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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러시아 공장 가동 ‘잠정 중단’…“뾰족한 해법 없어”

러시아 엑소더스에 공급망 붕괴 조짐…재가동 시점 불투명

 
 
현대자동차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 [사진 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가 지난 1일 가동을 중단한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 재가동 시점을 특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유럽연합(EU) 등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대응으로 러시아에 대한 고강도 경제 제재 조치를 내리면서 현지 부품 수급난에 봉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러시아 현지에 생산 거점을 확보하고 있는 폴크스바겐, 도요타 등 다른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은 현지 생산‧판매 중단 등 이른바 ‘러시아 보이콧’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9일 완성차업계 등에 따르면 현대차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여파 등으로 지난 1일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 가동을 중단한 이후 9일부터 재가동할 계획이었으나, 재가동 시점을 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부터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 등이 러시아에 대해 고강도 경제 제재에 나서면서 러시아 현지 부품 조달도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에 더해 러시아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들이 러시아 보이콧을 선언하면서, 러시아 공급망이 붕괴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글로벌 1‧2위 해운사인 MSC와 머스크는 러시아 항구에서의 모든 해운 업무를 잠정 중단하기로 결정했으며, 국적 1위 해운사인 HMM도 러시아행 화물 서비스 노선 3곳 중 상트페테르부르크행 서비스 예약을 일시 중지한 상태다.  
 
글로벌 완성차업체들 역시 러시아 보이콧에 동참하고 있다. 미국의 완성차업체 포드는 러시아 내 합작회사 운영을 중단하기로 했으며, 미국 제너럴모터스(GM), 스웨덴 볼보는 러시아에 대한 차량 수출 중단 결정을 내렸다. 독일 폴크스바겐 역시 러시아 공장 가동을 멈췄고, 러시아로의 수출도 중단한다고 밝힌 상태다. 일본의 도요타도 러시아 공장 가동을 중단했으며, 러시아 내에 재고분을 소진하는대로 현지 판매도 중지한다는 입장이다. 일본의 닛산은 가까운 시일 내에 러시아 공장 가동을 중단한다는 뜻을 밝혔다.  
 

공들인 러시아의 ‘배신’…진퇴양난 현대차  

완성차업계에선 “현대차그룹 입장에선 우크라이나 사태가 진정되길 바라는 것 말고는 현재로선 뾰족한 해법이 없다”는 평가가 많다. 러시아 보이콧을 선언한 다른 글로벌 완성차업체들과 비교하면, 현대차그룹에 러시아 시장의 의미는 남다르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현대차‧기아의 러시아 내수 시장 점유율은 약 23%로, 러시아 현지 완성차업체인 아브토바즈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그간 러시아를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시장 확대를 꾀하는 전략을 구사해왔다. 러시아가 지난 2014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무력 병합하자 미국 등이 경제 제재에 나섰고 러시아 자동차 시장도 고꾸라졌다. 이에 포드, GM 등은 러시아 현지 사업 규모를 축소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는데, 오히려 현대차는 러시아 현지 투자를 확대하는 전략을 폈다. 당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현 명예회장)이 2016년 러시아 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어려움이 있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러시아 시장이 회복될 때를 대비해야 한다”고 언급할 정도였다. 2020년에는 GM으로부터 연간 생산량 10만대 규모의 러시아 현지 공장을 인수하기도 했다. 

이창훈 기자 lee.cha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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