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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뱅크는 왜 은행 아닌 플랫폼을 택했나 [허태윤 브랜드 스토리]

UX혁신과 MZ세대에 올인한 고객전략기반의 IR브랜딩

 
 
기업 가치로 37조원을 인정받은 카카오뱅크. [사진 카카오뱅크]
 
최근 기업 브랜딩의 가장 중요한 대상은 투자자다. 전통적으로 브랜딩 대상은 소비자지만, 기업이 이익을 내는 것보다 미래 가치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해진 요즘 산업의 패러다임 속에서는 투자자가 매우 중요한 브랜딩 대상이 됐다. 바꿔 말하면 기업이 투자자에게 기업 미래 가치에 대한 확고한 인식과 가치를 심어 주는 수단으로 브랜딩에 주목하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이익을 통한 지속 가능한 성장 보다, 투자자에게 미래 가치를 확신시켜 투자를 유도하고 이를 통한 고속 성장을 보여주는 성공모델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증시에 상장한 새로운 플랫폼 브랜드가 수십 년 동안 산업을 주도한 선발주자들을 압도하면서 기업 가치를 천문학적으로 인정받은 바 있다. 선발 브랜드인 ‘SM’ ‘YG’ ‘JYP’ 모두 합친 그것보다 더 큰 기업 가치를 인정받으며 증시에 상장한 ‘하이브(빅힛트 엔터테인먼트)’가 그렇고, 한국이 아닌 뉴욕 증시에 직상장하며 전통적 강자인 ‘신세계’와 ‘롯데’를 단숨에 뛰어넘어 시총 기준 대한민국 2위 기업 가치를 인정받은 ‘쿠팡’이 또 그 주인공이다. 이들이 그렇다고 기존 경쟁자들보다 기업 이익과 매출이 압도적인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단 하나, 플랫폼 브랜드로서 미래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다.  
 

카카오뱅크는 플랫폼인가?

최근 증시에 신데렐라로 등장한 ‘카카오뱅크’도 새로운 신화를 썼다. 증시에 상장하자마자 기존 업계 1위인 시총 22조의 KB금융을 가볍게 넘어 37조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다. 카카오뱅크는 상장 전부터 논란이 컸다. 이 기업을 은행으로 볼 것인가, 플랫폼으로 볼 것인가에 따라 그 가치 평가가 극과 극을 달렸다.  
 
은행으로 볼 경우, 업계 1위인 KB금융지주의 자산이 447조, 영업 이익이 3조 1511억인데 비해 카카오뱅크는 28조원 자산 규모에 이익이 1200억 수준으로, 현재 카카오뱅크 기업가치는 논리적으로 설명이 되지 않는다. 더구나 규제 위주의 금융정책 때문에 그 성장성은 매우 제한적이고, 모바일 은행의 프리미엄과 신생 은행으로서 인건비 우위를 고려하더라도 은행 매출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기업 금융을 하지 못하고 있는 카카오는 매출의 한계가 너무나 극명하다.  
 
경기도 성남시 판교에 있는 카카오뱅크 본사. [연합뉴스]
 
그러나 플랫폼으로 미래 가치가 인식될 경우, 결과는 완전히 다르다. 단순히 은행 수익과 매출을 기준으로 그 가치가 평가되는 것이 아니라 MAU(월간 활성 이용자 수)가 그 기준이 되는 것이다. 카카오뱅크는 국내 금융 앱 중 1600만명 MAU를 가진 국내 최대의 금융 앱이다.
 
카카오뱅크로 유입한 사용자를 대상으로 할 수 있는 금융비즈니스 모델은 그 확장성 측면에서 미국의 페이팔(기업가치 377조), 스퀘어(기업가치 148조), 중국의 동방재부(중국의 로빈후드로 불리는 비대면 주식플랫폼, 기업가치 60조)처럼 될 수 있다는 것에 무게를 둔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가 상상하는 뱅킹 서비스를 넘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카카오뱅크의 상장비결은 투자자에 대한 성공적 인식 전환을 통해 기업을 은행이 아닌 금융 플랫폼으로 브랜딩하는 데 성공한 것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카카오뱅크의 플랫폼으로서 투자자 브랜딩은 하루아침에 된 것이 아니다. 출발부터 플랫폼이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기존 금융산업과는 완전히 다른 혁신을 이어왔다.  
 

쉽고 편한 UX(사용자경험) 혁신

우선 플랫폼 이용자와 액티브 사용자를 늘이는 전략이 기존 파이프라인 은행과 달랐다. 2017년 7월 ‘모바일 온리’를 내걸고 모바일뱅크로 첫 서비스를 시작할 때 12시간 만에 18만7000 좌가 개설됐다. 몇 개월 먼저 서비스를 시작한 K뱅크 기록을 9배 넘겼고, 시중은행이 전국 수백 개 지점의 직원들을 동원해 1년 동안 앱을 깔아 달라고 애원해서 얻은 고객 수를 오프라인 지점 하나도 없이, 영업사원 1명도 없이, 단 하루 만에 이런 결과를 만들었다.  
 
첫 번째 비결은 쉽고 편한 사용자경험(UX:User Experience) 설계에 있다. 카뱅 앱에 대한 고객 반응은 ‘쉽다’ ‘재미있다’ ‘편하다’였다. 설명을 듣지 않아도, 지점에 가지 않아도, 직관적으로 더 빠르게 스스로 계좌를 개설하고 융자도 받을 수 있는 뱅킹, 공인인증서도 필요 없는 편한 뱅킹, 클릭이 많이 필요 없는 뱅킹...그밖에도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과 연계한 셀 수 없을 정도의 재미있는 새로운 시도들이 고객들로부터 환호를 받았다.  
 
고객 중심 UX 탁월함은 은행 중심의 기존 서비스에서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모바일 뱅킹 서비스 기준이 되면서 단기간에 사용자가 찾고, 머무는 플랫폼의 본질적 경쟁력을 만들었다. 이런 다른 인식의 출발은 기존 금융권에서는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리눅스(LINUX)를 운영체계로 채택하게 했다. 리눅스 운영체계는 온라인에 무료로 공개되는 운영체계로 소스가 공개돼 있어 새로운 아이디어가 쉽고 빠르게 적용되고, 설치는 물론 유지 보수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었다. 시스템이 안정적이고 폐쇄적이라 보안에 강하다는 이유로 유닉스(UNIX)라는 운영 체계(OS)가 국내 금융산업에 철옹성같이 군림해왔는데, 전체 직원 중 40%가 IT 개발자로 기존 은행들과는 DNA가 다른 ‘카뱅’은 이런 금기를 깨면서도 유연하고도 안정적인 OS의 과감한 채택으로 무려 1300억원 가까운 비용을 절감했다.  
 
이렇게 절감된 비용으로 카뱅은 혜택을 고객에게 돌렸다. 송금수수료를 없애고 ATM기의 수수료도 없앴다. 시중은행이 고객을 상대로 소액송금 수수료 장사를 할 때 카뱅은 눈앞의 작은 이익에 집착하지 않고 과감하게 확산전략을 도입한 것이다. 카카오톡, 카카오택시와 같이 수익보다는 무료 서비스로 전 국민을 사용자로 만들고, 수익모델을 나중에 접목한 전형적 플랫폼의 확산 전략을 사용했다.  
 
카뱅이 시중은행과 달리 눈앞 수익보다 미래 가치를 올리기 위해 노력한 결과는 곳곳에서 보인다. 자산은 많지 않지만 가까운 미래에 금융소비 핵심에 서게 될 MZ세대에 집중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특히 기존 금융의 고정 관념을 뛰어넘는 ‘모임 통장’ ‘26주 적금’을 비롯해 10대를 타깃으로 한 ‘카카오뱅크미니’등은 MZ세대의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카뱅 이용자의 60%가 왜 2030세대 인지를 확인시켜줬다.  
 
2018년, 사적 모임이 활발한 한국사회 특성을 감안해 만든 ‘모임통장’은 올해 2월 기준, 이용자 수가 850만명에 이를 만큼 성공적이다. ‘모임통장’은 ‘함께 쓰고 같이 본다’를 모토로 ‘모임의 총무 역할을 통장이 대신해준다’는 아이디어로 출발했다. 카카오톡에만 가입돼 있으면 모든 회원이 통장 개설 없이도 회비통장을 마음대로 볼 수 있게 함으로써 회비관리의 투명성을 올려주고, 통장이 없는 사람들이 카카오뱅크를 체험하게 해 카카오뱅크 인지도와 혁신적 이용자 경험을 확산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카카오뱅크 금융 상품인 '26주 적금' 화면. [사진 카카오뱅크]
 
‘26주 통장’은 1%대의 이자로 사실상 마이너스 금리를 줘, 고사 직전이던 소액 정기 적금의 고정 관념을 깨버린 히트 상품이다. 이 상품은 시중은행 적금이 1년 단위의 만기(滿期)만을 운영하다 보니, MZ세대가 정작 쓰고 싶을 때 적금을 해약해 손해를 보는 구조에 주목했다. 거기에 낮은 이자율도 문제였는데, 은행으로 유입된 고객을 신규고객으로 유치하고 싶어 하는 제휴사를 끌어들이는 파트너 적금방식으로 해결했다. 이자를 제외하고 가입금액에 따라 파트너사가 최대 10%에 가까운 구매 혜택을 주는 만큼 포인트나 이커머스식 혜택에 익숙한 MZ세대에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기존 은행들을 긴장시켰다. 첫 ‘26주적금’의 파트너는 이마트였다. 2주 만에 56만좌가 개설됐고, 다음으로 마켓컬리는 24만좌가 개설됐다. 최근 SPC그룹과 만든 ‘26주 적금 해피포인트’ 계좌는 이틀 만에 15만좌를 기록해 이마트의 56만좌 기록을 깰 기세다.  
 
14세에서 19세의 Z세대를 타깃으로 한 ‘미니뱅킹’ 역시도 기존 은행의 허를 찌르는 한 수였다. 주민등록증도 없고, 계좌도 없는 10대들에게도 가상 계좌를 이용해 모두가 ‘엄카’(엄마카드)를 쓸 때, 내 카카오 캐릭터로 멋지게 디자인된 ‘내 카’(내 카드)를 쓰는 ‘쿨한 나’를 만들어 줘 14~19세 인구의 40%(85만명)가 이 카드를 발급받게 했다. 입출금, 더치페이, 온·오프라인 결제, 교통카드가 가능한 금융서비스를 카뱅 UX로 시작한 이들이 성인이 돼 익숙하게 이용하게 될 금융서비스는 물어볼 필요가 없다. 이른바 록인(Lock-in) 효과(전환비용으로 인해 기존 상품을 계속 사용하게 하는 효과)이다. 

 
카카오뱅크가 내놓은 '미니카드' 모습. [사진 카카오뱅크]

플랫폼으로서 확장성 검증은 이제부터

IPO 성공으로 30조원 대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아 가볍게 업계 1위를 따돌리고 신데렐라로 등장한 카카오뱅크는 우선 투자자들로부터 플랫폼 브랜드로서의 미래 가치를 인정받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 4년이라는 짧은 속에 보여준 누구도 시도하지 못했던 혁신과 가능성을 기반으로 만들어낸 투자자에 대한 브랜딩의 승리다.  
 
그러나 뱅킹사업 실적대비 플랫폼 사업의 실질적 기여도는 8% 정도로 아직 미미하다. 카카오뱅크가 짧은 시간에 이룬 성과는 분명 눈부시기는 하나, 아직 증명해야 할 것은 적지 않다는 말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최근에 금융 플랫폼으로서 시도한 2금융권 연계 대출과 신용카드 모집대행, 주식연계 계좌 개설 등의 서비스가 확장의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 플랫폼으로서 국내 최대의 MAU를 보유한 카뱅이 뱅킹 서비스로 확보한 고객을 증권 서비스, 방카슈랑스, 이커머스, 자산 관리 서비스 등으로 단계적 확장을 도모하려는 로드맵을 차곡차곡 실천한다면 명실상부한 플랫폼 금융기업으로서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성공을 만들어나갈 것 같다.  
 
그러나 투자자에게 약속한 대로 금융플랫폼으로서의 확장성을 보여주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은 높고도 험하다. 규제중심의 정부정책은 기존 산업과의 형평성을 이유로 카카오뱅크에도 적용될 수밖에 없는 수많은 이유가 있다. 시가총액기준 우리나라 5대 그룹에 속해 버린 카카오가 ‘금산분리’정책의 칼끝에서 카카오는 되고 삼성은 안 되는 이유를 어떻게 피해 갈지도 지켜볼 대목이다.  
 
 
※ 허태윤 필자는 칼럼니스트이자 대학교수다. 제일기획과 공기업, 플랫폼과 스타트업에서 광고와 마케팅을 경험했다. 인도와 미국에서 주재원으로 일하면서 글로벌 마케팅에 관심을 가졌고, AR과 플랫폼 기업에 관여하면서 플랫폼 기업의 브랜딩을 연구하고 있다. 한국외국어대 광고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현재 한신대 평화교양대학 교수다. 
 

허태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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