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지포인트’ 게이트 추적④] ‘띠앗‧미플’ 잊었나…머지 사태 또 터진다
포인트 교환 선구자 ‘띠앗’…2014년 돌연 서비스 중단
SK계열사에서 론칭한 ‘미션피플’…1년 만에 자취 감춰
당국 감독 부실, 부주의한 대응 지적…재발 방지 나서야
‘20% 무제한 할인 서비스’ 그리고 갑작스러운 서비스 중단. 머지포인트 사태가 겉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머지포인트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상품권과 비슷한 개념의 모바일 플랫폼. 20%라는 파격적 할인혜택을 앞세워 입소문을 타면서 순식간에 가입자 100만명을 돌파했다. 제휴 가맹점수는 8만개에 이른다. 외형은 커졌지만 내부는 정작 돌려막기식 땜질 경영으로 곪아 들어가고 있었다. 20%라는 높은 할인율을 유지하기 위해선 회사가 적자를 고스란히 감당해야 하는 수익구조였기 때문. 이른바 ‘머지포인트 게이트’는 결국 터질게 터졌다는 분위기다. 서비스 제한 닷새 째. 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코노미스트]가 머지포인트 게이트를 추적해봤다.
“대형마트 사용 가능, 20% 할인. 안 살 이유가 없었죠. 가맹점도 제일 많고…. 업력도 몇 년이나 되는데 누가 하루아침에 다 종료시킬 줄 알았나요.”
“사실 이럴 수도 있다는 걸 머지포인트 구매할 때마다 충분히 인지했었어요. 수익을 낼 수 없는 구조니 언제든 튈지도 모른다. 그러니 쓸 만큼 조금씩만 충전해 놓자 했는데 결국….”
머지포인트 피해자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온라인을 통해 집단소송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금융당국은 검경 수사를 의뢰하면서 관련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피해자들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며 비판의 날을 세우는 분위기다.
폰지사기와 흡사…과거에도 유사사례 수두룩
먼저 폰지사기와 유사성이다. 폰지사기는 신규 고객이 가입하며 낸 돈으로 기존 고객에게 수익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1920년대 미국에서 찰스 폰지가 벌인 사기 행태에서 유래한 용어다. 투자자들에게 약정한 수익금을 지급하기 위해 2차 투자자를 모집하는 전형적인 다단계 금융사기 방식이다.
20%의 높은 할인율을 유지하기 위해서 10만원, 20만원, 50만원 판매 금액을 높여 소비자를 모으고 구독서비스까지 확장한 머지플러스 방식이 이와 유사하다는 지적이다.
한 피해자는 “머지플러스도 상품권 신규 구매 고객 돈으로 20% 할인 금액을 부담하는 ‘돌려막기’를 한 것으로 보여진다”며 “할인가격 유혹을 넘지 못하고 피해액을 늘린 잘못이 크지만, 그럴듯한 미끼로 고객을 끌어들이고 괴이한 방식으로 돈을 챙긴 이들을 엄벌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과거에도 지금의 머지포인트 사태와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2014년, 영업 14년 만에 돌연 서비스를 중단한 띠앗이 대표적이다. 띠앗은 포인트 교환 사업의 선구자로 꼽히며 승승장구한 벤처기업으로 주목받았다. 2000년 사업을 시작해 200여개 제휴사와 300만명의 회원을 보유한 회사로 성장했지만 포인트 사업 환경이 악화되면서 서서히 몰락했다.
2013년 동종업계 기업들에게 인수의향을 타진할 정도로 경영 상황이 악화됐지만 이마저도 실패, 2014년 돌연 웹 사이트에 ‘공지글’ 하나를 올린 뒤 서비스를 중단했다. 갑작스러운 사이트 접속 실패와 전화 연결 불통으로 한동안 소비자들과 자영업자들은 발을 동동 굴려야 했다.
2013년 11월 론칭한 모바일 리워드앱 ‘미션피플’(미플)도 마찬가지다. 당시 SK계열사 서비스인에서 선보인 미플은 사용자가 주어진 미션을 수행하면 포인트 등 혜택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적립된 포인트로 상품까지 구매할 수 있어 모바일 커머스까지 갖춘 리워드 플랫폼으로 주목받았다.
사용자들끼리 단순 친구 초대하기 기능뿐 아니라 친구를 맺을 수 있는 커뮤니티 기능을 새롭게 추가하기도 했다. 단숨에 고객들을 끌어 모았지만 론칭 1년 뒤 돌연 자취를 감쳤다.
업계 관계자는 “미플은 사이트가 아예 없어지면서 관련 포인트가 모두 소멸됐고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 논란이 일었다”면서 “띠앗이나 미션피플의 경우 포인트 개념이라 피해 파급력이 약했지만 지금의 머지포인트와 손님을 끌어들이는 방식, 비즈니스 모델로 보면 매우 흡사하다”고 꼬집었다.
‘화’ 키운 당국…전금법 개정안 도입 필요
특히 머지플러스의 경우 선불업자로 등록조차 하지 않은 상황에서 2년 넘게 영업을 지속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한편으로는 금감원의 부주의한 대응이 사태를 키웠다는 비난도 쏟아졌다. 한 이용자는 “금융당국의 규제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어 도산할 경우 이용자들이 충전금을 모두 잃을 수 있는 제2, 제3의 머지 사태는 또 나올 것”이라며 “신규 금융서비스에 대한 관리감독 부실이 드러났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과)는 “머지포인트는 제한된 영역에서 쓰이는 상품권이 아니라 범용성을 획득한 전자화폐”라며 “선불금융업 행위기 때문에 다른 선불업자와 동일한 규제가 적용되도록 시스템을 짜고 머지포인트를 보유한 소비자들은 금융자로 보호를 받았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또 “머지포인트 사태와 같은 문제가 재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전금법 개정안 도입이 필요하다”면서 “전자화폐를 발행하는 기업에 대한 유동성·자본적정성 규제 등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설아 기자 kim.seola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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