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방산 FTA, K-방산에 수출교두보 될까 대미의존 커질까
韓美, 국방 상호 조달 협정(RDP) 체결 추진
K-방산 미국 시장서 가격경쟁력 향상 가능
시장 개방 따른 국내 방산업체 피해 우려도
![항공우주산업(KAI)이 제작한 국산 경공격기 FA-50. [사진 공군본부]](https://economist.co.kr/data/photo/202206/03/1b07b9d8-d53d-4a2d-8eb9-fc9985a5f7ed.jpg)
항공우주산업(KAI)이 제작한 국산 경공격기 FA-50. [사진 공군본부]
이에 업계 일각에서는 RDP 체결이 국내 방산업계의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한 발판이 될 수 있다는 기대를 내비치고 있다. 동시에 한편에선 국내 피해 우려도 나온다. 한국도 미국 업체의 국내 진입 시 문턱을 낮춰야 하는 데다, 미국은 무기 대부분을 직접 개발·생산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어 한국이 얻는 효과가 미미할 거라는 우려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달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한미 정상 공동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https://economist.co.kr/data/photo/202206/03/87d9cb13-952f-4fbb-beec-d2f1fad85094.jpg)
윤석열 대통령이 이달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한미 정상 공동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RDP는 미국 국방부가 동맹국이나 우방국과 체결하는 양해각서다. 체결국 상호 간 조달 제품 수출 시 무역장벽을 없애거나 완화하자는 취지의 협정으로, 국방 분야의 FTA로 평가 받는다.
국내 업계가 RDP에 주목하는 배경은 국내 방산업체가 RDP를 통해 수출 시 가격경쟁력을 갖출 수 있어서다. 미국은 현재 무기 도입 사업 시 자국 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수출 희망 업체에 대해 ‘미국산 우선 구매제도(BAA)’를 적용하고 있다.
이 제도는 금액 기준으로 전체 원가의 55% 이상을 미국산 부품비로 채우도록 한다. 이 비율을 맞추지 못하면 수출원가에 50%가량 ‘할증’을 부과한다. 다만 RDP 체결국에 한해서는 미 국방부가 자국 국익에 해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해당 제도에서 규정하는 비율을 충족하지 않아도 할증을 피할 수 있다.
특히 미국은 우선 구매제도 적용 비율을 55%에서 오는 2028년에는 75%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RDP를 체결하지 않은 국가는 가격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워져 미국 시장 진출이 사실상 어려워진다.
RDP 체결, K-방산의 美 장갑차·훈련기 시장 진출 탄력 기대
![한화디펜스 레드백 장갑차. [사진 방위사업청]](https://economist.co.kr/data/photo/202206/03/21c89aac-3611-440d-a74b-82b4cbea0662.jpg)
한화디펜스 레드백 장갑차. [사진 방위사업청]
이 같은 미국의 정책에 한미 양국의 RDP이, 국내 방산업계가 세계 최대 규모의 방산시장인 미국에 대한 수출을 확대할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국산 무기체계가 최근 호주·이집트·아랍에미리트(UAE) 등에서 대규모 수출 계약에 연이어 성공해,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수출 확대 등 시장 다변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업계에서는 한화디펜스와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이 미국 진출에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호주 수출용 장갑차 레드백을 개발한 한화디펜스는 사업비가 총 54조원 규모인 미국 차세대 장갑차(OMFV)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OMFV는 미 육군이 운용 중인 브래들리 장갑차 약 3500대를 교체하는 사업이다.
KAI도 미 해군 고등훈련기(UJTS)와 공군 전술훈련기(ATT) 사업을 정조준하고 있다. 특히 ATT는 미 공군의 고등훈련기 T-38 노후화와, 차세대 고등훈련기 T-7A 전력화 지연이 겹친 상황에서 사업 규모가 더 커질 수도 있다. 미 공군 납품이 성공하면 미국 우방국의 훈련기 시장 진출도 가속할 수 있다.
여기에 윤석열 정부가 국정과제에 한·미 RDP 체결을 담고 있으며, 미국이 한국을 제외한 상당수 우방국과 RDP를 체결하고 있다는 점도 한·미 RDP의 필요성과 체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국가안보실에 따르면 미국은 영국·호주·독일·일본 등 28개국과 RDP를 맺고 있다.
미국업체의 국내 진입 문턱도 낮아져 피해 우려
![경남 사천의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공장에서 KAI가 독자 개발한 고등훈련기 T-50을 조립하는 모습. [중앙포토]](https://economist.co.kr/data/photo/202206/03/0f1b717a-467c-49f5-9076-0fbbf188b10d.jpg)
경남 사천의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공장에서 KAI가 독자 개발한 고등훈련기 T-50을 조립하는 모습. [중앙포토]
다만 한·미 RDP 체결이 단기간 내 국산 무기체계의 수출성과로 이어지긴 힘들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은 이미 대부분 무기체계를 직접 개발·생산하고 있어서다.
RDP를 체결하면 수출보다 국내 수급 위주로 사업을 하는 방산업체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한국이 수입하는 무기체계 상당수가 이미 미국산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RDP 체결이 미국업체들에 대한 문턱도 낮춰 대미 의존도가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한국은 국외에서 대형 무기를 도입할 때 현지 업체가 국내업체와 협력을 강화하는 등의 절충교역(무기판매에 따른 기술이전이나 반대급부)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RDP를 체결하면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미국이 절충교역 제외를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향후 정책연구용역, 각 계 간담회, 관계부처 협의 등을 통해 한미 RDP 추진 방안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군에 따르면 국방기술진흥연구소는 방사청의 요청으로 지난달부터 ‘한미 상호국방조달협정(RDP-MOU) 경제성 및 산업영향성 분석’이라는 주제의 연구용역을 발주해 진행 중이다. 용역 기간은 올해 7월까지다.
강필수 기자 kang.pilsoo@joongang.co.kr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