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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이 쏘아올린 ‘빅스텝’ 신호탄…5월 금리 인상도 불가피

4월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13년 만에 최고치
시장에선 물가 상승률 5%도 예상
韓·美기준금리 역전도 한은 부담 높여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연합뉴스]
 
“빅스텝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 가능성을 처음으로 시사하면서 향후 한은의 금리 결정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장에선 한은이 물가 상승률을 그만큼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됐고, 이 발언이 나온 당일 채권시장은 출렁이는 모습을 보였다. 기준금리 인상은 4월에 이어 5월만 아니라 7월까지 당연시되는 분위기다. 빅스텝이 조만간 나올 수 있다는 예측도 힘을 받고 있다.
 

한은 “예상치 못한 변수로 물가 불확실성 매우 높다”

이 총재는 지난 1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취임 이후 첫 공식 조찬 회동을 가진 후 기자들을 만나 빅스텝 가능성을 내놨다.  
 
그는 한미 간 금리가 역전될 수 있다는 질문에 “4월 상황까지 보면 50bp(1bp=0.01%포인트) 인상을 고려할 필요가 없었는데 데이터가 불확실한 상황이라 앞으로도 빅스텝을 완전히 배제할 수 있다고 말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발언이 시장에 나오자 한은에서는 원론적인 이야기라며 빅스텝에 대해 일축하는 설명을 내놨다. 하지만 여전히 물가 전망이 불확실하다는 설명도 덧붙여 이 총재의 빅스텝 발언에 근거가 충분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최근 물가 상승률이 크게 높아지고 앞으로도 당분간 물가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지속될 수 있는 점을 고려할 때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통화정책을 결정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예를 들면 국제유가 상승이나 환율뿐 아니라 최근 인도의 밀수출 금지조치와 같이 예상치 못한 변수로 인해 향후 물가 전망의 불확실성이 매우 큰 상황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장에서는 이 총재의 빅스텝 발언에 즉각적인 반응이 나타났다. 한은이 연내 기준금리를 예상보다 더 높일 수 있다는 분위기가 우세해졌기 때문이다.  
 
서울 채권시장에서는 시장금리 대표 지표로 쓰이는 국채 3년물 금리가 이 총재 발언 이후 16일 오전 장중 전 거래일보다 0.175%포인트 오르며 연 3.082%까지 급등하는 등 지난달 11일 기록한 연중 최고치인 3.186% 돌파를 시도했다. 이날 국채 3년물 금리는 3.046%로 장을 마감했다. 3%대까지 오른 것은 4거래일 만이다. 17일 3기 만기 국채 금리는 3.031%로 전날보다 소폭 내린 가운데 장을 마쳤다. 17일 10년물 금리는 0.010%포인트 오른 3.230%를 기록했다. 
 

시장에선 ‘5월, 7월’ 기준금리 인상 예상  

금융업계는 높은 물가 상승률과 한미 금리 역전을 해소하기 위해 한은이 이달이 아니더라도 조만간 빅스텝 카드를 꺼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물가는 이미 한은의 연간 물가 상승률 목표치인 2%를 두 배 이상 상회하는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국내 물가 상승률이 5%를 넘길 수 있다는 예측이 나와 미국처럼 더 늦기 전에 빅스텝으로 미리 물가를 안정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 3일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8%로 2008년 10월(4.8%) 이후 13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글로벌 투자은행 ING는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조만간 5%대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이유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1일 첫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물가가 제일 문제”라고 언급했다. 그만큼 현재 물가 수준을 볼 때 빅스텝 필요성을 배제하기 어렵게 됐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지며 한은 역시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점도 빅스텝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현재 미 연준의 기준금리는 0.75∼1.00%다. 한은이 기존 방식대로 5월에 0.25%포인트만 인상하더라도 미 연준이 향후 2회 연속 빅스텝을 밟게 되면 한미 간 기준금리는 역전된다. 미 연준이 물가를 잡기 위해 계속 금리를 올릴 가능성도 높아 한미 간 기준금리 격차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이유로 시장에서는 5월과 7월 한은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 빅스텝도 가능하다고 분석한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5월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인상돼 1.75%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며 “(4월에 이어) 5월 인상 이후에도 7월까지 3회 연속으로 기준금리가 인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물가가 빠르게 높아질 경우 시장에서는 5월에 이어 7월 금통위에서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0.5%포인트 인상 가능성도 제기될 것이다. 더욱이 추석이 9월 9~12일로 다소 빠른 점도 물가를 자극할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이용우 기자 lee.yongwo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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