건설과 수소 연료전지 발전소 사업을 공동으로 펼쳐나갈 계획이다. 이밖에 GS칼텍스와 한국가스공사는 수소 생산과 공급 사업을 위한 전략적 제휴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GS칼텍스와 가스공사는 액화 수소 플랜트, 액화 수소 충전소, 수소 추출 설비 구축 등 수소산업 전반에서 협업에 나설 계획이다.
 
한편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들의 수소산업 진출 및 투자, 기업 간 합종연횡이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2018년 수소사회 실현 전략을 세운 일본 정도를 제외하고는 세계적으로 수소시장을 선점한 국가나 기업이 아직까지 없기 때문이다. 유럽은 지난해 7월에야 수소경제 전략을 세웠다. 그만큼 국내 시장을 발판으로 삼아 세계 시장 진출이 용이하다는 판단이 깔려있다. 구영모 한국자동차연구원 수소모빌리티연구본부장은 “이제 막 수소 초기 시장이 열리고 있다”면서 “국내 기업들의 합종연횡은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 기회를 넓힐 것”이라고 말했다.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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