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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주식을 산다고? 종목의 ‘금리 민감도’ 꼭 따져야 [이종우 증시 맥짚기]

美서 보듯 IT 등 기술주는 금리 상승 타격 커
투자한다면 예대마진 느는 은행‧보험 등 금융주 고려해 볼만

 
 
[중앙포토]
  
국내외 주식시장이 크게 하락했다. 금리가 주가를 끌어내린 주요인이었다. 9월 22일 1.30%였던 미국의 10년물 국채수익률이 열흘도 안 되는 사이에 1.5% 중반까지 급등했기 때문이다. 미국 금리 상승의 영향으로 우리 국채 10년물 금리도 2.07%에서 2.23%가 됐다.
 
시장에서는 국내외 금리가 갑자기 상승한 이유로 세 가지를 꼽고 있다. 먼저 통화정책 정상화가 예상보다 빨라졌다는 점이다.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유동성 공급을 줄이는 테이퍼링이 조만간 발표될 거라는 언급이 있었다. 시장에서는 11월에 테이퍼링 방안이 나오고, 12월에 시행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점치고 있다. 시행은 매월 150억 달러씩 유동성 공급 규모를 줄여, 내년 중반에 테이퍼링을 끝내는 형태가 될 것이다.  
 
또한 기준금리 전망이 테이퍼링보다 더 눈길을 끌었다. 내년에 기준금리를 인상할거라 전망하는 사람이 늘었다. 그 동안 연준은 고용이 기대에 부합할 경우 정책 변화를 생각해보겠다고 얘기해 왔다. 8월 고용지표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금리 인상을 거론하는 빈도수가 늘어난 건데, 자산시장을 감안할 때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본 것 같다.  
 
아직은 내년에 금리를 한번 인상하는 정도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많지만, 사정에 따라서는 두 번 인상이 될 수도 있다. 사정이란 주택가격을 의미한다. 7월에 미국의 주택가격이 19.7% 상승했다. 사상 최고치로, 지금 주택가격을 잡지 못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주택가격을 잡기 위해서는 금리와 유동성 조절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인플레가 예상보다 강한 것도 정책을 바꾸는 요인이 되고 있다. 그동안 연준은 물가 상승이 일시적이라는 견해를 가지고 있었다. 공급 병목현상이 생겨 물가가 오르고 있는데, 조만간 병목현상이 정리될 것이므로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최근 이 견해를 바꿨다. 올해 물가상승률이 4%에 육박하고, 내년에도 2%대 후반이 될 가능성이 있음을 인정한 것이다.  
 
지금 전 세계는 다양한 물가 상승 요인을 안고 있다. 중국의 전력난, 영국의 주유소 대란, 에너지‧비철금속 등 원자재와 운임지수 가격 급등 등 일시적 요인으로 치부하기에는 상승 요인이 너무 많고 강하다. 미국의 고용이 생각만큼 늘지 않고, 대신 임금이 상승한 것도 인플레 장기화를 유발하는 요인으로 자리하고 있다.  
 
미국 정부의 디폴트 가능성이 나오는 것도 금리에 부담이 된다. 지난 7월말 미국의 부채한도 유예기간이 종료된 후 재무부가 사용해 왔던 비상재원이 고갈될 위기에 놓여있다. 옐런 재무부 장관이 10월 18일을 마지노선으로 제시했는데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미국 정부 셧다운과 신용등급 강등에 대한 공포가 커질 것이다. 2011년 미국 신용등급 강등으로 금융시장이 흔들렸던 공포가 다시 떠오르고 있다.
 

국내외 시중금리, 추가 상승이 예상돼

5년이상 장기금리와 2년이하 단기금리는 금리를 움직이는 요인이 다르다. 장기금리는 경기와 물가 같은 경제 상황에 따라 변하는 반면, 단기금리는 중앙은행의 정책이 큰 역할을 한다. 올해 미국의 장기금리는 1~3월초에 크게 오른 후 반년 가까이 하락했지만, 단기금리는 그 기간에도 고점부근에 머물다 최근 다시 전고점을 넘었다. 테이퍼링 시작이 빨라지는 등 통화정책 정상화가 예상보다 당겨질 가능성이 금리에 반영된 것이다.  
 
단기금리 상승이 앞으로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11월에 테이퍼링이 시작되는데다, 주택가격이 잡히지 않을 경우 정책 강도가 더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단기금리가 올라가면 시간을 두고 장기금리도 상승한다. 이번 국내외 금리 상승은 지난 3월 기록했던 금리 고점에 도달할 때까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그 다음도 문제다. 미국 10년물 국채수익률이 전고점인 1.7%를 넘을 경우 2%까지 빠르게 상승할 것이다. 그럼 시장에서는 ‘이제 저금리 시대가 끝났다’는 생각이 더 힘을 얻을 수밖에 없다.  
 
금리 상승에 따른 주가 반응은 현재가 지난 1분기보다 더 강하다. 지난 1월 1.07%였던 미국의 10년물 수익률이 3월 중순에 1.73%가 됐다. 50일 만에 저점에서 70% 가까이 상승한 건데, 해당 기간 금리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나스닥 지수는 1.3% 하락했다. 이번에는 금리가 지난달 23일 1.30%에서 월말에 1.53%로 오르는 동안 나스닥 지수가 3.5% 하락했다. 금리 상승 폭이 1월의 절반도 안 되는 데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배 넘게 떨어진 것이다.  
 
코스피는 모양이 조금 다르다. 1월 3200에서 3월 3045까지 5.1% 하락한 반면 이번에는 2% 하락에 그치고 있다. 이 차이는 금리가 처해 있는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발생했다. 미국 금리가 3월 1.7%에서 1.2%까지 내려오는 동안 우리 금리는 2.1%에서 1.8%로 떨어지는데 그쳤다. 금리 하락이 작았기 때문에 주가 하락도 작았던 것이다.  
 
앞으로 주식시장 모양이 또 달라질 수 있다. 지난 주에 우리 10년물 금리가 3월의 고점을 강하게 돌파했다. 두번째 상승이 이전 고점보다 높은 수준에서 진행되고 있는 만큼 금리가 지금보다 더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도 속도를 더할 것이다. 연내에 금리를 한 번 더 올려 1%를 만든 후 대선이 열리는 3월 이전에 세 번째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  
 
다른 선진국도 상황이 비슷하다. 이미 영국 중앙은행이 내년 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신흥국에서 시작된 금리 인상이 선진국까지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데, 그만큼 금리 위험이 커졌다. 금리의 영향이 커지면 커질수록 주가가 더 하락할 수 있다. 조만간 코스피 3000선 붕괴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주식 매도, 지금은 투자를 할 때가 아님

당분간 금리 상승이 계속된다는 가정 하에 투자 전략을 짜는 것이 맞다. 매수를 보류하는 건 물론 매도를 통해 주식수를 줄여야 한다.  
 
지난해 주가 상승의 가장 큰 동력은 저금리와 유동성 공급이다. 이번 금리 상승으로 주가를 끌어올렸던 동력이 사라진 건데, 이 상태에서는 주가가 오를 수 없다. 1분기에 금리가 올랐을 때만 해도 상승이 일시적일 거란 전망이 많았다. 투자자들이 오랜 시간 낮은 금리에 길들여져 금리 변화를 인정하지 않으려 했기 때문이다. 이번은 사정이 다르다. 금리가 두 번째 상승을 하고 있어 추세 변화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좋지 않은 상황에서 굳이 주식투자를 하고, 투자 규모를 늘릴 이유가 없다.  
 
투자 종목을 정할 때 금리 민감도를 꼭 따져야 한다. 미국 시장에서 보는 것처럼 IT(정보통신)를 비롯한 기술주는 금리 상승의 타격을 크게 입으므로 피해야 한다. 당연히 코스닥이 코스피보다 불리하다. 반면 은행, 보험 등 금융주는 고려해 볼만한 대상이다. 금리가 높을수록 은행의 예대마진이 늘어나고, 보험은 채권투자를 통한 이익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이종우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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