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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대형증권사, IB 수익 극대화의 이면… "검증없는 대출 승인"

재산 피해 사례 잇따르며 "수료 챙기기 급급하다"는 비판도
사업 확정 전 금융주선계약, 그리고 이어지는 소송

 
 
B 시행사 이사회 의사록에 날인한 대주주의 위조된 인감도장과 실제 인감도장 [사진 독자 제보]
 
모 대형증권사가 금융사로 참여한 몇몇 시행사업 프로젝트에서 위조서류 등을 통한 석연치 않은 방식의 브릿지론(Bridge Loan)이 잇따라 주선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이 증권사 투자금융(IB)부문은 최근 시행사를 상대로 내용증명을 보내는 등 손해배상 소송까지 벌이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16일 [이코노미스트]가 취재한 내용에 따르면 모 대형증권사는 2020년 11월 A시행사가 추진하는 대구 중구 동산동 주상복합 개발사업에 670억원 가량의 브릿지론(Bridge Loan)을 주선했다. 담보는 B시행사의 대구 달서구 도원동 주상복합 개발사업장 분양수익금 일부로, 모 대형증권사는 B시행사 분양수익금에 대한 채권최고액 870억원에 대한 2순위 근질권을 설정했다.
 
A시행사와 B시행사는 이름은 다르지만 B시행사가 A시행사 지분을 취득하고 있고, 모 대형증권사는 두 곳 시행사에 각각 12억원가량을 에쿼티(자기자본)로 투자하며 금융사로 참여하고 있다. 
 

모 대형증권사, 도장 위조한 서류에 줄줄이 대출 승인

그러나 A시행사 대출로 활용된 B시행사 담보 제공에 대해 B시행사 지분 50%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는 이런 사실을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애초부터 최대주주는 A시행사 개발사업이 위험하다고 판단해 분양수익을 담보로 제공하는 것을 거절한 상태였다. 하지만 B시행사 대표와 사내이사들은 최대주주를 배제한 채 담보 대출을 위한 이사회를 열었고, 최대주주의 도장까지 위조해 이사회 의사록에 날인한 끝에 대출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B시행사 최대주주는 “금융사로 참여한 모 대형증권사가 일부 경영진들이 서류를 위조해 결탁한 상황에서 대출을 승인했다”며 “모 대형증권사가 수백억원이 넘는 금액을 대출해주면서 사전에 대주주 동의 서류에 찍힌 인감도장과 실제 인감증명서가 다른지 대조하는 필수적인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충청북도 청주의 C시행사 역시 모 대형증권사가 시행사업에 금융사로 참여했고, 위조서류 등을 통해 브릿지론 대출이 이뤄졌다. C시행사 대표는 100% 지분을 가진 최대주주 몰래 투자합의서를 위조해 모 대형증권사로부터 2020년 12월 청주 개발사업에 대한 브릿지 대출을 받았다.
 
그런데 대표가 이사회 서류와 주주명부를 위조해 대출약정을 변경하면서 C시행사는 대출 약정상 기한이익 상실에 빠져 대출채권이 강제 매각됐다. 결국 C시행사 대표가 위조한 서류로 대출을 신청한 것에 대해 모 대형증권사에서 진위를 확인하지 않고 승인해주면서 C시행사 최대주주는 재산권에 대한 적절한 보호를 받지 못하게 됐다는 주장이다.
 
C시행사 최대주주는 "물론 회사 대표에게 사기를 당한 것이지만 모 대형증권사가 주식 근질권과 주식 포기각서 날인에 대해 한 번이라도 대주주 동의 여부나 대주주 인감증명서를 비교해봤다면 이 같은 피해를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A시행사와 C시행사의 금융자문을 담당한 해당 대형증권사 임원은 "두 사업 모두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서 진행했다"며 "A시행사 사업의 경우 대법원 판례에 따라 대주주 인감도장이 아닌 막도장을 이사회 의사록에 날인해도 유효하기 때문에 진위를 확인해야 할 의무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C시행사 개발사업은 자잿값이나 인건비가 올라서 투자 사업성이 많이 떨어진 상태였다"며 "또 공사 기간 2년과 준공 후 개발수익을 예치해야 하는 기간 1년까지 합치면 총 3년 동안 투자금을 회수할 수 없어 투자자들이 투자를 거부해 대출 약정상 기한이익 상실 사유가 발생했고, 대부업법에 따른 처분 조건 때문에 여신금융기관이 아닌 다른 사업자에게 부실채권(NPL)으로 매각할 수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C시행사 대표가 위조한 서류로 대출을 신청한 것인지는 알지 못했다"며 "이 역시 대법원 판례에 따라 진위를 확인해야 할 의무는 없다"고 말했다.
 

사업 확정 전 금융주선계약 후 시행사에 손배소·내용증명

해당 대형증권사의 IB부문에서는 시행사를 상대로 내용증명을 보내거나 손해배상 소송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업 구조 확정 전 체결한 금융주선계약(Mandate:맨데이트)을 근거로 중소 규모 시행사와 소송에 돌입하는 모습이다. 
 
시행 및 IB업계에 따르면 D시행사는 올해 1월 모 대형증권사로부터 맨데이트 관련 위약벌(위약금) 지급과 관련한 법적 책임을 묻는 내용증명 서류를 받았다. 다른 금융사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체결했다는 이유에서다. 당초 D시행사는 2020년 9월 개발사업을 추진하며 '회사 주주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라는 조건부로 모 대형증권사와 맨데이트를 체결했다. 하지만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모 대형증권사가 제시한 금융조건 등에 대한 견해 차가 발생하면서 사업을 제대로 진행하지 못했고, D시행사는 다른 금융사를 통해 브릿지 대출을 받고 지난해 5월 PF 대출을 완료했다.
 
E시행사는 지난해 7월 약 20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모 대형증권사에 지급했다. 모 대형증권사와 체결한 맨데이트를 해지를 위해서다. 양사는 지난 2020년 7월 개발사업에 대한 맨데이트를 체결했다. 하지만 개발 토지를 확보하지 못하면서 개발사업이 지연을 겪는 등 속도를 내지 못했다. 사업에 대한 전반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른 금융기관에 도움을 요청했다. 결국 E시행사는 다른 금융기관을 통해 실질적인 금융자문을 받고 사업구조를 변경해 멈춰있던 사업을 다시 진행했다. 이후 B시행사는 모 대형증권사로부터 맨데이트의 위약벌 조항을 근거로 손실을 보상하라는 내용증명을 받았다.
 
이에 대해 해당 대형증권사 관계자는 “올해 1월말 기준으로 시행사 대상 소송은 1건, 내용증명 발송 사건은 1건”이라며 “개발사업의 주주로서 자산을 지키기 위한 목적으로 해당 시행사 주식에 대해 가압류 신청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지 않는 것은 배임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외부 전경. [중앙포토]
 

"소송 중에는 개입 못해요"…뒷짐지는 금감원

모 대형증권사로부터 피해를 입은 금융 소비자들이 금융감독원을 찾고 있지만 금감원에서도 소비자 보호에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행정법상 법원 재판 중이거나 검찰 수사 중인 사안에는 금감원이 관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행정법을 적용하기 때문에 검찰이 수사 중이거나 법원에서 재판을 진행하고 있는 사안에는 개입하지 못한다. 민원처리에 관한 법률 제 21조(민원 처리의 예외)제 2항을 보면 수사, 재판, 형집행에 관한 사항 또는 감사원이 감사를 착수한 사항은 민원 처리 예외 사항에 해당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행정법 자체가 금감원이 검찰 수사나 법원 재판 중인 사안에는 개입할 수 없게 돼있다"며 "법원 판결이 나오거나 검찰 수사가 완료돼야 금감원이 민원을 처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행업계 관계자는 "법원에서 재판을 받는 데 수년이 걸리는 데다 개발사업은 부동산 시장과 관련이 깊어 시의성이 매우 중요하다"며 "'금융감독원'이라는 이름처럼 금융 피해를 당한 소비자들을 보호하고 감독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검찰이 수사를 완료하고 법원이 판결을 마쳐야 금감원이 조사를 할 수 있다면 사후약방문에 그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지윤 기자 park.ji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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