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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방산 FTA, K-방산에 수출교두보 될까 대미의존 커질까

韓美, 국방 상호 조달 협정(RDP) 체결 추진
K-방산 미국 시장서 가격경쟁력 향상 가능
시장 개방 따른 국내 방산업체 피해 우려도

 
 
항공우주산업(KAI)이 제작한 국산 경공격기 FA-50. [사진 공군본부]

항공우주산업(KAI)이 제작한 국산 경공격기 FA-50. [사진 공군본부]

한·미 양국이 방위산업 분야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불리는 국방 상호 조달 협정(RDP) 체결을 위한 논의를 개시하기로 했다. 
 
이에 업계 일각에서는 RDP 체결이 국내 방산업계의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한 발판이 될 수 있다는 기대를 내비치고 있다. 동시에 한편에선 국내 피해 우려도 나온다. 한국도 미국 업체의 국내 진입 시 문턱을 낮춰야 하는 데다, 미국은 무기 대부분을 직접 개발·생산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어 한국이 얻는 효과가 미미할 거라는 우려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달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한미 정상 공동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이달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한미 정상 공동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이달 21일 한미 정상회담 공동기자회견 모두발언에서 “양국은 미래 먹거리로 부상 중인 방산 분야의 FTA라고 할 수 있는 국방 상호 조달 협정 협의를 개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RDP는 미국 국방부가 동맹국이나 우방국과 체결하는 양해각서다. 체결국 상호 간 조달 제품 수출 시 무역장벽을 없애거나 완화하자는 취지의 협정으로, 국방 분야의 FTA로 평가 받는다.
 
국내 업계가 RDP에 주목하는 배경은 국내 방산업체가 RDP를 통해 수출 시 가격경쟁력을 갖출 수 있어서다. 미국은 현재 무기 도입 사업 시 자국 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수출 희망 업체에 대해 ‘미국산 우선 구매제도(BAA)’를 적용하고 있다.
 
이 제도는 금액 기준으로 전체 원가의 55% 이상을 미국산 부품비로 채우도록 한다. 이 비율을 맞추지 못하면 수출원가에 50%가량 ‘할증’을 부과한다. 다만 RDP 체결국에 한해서는 미 국방부가 자국 국익에 해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해당 제도에서 규정하는 비율을 충족하지 않아도 할증을 피할 수 있다. 
 
특히 미국은 우선 구매제도 적용 비율을 55%에서 오는 2028년에는 75%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RDP를 체결하지 않은 국가는 가격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워져 미국 시장 진출이 사실상 어려워진다.
 

RDP 체결, K-방산의 美 장갑차·훈련기 시장 진출 탄력 기대

한화디펜스 레드백 장갑차. [사진 방위사업청]

한화디펜스 레드백 장갑차. [사진 방위사업청]

 
이 같은 미국의 정책에 한미 양국의 RDP이, 국내 방산업계가 세계 최대 규모의 방산시장인 미국에 대한 수출을 확대할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국산 무기체계가 최근 호주·이집트·아랍에미리트(UAE) 등에서 대규모 수출 계약에 연이어 성공해,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수출 확대 등 시장 다변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업계에서는 한화디펜스와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이 미국 진출에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호주 수출용 장갑차 레드백을 개발한 한화디펜스는 사업비가 총 54조원 규모인 미국 차세대 장갑차(OMFV)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OMFV는 미 육군이 운용 중인 브래들리 장갑차 약 3500대를 교체하는 사업이다.
 
KAI도 미 해군 고등훈련기(UJTS)와 공군 전술훈련기(ATT) 사업을 정조준하고 있다. 특히 ATT는 미 공군의 고등훈련기 T-38 노후화와, 차세대 고등훈련기 T-7A 전력화 지연이 겹친 상황에서 사업 규모가 더 커질 수도 있다. 미 공군 납품이 성공하면 미국 우방국의 훈련기 시장 진출도 가속할 수 있다. 
 
여기에 윤석열 정부가 국정과제에 한·미 RDP 체결을 담고 있으며, 미국이 한국을 제외한 상당수 우방국과 RDP를 체결하고 있다는 점도 한·미 RDP의 필요성과 체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국가안보실에 따르면 미국은 영국·호주·독일·일본 등 28개국과 RDP를 맺고 있다.
 

미국업체의 국내 진입 문턱도 낮아져 피해 우려

경남 사천의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공장에서 KAI가 독자 개발한 고등훈련기 T-50을 조립하는 모습. [중앙포토]

경남 사천의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공장에서 KAI가 독자 개발한 고등훈련기 T-50을 조립하는 모습. [중앙포토]

 
다만 한·미 RDP 체결이 단기간 내 국산 무기체계의 수출성과로 이어지긴 힘들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은 이미 대부분 무기체계를 직접 개발·생산하고 있어서다.
 
RDP를 체결하면 수출보다 국내 수급 위주로 사업을 하는 방산업체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한국이 수입하는 무기체계 상당수가 이미 미국산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RDP 체결이 미국업체들에 대한 문턱도 낮춰 대미 의존도가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한국은 국외에서 대형 무기를 도입할 때 현지 업체가 국내업체와 협력을 강화하는 등의 절충교역(무기판매에 따른 기술이전이나 반대급부)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RDP를 체결하면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미국이 절충교역 제외를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향후 정책연구용역, 각 계 간담회, 관계부처 협의 등을 통해 한미 RDP 추진 방안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군에 따르면 국방기술진흥연구소는 방사청의 요청으로 지난달부터 ‘한미 상호국방조달협정(RDP-MOU) 경제성 및 산업영향성 분석’이라는 주제의 연구용역을 발주해 진행 중이다. 용역 기간은 올해 7월까지다.

강필수 기자 kang.pil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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