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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겹살에 소주 한잔’도 부담…오르고 또 오르는 ‘미친 물가’

[물가 쇼크①] 치솟는 물가…월급 빼고 다 오른다
삼겹살 1인분 1만6983원…소주도 식당선 5000원
가공식품·소주·식료품 등 전방위적 물가 오름세
한은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 3.1%로 상향조정

 
 
서민 생활 물가가 눈에 띄게 오르고 있는 가운데 서울 명동의 한 음식점 메뉴 안내판에 인상된 가격이 손글씨로 쓰여 있다. 급격한 물가 인상을 실감케 한다. [연합뉴스]
 
# 서울 노원구에 거주하는 주부 이수연씨는 결혼 10년 만에 가계부를 쓰기로 했다. 200원, 300원씩 야금야금 오른 물가가 쌓이면서 전체 살림살이에 적잖은 영향을 끼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씨 가족은 월수입 500만원 정도로 생활하고 있는데 두 자녀 양육비와 교육비 탓에 매달 살림살이가 빠듯하다. 최근 더 쪼들리는 상황이 되자 이씨는 3월부터 매일 들르던 커피숍도 끊고 장보기와 가족외식도 줄이기로 했다. 이씨는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으면 생활이 안 되는 상황”이라면서 “월급은 제자리인데 물가만 계속 오르니 사는 게 더 팍팍해지고 있다”고 털어놨다.  
 
매일 치솟는 물가에 ‘삽겹살에 소주 한잔 마시기’도 부담스러운 시대가 됐다. 삼겹살 3인분에 소주 한 병만 시켜도 5만원을 훌쩍 웃돈다. ‘국민 간식’ 치킨은 2만원 시대를 열었고 햄버거와 피자, 커피 등 외식 먹거리도 줄줄이 오름세다. 그뿐인가. 두부, 소주, 과자 등도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하면서 먹거리 물가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자고 나면 뛴다'는 말이 괜한 이야기는 아니다.   
 

외식물가 급등…가계지출도 12년 만에 최대 

한국소비자원 참가격 정보서비스에 따르면 2월 기준 전국 식당의 삼겹살(200g) 1인분 평균 가격은 1만6983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3.1% 올랐다. 보통 1병에 4000원이던 소줏값을 5000원까지 올려받는 식당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서울에서 네 명이 삼겹살 각 1인분에 소주 1병씩만 먹는다고 가정하면 약 10만원 정도가 필요한 셈이다.  
 
직장인들이 아침에 자주 찾는 김밥 가격은 2769원으로 전년보다 8% 가까이 올랐다. 같은 기간 비빔밥(9192원)과 자장면(5769원), 칼국수(7769원) 가격도 각각 2~4% 이상 상승했다.
 
 
외식비가 오르는 사이 가계소득도 증가했지만, 가계지출도 동시에 늘면서 실질소득 증가율은 소폭 느는데 그쳤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4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구당 월평균 총소득은 464만2000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6.4% 증가한 수준이지만 물가 상승 영향을 배제한 실질소득은 2.8% 증가하는 데 그쳤다.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가계지출도 늘었다. 지난해 4분기 가구당 월평균 가계지출은 5.5% 증가한 340만6000원. 2009년 4분기(7.0%) 이후 12년 만의 최대 증가 폭이다.  
 

집밥 부담도 커져…너도나도 인상 릴레이  

외식뿐 아니라 집밥을 해 먹는 부담도 커졌다. 주요 식품업체들의 가격 인상으로 장바구니 물가도 비상이다. 두부‧장류 시장 각각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풀무원과 CJ제일제당이 이달 초 가격을 올리면서 가공식품 가격도 전반적으로 뛰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정보에 따르면 두부 가격(2월 24일 기준)은 5457원으로 전년 대비 8.5% 올랐고, 즉석밥인 햇반은 9.2% 오른 9815원이었다. 고추장 가격은 1㎏당 1만6674원으로 61.5% 치솟았고, 간장 가격도 19.8% 올랐다.  
 
냉동만두와 밀키트도 가격이 올랐다. CJ제일제당은 ‘비비고 왕교자’ 90g 2개 묶음 제품의 가격을 8480원에서 8980원으로 올리는 등 평균 5~6% 올렸다. 밀키트 시장 1위 기업 ‘프레시지’도 평균 7%씩 가격을 올렸다.
 
 
다른 생활물가도 오름세를 타긴 마찬가지다. 최근 가격 인상분이 반영되면 인상률은 더 높아질 전망이다. 하이트진로가 지난 23일부터 참이슬과 진로 제품 출고가를 7.9% 올리면서 지역 소주업체인 무학과 보해, 롯데칠성도 잇따라 가격 인상에 동참했다. 
 
이번 인상이 식당에서 파는 주류 가격에 반영되면 소주 한 병당 5000~6000원 시대가 공식화될 전망이다. 공급가가 오르면 식당에서는 인건비 등이 더해져 1000원 단위로 인상하는 게 불문율이기 때문이다. 오는 4월부터 맥주 주세가 인상되면 테라, 카스 등 국산 맥줏값도 오를 가능성이 크다.  
 
서울 한 대형마트에서 고객들이 소주를 사고 있다. [연합뉴스]
 
아이스크림, 과자 등 식료품 가격도 계속해서 오르는 분위기다. 업계 1위인 빙그레가 3월부터 메로나, 투게더 등 대표 아이스크림 가격을 인상하기로 하면서 롯데푸드도 빠삐코와 쮸쮸바 등 튜브형 아이스크림 제품의 가격을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새우깡, 양파링, 꿀꽈배기 등 농심의 스낵 브랜드 22종도 3월부터 가격이 평균 6% 오르고 오뚜기도 컵누들 제품의 평균 가격을 평균 14.3% 올리기로 했다.  
 

10년 만에 ‘물가 쇼크’…“앞으로 더 오를 것”   

장을 보러 나온 주부들은 이미 물가인상을 체감하고 있다. 30대 주부 최미연씨는 “아이들이 자주 먹는 바나나우유와 아이스크림은 물론 과자와 조미료 등까지 안 오른 게 없다”며 “몇만원어치 장을 봐도 실질적으로 산 게 몇 개 안 된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앞으로 더 오를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은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2.0%에서 3.1%로 상향 조정했다. 사실상의 ‘물가 쇼크’다. 이는 지난해 물가상승률 2.5%를 넘어설 뿐아니라 10년 만에 나온 3%대 상승률이다. 2011년 4.0% 최고치를 찍은 이후 물가상승률은 꾸준히 2% 미만에서 머물러왔다.  
 
지난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전년 동월 대비 3.6% 오르며 4개월 연속 3% 상승세를 나타냈다. 소비자물가에 선행되는 생산자물가지수도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한은은 최근 내놓은 ‘물가상승압력 확산 동향 평가’에서 “특히 외식 품목의 물가상승 확산세가 뚜렷하고 글로벌 공급 병목에 따른 물가상승 압력도 커지고 있다”면서 “최근 물가상승과 확산세는 과거 물가 급등기 수준을 상회한다”고 분석했다.  

김설아 기자 kim.seola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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