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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라던 '아시아 금융허브 홍콩', 한국 기업엔 여전히 매력적이다

[홍콩투자청 특별기획①] 홍콩 진출 지금이 적기
단순한 조세, 정부 지원…글로벌 회사 끌어올 유인 충분
RCEP 가입 추진, GBA 조성으로 금융허브 재도약 모색

 
 
홍콩은 최근 몇 년 사이 제기된 경제 침체 우려를 극복했다.[사진 홍콩투자청 한국대표부]
 
“격랑의 국제 정세에 휘말린 아시아의 금융허브.”
 
국내 미디어 눈에 비친 홍콩의 최근 이미지다. 홍콩은 지난 2019년부터 긴박하게 전개되던 미·중 패권 다툼의 무대다. 특히 홍콩 국가보안법을 둘러싼 대립이 거칠어지면서 홍콩의 경제 침체를 우려하는 뉴스가 쏟아졌다. 요약하면, 세계 최대 상업지구로서의 홍콩 위상이 흔들리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홍콩은 세계 중계무역의 중심지다. 중국 본토와 아세안을 연결하는 중계무역항 역할뿐만 아니라 물류시설도 잘 갖춰져 있다. 법인 설립이 자유롭고 간편한 데다 외환거래 규제가 없고 기업 활동에 대한 각종 세제 혜택도 받을 수 있다. 다양한 국가의 기업들이 홍콩으로 몰렸던 이유다.
 
하지만 주요 무역국이 관세 공방을 벌이고, 전 세계적으로 보호무역이 힘을 받게 되면 홍콩의 국제 교역 경쟁력은 줄어들 게 뻔했다. 코로나19 장기화도 홍콩 경제를 짓누르는 무거운 변수다. 셧다운과 집단감염이 반복되면서 공급망 붕괴, 원자재값 급등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홍콩 대신 ‘아시아 금융허브’로 부상하고 있는 싱가포르가 이 지위를 꿰찰 거란 전망까지 고개를 들었다.
 
이런 우려 때문인지 한국에서도 홍콩 투자 열기가 한풀 꺾였다. 한국의 해외직접투자 동향을 살펴보자. 한국 기업의 홍콩 투자랠리는 2017년 33억6000만 달러, 2018년 36억2800만 달러로 정점을 찍었다. 그러다 2019년엔 27억5800만 달러로 감소했고, 2020년엔 14억4800만 달러로 반 토막이 났다.
 
매년 100건을 웃돌던 신규 법인 설립 숫자도 2020년엔 59건에 불과했다. 글로벌 진출을 목표로 하는 한국 기업의 선택지에서 홍콩이 지워지게 될까. 외국기업의 홍콩 진출을 전략적으로 지원하는 서영호 홍콩투자청 한국 대표의 설명은 다르다. “우려가 담긴 세간의 시선과 달리 지난 몇 년간 홍콩 경제는 역동적으로 움직였다. 아시아 금융허브로서의 지위도 여전히 공고하다. 거대한 글로벌 금융자본과 인력은 지금도 홍콩 경제를 탄탄하게 지탱하고 있다. 지금이 홍콩을 통해 해외 시장에 진출하기에 적절한 시기다. 홍콩은 금융허브를 넘어 글로벌 첨단 기술기업이 모이는 도시로 변모하고 있다.”
 
실제로 코로나19가 극성이었고, 국가보안법이 시행(2020년 6월) 2년 차를 맞는 2021년 홍콩의 실질 GDP 성장률은 전년 대비 6.4%를 기록했다. 2020년엔 GDP가 6.1%를 후퇴했는데, 금세 이를 회복했다.
 
홍콩의 경제가 위기가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숫자는 이뿐만이 아니다. 2020년 미국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이 매년 발표하는 경제자유지수에서 홍콩은 89.1점을 기록해 2위를 기록했다. 줄곧 차지하던 부동의 1위 자리를 싱가포르(89.4점)에 뺏기긴 했지만, 한국의 경제자유지수가 74.0점이란 걸 고려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아시아 금융허브 위상 ‘건재’

홍콩투자청의 스티븐 필립스 청장은 “우리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 혹은 중국 본토에 모회사를 두고 있는 기업 수는 9049개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스타트업 수도 3755개로 역대 사상 최대치였다”면서 “이는 홍콩의 비즈니스 환경이 여전히 외국 기업에 우호적이라는 걸 충분히 보여주는 수치”라고 설명했다.
 
더구나 홍콩은 2022년 ‘반환 25주년’을 맞아 경제 재도약을 꿈꾸고 있다. 홍콩은 마카오와 더불어 중국 남부의 광둥성 9개 자치구와 함께 웨강아오대만구(GBA)에 속해있다. 중국이 미국 실리콘벨리와 맞먹는 세계적 경제특구로 성장시키려는 통합경제권이다. 이 경제권에 속한 인구만 8600만명에 달한다.
 
홍콩 정부는 올해 1월부터 정식 발효될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가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RCEP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10개국과 한국·중국·일본·호주·뉴질랜드 5개국을 더해 아시아·태평양 지역 15개국이 참여하는 자유무역협정(FTA)이다. 여기에 홍콩이 참가하면 한국이 대(對) 아세안 수출액을 늘리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숱한 대내외 경제 위기에도 홍콩이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처로 꼽히는 이유는 ‘2단계 법인세율’로 불리는 홍콩 특유의 조세제도 때문이다. 여러 단계로 나뉜 일반 국가의 법인세율 체계와 달리, 홍콩의 체계는 간단명료하다.
 
기본적으로 법인회사는 16.5%(비법인회사 15%)의 세율이 책정되는데, 법인의 첫 200만 달러(홍콩달러)의 과세소득을 두고는 그 절반인 8.25%(비법인회사 7.5%)만 적용된다. 아울러 부가가치세, 소비세, 판매세, 자본이득세, 투자 원천징수세, 부동산세, 국제 과세 등이 ‘제로(0)’다. 홍콩의 개인소득세율은 15%다. 금융허브 지위를 두고 경쟁하는 싱가포르(22%)보다 경쟁력을 갖췄다.
 
자본금 납입 의무가 없고, 외국인 차별 없이 홍콩 법인의 지분을 100%까지 소유할 수 있다. 고급인력을 채용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글로벌 대학평가기관인 QS(Quacquarelli Symonds)의 2022년 세계 대학 순위에서 상위 50위 안에 3개의 홍콩 대학이 이름을 올렸다.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고급 인재가 숱하다.
 
이밖에도 사업자 등록 수수료도 면제되고, 연구개발(R&D)의 세액공제 시스템도 고도화돼있다. 해외 기업의 투자를 지원하는 펀딩 프로그램도 즐비하다.
 
홍콩은 여전히 한국 기업이 진출하기에 매력적인 도시다.[사진 홍콩투자청 한국대표부]
 

단순하고 경쟁력 있는 세금 시스템

홍콩이 최근 첨단 IT 기술을 다루는 기업 유치에 적극적이라는 점도 한국의 기술 스타트업에겐 매력적이다. 홍콩은 2020년 ‘스마트 시티 청사진 2.0’ 계획을 발표했다. 이미 잘 짜인 인프라에 IT를 결합해 모든 산업이 혁신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도시를 건설하겠다는 게 목표다. 모빌리티와 리빙, 환경 등 사회 여러 분야에서 혁신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권고하고 있다.
 
스티븐 필립스 홍콩투자청장은 한국 기업에 다음과 같이 손짓했다. “그간 홍콩에 진출한 많은 한국 기업을 봤는데 홍콩의 우수한 비즈니스 환경을 효과적으로 활용했다. 특히 한국은 핀테크와 첨단기술 시장이 잘 발달해 있는 만큼, 관련 기업의 국제적인 입지를 강화하는 데에는 홍콩 진출만큼 매력적인 카드가 없을 것이다. 한국과 홍콩은 지식교류와 협업을 통해 기술 발전을 견인하고 아시아의 강력한 비즈니스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김다린 기자 kim.dar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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