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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학번’ 청춘경영인, 또다른 도전하기 딱 좋은 나이 89세

[인터뷰] 이금기 일동후디스 회장
‘아로나민골드’ 신화서 ‘하이뮨’ 아버지로
구순 바라보는 나이에도 62년째 현역 업무
3년 만에 흑자전환, 올해 2000억원 매출 눈앞

 
 
이금기 일동후디스 회장이 9일 오전 서울 광진구 구의동 일동후디스 본사 사옥에서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박종근 기자]
 
#55학번(서울대학교 약학과). 친구들보다 2년 늦게 대학에 진학했다. 전공으로 약학을 선택한 건 필연적이었다. 천식을 앓던 어머님을 위해 제대로 된 ‘약’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강했다. 졸업 후 동기 대부분이 개업의 길로 들어설 때 아주 작은 규모의 제약회사에 취직했다. 그곳에서 약 개발에 필요한 제조법부터 영업장부 정리까지 체득해 1년 뒤 일동제약 평사원으로 입사했다. 50년 재직기간 동안 수많은 히트제품을 만들어냈다. ‘국민영양제’ 아로나민 골드부터 유산균 비오비타, 위장약 큐란 등이 모두 그에게서 탄생했다.  
 
#33년생(89세). 지금도 그가 주목받는 이유는 구순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현역으로 뛰는 ‘노익장’ 때문이다. 2010년 일동제약에서 일동후디스를 분리해 나온 뒤로도 매일같이 구의동 본사에 출근 도장을 찍고 있다. 단순히 자리만 지키는 경영인이 아니다. 신제품 개발 및 마케팅에 일일이 아이디어를 내고 제품 출시까지 모두 참여한다. ‘약’으로는 병을 완화시키지만 ‘식품’으로는 완치가 가능하다는 게 그의 지론. 지난해 출시돼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하이뮨도 그의 작품이다. 그는 “이대로라면 95세까지 경영도 거뜬하다”며 웃었다.
 
‘80대 청춘경영인’, ‘제약·식품계 미다스의 손'…. 일동후디스를 이끌고 있는 이금기 회장 이야기다. 그를 한마디로 정의하면 이렇다. 제약회사를 거친 약대 출신, 올해 매출 2000억원을 바라보는 종합 식품기업의 왕회장. 전형적인 샐러리맨 성공스토리의 산증인이다. 의문도 든다. 이제는 좀 쉬어도 될 나이에 왕성하게 활동하는 이유와 그 에너지 원천은 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효자’ 하이뮨, 출시 10개월 만에 400억원 매출 달성  

이금기 일동후디스 회장이 9일 오전 서울 광진구 구의동 일동후디스 본사 사옥에서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박종근 기자]
 
지난 9일 서울 광진구 구의동 본사에서 이 회장을 만나보곤 이런 생각이 눈 녹듯 사라졌다. 양복을 말끔히 치려 입고 나타난 그는 머리카락과 눈썹이 세했지만 80대의 끝자락이라곤 믿기지 않을 정도로 동안인 데다 꼿꼿한 모습이었다. 무엇보다 일에 대한 열정과 애착이 남달랐다.  
 
이 회장은 “시력, 청력, 치아 상태도 양호해 일상생활이나 업무를 보는 데 불편함이 없다”면서 “지난 60여년 동안 내가 만든 제품을 꼭 챙겨먹는 게 건강 비법이라면 비법”이라고 말했다.
 
최근 이 회장의 출근길을 더 신바람 나게 만드는 건 단백질 보충제 ‘하이뮨’이다. 그가 개발부터 참여해 지난해 2월 출시한 하이뮨이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하면서 약 10개월간 4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하이뮨 덕분에 일동후디스는 지난해 6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3년 연속적자 늪에서 벗어났다. 올해 하이뮨은 700억원 매출 달성이 거뜬할 전망이다. 
 
 
매출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제품력이다. 이 회장은 하이뮨이 빠르게 시장에 안착할 수 있던 배경으로 ‘제품 경쟁력’을 꼽았다. 단백질보충제에 산양유 성분을 가미해 국내 유일의 단백질 건강기능식품을 만들어낸 장본인이 그다.  
 
“산양유 단백은 일반 우유 대비 소화 흡수력이 좋지요. 국내 단백질 보충제 중에 산양유가 함유된 제품은 하이뮨이 유일합니다. 차별화된 성분에 모델 장민호(트로트 가수)의 시너지가 더해지면서 효과를 톡톡히 봤죠.”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단백질 식품 시장이 급성장한 것도 한몫했다. 중·장년층의 근육 보충제로만 여겨졌던 단백질 보충제가 일반인은 물론 노년층에게까지 인기를 끌기 시작한 것. 20년 전부터 초유를 분유에 넣으면서 ‘초유 단백질’을 강조해 온 이 회장에겐 좋은 기회가 된 셈이다. 일동후디스는 올해부터 하이뮨을 전 세대를 겨냥한 건강기능식품 통합 브랜드로 확대해 나가고 있다. 더 많은 소비자들에게 하이뮨을 맛보게 하기 위함이다.  
 
“결국 병은 식생활에서 일어나고, 식생활 습관으로 고쳐집니다. 한국은 쌀이 주식이다보니 탄수화물 위주의 음식 섭취가 이뤄지고 상대적으로 단백질 섭취가 부족하죠. 단백질은 지방이나 탄수화물처럼 몸에 저장되지 않기 때문에 매일 본인 체중의 1kg당 1g 정도를 일정량 꾸준히 섭취하는 게 중요합니다.”  
 
이 회장의 일과 역시 자신이 개발하고 만든 제품들을 섭취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매일 아침 일어나 L-카르니틴(엘칸정)을 먹는다. 지방대사에 필수적인 것으로 일반 식품엔 별로 들어있지 않은, 지방을 태우는 원료가 들어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국내에서 단일 약품으로 가장 많이 판매된 아로나민 골드도 이 회장이 빼먹지 않고 챙겨 먹는 리스트 중 하나다.  
 

은퇴하는 날까지 제품 개발 도전…“기업 사명”   

 
특별한 점심 일정이 없다면 점심은 거르고 하이뮨으로 대체한다. 식사하더라도 소식하는 식습관을 지녔다. 물을 많이 마시고, 짜지 않게 먹는 것, 단백질 위주의 식사가 이 회장의 건강 비법이란다. 또 하나의 건강 비법은 ‘일’이다. 제품 개발에 할애하는 시간이 가장 많다.
 
“저는 항상 생각합니다. 뭘 만들어야 건강에 기여할 수 있는 제품이 나올까. 어떻게 남다르게 만드느냐 그런 생각이죠. 전공을 살려 제품과 사람의 몸에 대해 더 전문적으로 알 수 있다는 건 제가 가진 장점이죠. 그렇기 때문에 회사 이익보단 어떤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해 국민들의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을지가 제 사명입니다.”  
 
앞으로 어떤 제품을 개발하는 데 전념할 것이냐고 물었더니 노인을 위한 식품 개발을 장기적으로 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경영에서 은퇴하는 날까지 좋은 제품을 하나라도 더 남기고 가는 것이 사회에 기여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인터뷰 내내 느낀 이 회장은 ‘사업가의 허세’와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젊었을 때부터도 유흥에 관심이 없고 돈이 많이 드는 취미활동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몇 년전부터 세 버린 흰머리카락과 흰 눈썹을 염색할까도 했지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부정하는 것 같아 시도하지 않았다는 말에서 소탈하고 올곧은 성품이 느껴진다.  
 
회사 규모가 커진 지금도 일동후디스 본사 건물은 1985년에 지어진 낡은 5층짜리 그대로다. 엘리베이터도 없는 이 건물 3층. 이 회장은 직원들이 앉아 일하는 공간 한 쪽에 작게 마련된 회장실을 매일같이 오르락내리락하며 출근 도장을 찍고 있다. 그 발걸음의 자양분은 그가 노년에도 잃지 않은 도전, 그리고 꿈이었다.

김설아 기자 kim.seola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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