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지개 못 펴는 진단기기…적자만 쌓인다
[포스트 코로나 대책은]①
코로나19 진단키트 기업들 적자 행진
주가 하락에 투자 심리도 악화…비용 축소 사활
[이코노미스트 선모은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위기단계가 지난 5월 1일부터 가장 낮은 단계인 ‘관심’으로 조정됐다. 지난 4년 동안 국내에서만 4만여 명의 사망자를 낳은 감염병이 일상에 녹아드는 단계에 들어선 것이다.
코로나19는 더 이상 일상을 위협하지 못하지만, 기업의 상황은 다르다. 코로나19가 유행하며 백신과 치료제, 진단키트 등을 개발해 시장에서 ‘반짝’ 관심을 받은 기업들 얘기다. 이들 기업은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유행하면서 시장에서 갑자기 주목받았다. 시장의 반응에 따라 주가는 요동쳤고, 대다수의 기업이 좋은 실적을 내며 시장의 기대를 충족했다. 문제는 코로나19가 일상에 스며들면서다. 많은 기업이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도전했지만 대다수가 별다른 성과 없이 개발을 중단했다.
실적 고꾸라진 진단키트 기업
현재 이들 기업의 실적은 곤두박질쳤다. 특히 진단키트를 개발해 보건소와 병의원 곳곳에 공급했던 기업들은 제품 사용 기관 자체가 줄며 지난해 일제히 적자를 기록했다. 에스디바이오센서 등 코로나19가 유행하는 동안 몸집을 불린 기업은 물론, 휴마시스와 피씨엘, 수젠텍 등 여러 진단키트 기업도 적자를 피하지 못했다.
이들 기업이 최근 공시한 자료 등에 따르면 에스디바이오센서와 씨젠은 지난해 각각 2480억8500만원, 300억5300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휴마시스의 영업손실도 지난해 523억5498만원에 달한다.
수젠텍과 미코바이오메드, 피씨엘, 제놀루션, 랩지노믹스 등 기업도 모두 영업손실을 냈다. 수젠텍의 지난 한해 영업손실은 227억5809만원, 미코바이오메드는 193억7575만원, 피씨엘은 161억3100만원, 제놀루션은 70억9100만원, 랩지노믹스는 67억9409만원이다.
적게는 수십억원, 많게는 수천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기업이 쏟아지자 판관비(판매+관리 비용)를 줄여 비용 절감에 나선 기업들도 있다. 영업손실을 메우기 위해 상대적으로 중요하지 않은 비용을 줄여 재무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먼저 씨젠은 최근 2년 동안 판관비를 계속 줄였다. 코로나19가 유행한 지난 2021년, 씨젠의 판관비는 2626억원에 달했지만, 2022년과 2023년에는 전년 대비 각각 22.0%, 17.4% 감소했다.
씨젠이 지난 2023년 한해 판관비로 쓴 비용은 2021년보다 934억원 줄어든 1692억원 정도다. 휴마시스도 지난 한해 전년 대비 판관비를 61.7% 줄였다. 이 회사도 코로나19가 발생한 지난 2020년 이후 매년 판관비를 늘렸지만, 지난해 영업손실을 기록해 판관비를 줄이며 허리띠를 졸라맸다.
미코바이오메드와 엑세스바이오도 마찬가지다. 미코바이오메드는 2568억원대로 늘린 판관비를 지난해 1251억원으로 줄였다. 엑세스바이오도 판관비를 3714억원으로 확대했지만, 지난해 이를 1559억원으로 줄였다.
주가도 폭락…자금 조달 악화 악순환
진단키트 기업들이 실적을 제대로 내지 못하자 주가도 곤두박질쳤다. 에스디바이오센서는 지난 2022년 한때 주가가 8만1000원까지 솟았지만, 등락을 반복하다 현재 1만원대에 머무르고 있다. 씨젠도 코로나19가 유행하는 동안 주가가 32만2200원까지 뛰었지만, 지난 2020년 정점을 찍은 뒤 계속 하락했다. 씨젠은 지난 4월 23일을 기준으로 2만21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주가 하락은 다른 기업도 마찬가지다. 휴마시스와 피씨엘은 지난 2022년 3만원대 넘게 주가가 올랐지만, 현재 주가는 각각 1700원대, 1200원대다. 랩지노믹스와 팜젠사이언스도 같은 기간 주가가 각각 3만9000원대에서 2700원대로, 1만1000원대에서 5200원대로 하락했다.
문제는 이들 기업들이 시장의 외면을 받으며, 제대로 된 자금 조달마저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기업들이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선 연구개발(R&D)에 막대한 비용을 투입해야 하는데, 시장의 투자 심리가 악화돼 자금 조달이 어려운 상황인 만큼 기업의 존망도 위협받고 있다.
앞서 미코바이오메드는 발행된 주식 수의 100%에 해당하는 신주를 발행하는 대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유상증자를 통해 1800만주를 새로 발행하고, 640억원가량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미코바이오메드의 주가가 하락하며, 더욱 낮은 가격에 유상증자를 실시하게 됐다. 기존 주주를 대상으로 진행한 청약률도 63%에 그쳤고, 이후 진행한 일반공모에서도 14%의 청약률을 기록했다. 미코바이오메드는 유상증자를 발표하며 채무 상환 등에 자금을 사용하겠다고 밝혀, 시장의 호응을 얻지 못한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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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는 더 이상 일상을 위협하지 못하지만, 기업의 상황은 다르다. 코로나19가 유행하며 백신과 치료제, 진단키트 등을 개발해 시장에서 ‘반짝’ 관심을 받은 기업들 얘기다. 이들 기업은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유행하면서 시장에서 갑자기 주목받았다. 시장의 반응에 따라 주가는 요동쳤고, 대다수의 기업이 좋은 실적을 내며 시장의 기대를 충족했다. 문제는 코로나19가 일상에 스며들면서다. 많은 기업이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도전했지만 대다수가 별다른 성과 없이 개발을 중단했다.
실적 고꾸라진 진단키트 기업
현재 이들 기업의 실적은 곤두박질쳤다. 특히 진단키트를 개발해 보건소와 병의원 곳곳에 공급했던 기업들은 제품 사용 기관 자체가 줄며 지난해 일제히 적자를 기록했다. 에스디바이오센서 등 코로나19가 유행하는 동안 몸집을 불린 기업은 물론, 휴마시스와 피씨엘, 수젠텍 등 여러 진단키트 기업도 적자를 피하지 못했다.
이들 기업이 최근 공시한 자료 등에 따르면 에스디바이오센서와 씨젠은 지난해 각각 2480억8500만원, 300억5300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휴마시스의 영업손실도 지난해 523억5498만원에 달한다.
수젠텍과 미코바이오메드, 피씨엘, 제놀루션, 랩지노믹스 등 기업도 모두 영업손실을 냈다. 수젠텍의 지난 한해 영업손실은 227억5809만원, 미코바이오메드는 193억7575만원, 피씨엘은 161억3100만원, 제놀루션은 70억9100만원, 랩지노믹스는 67억9409만원이다.
적게는 수십억원, 많게는 수천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기업이 쏟아지자 판관비(판매+관리 비용)를 줄여 비용 절감에 나선 기업들도 있다. 영업손실을 메우기 위해 상대적으로 중요하지 않은 비용을 줄여 재무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먼저 씨젠은 최근 2년 동안 판관비를 계속 줄였다. 코로나19가 유행한 지난 2021년, 씨젠의 판관비는 2626억원에 달했지만, 2022년과 2023년에는 전년 대비 각각 22.0%, 17.4% 감소했다.
씨젠이 지난 2023년 한해 판관비로 쓴 비용은 2021년보다 934억원 줄어든 1692억원 정도다. 휴마시스도 지난 한해 전년 대비 판관비를 61.7% 줄였다. 이 회사도 코로나19가 발생한 지난 2020년 이후 매년 판관비를 늘렸지만, 지난해 영업손실을 기록해 판관비를 줄이며 허리띠를 졸라맸다.
미코바이오메드와 엑세스바이오도 마찬가지다. 미코바이오메드는 2568억원대로 늘린 판관비를 지난해 1251억원으로 줄였다. 엑세스바이오도 판관비를 3714억원으로 확대했지만, 지난해 이를 1559억원으로 줄였다.
주가도 폭락…자금 조달 악화 악순환
진단키트 기업들이 실적을 제대로 내지 못하자 주가도 곤두박질쳤다. 에스디바이오센서는 지난 2022년 한때 주가가 8만1000원까지 솟았지만, 등락을 반복하다 현재 1만원대에 머무르고 있다. 씨젠도 코로나19가 유행하는 동안 주가가 32만2200원까지 뛰었지만, 지난 2020년 정점을 찍은 뒤 계속 하락했다. 씨젠은 지난 4월 23일을 기준으로 2만21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주가 하락은 다른 기업도 마찬가지다. 휴마시스와 피씨엘은 지난 2022년 3만원대 넘게 주가가 올랐지만, 현재 주가는 각각 1700원대, 1200원대다. 랩지노믹스와 팜젠사이언스도 같은 기간 주가가 각각 3만9000원대에서 2700원대로, 1만1000원대에서 5200원대로 하락했다.
문제는 이들 기업들이 시장의 외면을 받으며, 제대로 된 자금 조달마저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기업들이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선 연구개발(R&D)에 막대한 비용을 투입해야 하는데, 시장의 투자 심리가 악화돼 자금 조달이 어려운 상황인 만큼 기업의 존망도 위협받고 있다.
앞서 미코바이오메드는 발행된 주식 수의 100%에 해당하는 신주를 발행하는 대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유상증자를 통해 1800만주를 새로 발행하고, 640억원가량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미코바이오메드의 주가가 하락하며, 더욱 낮은 가격에 유상증자를 실시하게 됐다. 기존 주주를 대상으로 진행한 청약률도 63%에 그쳤고, 이후 진행한 일반공모에서도 14%의 청약률을 기록했다. 미코바이오메드는 유상증자를 발표하며 채무 상환 등에 자금을 사용하겠다고 밝혀, 시장의 호응을 얻지 못한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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