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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디올백도 여기선 10만원”…동대문 ‘노란 천막’을 가다

오후 9시~오전 2시에 노점 250여개 열려…가방·시계, 골프복까지 다양…정가 기준 2~10% 가격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일대에는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2시까지 '새빛시장', 이른바 동대문 '짝퉁시장'이 열린다. [김채영 기자]
동대문 노란천막 내 전경. 명품 패딩부터 모자까지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김채영 기자]
 
“샤넬백은 10만원, 디올백은 신상이라 15만원까지 해드릴게요”
 
백화점 오픈런을 해도 살 수 없다는 명품 브랜드의 인기 상품들이 여기저기 깔려 있다. 얼마 전 가격이 인상된 디올 ‘레이디백’과 지난해 가격이 인상됐던 샤넬 ‘코스메틱 케이스’도 눈에 띈다. 가방뿐 아니라 롤렉스 시계부터 명품 운동화, 골프복까지 다양한 제품을 브랜드를 막론하고 이곳엔 대부분 구비되어 있다. 명품백은 10만~25만원 정도에 판매되고, 패딩 제품은 25만원부터 시작한다. 정가 기준 2~10% 수준의 가격이다.
 
19일 오후 10시쯤 찾은 서울 동대문 ‘새빛시장’에는 눈발이 흩날리는 혹한의 날씨에도 쇼핑을 하러 온 젊은이들로 가득했다. 이른바 동대문 ‘짝퉁시장’, ‘노란 천막’으로 잘 알려진 이 시장은 국내 최대 규모로 오프라인 짝퉁 제품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매일 밤 9시부터 다음날 새벽 2시까지 열리고 날이 밝기 전에 사라지는 뜨내기 장사다. 한 상인은 “원래는 새벽 3시까지도 장사를 했었는데 최근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손님이 줄어 새벽 1시에 문을 닫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2번 출구로 나오면 짝퉁시장의 메인 거리라 불리는 곳이 한눈에 들어온다. 70여개의 노란 천막 행렬이 이어지고, 천막마다 물건이 실려 있는 봉고차가 한 대씩 길게 줄지어 서 있다. 13㎡(4평) 남짓한 천막 안에서는 샤넬, 루이비통, 에르메스, 디올, 몽클레어 등의 명품 위조품들이 판매되고 있었다. 최근 가격을 올린 롤렉스 시계도 매대 위에 한가득 진열돼 있었다.
 

20·30대 주 소비층…몽클레어부터 롤렉스까지 ‘20만원’ 

롤렉스 시계 위조품이 진열돼 있는 모습. [김채영 기자]
20만원대 운동화부터 2만~5만원대 장갑, 모자가 진열돼 있다. [김채영 기자]
 
이곳에서 만난 소비자들은 주로 20·30대였다. 여동생과 함께 찾은 한 젊은 여성은 거의 매주 짝퉁시장에 ‘놀러온다’고 말했다. 이 여성은 “주말에 물건이 가장 많이 들어온다”며 “가끔 정품보다도 질 좋은 물건을 만날 수도 있고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어 거의 매주 오고 있다”고 말했다. 
 
남녀 두명씩 네 명이서 무리를 지어 온 젊은 소비자들도 있었다. 롤렉스 시계 천막을 지나던 이들은 “다 같이 세트로 시계를 맞추자”며 들뜬 모습으로 매대 위의 물건들을 손목에 차보았다. 롤렉스 시계는 20만원부터 60만원까지 가격대가 다양했다. 시계 부품에 따라 가격 차이가 난다고 상인은 설명했다. 
 
몽클레어 패딩은 20만원대, 명품털 모자는 2개에 3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김채영 기자]
에르메스 머플러와 디올 운동화가 진열돼 있는 모습. 머플러는 3만원, 운동화는 20만원대에 판매하고 있다. [김채영 기자]
 
계절에 맞추어 명품 브랜드 패딩 제품과 모자, 머플러 등도 여럿 진열돼 있었다. 가장 눈에 많이 띄었던 브랜드는 ‘몽클레어’였다. 정가 300만원을 훌쩍 넘는 몽클레어의 대표 롱패딩 제품이 이곳에서는 28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숏패딩은 25만원에 구매할 수 있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명품 운동화와 부츠도 볼 수 있었다. 정가 100만원을 넘는 구찌 운동화 가격은 22만원. 상인은 “현재 물량이 많이 빠져 남아있는 사이즈가 몇 개 없다”고 설명했다.  
 
상인들은 옹기종기 모여 난로에 가래떡을 구워 먹기도 하고, 보온병에 싸온 커피를 나눠 마시는 등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신상 제품들을 봉고차에서 한가득 꺼내 들고 와 매대에 진열하기 바쁜 상인도 눈에 띄었다.  
 

단속 어려운 현실…온라인으로 음성화되는 짝퉁시장 

중구청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새빛시장에는 200~250개의 짝퉁 노점이 들어와 있다. [김채영 기자]
 
동대문 노란 천막 전경. 단속원들에게 적발시 주차해 놓은 봉고차에 물건을 싣고 달아나는 상인들이 많아 단속이 어렵다. [김채영 기자]
 
새빛시장의 모습은 여느 다른 시장의 모습과 다를 것 없어 보이지만 가품 판매는 엄연한 불법행위다. 중구 관계자에 따르면 이곳은 실명제 노점이긴 하지만 위조상품을 판매하는 것이 적발될 경우 불구속기소 돼 검찰에 송치된다. 현행 상표법 제66조 제1항 1조에 따르면 ‘타인과 동일한 상표를 그 지정상품과 유사한 제품에 사용하거나 유사한 상표를 그 지정상품과 동일 또는 유사한 제품에 사용하는 행위’는 불법으로 규정된다. 이를 위반하면 7년 이하의 징역형, 1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현재 짝퉁시장 단속을 담당하고 있는 곳은 중구청의 유통질서정비팀이다. 관계자에 따르면 주 1~2회 정도 단속원들이 순찰에 나서고 있고, 지난해에만 150건이 적발됐다. 이 관계자는 “단속원들에게 적발될 경우 매대 위의 상품을 그대로 놓고 봉고차를 운전해 달아나는 상인이 많아 한번 순찰을 나가 200여점의 가품을 압수해 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 “현재 새빛시장 외에도 중구 지역 전체 시장을 관리하는 단속반 인원이 3명뿐이어서 굉장히 힘든 상황”이라며 “두타·밀리오레 등 대규모 점포들도 순찰해야 하고 평화시장, 지하종합상가 등 수백개의 상점들이 있어 모두 단속하기가 어렵다”고 덧붙였다. 단속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고는 있지만, 현실적으로 200개가 넘는 집단 노점을 모두 단속하는 것은 어렵다는 설명이다.
 
중구청에 따르면 현재 200~250개의 짝퉁 상점이 새빛시장에 들어와 있다. 중구청 관계자는 “2013년, 2014년에는 노점 개수가 300~350개 정도 있었는데 현재 100여개가 줄었다”며 “오프라인 시장은 단속 등의 이유로 점점 줄고 있지만, 최근에는 온라인 시장으로 옮겨가 단골 손님을 중심으로 위조품이 활발히 판매되고 있다”고 말했다. 
 
위조품 판매시장이 과거에 비해 더 음성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런 상황에서 짝퉁 시장이 젊은 세대의 새로운 놀이 공간으로 비춰지는 것은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중구청 관계자는 “최근 인플루언서 송지아 논란으로 짝퉁시장이 다시 주목받으면서 새빛시장 고객이 늘고 있는데, 짝퉁쇼핑은 놀거리가 아니라 엄연한 소비자 피해임을 인지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김채영기자kim.chae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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