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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믿을 ‘뻥튀기 수요예측’, 기관투자자 허수주문 왜 이어지나

LG엔솔 수요예측 참여 기관 10곳 중 8곳 최대치 9.5조원 주문
기관은 개인투자자와 다르게 先주문하고 배정물량에 따라 後지불

 
 
LG에너지솔루션은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1경5000조원이 넘는 규모의 매수주문을 받으며 역대 최대 기록을 세웠다. [연합뉴스]

LG에너지솔루션은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1경5000조원이 넘는 규모의 매수주문을 받으며 역대 최대 기록을 세웠다. [연합뉴스]

 
1경5000조원이 넘는 규모의 매수주문을 받으며 역대 최대 기록을 세웠던 LG에너지솔루션의 기관투자자 수요예측 결과가 ‘뻥튀기’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 수요예측에 참여했던 기관의 주문 상당수가 가지고 있는 투자금과 무관한 ‘베팅성 허수 주문’으로 드러나서다. 증거금 없이도 주문할 수 있는 기관 수요예측 제도와 공모가를 높이기 위해 허수 주문을 방치하는 상장 주관사들의 관행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LG엔솔 공모주 수요예측에 참여한 국내 680개 기관 중 80% 이상이 최대치인 9조5625억원치를 각각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1주라도 더 많이 배정받기 위해 너도나도 주문금액을 높게 써낸 탓이다. 이 때문에 LG엔솔 수요예측에선 1경5000조원에 달하는 사상 최대 주문금액이 나왔다. 680개 기관의 자본금 총액이 11조5000억원 수준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과도한 주문금액 규모다.
 
수요예측은 상장을 앞둔 기업의 주식을 어떤 가격에, 얼마나 매입하고 싶은지 기관들이 의중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다. 이 과정에서 공모주 청약을 위한 최종 공모가가 확정된다. 수요예측 경쟁률과 주문금액이 높게 나올수록 향후 진행되는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통상 시장에선 ‘큰손’으로 분류되는 기관에게 인기가 많으면 투자가치가 있는 공모주라고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주관사는 허수 주문 알아도 ‘쉬쉬’ 

그러나 수요예측 결과를 무조건 맹신하는 건 위험하다. 현행 수요예측 제도에서 기관투자자들은 일반 공모주 청약 투자자와 달리 ‘증거금’이란 것을 내지 않는다. 개인투자자는 공모주 청약 시 청약금의 50%를 청약 증거금으로 내지만 기관은 증거금 없이 일단 수요예측에서 주문을 넣고, 추후 배정 물량에 해당하는 돈만 지불한다. 그래서 기관들은 자본금이 부족해 당장 투자할 돈이 없더라도 우선 공모주 물량부터 최대로 배정받기 위해 ‘베팅성 허수 주문’을 넣을 수 있다.  
 
이번 LG엔솔 수요예측 사례가 대표적이다. 자본금의 몇 배에 달하는 대규모의 허수 청약이 발생했는데, 한 투자자문사는 수억원의 자본금을 가지고도 7조원어치 주문금액을 써낸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됐다. 이처럼 여러 기관이 허수 주문을 남발하면 경쟁률과 주문금액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수요예측 결과가 왜곡될 수 있다.  
 
주관사(증권사)는 기관의 허수 주문을 걸러내기 힘든 면도 있다. 허수 주문이라도 기관의 주문금액이 많으면 수요예측 흥행 가능성이 올라간다. 수요예측 결과가 좋으면 공모가를 희망 범위 상단 혹은 그 이상으로 확정하는 데 유리하고, 인기가 많은 공모주라는 이미지가 생겨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 수 있다. 주관사 입장에선 기관의 허수 주문이 오히려 득이 될 수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는 특정 공모주에 대한 합리적 투자 판단을 방해한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에겐 득보단 실이 되는 요소다. 이에 금융당국도 기관의 허수주문으로 인한 이른바 ‘뻥튀기 수요예측’을 막기 위해 관련 제도 개선에 나섰다. 수요예측 참여가 급증한 투자일임회사의 청약 자격을 등록 후 2년 경과, 투자일임 규모 50억원 이상 등으로 제한하는 것이 골자다. 이달 25일부턴 이 요건을 맞춰야만 기관 자격으로 공모주 수요예측에 참여할 수 있다. 

강민혜 기자 kang.mi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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