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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도 참전…‘유통 빅3’ 한샘·리바트·까사미아 ‘투자 성적표’는

롯데쇼핑, 업계 1위 한샘 지분 인수에 2995억원 투자
롯데·신세계·현대 3사 모두 ‘홈 인테리어 시장’ 참전
투자 성적 엇갈려…성장한 리바트 vs 지지부진 까사미아
롯데, 높은 매각가가 발목 잡을 가능성…시너지에 집중
달라지는 홈 인테리어 시장 지형도…‘빅3’ 경쟁도 치열

 
 
한샘 상암 본사, 현대리바트 샵, 신세계까사 전경. [사진 각사]
 
롯데가 홈 인테리어업계 1위 한샘을 품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커지는 리빙 시장에서 강력한 성장 동력을 얻는 한편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기대하는 눈치다. 이로써 백화점 3사 모두 가구회사를 보유하게 됐다. 신세계는 지난 2018년 까사미아를, 현대백화점은 2012년 리바트를 인수한 바 있다.  
 
롯데 참전으로 달라지는 홈 인테리어 시장 지형도. 각각 투자 성적표는 엇갈린다. 현대는 500억원에 인수한 리바트를 지난해 1조3846억원까지 키워냈지만 까사미아를 품은 신세계는 인수가 대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1800억원’이라는 몸값부터 악수를 뒀다는 평가도 나온다. 
 
반면 이번 롯데의 한샘 인수는 성공적이라는 분석이 많다. 한샘 자체 성장성이 우량한 데다 리빙 시장 전망도 밝다는 것이다. 다만 우려의 시각도 있다.  
 

한샘 품은 롯데…경영권 확보 가능성 커 

한샘 상암사옥. [중앙포토]
 
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한샘 경영권을 인수하는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IMM PE의 전략적 투자자로 결정됐다. 출자 금액은 2995억원. 이로써 롯데쇼핑은 한샘 지분 약 5%를 확보하게 됐다. 현재 지분율이 높지는 않지만 IMM PE가 지분을 매각할 때 롯데쇼핑이 우선 매수권을 갖고 있어 향후 롯데가 경영권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
 
롯데는 이번 인수에 사활을 건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롯데는 이베이코리아 등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한샘 인수전만큼은 달랐다는 평가다. LX그룹 등 쟁쟁한 경쟁사들과 승부에서 승기를 잡아냈다. 그만큼 롯데에 한샘이 매력적인 매물이었다는 분석이다. 
 
우선 계열사와 시너지다. 롯데는 한샘을 품으면서 롯데쇼핑, 롯데백화점, 롯데하이마트, 롯데건설 등 다양한 계열사와 시너지를 그려볼 수 있다. 홈 인테리어 시장이 코로나19 집콕 혜택을 얻고 계속해서 성장하는 것도 매력 포인트다.  
 
한샘 실적도 좋다. 한샘의 지난해 매출은 2조674억원, 영업이익은 931억원을 기록했다. 올 상반기엔 연결기준 누적 매출 1조1217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대비 10.9% 뛰었다. 영업이익은 529억원으로 32.9% 늘었다. 시장에서는 올해 한샘 매출은 2조2960억원, 영업이익은 1138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업계 일부에선 우려도 나온다. 비싼 매각 가격 때문이다. IMM PE는 한샘 인수와 관련해 1조5000억원 안팎을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이미 오를 대로 오른 인수 직전 한샘 주가(10만~11만원)의 약 2배를 쳐준 셈이다.  
 
이 매각가가 향후 롯데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 매각가대로라면 한샘의 기업가치가 5조 정도 된다는 것”이라면서 “시가 대비 30~50% 프리미엄이면 적정한데 지금 매각가는 2배 비싸다”고 꼬집었다. 또 “사모펀드 입장에선 나중에 팔 생각도 해야 하는데 이 경우 롯데쇼핑이 먼저 인수할 권리를 갖는다 해도 가격이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몸집 불린’ 현대 vs ‘아픈 손가락’ 된 신세계  

롯데가 이를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한샘에 대한 투자를 단행한 데는 경쟁사가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롯데와 함께 빅3 업체인 신세계와 현대백화점은 모두 수년 전 M&A로 홈 인테리어 시장에 진출해 몸집을 키우고 있다. 특히 현대백화점은 적은 금액으로 리바트를 사들여 최대 시너지를 내고 있다는 평가다.  
 
 
현대백화점그룹은 2012년 500억원을 들여 리바트를 인수했다. 인수 당시 매출액은 5049억원, 영업이익은 32억원에 불과했다. 2013년 6월 본격적으로 '현대 DNA'가 주입되기 시작한 후 리바트는 매년 성장해갔다. 사명도 ‘현대리바트’로 바꿨다. 그 결과 지난해 매출은 1조3846억원, 영업이익은 372억원으로 인수 당시보다 12배 이상 뛰었다. 현재까지 현대리바트는 전국 580개 매장을 운영하며 업계 2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반면 신세계의 투자 성적표는 부진하다. 까사미아는 정유경 신세계그룹 총괄사장이 2015년 취임 후 단행한 ‘첫 인수 작품’이다. 정 사장은 2018년 리바트보다 3배 이상 비싼 몸값을 지불하고 까사미아를 사들였다. 인수금액은 1837억원. 인수 당시 신세계그룹이 잡은 까사미아 매출 목표는 2023년에 4500억원대다. 이후 1조원을 달성해 한샘, 현대리바트 등과 경쟁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눈에 띄는 성장세는 보이지 못하고 있다. 2018년 매출 1096억원에서 지난해 1634억원으로 소폭 늘었고 영업이익은 2018년 -4억원에서 지난해 -103억원으로 되레 적자 폭이 커졌다. 가구업계 관계자는 “매출도 1000억원 수준의 국내 10위권 가구업체를 1800억원을 주고 샀다는 사실이 아직도 미스터리”라면서 “10위권 가구업체 중 유일하게 생산시설이 없고 사업 포트폴리오도 B2C로 협소한 것이 큰 단점”이라고 지적했다.  
 
신세계 강남점에 위치한 까사미아 매장. [사진 신세계까사]
 
물론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긍정적인 시그널도 보인다. 까사미아는 올해 사명을 ‘신세계까사’로 바꾸고 프리미엄·온라인 전략 강화 등 돌파구 찾기에 나서고 있다. 성과는 일부 나타나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 까사미아와 오프라인 플랫폼 굳닷컴을 통해 올해 상반기 978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 대비 35.7% 성장한 수치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 역시 47억8600만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영업소신실 69억원보다 30.7% 가량 폭을 줄였다.  
 
신규 매장 오픈 효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까사미아 인수 후 신규 매장을 공격적으로 출점해 지난해 18개, 올해는 11개 신규 매장을 열었다. 하반기 중 8개 이상 신규매장을 추가할 계획이다. 다만 옥석을 가르기 위해선 내년이 지나봐야 안다는 시각도 있다.  
 
가구업계 관계자는 “매출이 많이 늘어난 것은 잘한 일이지만 신규 매장 오픈으로 없던 매출이 생긴 거라 수익성에 대한 진가를 보기 위해선 내년쯤 돼봐야 한다”면서 “코로나19 시대에 일시적인 매출 효과일지, 포스트 코로나시대에도 경쟁력 있는 홈퍼니싱 업체로 살아남을지는 지켜볼 일”이라고 말했다.  
 

‘빅3’ 유통 전쟁…인테리어 시장에서 재현  

업계에선 롯데까지 가세한 만큼 한샘과 현대리바트를 쫓으려는 신세계까사의 움직임이 앞으로 더 활발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샘과 현대리바트 역시 다양한 유통채널과 관련 계열사를 통해 경쟁력을 끌어올릴 전망이다.
 
롯데는 롯데백화점을 통해 한샘의 대규모 매장을 잇달아 오픈하면서 리빙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올해 들어 1050평 규모의 한샘 울산점 매장, 2개 층에 자리한 메종 동부산 매장 등을 열었다. 인테리어 소재를 생산하는 화학 계열사, 롯데건설과의 시너지도 기대된다. 
 
리바트 스타일샵 전경. [사진 현대리바트]
 
현대는 이미 계열사 간 윈윈 효과를 보고 있다. 2018년 인수한 현대 L&C에서 가구 소재를 생산해 현대리바트에 납품하고 이를 가공해 리바트 매장에서 판매하면서 긍정적인 시너지를 얻고 있다. 최근에는 가구업계 최초로 ‘내일 배송’ 서비스를 도입해 고객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경기도 용인시에 신규 공장도 건립 중이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연초 제시한 ‘비전2030’에서 리빙 매출 목표치는 약 5조원. 그 핵심축으로 현대리바트를 낙점했다는 분석이다.  
 
가구업계 관계자는 “빅3의 유통 전쟁이 홈 인테리어 시장에서 재현될 전망”이라면서 “유통과 가구·인테리어 분야는 충분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업분야로, 오프라인 매장을 보유한 백화점과 결합한다면 윈윈하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신세계가 비싸게 산 까사미아의 부진을 어떻게 털어낼지, 롯데가 디자인 및 판매에 특화된 한샘을 어떻게 시너지로 연계해나갈지, 가구 소재 생산부터 판매까지 전 과정을 구축한 현대가 한샘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라고 분석했다. 
 

김설아 기자 kim.seola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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