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셀트리온헬스케어에 렉키로나 485억원 어치 공급’ 첫 단독 공시
분식회계 논란 나오는 상황, 허수 가능성 낮아…이틀 걸친 계약 합산 공시 이례적

셀트리온이 유럽연합(EU)에서 정식승인 받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 '렉키로나'의 공급계약을 공시하며 수출이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는다. 특히 주주들 사이에선 이번 공시가 렉키로나 공급의 첫 단독공시이고, 두 건의 계약내용을 담은 공시라는 점 등에서 렉키로나 글로벌 수출 본격화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진다.
셀트리온은 지난 26일 셀트리온헬스케어에 렉키로나 458억원어치를 공급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증권가에서 추정한 지난 1~3분기 렉키로나의 공급계약보다 더 큰 규모다. 이번에 셀트리온헬스케어에 공급되는 렉키로나가 구체적으로 어떤 지역에 판매되는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EU에서 정식 승인을 받은 뒤 글로벌 판매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걸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이번 공시는 셀트리온이 셀트리온헬스케어에 공급하는 렉키로나의 가격규모가 처음으로 명시돼 주목을 모은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서정진 셀트리온 명예회장이 직‧간접적으로 지분을 보유한 회사로, 사실상의 특수관계인이다. 셀트리온이 개발‧생산한 의약품의 해외 독점판매권을 바탕으로 마케팅과 판매 역할을 하는 회사다. 셀트리온이 해외로 판매하는 모든 바이오의약품은 셀트리온을 거쳐 나가는 구조다. 렉키로나도 마찬가지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올해 2월 셀트리온에 렉키로나 개발비용의 50%인 499억원을 지불하고 렉키로나의 해외독점판매권을 획득하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셀트리온이 셀트리온헬스케어와 렉키로나의 공급계약을 체결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셀트리온은 앞서 지난 1분기말과 2분기말 다른 바이오시밀러의약품과 함께 렉키로나의 공급을 알린 바 있다. 3월 30일 공시(계약일 3월 29일)엔 유플라이마, 램시마IV, 허쥬마, 트룩시마 등 바이오시밀러와 함께 2686억원을 공급하는 내용이 담겼고, 6월30일(계약일 6월 29일)엔 램시마와 트룩시마, 렉키로나를 합쳐 2611억원어치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하지만 이 계약들은 다른 의약품과 함께 계약‧공시가 이뤄졌기 때문에 렉키로나가 얼마나 공급됐는지 알 수 없었다. 증권가에선 셀트리온이 올해 1~3분기 렉키로나 판매를 통해 거둔 매출이 500억원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는 지난 16일 발행한 리포트에서 셀트리온이 인식한 렉키로나의 올해 1~3분기 매출 규모를 452억원 수준으로 추정한 바 있다. 이는 국내에서 판매된 물량까지 더해진 금액이다. 이를 기준으로 볼 때 셀트리온이 이번에 공시한 렉키로나의 공급 규모는 유의미한 것으로 파악된다.

물론 셀트리온그룹의 사업구조를 감안할 때 계약금액엔 허수가 있을 수 있다. 셀트리온이 셀트리온헬스케어에 공급한 렉키로나가 모두 각 시장별 의약품 공급사 등 외부에 판매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사업구조는 앞서 수차례 문제가 제기돼 왔던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현재 상황을 고려했을 때 셀트리온이 셀트리온헬스케어에 터무니없이 많은 물량을 먼저 넘겼을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셀트리온그룹의 이런 사업구조를 놓고 ‘분식회계’ 논란이 다시금 일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 매체는 금융위원회 자문기구인 감리위원회가 셀트리온그룹의 감리 조치안 심의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2018년 말 감리에 착수한 이후 3년만이다. 이런 상황에서 셀트리온이 논란을 키울만한 공시를 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이번 공시의 세부내용을 살펴보면 종전의 계약과 다른 점들이 파악되기도 한다. 셀트리온은 이번 공시에서 “구매주문서(Purchase Order)에 대한 승인일(2021년 11월 25일, 2021년 11월 26일) 기준”이라고 명시했다. 두 건 이상의 계약이 이틀에 걸쳐 연이어 체결된 것이다. 셀트리온이 셀트리온헬스케어로 공급하는 계약은 그동안 주로 한 건의 계약으로 이뤄져왔던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이다.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외부로부터 다수의 계약을 연이어 체결해 개별적으로 주문했거나, 하루 사이에 렉키로나의 재고 확보 물량이 더 필요하다고 여겼을 가능성 등이 짐작되는 부분이다.
최윤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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