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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요자 피해에 시장 왜곡 우려까지...'규제 일변도' 대출 규제 '시끌'

5대 시중은행 연간 대출 증가율, 코로나19 이전에도 평균 7%
총량 중심에서 "대출 심사 강화 등 자율적 관리 필요" 목소리도

 
 
서울의 한 시중 은행 외벽에 전세 대출 상품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가계대출과의 전쟁'을 선포한 금융당국이 국내 금융사를 상대로 전방위 규제 압박에 나선 가운데 대출 실수요자들의 거센 반발 등 크고 작은 잡음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당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무분별한 대출 수요가 우리 경제의 잠재 리스크를 키우는 만큼 총량 규제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5~6%라는 수치 기반의 강제 조치가 적절하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코로나19 발생 이전에도 대출 증가율 7% 안팎 

금융당국 주도의 가계대출 관리 지침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에는 최근 수년간 가계대출 증가율이 5~10% 수준에서 등락을 보여왔다는 점에서다. 
 
실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연간 대출 증가율을 보면 지난 5년간 대출 증가율이 5%를 이내로 떨어진 적은 한 번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이전인 2016년부터 2019년까지 5대 은행의 대출 증가율은 평균 7.4%를 기록했다.  
 
연도별로 보면 2016년 말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은 전년 말 대비 9.2% 증가했고, 2017년엔 5.4%, 2018년엔 7.9%, 2019년엔 7.0%, 2020년엔 9.7%를 기록했다. 
 
올 들어서는 상반기까지 5대 은행의 대출 증가율은 지난해 말보다 평균 2.8% 증가하는 데 그쳤다. 다만 하반기 들어 대출 수요가 늘며 일부 은행의 대출 증가율은 5%를 넘어선 상황이다. 
 
지난 24일 기준으로 지난해 말 대비 가계대출 증가율은 NH농협은행(7.18%), 하나은행(4.77%), KB국민은행(4.29%), 우리은행(3.61%), 신한은행(2.43%) 순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 올해 역시 평년 수준과 비교해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오히려 일괄적인 대출 규제가 풍선 효과와 함께 실수요자들의 불편과 불만만 야기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은행권 내부에서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위해 당국이 일반적으로 늘어나는 대출의 수준보다 까다로운 기준을 요구하면서 시장이 왜곡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나라 금융당국처럼 인위적으로 대출 수요를 틀어막는 경우는 금융선진국에서는 찾기 힘들다"라며 "미국도 은행들이 자율적으로 대출 심사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금융시장이 움직이고 있는데 이런 측면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거세지는 대출 옥죄기…금융위는 추가 규제 예고 

대출 규제에 대한 업계 안팎의 비판이 높아지고 있지만 금융당국의 규제 스탠스는 더욱 강화되는 분위기다. 이미 1800조원을 넘어선 가계대출 총량이 국내 금융시스템을 위협할 수준까지 왔다는 판단에서다.   
 
당국의 대출 규제로 인해 농협은행이 가장 먼저 11월 말까지 신규 가계 부동산담보대출을 중단한 이후 다른 시중은행들도 일제히 신용대출 한도를 차주의 연봉 이내로 제한했고, 이 외에 주택담보대출 한도 조정과 함께 전세자금대출도 임대차계약 갱신 시 보증금 증액 범위 내에서만 운영하기 시작했다.  
 
최근엔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이 모기지신용보험(MCI), 모기지신용보증(MCG) 가입 제한으로 가계대출 한도 조절에 나섰다. 아울러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도 MCI·MCG 일부 상품 신규 판매를 중지한다고 밝혔다. 또 대출 모집인을 통한 대출 지급도 일시 중단하기로 했다.
 
여기에 금융당국은 전세대출에 대한 규제도 예고한 상황이다. 앞서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실수요와 관련 없는 전세자금대출의 금리를 조정할 수 있다는 의중을 내비친 것. 
 
고 위원장은 지난 28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정책금융기관장들과 간담회를 가진 뒤 기자들을 만나 "전세대출은 실수요자 대출이기에 세밀하게 봐야 하는 측면이 있는 반면 금리 조건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지적이 있어서 종합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고 위원장은 "현 상황에서 가계부채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에 정책금융기관장들도 다들 동의했다"며 "가계부채가 금융시스템 안정성을 훼손하지 않도록 엄격히 관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용우 기자 lee.yongwo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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