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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적분할’ 맛들인 대기업…LS일렉트릭, 강행 배경은?

전기차 관련, 성장 가능성 큰 사업 분리 결정
회사 “주주가치 향상 목표”, 전문가 “주주가치 훼손 우려”
대선 이후 물적분할 어려워질 것

 
 
사진은 LS일렉트릭 청주 스마트공장 전경. [사진 LS그룹]
 
‘제2의 LG화학’을 꿈꾸는 것일까. LS일렉트릭이 물적분할 결정을 내린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대기업들이 잇따라 물적분할을 진행하고, 알짜 회사를 떼어낸 모회사는 가치가 줄어들어 주가도 하락하는 것을 보면서도 LS일렉트릭이 이 같은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사업구조를 고도화하고 역량을 집중해 성장 잠재력을 확보하겠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지만, 개인 주주들은 향후 추가 상장을 목적으로 주주 가치를 훼손하는 것 아니냐고 반발하고 있다. 
 
지난 8일 LS일렉트릭은 EV Relay(EV 릴레이)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새로 분할할 회사는 LS이모빌리티솔루션(가칭, LS이모빌리티)으로 EV릴레이 사업을 담당할 예정이다. 
 
EV릴레이는 전기차·전기차 충전기·에너지저장시스템(ESS) 등 리튬 배터리 전기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제어하는 부품이다. 현재 LS일렉트릭의 EV릴레이 사업은 대부분 전기차와 관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측은 EV릴레이 사업 분리를 통해 LS일렉트릭은 전력·자동화사업 등 사업구조를 고도화하고 LS이모빌리티는 전기자동차·ESS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전력제어용 핵심 부품인 EV릴레이 사업을 하는 초우량기업으로 성장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또 물적분할을 통해 “신속한 의사결정이 이루어지게 하고 역량을 집중해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향상시킬 것”이라고 했다.  
 
문제는 많은 개인 주주들이 회사 측의 ‘주주가치 향상’에 대한 약속을 믿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적분할’ 뒤 기업공개를 단행한 대기업의 사례를 보면 LS이모빌리티도 같은 길을 걸을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이론’으로만 보면 물적분할을 단행한 기업가치는 달라지지 않는다. 떨어져 나온 자회사의 실적이 기존 모회사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주주 입장에서는 모회사의 주식만 보유하고 있지만, 자회사가 성장하면 주주가치도 올라가는 효과를 얻게 된다.  
 
하지만 자회사가 상장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상장은 곧 ‘독립’을 의미하는데, 자회사 주식을 갖지 못한 소액 주주 입장에서는 애써 키운 사업을 버린 셈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모회사의 가치가 떨어지는 데 기존 주주들은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이동헌 대신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EV릴레이 사업 분할과 관련해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 황어연 신한금융투자 수석연구원도 “(분할기업의) 상장 가능성이 높다”며 “LS일렉트릭의 기업가치 훼손이 전망된다”고 했다.
 
이런 분석과 함께 증권사들은 LS일렉트릭의 목표주가도 줄줄이 내리고 있다. 대신증권은 6만4000원에서 5만3000원으로, 신한금투는 8만원에서 6만5000원으로 하향조정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LS일렉트릭이 물적분할을 강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오너 기업의 대주주가 얻는 이점이 크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기존 기업의 오너와 대주주는 여전히 모기업에 대한 경영권을 유지하면서 분할 기업에는 더 안정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분할기업 상장을 통해 모회사가 실탄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는 매력이다.  
 
최근 물적분할 후 상장에 성공한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의 사례는 이 같은 상황을 잘 설명해준다. 
 
지난 1년간 LG화학 주식의 최고가는 97만5000원으로 시가총액은 69조원에 육박했다. 이는 LG에너지솔루션을 분할하기 전 일이다. 하지만 물적분할 후 주가는 58만9000원(2월23일 기준)까지 곤두박질했다. 시가총액은 41조원으로 쪼그라들었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은 23일 기준 44만2000원으로 시가총액은 103조원을 기록했다. 한 기업을 두 개로 분리했는데, 시가총액은 두 배로 늘어난 셈이다.  
 
LG화학은 여전히 LG에너지솔루션의 지분 81%가량을 소유하고 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주)LG-LG화학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 사슬에 LG에너지솔루션이 추가되면서 LG그룹의 덩치는 키우고 LG화학 주주들의 가치는 줄었다는 뜻이다.  
 
LS그룹 역시 구자은 LS그룹 회장과 특수관계인-LS-LS일렉트릭-LS이모빌리티로 지배 사슬을 연장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재계 관계자는 “주요 대선 후보들이 물적분할 후 상장을 규제하는 방안을 언급하고 있다”며 “앞으로 기업이 물적분할을 단행하기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돼 서두르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다만 “아직 LS일렉트릭이 분할회사의 상장 계획이 없다고 밝힌 만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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