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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도 소액주주님이신가요?②] 주주 목소리 커지자 다시 고개드는 행동주의펀드

트러스톤 행동주의 펀드 6개월 수익률 8.97%, 주식형 펀드 평균 상회
라이프운용, ESG 개선 여지 높은 기업 골라 투자하고 경영개선 지원

 
 
◆ 스페셜리포트
① ‘뭉쳐야 세진다’ 기업 맞선 소액주주운동
② 주주 목소리 커지자 다시 고개드는 행동주의펀드 
 
최근 주식시장에서 행동주의 펀드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중요해지면서,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통한 경영 참여·감시가 필요하다는 사회적 인식이 커졌기 때문이다. 직접 투자 열풍으로 늘어난 소액주주들이 기업에 맞서는 분위기가 형성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 행동주의 펀드는 기업의 지분을 사들여 일정한 의결권을 확보한 뒤 경영에 개입하거나 지배구조 개선, 배당확대 등을 요구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린다. 
 
1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월 27일 국내 독립계 자산운용사인 트러스톤자산운용(트러스톤)은 행동주의 공모펀드인 ‘ESG레벨업’을 출시했다. 지난 6개월 수익률은 8.97%(18일 기준)로, 같은 기간 전체 주식형 펀드 평균(-5.70%)를 웃돈다. 
 
ESG레벨업은 유니버스 내에서 자체적으로 ESG 등급을 분류하고 ESG 개선이 기업가치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는 기업에 주로 투자한다. 기업의 ESG가 개선되는 과정에서 주가가 크게 오를 것으로 예상해서다. 투자한 기업이 ESG 개선 노력이 부족할 때를 대비해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 권한도 확보한다. 트러스톤 측은 “ESG레벨업 펀드의 편입 종목 중 특히 지배구조(G) 개선이 필요한 기업들에 대해 주주활동을 준비하거나 시행 중에 있다”고 말했다.  
 
일례로 트러스톤은 지난 2월부터 ESG레벨업 펀드가 투자한 BYC 주식을 사들였다. 지난달 23일 기준 BYC 전체 발행주식 가운데 트러스톤이 보유한 주식 비율은 7.82%다. 보유 목적은 ‘단순투자’가 아닌 ‘일반투자’다. 일반투자는 단순투자와 달리 임원의 선임과 해임, 정관변경, 보수 산정, 배당 확대, 임원 위법행위에 대한 해임 청구권 행사 등 경영권 참여가 가능하다. 다만 아직까진 BYC에 주주서한을 발송하는 등의 본격적인 주주활동에 나서진 않은 상태다.  
 

ESG 경영·소액주주 운동에 행동주의 펀드도 활성화 

 
국내 행동주의 펀드는 지난 2018년 스튜어드십코드(수탁자책임의무)가 도입되던 해에 여럿 탄생했지만, 현재 적극적인 주주활동을 거의 중단한 상태다. 대표적인 사례가 KB자산운용의 ‘KB주주가치포커스‘ 펀드다. KB자산운용은 해당 펀드 출시(2018년 3월) 직후 투자 기업인 골프존에 주총 결의 취소소송을 내고, 이듬해 6월엔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받는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에 지배구조 개선과 기업가치 증대를 위한 주주 서한을 발송하는 등 경영 참여 활동을 다수 펼쳤다. 
 
다만 성과가 좋진 않았다. 당시 에스엠은 KB자산운용이 보낸 주주 서한을 ‘전면 거부’하며 사실상 무시하는 태도를 보였다. 그러자 국내에 불었던 행동주의 펀드 바람도 크게 사그라들었다. KB자산운용도 최근엔 기업 경영에 대한 적극적 관여를 거의 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2월 KB자산운용이 주주가치포커스 펀드가 투자한 효성티앤씨, 광주신세계, 컴투스 등 6개 기업에 대한 지분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에서 ‘일반 투자’로 변경 공시한 것이 사실상 마지막 주주활동이다. KB자산운용 관계자는 “행동주의 투자의 목적이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높이는 것인데, 주주 서한 발송 등 적극적 방법만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지금은 펀드 운용 컨셉을 조금 바꿔서 ESG 지표가 좋은 기업들, 주주가치 극대화가 가능한 기업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동안 잠잠하던 행동주의 펀드가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한 건 올해부터다. 국내외에서 기업의 ESG 경영이 중요해지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발생 이후 늘어난 개인들의 직접투자가 늘어난 것도 요인 중에 하나다. 개인투자자들이 소액주주연대를 만들어 기업 경영에 목소리를 내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다.   
 

최근엔 기업과 협력하는 ‘우호적 행동주의’가 대세

 
가장 최근에 출시(7월 29일)된 건 라이프자산운용(라이프운용)의 ‘한국기업ESG향상’ 사모펀드다. 금융투자업계에서 ‘가치투자 대가’로 알려진 이채원 라이프운용 이사회 의장이 진두지휘하는 행동주의 펀드로 알려져 있다. 해당 펀드는 저평가 기업 가운데 ESG 개선 의지가 있는 곳에 선별적으로 투자해 ESG 향상을 돕는, 이른바 ‘우호적 행동주의 전략’을 취한다.  
 
이채원 라이프자산운용 이사회 의장
 
라이프운용 관계자는 “기업을 강하게 압박하는 ‘적대적 행동주의’가 아닌 꾸준한 소통과 협력을 통해 기업가치 제고를 꾀하는 ‘우호적 행동주의’가 한국기업ESG향상 펀드의 운용전략”이라며 “펀드가 투자하는 종목에 대해선 3~5% 사이로 지분을 확보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국기업ESG향상 펀드의 설정 이후 수익률은 -1.19%다. 이에 대해 라이프운용 측은 “비교지수로 삼은 코스피 지수가 같은 기간 7.27% 빠진 것을 고려하면 나름대로 수익률 하락 방어에 성공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VIP자산운용의 행동주의 사모펀드 ‘트리플A'가 눈에 띈다. 지난 9월 7일 VIP자산운용은 트리플A 펀드가 투자한 아시아시멘트의 지분 5% 이상 취득 공시를 내며, 보유목적을 ’일반투자‘로 명시했다. 그러면서 ’아시아시멘트의 기업가치 정상화를 위해 주주 환원율을 최소 50% 수주 이상으로 올리고, 장기적인 주주정책을 사전에 공시할 것을 권유한다‘고 적었다. 적극적인 경영 참여은 아니지만, 기업가치 개선을 위한 주주활동 가능성을 열어둔 행보다. 18일 기준 트리플A 펀드의 6개월 수익률은 16.02%, 1년 수익률은 48.43%에 달한다. 
 
행동주의 펀드가 재확산 됐지만, 전략은 조금 바뀌었다. 그동안에는 행동주의 펀드들이 강력하게 경영 개선을 요구했다면 최근엔 과거보다 온건한 전략으로 입장 선회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목소리를 높이고 강력하게 경영개선을 요구할수록 오히려 단순 주가 띄우기 위함이라는 비난을 받는 경우가 더 많았다”며 “기업 사냥꾼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쓰기보단 차라리 기업과 협력해 서로 윈윈하는 우호적 이미지가 더 낫다는 판단에 운용사들도 입장을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강민혜 기자 kang.mi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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