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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e스포츠 명암] 겉은 화려하지만 위기에 빠진 한국 e스포츠 산업의 해법은?

화려한 프로게이머는 ‘소수,’ 대다수는 은퇴 이후 걱정
e스포츠 종목 외산 IP 의존도 높아…생태계 활성화 이후 정부 지원 ‘절실’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한 PC방에서 시민이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버전을 즐기고 있다. [연합뉴스]
‘테란의 황제’라고 불린 전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 ‘임요환’, 현역 리그오브레전드 프로게이머 가운데 여전히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페이커’ 등 평소 e스포츠 경기를 즐겨 보지 않았어도 한 번쯤 이름은 들어봤을 법한 전·현직 프로게이머들이다. 이들은 2030세대에게 ‘스타’나 다름없다. 특히 프로게이머를 꿈꾸는 어린 학생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이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화려함 뒤에는 혹독한 현실이 숨어있다. 국내 프로게이머들은 보통 10대 중·후반의 어린 나이에 데뷔한다. e스포츠 구단들은 정기적으로 프로게이머들을 모집하고, 게임을 좋아하는 중·고등학생들이 여기에 많이 지원한다.
 
이후 연습생 신분이 되면, 각 구단이 마련한 연습실에서 하루 종일 게임을 연습한다. 실력을 쌓은 후, 각 구단의 내부 평가를 거쳐 프로게이머로 데뷔하게 된다. 
 
프로게이머는 청소년들의 우상이다. 일부 유명 프로게이머의 경우, 전 세계에서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연봉 역시 억대를 넘어간다.
 

프로게이머 생활, 겉으로 보이는 화려함 뒤 혹독한 현실

수많은 청소년들이 유명 프로게이머를 꿈꾸며 지금도 각 e스포츠 구단에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성공하는 프로게이머는 극소수다. 프로게이머로 이름을 알린다 해도, 그 수명이 길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최근 발표한 ‘2021 e스포츠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한 프로선수 총 91명 가운데 20~21세가 36.3%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으며, 그다음으로 17~19세가 26.4%, 22~24세 24.2% 순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프로선수들의 평균 경력은 3.4년으로 집계됐다. 경력 분포로 볼 때, 2년차 선수의 비율이 22.0%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3년 차 20.9%, 4년차 17.6%, 1년차 11.0% 순으로 나타났다.
 
프로선수들은 주중 평균 12.3시간, 주말 평균 12.2시간 연습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연봉은 응답을 거절한 23%를 제외하고 2020년 기준 2000만원 미만이 28.6%로 가장 많았다. 2000만~5000만원 미만 23.1%, 5000만~1억원 미만 13.2%, 1억~3억원 미만 7.7%, 3억원 이상 4.4%로 집계됐다. 특히 1억원 이상의 고액 연봉자는 리그오브레전드와 하스스톤 종목에만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선수 연봉 그래프
10대 중·후반에 데뷔한 프로게이머들은 보통 20대 중반, 늦으면 20대 후반에 은퇴를 하게 된다. 특히 군입대 문제가 크다. 과거에는 공군에서 e스포츠 병과를 운영했지만, 이 마저도 지난 2014년 폐지됐다.
 
은퇴한 프로게이머들에겐 선택지가 많지 않다. e스포츠 선수들은 대다수가 청소년 시기에 입단한다. 고등교육을 이수해야 하는 시점에서 선수생활을 지속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일반인과 비교해 직업 선택의 폭이 매우 좁다. 실제로 2021 e스포츠 실태조사에 나온 프로선수들의 학력을 살펴보면 고졸(재학 포함)인 경우가 42.9%로 가장 많았으며, 고등학교 중퇴가 31.9%, 중졸(재학 포함), (초)대졸(재학 포함)이 각 12.1% 순으로 나타났다
 
프로게이머들이 가장 선호하는 은퇴 후 진로는 코칭 스텝이나 방송계에 진출하는 것이다. 그러나 자리가 한정적이기 때문에 신규 은퇴 선수가 새로 진입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결국 많은 은퇴 선수들이 아프리카TV, 트위치, 유튜브와 같은 온라인 플랫폼에서 개인 방송을 진행하는 선택을 하고 있다.  
 
특히 전반적으로 이른 시기에 은퇴해야 하기 때문에 충분한 경제력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은퇴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선수들은 보다 높은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해외로의 진출을 꾀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번 실태조사에서도 해외 진출 의사가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64.8%로 나타났다.  
 
지난 10월 열린 ‘e스포츠 종사자 처우 개선 및 산업 진흥을 위한 간담회’에서도 선수들의 은퇴 후 진로 설정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현역 배틀그라운드 프로게이머 차승훈 선수는 “현직 선수들의 경우 미래에 대한 고민이 많다”며 “최저 연봉 문제, 짧은 수명, 은퇴 후 미래 설계 등 여러 문제로 프로 선수들이 고충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리그오브레전드 프로게이머 '페이커' [중앙포토]

인기 e스포츠 종목 중 상당수 외산 IP…투자 대비 성과 미흡도 과제

현재 인기를 얻고 있는 e스포츠 종목 중 상당수는 외산 IP다. ‘스타크래프트’를 비롯해 ‘리그오브레전드’, ‘하스스톤’, ‘오버워치’ 등은 모두 외국 개발사가 만든 게임들이다. 물론 국내에서도 ‘배틀그라운드’, ‘카트라이더’, ‘던전앤파이터’, ‘서머너즈 워’ 등 국산 IP를 활용한 e스포츠화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끄는 데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국내 게임 중 상당수는 e스포츠화가 어려운 MMORPG 장르가 많다. 대표적으로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IP 관련 게임들이 있다. e스포츠 종목으로 인기를 끌기 위해서는 낮은 과금 및 대중성 확보가 필수로 요구된다. 하지만 국내 게임사들은 1인당 결제율이 높은 MMORPG 장르를 포기하지 못하고 있다. 언제 성공할지 모르는 e스포츠 도전보다 당장의 매출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e스포츠 종목을 운영하는 종목사들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투자 대비 성과가 미흡하다는 점이다.  
 
한콘진 관계자는 “우리나라 e스포츠의 초기 주요 종목이었던 스타크래프트의 경우에는 야구, 축구 등 전통 스포츠의 운영 방향처럼 기업 홍보 목적으로 운영됐고, 최근에는 e스포츠만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를 만들기 위한 다양한 투자가 지속되고 있다”며 “문제는 투자 대비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 상황인데, 종목사의 투자 증대로 게임단 인력은 증가하고 있으나 매출 실적이 좋지 않아 아직까지는 만성적인 적자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대기업에서 운영 중인 한 게임단의 경우 2020년 매출액이 132억5000만원으로 많은 편이지만, 영업 손실 155억6000만원이 발생했고 앞서 2019년 영업손실은 320억8000만원이었다.
 
전문가들은 e스포츠 시장 활성화를 위해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의 정책 지원을 살펴보면, 게임 개발을 위시한 콘텐트 분야 지원은 활성화돼 있으나 국가 단위로 e스포츠를 중점적으로 지원하는 정책은 지역 e스포츠 상설 경기장 구축 사업 외에 뚜렷한 것이 없다. 게임 산업이 여러 정책적 지원을 통해 성장할 수 있었던 것처럼 e스포츠 산업을 위한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콘진 관계자는 “게임단 혹은 e스포츠 콘텐트제작 기업에 대한 인큐베이팅 사업을 운영해 관련 스타트업을 활성화시켜 e스포츠 산업으로의 신규 진입자를 증가시키는 형태의 지원을 고려해 볼 수 있다”며 “신규 진입자들이 안정화될 경우, 지역 경기장 등을 이용한 연계 사업이 활성화될 가능성이 증가하고 신규 인력들이 활동할 수 있는 일자리도 증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기존에 선수 중심으로 인력 양성이 이뤄졌으나, 시장 확대에 따라 e스포츠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이해도를 보유하고 관련 연구 및 e스포츠 이벤트 기획을 할 수 있는 인력을 증가시켜 e스포츠 종목과 이벤트의 다양성을 확보해야 한다”며 “e스포츠 산업 전반에 대한 R&D 지원도 필요하다. e스포츠는 온라인 기반 콘텐트라는 특색이 강한 만큼 콘텐트 제작 기술, 중계 기술과 같은 기초 IT 기술에 대한 연구를 통해 기술력이 확보될 수 있도록 정부 주도의 사업이 운영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원태영 기자 won.tae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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