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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 부실 폭탄 ‘째깍째깍’…“돌파구 없는 금융위기 온다”

[인터뷰] 서영수 키움증권 이사, 신간 [2022 피할 수 없는 부채위기] 펴내
“현 DSR 규제, 갭투자 부추겨 위기 키우는 반쪽짜리 대책”
“고액 전세대출은 주택 과소비 부추겨”

 
 
서영수 키움증권 이사 [홍다원 기자]
 
“2023년 가계부채 4100조원, 국내 GDP 대비 195%”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숫자들을 향해 대한민국이 달려가고 있다. 이 숫자들이 현실화하는 시점도 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2023년 말이면 정부도 ‘손쓸 수 없는’ 수준으로 가계부채가 팽창할 것이란 예측이다. 문제는 단순한 팽창이 아니다. 부실화에 따른 ‘진짜 위기’의 도래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새로 출범한 고승범號(호) 금융위원회가 가계부채 총량 규제에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점이다.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가계부채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위기감의 발로로 읽힌다. 이대로 부채 버블이 터질 때까지 놔뒀다가는 미국이 2008년 겪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그대로 답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의 대책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시각도 있다. 최근 [2022 피할 수 없는 부채 위기]를 펴낸 서영수 키움증권 이사는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현 부동산 시장 안정화 대책보다 더 본질적인 구조의 재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문재인 정부가 주창해온 ‘소득 주도 성장’ 역시 결국은 ‘부채 주도 성장’이었다는 비판도 서슴지 않았다.
 
서 이사는 갭투자 증가를 부추겨 전체 위험을 키우는 악순환이 앞으로도 지속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다음은 서 이사와의 일문일답. 
 
서영수 키움증권 이사 [홍다원 기자]
 

전세자금대출 뺀 DSR규제는 위험성 키우는 정책

현재의 가계부채 규제는 반쪽짜리에다가 갭투자를 통한 위험을 키우는 악순환의 규제라고 지적했다.  
그렇다. 현재의 DSR 규제는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정책이다. 문제 해결의 핵심은 전세대출을 얼마나 컨트롤하느냐에 달려있다. 전세대출을 전체 대출 총량에 포함했어야 했는데 그것이 안 됐다. 규제 방향은 맞지만, 더욱 디테일에 강해야 하고 강력한 의지가 필요하다. 규제 강화를 지속해서 끌고 나갈지는 지켜봐야 한다. 문제는 글로벌 금융 환경이 유동성 축소로 가고 있다는 점이다. 차기 정부에서도 현 가계부채 수준을 방치할 수는 없을 것이다. 자체적으로 선제적 부채 구조조정이 이뤄지지 않고 타국과 시장에 의해 구조조정이 일어나면 항상 위기가 찾아온다. 그 충격은 크고 비용도 많이 든다.  
 
위기가 오면 어떤 현상이 발생하는지.
한국 시장은 집값이 떨어지게 되면 거래가 급감하는 특징이 있다. 주택시장 침체기에 들어서는 것인데 집값이 떨어지면서 거래가 줄고, 그래서 집을 팔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 그렇게 되면 연체가 증가하고 은행에서는 적극적으로 대출 상환을 요구한다. 둘째는 미분양이 증가하고 부동산 PF 등 사업에 문제가 발생한다. 집값이 떨어지는데 아무도 집을 사지 않게 되면서 공급이 남아도는 것이다. 결국 사업 중단과 금융사의 부실이 발생한다. 국제노동기구(ILO) 기준으로 국내 건설과 부동산업에 종사하는 고용 인구는 전체의 18.6%를 차지했다(2019년 기준). 우리나라는 지나칠 정도로 부동산 중심의 경제시스템이다. 집을 살 때 이뤄지는 가구 등의 소비를 생각하면 내수 소비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 바꿔 말하면 정부가 지금까지 왜 집값 부양을 했겠는가. 아무도 집값이 떨어지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에 부채 주도 성장을 이어온 것이다.  
 
갭투자를 원천봉쇄하는 것이 불가능한가.
의지만 있으면 가능하다. 강남처럼 토지거래 허가제를 생각하면 된다. 집값을 안정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갭투자를 규제하는 데 있다. 정부에서 안 할 뿐이다. 집값이 폭락할 것 같으니까 못하는 것이다. 제도적 보호 장치가 가능한데도 말이다. 전체 부동산 거래에서 갭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3분의 2가 된다. 그 거래가 줄게 되면 매수 여력이 약해지고 레버러지가 낮은 실수요 거래만 남게 된다. 갭투자를 규제하면 집값을 부양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진다. 전세대출 지원은 집값을 올리려고 나온 것이다. 지금은 새삼스레 실수요 대출이라고 일컫는 상황이다. 
 
서영수 키움증권 이사 [사진 홍다원 기자]
 
전세대출이 실수요 대출이 아니란 얘긴가.
실수요자의 정의가 어떻게 되는가? 지금은 무주택자면 상환 능력과 상관없이 레버러지를 90% 이상 높여 수십억 원에 달하는 집을 매매해도 실수요자로 본다. 그런 매매를 보호해야 하는가? 이는 잘못된 개념이다. 자신의 소득으로 감내하는 정도에서 원리금분할상환을 하는 소비자를 보호하는 것이 진짜 실수요자 보호다. 주택 과소비를 보호해줬기 때문에 집값이 이런 상황이 된 것이다. 투기는 수요의 문제다. 공급의 문제가 아니다.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비교한다면.
현재 우리나라 가계부채 수준이 3200조원이 되는데 거기에다 가계성 법인 대출을 합치면 3500조원이 넘는다. 정부 부채까지 더해지면 220~230%가 되면서 전세계에서 정부 부채가 가장 심각한 나라가 될 수 있다. (서 이사는 책에서 가계부채 증가 속도로 보면 2023년 말 가계부채 규모는 GDP의 195%, 4100조에 근접한다고 전망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 주도의 부채 구조조정을 통해 가계부채 비율을 GDP 100% 이내로 낮춘다 해도 2000조원을 떠안아야 한다며 현실적으로 정부 주도의 질서 있는 구조조정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정부가 부채총량 규제를 하고 있지 않은가. DSR도 내년부터 더 강화된다.  
신용대출 규제하는 데 효과가 있겠지만, 본질적으로 전세대출이 빠졌다는 점이 문제다. 그렇게 규제해봐야 오히려 역효과만 나타난다. 갭투자를 부추기기 때문이다. 정부는 다시 부양책을 써서 위기를 미래로 떠넘길 수도 있다. 일각의 주장대로 후세가 다 불행해지거나 위기가 터지거나 하는 식이다.
 
상환 능력 있는 대출 심사가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미국과 일본에서는 대출자가 소득으로 빚을 상환할 능력이 있는지를 가장 중요하게 본다. 집이 폭락할 경우 담보는 무가치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은행들은 반대로 한다. 그러다 집값이 폭락하면 거래가 안 되고 가치가 떨어지는데 그 손실이 은행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지금은 집값과 은행이 운명 공동체처럼 되어 있다. 얼마나 위험한가. 지금처럼 정부가 주도하는 대출 규제가 아니라 은행 스스로가 대출을 규제하고 그 책임을 지도록 하는 데도 해결책이 있다. 미국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이후 갚을 능력이 없는 대출 지급으로 생기는 문제를 모두 은행이 책임지듯, 국내 은행도 그렇게 해야 과소비성 대출을 스스로 제어할 수 있다. 금융소비자보호법을 통해 과잉 대출을 원칙적으로 은행 책임에 두고, 금리나 수수료 책정 등은 은행이 하도록 해야 한다. 충당금 적립률도 높여야 한다. 정부와 감독기구는 그 점을 관리·감독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
 
서영수 키움증권 이사는 한양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경제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를 받았다. 굿모닝증권(현 신한금융투자), 대우증권 등을 거쳐 2006년부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에서 금융부문 애널리스트로 활동 중이다. 2018년엔 인터넷전문은행 TF 팀장을 역임했다. 7차례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선정된 국내 대표 금융 전문가로 꼽힌다. 지난 2019년 가계부채 문제의 심각성을 다룬 ‘대한민국 가계부채 보고서(2019)’ 발간 이후, 2년여 만에 ‘2022 피할 수 없는 부채 위기’ 신간을 펴냈다.  


이용우 기자 lee.yongwo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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