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핀테크’ 꿈꾼다면…아시아 금융허브에 깃발 꽂아라
[홍콩투자청 특별기획②] 핀테크의 천국 홍콩
금융인프라와 기술 접점, 핀테크 새 성장동력 삼아
친기업적 경제정책으로 핀테크 스타트업 몰려
“많은 한국 기업이 홍콩의 정치 상황을 우려하는데요. 그간 시위를 이유로 홍콩에서 철수한 한국기업은 단 한 곳도 없었습니다. 오히려 혁신기술을 다루는 국내 스타트업 문의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혁신기술 중에서도 핀테크 분야를 주목해야 하는데요. 홍콩 정부가 핀테크 생태계 강화를 주도하고 있는 만큼, 많은 한국 기업이 기회를 얻었으면 좋겠습니다.”(조은아 홍콩투자청 한국대표부 매니저)
외국 기업의 투자 진출을 지원하는 정부기관인 홍콩투자청은 진출 유망분야로 ‘핀테크’를 꼽는다. 홍콩은 법인세(최고 16.5%)가 OECD 평균(23.4%)보다 낮고, 기업하기 편한 환경이란 점은 널리 알려져 있다.
잘 짜인 법률 체계, 자유롭고 개방적인 시장경제 덕분에 많은 외국기업이 몰리고 있는데, 사업분야가 핀테크라면 더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이 도시에서 금융의 디지털화가 숨 가쁘게 진행되고 있어서다. 홍콩엔 600개가 넘는 핀테크 기업이 있는데, 이중 5개는 유니콘 기업이다.
‘홍콩의 실리콘밸리’ 사이버포트 300여 개 핀테크 입주
한국 기업이 홍콩에 둥지를 트면 핀테크 수요가 많은 아시아 시장에 진출하기가 용이하다. 홍콩이 웨강아오대만구(GBA)에 속해 있단 점도 매력적이다. GBA는 홍콩·마카오와 선전을 비롯한 광둥성 9개 도시를 한데 묶어 경제·기술특구로 집중 육성하는 프로젝트다. 이 지역엔 8600만명의 인구가 살고, 전체 총생산규모(GDP)가 1조6000억 달러에 달한다.
홍콩투자청 핀테크 전담팀의 킹 릉 팀장은 “홍콩은 튼튼한 금융 인프라와 잘 갖춰진 법률 시스템 덕분에 외국기업에 세계로 뻗어 나갈 수 있는 발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면서 “또한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소비자 핀테크 도입률을 기록한 도시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스타트업이라면 활용하기 좋은 투자 유치 프로그램도 많다. 홍콩투자청은 핀테크 기업을 타깃으로 글로벌 패스트트랙 엑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핀테크 기업의 비즈니스 거래 및 자금 조달을 지원한다.
홍콩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사이버포트’엔 300개 이상의 핀테크 스타트업이 입주해있다. 홍콩의 금융 인프라와 시너지를 내기 위해 홍콩 정부가 핀테크를 전략적으로 육성했다. 전세계 여러 지역에서 온 스타트업과 교류할 수 있다는 얘기다. 아울러 사이버포트에선 기업의 성장단계별로 다양한 자금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과학기술산업단지인 홍콩과학기술원에도 수많은 핀테크 기업이 입주해있다. 홍콩과학기술원은 이들의 안정적인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작업실이나 실험실을 빌려준다.
금융산업 특유의 까다로운 규제도 미리 따져볼 수 있다. 지난해 홍콩통화국(HKMA)과 중국인민은행(PBOC)이 새 원스톱 샌드박스 플랫폼을 구축하면서다. 핀테크 관련 상품은 선출시·후심사 방식으로 진행할 수 있다. 킹 릉 팀장은 “선행연구를 하기도 쉽고, 관리감독 부서의 피드백과 사용자 의견도 더 빠르게 받을 수 있다”면서 “한국 기업이 이런 홍콩의 변화에 관심을 두고 지켜본다면 충분히 투자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콩의 핀테크 산업 환경은 데이터 관리에도 강점을 보인다. 홍콩은 아시아 최초로 포괄적인 개인 데이터 정보 보호 법률을 제정하고 독립적인 개인정보보호 규제 기관을 설립했다.
이미 홍콩에 진출해 ‘금융 혁신’을 꾀한 한국 기업도 있다. 올해 초 소프트뱅크로부터 1억4600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해 화제가 됐던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딥러닝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AI) 자산운용 솔루션 스타트업이다. 지난해 홍콩 법인을 설립하고 글로벌 시장 진출에 속도를 높여가고 있다. 개방형 온라인 SW·서비스 개발 플랫폼인 싱크트리를 개발한 엔터플 역시 지난해 홍콩과학기술원에 둥지를 틀었다.
킹 릉 팀장은 “한국 핀테크 기업은 인재, 자본 그리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뿐만 아니라 이미 완성된 많은 첨단 기술 솔루션을 홍콩에서 선보였다”면서 “이들은 다른 아시아 기업과 견줘 세계 시장을 바라보는 시야가 넓었는데, 앞으로도 아시아 지역의 핀테크 생태계를 더욱 발전시켜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다린 기자 kim.dar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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