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ECONOMIST

‘업비트 효과’ 넘어야…케이뱅크, 추가 성장 돌파구는?

은행

케이뱅크가 ‘기업공개(IPO) 삼수생’의 부담 속에서 새로운 성장 해법 찾기에 분주하다. 그간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와 제휴에 힘입어 단숨에 몸집을 키웠지만, 계약 연장 여부와 불어난 이자비용이 부담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케이뱅크는 개인사업자 대출과 스테이블코인 송금 등 추가 성장 사업을 키워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업비트에 기댄 성장…이자비용 부담도 커져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올해 2분기 682억원의 순이익을 올리며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다. 이번 실적은 채권 운용과 플랫폼 광고 등 비이자이익이 이끌었다. 케이뱅크의 2분기 비이자이익은 19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2% 늘었다.여·수신 규모도 꾸준히 확대됐다. 상반기 기준 수신 잔액은 26조7616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2.5% 증가했고, 여신 잔액 역시 10.8% 늘어난 17조3744억원을 기록했다. 고객 수는 지난해 1100만명을 넘어선 데 이어 올해 상반기 말 1400만명을 돌파했다.케이뱅크가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업비트와의 제휴가 있다. 2020년 6월 실명계좌 협력을 시작한 뒤 5년 넘게 관계를 이어오며 대규모 고객을 확보했다. 양 사는 올해 10월 초 계약이 만료되는데, 계약 연장이 유력하다.업비트 예치금 비중도 높다. 케이뱅크의 원화 예수금 중 약 4조4000억원(16.4%)이 업비트 예치금이다. 예치금은 저원가성 예금으로 분류돼 운용수익과 직결되지만, 줄어들 경우 이자수익과 예대마진이 동시에 위축될 수 있다. 업비트 고객예치금이 케이뱅크 수신 기반의 핵심으로 꼽히는 이유다.그간 ‘업비트 효과’가 케이뱅크 외형 성장에 크게 기여했지만, 동시에 이자비용 부담도 커짐 점은 부담이다. 특히 지난해 7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으로 업비트 예치금 이자율이 0.1%에서 2.1%로 뛰면서 비용이 급증했다. 이 여파로 케이뱅크의 2분기 이자이익은 1033억원으로, 전년 대비 19.7% 감소했다.사장님 대출 3조 돌파…케이뱅크의 새 성장 축케이뱅크의 과제는 ‘업비트 의존도 줄이기’다. 이를 대체할 또 다른 성장 축으로 개인사업자 대출이 주목받고 있다. 가계대출 규제 속 성장세가 한계에 달한 상황에서 사업자대출은 안정적으로 이자이익을 확보할 핵심 동력이다.지난 9월 말 기준 케이뱅크의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3조원을 돌파했다. 2022년 5월 ‘사장님 보증서대출’을 시작으로 같은 해 9월 ‘사장님 신용대출’, 2024년 7월 ‘사장님 부동산담보대출’을 잇달아 출시했다. 인터넷전문은행 중 유일하게 신용·보증·담보 전 영역의 상품 포트폴리오를 갖췄다.상품별 대출 취급액은 ▲사장님 신용대출 2조1900억원 ▲사장님 보증서대출 3900억원 ▲사장님 부동산담보대출 4200억원 순이다. 특히 부동산담보대출은 출시 14개월 만에 4000억원을 넘었다. 올해에만 1조2000억원 규모의 개인사업자 대출을 새로 공급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빠른 속도와 낮은 금리가 성장세를 견인했다. 올해 8월 기준 평균 금리는 보증서대출 연 4.24%, 신용대출 연 5.08%, 부동산담보대출은 연 3.53%로 은행권 최저 수준이다. 모든 과정이 비대면으로 진행되며, 대출까지 시간이 가장 많이 걸리는 부동산담보대출 또한 고객 10명 중 9명은 신청 10일 이내에 실행을 마쳤다. 케이뱅크는 향후에도 개인사업자 대출 경쟁력 강화를 이어갈 계획이다. 연내 부동산담보대출을 고도화해 상호금융권 상품 대환을 지원하고, 담보 범위를 기존 아파트에서 상가까지 넓힐 예정이다. “빠르고 저렴” 스테이블코인 실험도 지속 은행권에서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케이뱅크도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해외송금 기술검증에 나서고 가상자산 태스크포스(TF)를 꾸리는 등 신사업 기반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스테이블코인은 특정 자산의 가치에 연동돼 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하도록 설계된 암호화폐로, 비트코인 등 기존 가상자산의 높은 변동성을 보완해 결제와 송금 등 실생활 활용성이 높다.최근 케이뱅크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해외송금의 실현 가능성을 확인했다. 한국과 일본 간 스테이블코인 송금 기술검증(PoC) 사업인 ‘팍스프로젝트’(Project Pax) 1단계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것이다.이번 검증은 한국에서 원화를 원화 스테이블코인으로 전환해 블록체인을 통해 송금한 뒤, 일본에서 이를 엔화로 환전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를 통해 스테이블코인 기반 송금이 기존 해외송금보다 더 빠르고 저렴하게 처리될 수 있음이 확인됐다.특히 국제 외환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은행 간 송금에서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 입증됐다. 또한 개방형 API 구조를 통해 은행뿐 아니라 제2금융권과 기업까지 손쉽게 참여할 수 있어 인프라 확장 가능성도 높게 평가됐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팍스프로젝트 1단계 검증으로 스테이블코인 기반 해외송금의 효율성과 실제 구현 가능성을 입증했다”며 “케이뱅크는 앞으로도 디지털 자산 기반 혁신을 선도해 고객에게 더 빠르고 효율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5.10.13 10:00

4분 소요
네이버가 넥슨과 손잡은 이유는?

IT 일반

네이버와 넥슨이 만나 ‘하는 게임’과 ‘보는 게임’을 결합해 인공지능(AI)·데이터를 활용한 새로운 경험을 이용자들에게 선사할 계획이다.네이버와 넥슨은 지난 9월 25일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네이버 1784에서 최수연 네이버 대표, 강대현 넥슨코리아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네이버-넥슨 전략적 업무협약식’을 진행했다. 네이버와 넥슨은 업무 협약을 시작으로 양사가 보유한 플랫폼·콘텐츠·데이터를 활용한 시너지를 도모할 방침이다.우선 편의성과 보안성이 뛰어난 네이버 로그인으로 넥슨 계정 로그인이 가능하도록 순차적으로 계정 연동을 진행할 계획이다. 넥슨·네이버 계정 연동 이후 이용자는 게임·콘텐츠를 넘어 쇼핑·결제 경험도 간편해질 전망이다. 넥슨캐시 충전 과정에서의 네이버페이 단건, 정기 예약 결제 역시 가능하도록 협의하기로 했다.또한 PC 메인, 모바일 콘텐츠 탭 등 네이버 서비스 내 맞춤형 게임 콘텐츠 노출 확대를 함께 기획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라이브 영상을 AI를 활용해 실시간으로 클립 하이라이트로 생산하는 방식도 구상중이며, 게임 스트리머와 이용자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킬 전망이다.넥슨 유명 게임 IP 활용한 스트리밍, 온오프라인 대규모 마케팅 논의네이버 스트리밍 플랫폼 치지직에서도 넥슨의 다양한 게임 지식재산권(IP)과 협업을 시작한다. 게임 리그 및 주요 이벤트 진행 시 치지직을 통해 중계를 하고 나아가 오프라인 리그에서 굿즈 판매, 네이버 예약을 비롯한 대규모 마케팅을 함께 진행할 방침이다. 또한 게임 플레이 중 라이브 방송, 스트리밍 버튼을 통해 손쉽게 치지직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단계적으로 협의 예정이다. 아울러 치지직에서 넥슨 게임의 라이브 스트리밍 방송을 보던 유저가 플레이 버튼을 통해 넥슨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도록 하는 협의도 진행 중이다.네이버 관계자는 “2025년~2032년까지 월드컵, 올림픽 중계권을 확보한 네이버와 인기 스포츠 게임 IP를 보유한 넥슨의 다양한 마케팅도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네이버는 OTT, 모빌리티에 이어 게임 분야에서 파트너십을 강화하며 사용자에게 새로운 서비스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양사가 온오프라인 더욱 다양한 영역에서 플랫폼, 콘텐츠 생태계를 확장하고 고도화할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하겠다”고 밝혔다.강대현 넥슨코리아 대표는 “이번 업무협약을 통해 양사가 더욱 풍부해진 데이터를 기반으로 차별화된 서비스와 이용 경험을 제공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고도화된 서비스로 유저들의 일상에 게임이 더욱 자연스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네이버와 긴밀하게 협업할 것”이라고 밝혔다.그렇다면 수많은 국내 게임사 가운데 네이버가 넥슨과 손을 잡은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넥슨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의 연령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넥슨은 매출 기준 국내 1위 게임사이자 동시에 1020세대부터 3040세대에 이르는 넓은 유저풀을 가지고 있다. 특히 1020세대가 많이 즐기는 캐주얼 게임 장르에 있어서는 국내에서 독보적이다.최근 네이버의 고민은 이른바 ‘젠지 세대’라고 불리는 10대부터 20대에 해당하는 유저들의 플랫폼 체류시간을 늘리는 것이다. 이들에게 네이버는 과거의 유산이다. 네이버가 스트리밍 플랫폼 치지직을 지난해 5월 정식으로 선보인 것도 1020세대들을 포섭하기 위함이 크다.치지직은 현재 e스포츠·예능·스포츠·버추얼 콘텐츠 등 다양한 장르의 인기 IP를 중심으로 차별화된 시청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스트리머와 함께 콘텐츠를 감상하는 ‘같이보기’, 오프라인 뷰잉파티 등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커뮤니티형 시청 문화를 통해 이용자 간 실시간 상호작용과 콘텐츠에 대한 몰입도를 높이고 있다. 또한 고품질 중계 기술과 3D 콘텐츠 제작을 지원하는 전용 스튜디오 ‘모션스테이지’ 등 기술적 인프라를 기반으로, 실시간 스트리밍의 품질과 시청 편의성을 지속적으로 향상시키고 있다. 공격적 확장 중인 치지직, 젠지 세대 노린다치지직은 올해 콘텐츠를 공격적으로 확장하며 스트리밍 시장에서 위상을 공고히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세계 최대 규모 e스포츠 대회인 ‘e스포츠월드컵’(EWC)의 한국어 독점 중계권을 3년간 확보했다. 네이버에 따르면, 치지직은 지난 7월~8월 진행된 EWC 2025 독점 한국어 중계를 통해 이용 지표가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네이버에 따르면 치지직은 대회 기간 동안 누적 시청자 수 3100만명을 기록했다. 공식 중계 채널도 4900만의 누적 페이지뷰(PV)를 달성했다. EWC에 대한 높은 관심은 신규 유입으로 이어져 7월 신규 유입자 수는 전월 대비 48% 증가했다.시장조사업체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지난 7월 치치직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242만명으로, 전년 동월과 비교해 17%가량 늘었다. 지난해 7월 4억4400만분이던 사용시간도 올해 두 배 가까이 오른 8억4700만분으로 집계됐다. 무려 90%를 넘는 증가율이다.치지직은 게임 콘텐츠를 넘어 전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스포츠로도 영역을 넓히고 있다. 그 일환으로 최근 한국야구위원회(KBO)와 협약을 맺고 오는 11월 야구 국가대표 평가전 4경기를 무료 생중계하기로 했다. 앞서 지난 6월에는 골프 경기 ‘PGA US 오픈 챔피언십’, 9월에는 축구 경기 ‘FIFA U-20 월드컵’을 중계하기도 했다.IT업계 관계자는 “네이버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미래 고객인 젠지 세대를 사로잡는 것”이라며 “10대와 20대에게 인기있는 콘텐츠 중 하나가 게임이다. 넥슨과의 협업도 그 일환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2025.10.13 09:00

4분 소요
케이뱅크 세 번째 IPO 도전…FI의 조건 충족시킬 수 있을까

은행

기업공개(IPO) 삼수생 케이뱅크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앞선 두 차례 IPO 실패를 교훈 삼아 몸값을 어떻게 조정할지, 또 시장 신뢰를 되찾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투자자와의 약속대로 내년 7월까지 상장을 마쳐야 하는 케이뱅크의 셈법은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실패 또 실패…심기일전 세 번째 도전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조만간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 신청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앞서 케이뱅크는 지난 3월 이사회 결의를 통해 IPO를 공식화하고 코스피 상장 절차에 돌입했다. 이후 지난달 국내 주요 증권사에 입찰제안서(RFP)를 발송하고 심사를 거쳐 NH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을 상장대표 주관사로 선정했다.상장예비심사 기간은 45영업일 이내로 규정돼 있다. 하지만 자료 보완 등에 따라 2~3개월 이상이 걸리는 경우도 많다. 예비심사 이후에도 증권신고서 제출, 수요예측·청약 등 절차가 남아 있어 케이뱅크가 이를 감안해 예심 청구 시기를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IPO 추진은 케이뱅크의 세 번째 시도다. 앞서 케이뱅크는 지난 2022년 말, 인터넷전문은행 경쟁사인 카카오뱅크의 상장에 자극을 받은 듯 빠르게 상장 절차에 돌입했다. 2023년 상반기 코스피 입성을 목표로 IPO에 나섰지만 증시침체로 인한 기업가치 저평가 등을 우려해 2023년 2월 IPO 추진을 철회했다. 당시 약 7조~8조원을 목표로 첫 번째 IPO를 준비했지만 금리인상기에 공모주 시장의 투자 심리가 얼어붙으면서 공모 절차에 나서지 않았다.이후 케이뱅크는 지난 2024년 10월 다시 수요예측에 나섰으나 냉담한 시장 반응에 코스피 상장 계획을 철회했다. 당시 목표 기업가치는 약 5조원이었다. “내년 7월까지 상장” FI와 약속 지킬까케이뱅크가 재도전을 거듭하며 상장에 목숨 거는 이유는 재무적투자자(FI)들과의 약속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케이뱅크의 이번 상장을 사실상 ‘마지막 도전’으로 보고 있다. FI와 체결한 계약에 따라 내년 7월까지 상장을 마무리해야 하기 때문이다.현재 케이뱅크의 최대주주인 BC카드는 2020년 4월 모기업인 KT가 대주주 적격성 이슈로 케이뱅크 지분을 보유할 수 없게 되자 주식 전량을 넘겨받았다. 이후 케이뱅크 정상 영업을 위해 두 차례 유상증자를 통해 6000억원 이상을 쏟아 부었다. 그럼에도 케이뱅크는 자본확충에 실패해 개점휴업 상태로 1년을 보냈다. 2019년 5월부터 2020년 6월까지 대출 영업을 중단한 것이다. 이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FI에 손을 벌렸다. 2021년 유상증자 당시 MBK파트너스·베인캐피탈 등이 참여했다. 이를 통해 7250억원을 유치하며, 2026년 7월까지 상장을 하지 못하면 FI가 드래그얼롱(동반매각청구권)과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내용의 주주 간 계약을 맺었다.드래그얼롱은 대주주나 일정 지분 이상을 보유한 주주가 지분을 제3자에게 매각할 때 소수주주인 FI도 동일한 조건으로 지분을 매각할 수 있는 권리다. 케이뱅크가 기한 내 상장을 하지 못할 경우 최대주주인 BC카드가 케이뱅크 지분을 매각하면 FI도 같은 조건으로 지분을 매각해 투자금 회수에 나설 수 있다. 또한 FI가 보유 지분을 정해진 가격에 대주주나 회사 측에 되팔 수 있는 풋옵션 권리를 행사하면 BC카드의 부담은 커진다. 4조원 이상 몸값 원해…공모구조 개선 관건케이뱅크의 세번째 IPO 흥행 관건은 기업가치 산정이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IPO 추진 당시 공모 주식 수 8200만주, 희망 공모가 9500원~1만2000원을 제시했다. 이를 기준으로 한 시가총액은 3조9586억~5조3000억원이다. 하지만 기관 투자자들은 밴드 하단 또는 이하의 금액을 써내며 케이뱅크의 기업가치를 이보다 낮게 평가했다.이 가운데 FI들의 입장은 단호하다. MBK파트너스·베인캐피탈·MG새마을금고 등 주요 투자자들은 최소 4조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면 상장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시장에서는 케이뱅크가 이번에도 이전과 비슷한 수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려 할 것으로 본다. 최소 4조원 이상이다. 이번 IPO 성사를 위해 공모 주식 수를 줄여 수급 부담을 더는 등 공모 구조 개선을 추진하는 방안이 점쳐진다. 공모 주식 수를 줄이면 시가총액은 소폭 줄면서도 공급 부담을 낮춰 투자 심리를 개선할 수 있다.증시 환경도 우호적이다. 최근 코스피 시장이 3000을 돌파하고 금융주들의 가파른 상승세에 케이뱅크가 기업가치를 보다 높게 받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비교 기업의 주가가 높아지면 케이뱅크의 가치 산정에 있어서도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주요 비교 기업인 카카오뱅크 주가는 올해 초 2만950원에 머물렀지만 지난 6월 24일 76.6%나 오른 3만7000원을 기록했다. 다만 카카오뱅크 주가가 최근 들어 내림세를 보이고 있는 점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지난 9월 30일 기준 카카오뱅크 주가는 2만3750원으로 다시 2만원대로 내려왔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상장예비심사 제출 일정은 확정된 것은 없지만, 상장 완료일은 FI들과 정해진 계약이 있는 만큼 내년 7월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작년보다 국내 증시가 좋아진 점은 긍정적이지만 시장 상황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2025.10.13 09:00

4분 소요
“다 계획이 있구나”...뷰티 공룡의 넥스트 스텝

유통

K-뷰티 대장주로 떠오른 에이피알(APR)의 시계가 빠르게 돌아간다. 회사는 지난 2014년 창립 이후 10여년 만에 화장품과 뷰티 디바이스(미용기기)를 발판으로 국내 대표 뷰티 기업에 등극했지만 현재의 위치에 만족하지 않는다. 이미 수년 전부터 공격적인 투자를 통한 넥스트 스텝을 준비하고 있다.뷰티 넘어 의료기기로 사업 확장에이피알의 목표는 화장품과 미용기기를 넘어 의료기기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 종합 뷰티 기업으로 도약하는 것이다. 김병훈 에이피알 대표는 지난 9월 1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아마존 뷰티 인 서울 2025’ 콘퍼런스에서 “글로벌 안티에이징 넘버원 기업이 되는 것이 목표”라며 “화장품과 미용기기를 넘어 의료기기(미용 관련)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인류의 노화를 극복하는 기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미용 의료기기 산업은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은 시장 중 하나다. 시장조사기관 프리시던스리서치(Precedence Research)에 따르면 글로벌 미용 의료기기 시장은 올해 215억9000달러(30조2032억원)로의 성장이 예상된다. 오는 2034년까지는 연평균 10%씩 성장해 약 513억4000만달러(72조1224억원)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에이피알은 자사가 보유한 에너지 기반 장비(EBD) 역량을 발판 삼아 전문 의료기기 장비 시장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다. 회사 측이 신사업에 자신감을 보이는 이유는 홈 미용기기 브랜드 ‘메디큐브 에이지알’(AGE-R)의 제품 기획부터 연구개발(R&D)·생산·물류까지 모든 과정이 자체 밸류체인으로 통합 운영되고 있어서다. 이를 통해 저주파(EMS)·고주파(RF)·초음파(HIFU) 등 미용 의료기기에 사용되는 전문 기술을 이미 확보했다. 가정용 제품으로 효능과 안전성을 입증하기도 했다.특히 에이피알은 미용기기 전담 R&D 조직을 지난 2023년 1월부터 운영해 왔다. 해당 조직에는 의공학 및 전자공학 등 관련 분야에서 다수의 경력을 보유한 전문 인력 약 30명이 소속돼 미용기기의 핵심 기술을 연구하고 고유 기술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특허 출원 등도 진행 중이다.에이피알 측은 “그간 미용기기 사업을 통해 축적한 기술 노하우와 시장 트렌드를 활용해 피부미용 시설에서 전문 인력이 사용할 수 있는 혁신적인 전문 미용 의료기기를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에이피알의 미래 청사진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회사는 폴리데옥시리보뉴클레오타이드(PDRN)를 신사업 소재로 삼아 활용 범위를 다각화할 계획이다. PDRN은 연어의 DNA에서 유래한 성분이다. 뛰어난 피부 컨디션 부스팅 효과를 기반으로 미용 목적 사용이 급증하고 있다. 에이피알은 PDRN의 탁월한 항노화 효과에 주목하며 지난해 PDRN과 폴리뉴클리오티드(PN) 소재의 자체 생산 및 해당 소재를 활용한 ‘스킨부스터’ 관련 사업에 중장기적으로 진출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를 위해 에이피알은 평택에 PDRN 생산을 위한 에이피알팩토리 제3캠퍼스도 세웠다. 해당 시설은 대지면적 1만2859㎡(약 3890평) 부지에 건축면적 4284㎡(약 1296평), 지상 2층 규모다. 에이피알은 이곳에서 PDRN과 PN의 원료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이 경우 에이피알은 PDRN의 공급 유연성과 가격 탄력성에 있어서 큰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궁극적인 목표는 자체 생산 시설을 통해 순도 높은 고품질의 PDRN을 합리적인 가격대로 생산하는 것이다. 에이피알은 자체 생산한 PDRN을 활용해 스킨부스터 등과 같은 헬스케어 사업 진출도 준비 중이다.미래 성장 위한 과감한 투자에이피알이 의료기기를 신사업으로 결정한 것은 지난 2023년 전후로 보인다. 회사는 지난 2023년 3월 정관상 사업목적에 ▲의료기기 개발 및 제조·판매업 ▲미용기기 개발 및 제조·판매업 ▲의료기기·미용기기·가정용 전자기기연구개발업 등을 추가했다.이와 맞물려 공격적인 투자도 이어왔다. 에이피알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회사의 지난 4년(2021~2024년)간 투자활동 현금흐름은 ▲2021년 마이너스(-) 72억원 ▲2022년 –91억원 ▲2023년 –283억원 ▲2024년 –1097억원이다. 올해는 투자로 인한 현금지출 규모가 더 커졌다. 에이피알의 상반기 투자활동 현금흐름은 –965억원을 기록했다.‘투자활동 현금흐름’은 기업이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 활용한 자금 규모를 의미한다. 관련 지표가 ‘–’ 흐름을 보인다는 것은 단기적으로는 현금이 빠져나가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성장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해당 지표가 ‘+’ 흐름이라면 투자보다 기존 자산 매각을 통한 현금 확보에 나서고 있다고 풀이할 수 있다.이는 에이피알이 최근까지 구축한 자체 생산 인프라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에이피알은 현재 서울시 금천구 가산동에 위치한 에이피알팩토리 제1캠퍼스(설립일 2023년 7월)와 경기 평택시 포승읍의 에이피알팩토리 제2캠퍼스(2024년 5월) 그리고 제3캠퍼스(2024년 9월) 준공 및 운영을 통해 디바이스 개발·생산부터 물류창고 통합 운영까지 아우르는 체계를 구축한 상태다.업계 관계자는 “에이피알은 스타트업의 빠른 결정 속도에 대기업의 자금력까지 갖췄다”며 “증권가에서도 에이피알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상황인데, 신사업이 기존의 성장 흐름에 득이 될지, 독이 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5.10.13 08:00

4분 소요
“제4인뱅 도전 지속…금융생태계서 소상공인 모세혈관 될 것” [이코노 인터뷰]

은행

서울 테헤란로의 한 건물 6층. 김동호 한국신용데이터(KCD) 대표를 만나러 사무실에 들어선 기자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한쪽 벽면에 가지런히 진열된 상패와 협약서들이다. KCD가 걸어온 성장의 궤적이 한 눈에 보였다. 이어 대표실로 들어서자 책상 옆 벽에는 제4인터넷은행 관련 신문기사와 인공지능(AI) 관련 기사들이 오려 붙어 있었다. 김 대표의 최근 관심사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장면이었다.데이터로 길을 연 ‘연쇄 창업가’…소상공인 시장에 주목‘데이터’를 기반으로 두 번의 창업을 해온 김 대표는 ‘연쇄 창업가’라고 불린다. 그는 지난 2011년 ‘아이디인큐(오픈서베이)’를 설립했다. 이후 2016년 대표직에서 물러나 같은 해 한국신용데이터를 창업했다.김 대표는 “어렸을 때부터 수학·과학을 좋아했고, 인문학이 덜 중요한 건 아니지만 숫자를 다루는 일은 명확히 떨어지니까 매력이 있었다”며 “인문학이 덜 중요하다는 것은 아니지만 데이터와 숫자를 잘 활용하는 사람과 서비스가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KCD는 설립 초기부터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해왔다. 소상공인 경영관리 서비스 ‘캐시노트’를 기반으로 성장했고, 지난 2022년에는 국내 최초로 개인사업자의 신용평가를 전업으로 하는 한국평가정보(KCS)를 출범했다. 김 대표는 “창업 초기에는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하는 시장에서의 확장 가능성이 굉장히 커 보였다”면서 “해당 시장에서 자리를 잡으면 사장님들이 한 서비스에서 A부터 Z까지 해결할 수 있는 ‘사장님 포털’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발로 뛰며 고객관리…이젠 AI 비서 개발까지캐시노트 서비스를 처음 내놓았을 당시는 김 대표에게 식사 시간은 ‘고객 관리 시간’이기도 했다. 김 대표는 “서울 선릉역 근처에 점심·저녁을 저녁 먹으러 갈 때, 방문한 가게 사장님 캐시노트를 이용하는 분이면 일부러 인사드리고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고 회상했다.그간 김 대표가 사업을 확장해오면서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우리나라 약 600만개의 소상공인 사업체의 요구가 제각각이지만, 초기 확장성을 위해선 캐시노트를 보편적인 서비스로 만들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김 대표는 “최근에는 이런 아쉬움을 달랠 수 있는 기술이 많이 나왔고, KCD 또한 AI· 대규모언어모델(LLM)등을 이용해서 개인화·자동화하는 서비스를 늘려가고 있다”고 말했다.그가 특히 주목한 문제는 ‘사장님의 외로움’이었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 KCD는 지난해부터 대형언어모델(LLM)을 적용한 AI 비서 ‘캐시니(Cashiny)’ 서비스를 시험했고, 올해 봄 정식 출시했다. 캐시니는 매출·입금 예정 금액·상권 분석·매장 리뷰 분석 등 가게 운영의 실질적 상담은 물론, ‘친구 모드’를 통해 위로와 대화를 이어간다. 김 대표는 “사장님들은 가족에게도 말 못 하는 고민을 안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사장님들이 캐시니에게 위안을 받았다고 말씀해주실 때 가장 뭉클하다”고 전했다. “소상공인 ‘돈’ 흐르는 모세혈관 역할 할 것”창업 10년 차, 김 대표는 소상공인을 위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KCD가 기존에 보유한 데이터와 신용평가 기술력이 인터넷전문은행 전략과 맞닿아 있다고 본 것이다. 김 대표는 “KCD 창업 초기부터 은행을 목표로 했다면 거짓말이지만, 그게 또 목표에서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라면서 “소상공인에게 금융은 수많은 문제 중 하나고, KCD 서비스의 목표가 사장님의 모든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하자는 것이기에 관심사는 은행업으로 자연스럽게 확장됐다”고 했다. 김 대표는 은행을 통해 사업체에 혈액을 공급하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그는 “캐시노트 사용자 기준 200만명 사장님들의 연매출 총합은 300조원에 가깝다”면서 “200만 소상공인이 사고, 팔고, 대출받는 등 경제활동은 연간 약 600조원에 달한다”고 했다. 이어 “시장에는 600조원의 혈액들이 돌아다니는 것”이라며 “은행은 소상공인 금융 생태계서 모세혈관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그는 소상공인을 위한 은행에게 중요한 것은 혁신적인 여신 상품이라고도 강조했다. 특히 사업 역량을 제대로 파악하는 신용평가 모형을 통해 소상공인에게 대출을 내주겠다는 복안이다. 이를 위한 평가 데이터로는 ▲오후 3시~4시의 매출 ▲재방문 고객의 비율 등을 예시로 들었다.김 대표는 “많은 사장님들이 장사를 열심히 해서 매출을 올려도 은행 대출 문턱은 여전히 높고, 사실상 닫혀 있는 경우가 많다”고 꼬집었다. 이어 “개인 신용 점수만 보지 않고 사업 역량을 함께 고려해 소상공인들이 보다 정당하게 평가받는 은행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접지 않은 ‘제4인뱅 꿈’…“다음 인가 때는 좋은 결과”하지만 김 대표의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첫 도전은 아쉬운 결과로 돌아왔다. KCD가 주도한 한국소호은행 컨소시엄이 인터넷전문은행 예비 인가에서 탈락한 것이다. 외부평가위원회는 소호은행 컨소시엄에 대주주 자본력·영업 지속 가능성·안정성이 다소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그는 “대주주 자본력에 대해서도 ‘미흡’이 아니라 ‘다소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았다”며 “큰 문제가 아니라 작은 흠이 있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KCD가 지난해까지 적자를 기록한 것이 이슈가 된 것 같지만, KCD는 현금을 풍부히 보유하고 있다”면서 “올해 안에 월간 흑자 전환을 기록하고, 2026년에는 연간 흑자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인가 도전이 한 차례 좌절됐음에도 김 대표는 방향을 바꾸지 않았다. 그는 “소상공인전문은행은 당위성·필요성 모든 면에서 조만간 실현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KCD는 한국에서 소상공인을 가장 잘 아는 기업이고, 소호은행 컨소시엄은 역대 인터넷은행 신청 중 가장 많은 은행 주주를 확보했다”면서 “다음 인가 시기에는 더 발전된 사업 구조를 통해 정책 당국을 설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5.10.13 08:00

5분 소요
연일 신기록 경신…에이피알, ‘메디큐브’ 업고 시총 10조 목전

유통

괄목상대(刮目相對). 눈을 비비고 상대방을 본다는 뜻으로, 학식이나 재주가 놀랄 만큼 부쩍 늘었을 때 쓰는 말이다.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입성 1년 반 만에 화장품 업종 시가총액 1위에 오른 에이피알(APR)을 가장 잘 설명하는 단어기도 하다.최근 화장품 업계의 ‘신흥 강자’로 떠오른 에이피알의 질주가 매섭다. 가 작년과 올해 상반기(1~6월) 기준 국내 매출 1000대 기업의 영업이익(별도 재무제표 기준)을 분석한 결과 에이피알은 200위에서 90위로 100계단 넘게 뛰며 톱100에 합류했다. 2분기 ‘깜짝 실적’에 주가도 고공 행진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에이피알의 연결 기준 매출액은 1년 전보다 110.8% 늘어난 3277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01.9%나 뛴 846억원을 기록했다. 모두 분기 기준 역대 가장 많은 수준으로,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달성했다.상반기 기준으로도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593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5%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149% 늘어난 1391억원으로 지난해 전체 연간 영업이익인 1227억원을 훌쩍 뛰어넘었다.2분기 호실적에 에이피알은 ▲매출 1조원 ▲영업이익 17~18%이었던 연간 실적 목표를 상향했다. 신재하 에이피알 부사장은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연 매출은 1조3000억원을 무난하게 넘길 거라고 예상한다”며 “영업이익률도 최소 20% 이상을 유지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에이피알의 연결 기준 매출은 ▲2022년 3977억원 ▲2023년 5238억원 ▲2024년 7228억원으로 꾸준히 성장하는 흐름이다. 매출 증가율도 ▲2023년 31.7% ▲2024년 38.0%로 매년 두 자릿수를 기록하고 있다. 역대급 성적에 주가도 고공 행진 중이다. 지난 8월 6일 2분기 실적을 발표한 뒤 코스피 시장에서 에이피알은 전날보다 11.32% 오른 20만85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시총은 7조9322억원으로 지난 6월 업계 2위 LG생활건강의 시총을 추월한 지 약 두 달 만에 아모레퍼시픽(7조5339억원)을 제치며 화장품 대장주로 올라섰다.작년 2월 상장 당시 공모가 기준 약 1조8960억원이던 에이피알의 시총은 지난 8월 8조원을 넘어섰다. 1년 6개월 만에 몸값이 4배가량 불어난 셈이다. 증권가 전망도 밝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9월 29일 보고서를 통해 올해 3분기 에이피알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했다.미래에셋증권이 추정한 3분기 에이피알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11.1% 늘어난 3680억원, 217.2% 증가한 860억원으로 시장 기대치에 부합하는 수준이다.3분기 실적 호조 전망에 에이피알의 주가는 10월 1일 장 초반 26만4000원까지 오르며 역대 최고가를 새로 썼다. 이날 장 중 9조8000억원까지 확대된 시총은 10조원 달성을 눈앞에 뒀다. ‘메디큐브’ 일등 공신…미국 중심 세계 시장 공략에이피알의 초고속 성장을 이끈 건 뷰티 브랜드 ‘메디큐브’다. 에이피알은 뷰티 디바이스 ‘메디큐브 에이지알’(AGR)과 메디큐브 화장품 등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서 빠르게 몸집을 키웠다. 에이피알이 지난 2021년 3월 처음 선보인 메디큐브 에이지알은 출시 4년여 만에 글로벌 누적 판매량 400만대를 돌파했다. 지난해 12월 300만대 판매 기록을 달성한 지 약 5개월 만에 거둔 성과로, 약 13초에 한 대씩 판매된 셈이다. 에이지알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뷰티 디바이스와 화장품을 함께 사도록 한 전략도 주효했다. 에이피알에 따르면 작년 에이피알의 브랜드별 매출 비중은 메디큐브 디바이스가 43%로 1위, 메디큐브 화장품이 37%로 2위다.에이피알은 다양한 트렌드를 접목한 신제품을 출시하는 동시에 화장품부터 뷰티 디바이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연동 서비스까지 이어지는 ‘스마트 홈 케어’를 통해 차별화된 스킨케어 경험을 제공할 계획이다.일찌감치 미국을 중심으로 해외 시장을 공략한 점도 에이피알의 성장 기대감을 키우는 요인이다. 2분기 에이피알의 전체 매출 가운데 해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78%로 나타났다. 미국의 매출 비중은 29%로 한국(22%)보다 높은 수준이다.배송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3분기 해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96% 늘어난 2964억원에 달할 거라고 전망한다”면서 “미국 매출액은 1355억원으로 단일 지역 최초 1000억원대를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에이피알은 미국 최대 화장품 유통기업 ‘얼타(ULTA)뷰티’ 입점, 팝업스토어 운영 등을 통해 핵심 시장인 미국과 홍콩 등에서 오프라인 접점 강화에 나선다. 유럽 법인 설립과 동남아시아 진출 등 신규 판로도 확대할 방침이다.김병훈 에이피알 대표는 지난 9월 19일 ‘아마존 뷰티 인 서울 2025’에서 “에이피알은 창업 초기부터 세계 시장을 겨냥했다”며 “5~10년 내 글로벌 안티에이징 1위가 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2025.10.13 07:00

4분 소요
'광주 대신 함평행' 금호타이어...부지 매각 답보에 주민 합의도 난항

자동차

금호타이어가 광주공장 화재 이후 내린 결론은 '재건'이 아닌 '이전'이었다. 회사는 전남 함평 빛그린산업단지에 6600억원 이상을 투입해 2028년 신공장을 완공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막대한 건설비 ▲광주 부지 매각 지연 ▲미국발 관세라는 삼중고가 발목을 잡고 있다. 이번 이전이 재기의 발판이 될지, 또 다른 리스크가 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광주공장 화재, 멈춰 선 주력 라인지난 5월 광주공장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는 금호타이어 경영 전략의 근간을 흔들었다. 광주공장은 승용차·스포츠유틸리티차(SUV)용 타이어를 주력으로 생산해 회사 전체 매출과 이익의 상당 부분을 책임져온 핵심 거점이었다. 연 매출은 9000억원, 영업이익은 950억원에 달해 그룹 내에서 '캐시카우'(현금창출원) 역할을 했다.하지만 화재로 하루 3만본에 달하는 생산이 전면 중단됐다. 전체 생산능력의 15%가 한순간에 사라진 것이다. 매출과 이익이 줄어든 것은 물론, 공장이 멈췄는데도 월 120억원 규모의 고정비는 고스란히 회사가 떠안아야 했다. 정부로부터 6개월간 180억원의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았지만, 전체 손실을 감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광주공장의 정상화는 여전히 더디다. 회사는 지난 9월부터 시험 생산에 돌입했지만, 품질 안정성과 생산 공정 검증이 필요해 시운전을 반복하고 있다. 일부 라인의 컨베이어 교체 작업도 남아 있어 본격 재가동 시점은 더 늦춰질 가능성이 크다. 광주공장이 멈춰선 동안 곡성·평택공장이 분산 생산을 맡고 있으나, 규모가 제한적이어서 손실을 메우기엔 역부족이다.지역 주민 보상 문제도 부담이다. 피해대책위원회는 “해체 과정 공개와 장기적 건강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주민 보상 협의가 길어질수록 공장 정상화 과정도 더뎌질 수밖에 없다. ‘재건 대신 이전’…함평 신공장 카드금호타이어는 결국 광주공장을 재건하는 대신 함평으로 이전하기로 했다. 사실 신공장 건설 논의는 2019년부터 있었다. 당시에도 광주 도심에 위치한 노후 공장을 옮기자는 의견이 제기됐지만, 광주 부지 용도 변경 문제와 투자 부담으로 지지부진했다.그러다 이번 화재로 생산이 사실상 멈추자 상황이 달라졌다. 광주시가 인허가 문제에 유연해지면서 이전 논의가 속도를 냈고, 회사는 결국 ‘재건 대신 이전’을 택했다. 지난 7월 노사 합의를 통해 ▲광주공장 부분 생산 재개 ▲2028년까지 함평 신공장 1단계(연 530만본) 완공 ▲광주 부지 매각 후 함평 증설(2단계)이라는 로드맵을 확정했다.하지만 함평 신공장이 ‘구원투수’가 되려면 수많은 과제를 넘어야 한다. 가장 큰 문제는 재원 마련이다. 신공장 건설에는 6609억원이 투입된다. 그러나 금호타이어의 지난해 말 기준 부채총계는 3조4580억원, 총차입금 2조590억원, 순차입금 1조8330억원에 달한다. 이미 재무구조가 취약한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가 추가되는 셈이다.화재 보험 보상금 한도가 5000억원이지만 피해 복구와 운영비로도 써야 한다. 결국 자금 조달의 핵심은 광주공장 부지 매각이다. 매각 대금이 유입돼야 함평 2단계 증설이 가능하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 침체와 건축비 상승, 용도 변경 불확실성 등으로 현재 매각 협상은 답보 상태다.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으면 신공장 투자 일정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겹겹이 변수…재기 시험대대외 환경도 녹록지 않다. 미국은 지난 5월부터 한국산 타이어에 25% 관세를 부과했다. 금호타이어는 조지아 공장(연 330만~350만 본)과 베트남 공장 생산 비중을 늘려 대응하고 있지만, 국내 생산 차질이 길어지면 미국향 공급 부담은 더 커진다. 함평 신공장이 제때 가동되지 않으면 글로벌 공급망 전략 전반에 차질이 불가피하다.회사는 단기 대응책으로 광주 일부 라인을 시험 가동해 연내 하루 6000본, 내년 초 1만 본까지 생산량을 회복한다는 목표다. 곡성과 베트남 공장 가동률을 높이고 일부는 외주 생산으로 조달한다. 판매 측면에서는 미국 시장 가격을 평균 7% 인상했고, 유럽에서도 3~5% 가격을 올리며 수익성 방어에 나섰다.그러나 본질적인 해법은 함평 신공장이 안정적으로 들어서느냐에 달려 있다. 광주 부지 매각 지연, 6600억원 규모 건설비, 미국발 관세 부담이 여전히 짐으로 남아 있다.광주공장 화재는 금호타이어에 뼈아픈 상처를 남겼지만, 동시에 체질 개선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노후 공장을 떠나 신설 부지에서 재출발하면 생산 효율과 비용 구조 개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공을 위해서는 자금 조달과 글로벌 시장 대응, 지역사회와의 갈등 해소라는 세 가지 과제를 풀어야 한다.금호타이어 관계자는 “지역주민 피해 보상 관련 협의는 현재 75%가량 해소된 상태로, 보상 협의가 상당히 진전됐다”며 “추가 요구 보상안에 대해서는 보험사 측에서 쉽게 인정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 원활한 합의에는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라고 말했다.이어 “광주공장 부지 매각과 관련해서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여러 매입 문의가 있었고, 미래에셋이 주관하는 컨소시엄에서도 검토가 진행됐었다”며 “그러나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 건축비 상승, 용도변경과 관련된 불확실성 등으로 현재는 매입 문의가 답보 상태”라고 덧붙였다.

2025.10.12 14:00

4분 소요
14억 중국인들이 움직였다…한·중 경제 효과는 [특파원 리포트]

국제 이슈

중국 최대 황금연휴 중 하나인 국경절·중추절이 시작하기 전 베이징에 살고 있는 한 중국 지인은 고향에 갈 준비로 바빴다. 그가 자란 곳은 중국 남부 하이난성으로 베이징에서 비행기로만 4시간이 걸린다. “일이 바빠 일 년에 춘절과 국경절 두 차례 아니면 고향을 가기 어렵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중국에서는 아직 자유롭게 연차를 사용하는 문화가 자리 잡지 않아 평범한 직장인은 장기 휴가를 쓰기가 사실상 어렵다. 이에 춘절(음력 설)과 국경절 연휴는 고향이든 여행이든 움직일 수밖에 없는 최대 ‘성수기’가 된다. 중국 내부는 물론 이웃 나라인 한국에서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대목’인 것이다.中, 하반기 성수기 맞춰 소비 진작 대책 내놔중국의 올해 국경절과 중추절 연휴는 지난 10월 1일부터 8일까지 8일 동안 이어졌다. 아직 구체적인 통계는 발표되지 않았으나 중국 교통운수부는 연휴를 앞두고 열린 브리핑을 통해 1~8일 전체 유동량(연인원 기준)이 23억6000만명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국경절·중추절 연휴 때 지역간 이동은 약 19억4000만명이었는데 이보다 4억명 이상 늘어난 것이다.전체 이동 규모가 늘어난 이유는 우선 지난해까지 7일이었던 연휴 일수가 올해부터 8일로 늘었기 때문이다. 휴일이 늘어나는 이유는 직장인들을 좀 더 오래 쉬게 함으로써 내수 소비를 진작하려는 정부 차원의 의도 때문이다. 앞서 춘절과 노동절 연휴도 기존 7일, 4일에서 각각 하루씩 연장하면서 소비 활성화를 유도한 바 있다.이번 연휴 하루 평균 이동 규모도 2억9500만명으로 지난해 연휴(약 2억7700만명)를 앞선다. 하루에 3억명에 달하는 인원들이 고향을 찾거나 여행을 위해 다른 곳으로 떠나는 것이다.수많은 사람이 이동하는 시기다 보니 자연스러운 소비 증대 효과가 기대된다. 일단 국토 면적이 넓은 중국 특성상 국 내선 항공이나 고속철도 이용이 급격히 증대한다. 중국 고속철도의 경우 통상 2주 전부터 예약을 시작하는데 올해도 9월 중순부터 차표를 예약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기도 했다.베이징, 상하이 같은 대도시는 물론 칭다오, 난징 등 관광명소가 많은 도시들에도 사람이 몰린다. 1년에 몇 번 없는 휴일인 만큼 벌이가 변변찮은 중국인들도 이때는 지갑을 여는 경우가 많다.매년 하반기 벌어지는 소비 성수기는 경제 지표에도 영향을 준다. 중국 소매판매의 전년 동월 대비 증가 폭을 보면 코로나 봉쇄 정책이 해제됐던 2023년 10월에는 7.6% 증가했다. 특히 11월(10.1%)과 12월(7.4%)에도 소비 성장세가 지속되면서 연간 경제 성장률 달성에 기여했다.지난해 10월은 높은 기저효과에도 4.8%로 연간 최고 증가 폭을 기록했다. 국경절·중추절 연휴 후 11월에는 ‘중국판 프라이데이’인 광군절이 있기 때문에 대규모 할인 행사를 통해 소비를 유도하는 효과도 있다.올해도 이번 황금연휴에 거는 기대가 크다. 중국 소매판매 증가율을 보면 5월(6.4%) 정점을 찍은 후 8월에는 3.4%까지 낮아졌다. 중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0% 안팎 상승률을 이어오다 8월 들어 0.4% 하락했다. 수요 부진으로 가격이 떨어지는 디플레이션이 심화하는 것이다.중국 정부도 국경절·중추절 연휴를 기점으로 소비가 살아나길 기대하고 있다. 중국 상무부, 국가발전개혁위원회·문화관광부·인민은행은 지난 9월 17일 서비스 소비를 확대하겠다면서 3억3000만위안(약 650억원)의 소비 보조금 지급 등 여러 대책을 내놨다. 특히 국경절·중추절에 맞춰 이달에만 여러지역에서 문화 공연과 여행·축제·전시회 등 2만5000여개의 소비 활동을 전개하기로 했다.이웃국 한국도 큰 영향, 4중전회 부양책에 주목 중국 황금연휴가 경제 성장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될지는 불확실하다. 매년 반복되는 명절, 즉 계절성이 있어 올해라고 특별히 급격한 성장을 이루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지난해 기저효과가 작용한다고 말하기도 한다.이에 시장에서 기대하는 것은 연휴가 지난 후 중국 정부 차원의 부양책이다. 중국은 올해 더 적극적인 재정 정책과 적절히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펼치겠다고 밝혔으나 아직 본격적인 재정 투입이나 금리 인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10월 20일부터는 중국공산당 20기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 회의(4중전회)가 열린다. 4중전회에서는 내년부터 시작하는 5개년 계획 등 주요 경제 정책을 논의할 예정인데 이때 올해 경제 성장을 위한 추가 부양책도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쉬웬유 중국 화타이증권 연구원은 “국경절 연휴 미국의 관세 등으로 대외 부정적 영향이 증가하고 있다”며 “내부에서는 새로운 5개년 계획과 새로운 정책에 대한 기대가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한편 중국의 국경절 연휴는 우리와도 적지 않은 관계가 있어 지켜볼 필요가 있다. 우리 정부는 지난 9월 29일부터 중국인 단체 관광객(3인 이상)에 대해 15일 동안 비자를 면제하기로 했다. 이에 당장 서울이나 제주도 등 인기 관광지로 중국인 관광객들이 속속 입국하고 있다. 반중 정서를 갖고 있는 일부에서는 중국인 입국 증가에 따른 범죄 등의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으나 여행·유통업계에서는 특수를 기대하고 있다.정부는 무비자를 적용하는 내년 6월 30일까지 약 9개월 동안 100만여명의 중국인 관광객이 한국을 찾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조사를 보면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은 460만명인데 이를 넘어서는 수준이다.특히 이번 연휴 8일간 입국이 몰린 것으로 보인다. 아직 정확한 통계가 나오지 않았지만 면세점 등 유통 업계는 중국인 관광객 대상 매출이 늘어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비자 면제 조치를 통해 한·중 관계가 개선돼 한한령 완화 같은 추가 조치까지 이어질지 주목된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GT)는 “중국 단체 관광객에게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는 것은 한국 새 정부가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한 중요한 조치”라며 “우리는 이러한 조치가 더욱 나아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보도했다.

2025.10.12 13:00

4분 소요
K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을 꿈꾸는 까닭..성장을 넘어 성숙으로 [스페셜리스트뷰]

산업 일반

코로나19가 전세계를 휩쓴 이후, 공연 산업의 성장세는 더욱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이른바 '보복 소비'가 극적인 반전의 양적 확대를 불러오고 있어서다. 감염에 대한 우려로 한자리씩 듬성듬성 티켓을 팔아야 했던, 그래서 공연가에서는 우스갯소리처럼 '퐁당퐁당' 티켓을 팔아야 한다며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지만, 엔데믹 이후 V자 반등의 기록적인 성장세를 보이며 5000억원대 뮤지컬 시장의 서막을 알렸다. 인기 뮤지컬은 막이 오르기 전 구름처럼 모여든 관객의 모습으로 그야말로 일대 장관을 연출한다. 티켓 가격이 결코 만만치 않건만, 대중이 선호하는 인기 배우의 공연은 말 그대로 입추의 여지가 없는 만원사례요, 문전성시다. 마냥 장밋빛이란 뜻은 아니다. 시장의 팽창과 함께 산업의 성숙이라는 화두를 떠올리면 이제까지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고민거리들이 떠오른다. 몸집은 불어났지만 선순환의 건강한 생태계가 조성됐는가를 묻는다면 아직 풀어야 할 선결과제가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보다 깊이 있는 이해를 위해 일단 뮤지컬의 정의부터 따져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질문을 하나 생각해보자. '마리 퀴리'와 '홍련' '프랑켄슈타인' 그리고 '위키드'와 '맘마 미아!', '킹키부츠'의 차이점은. 정답은 바로 창작 뮤지컬과 라이선스 뮤지컬이라는 구분이다. 전자가 우리의 언어와 창의력을 가져와 만든 ‘토종’ 콘텐츠라면, 후자는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그 흥행성이나 인기가 검증된 외국산 유명 뮤지컬을 가져와 우리말로 재포장하거나 아예 내한공연으로 꾸며지는 일종의 ‘재가공’ 혹은 ‘직수입’ 콘텐츠라는 의미다.실험과 도전 무대에 올라선 K뮤지컬 사실 창작 뮤지컬이라는 용어에 대한 논란도 있다. 어떤 뮤지컬이라도 '창작'되지 않는 무대는 없다. 미국 브로드웨이나 영국 웨스트엔드 등이 우리보다 더 진일보된 글로벌 규모의 뮤지컬 시장임에는 이론이 없지만, 콘텐츠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노력과 고통이 그들이라고 해서 우리와 특별히 다를 바가 없다는 주장이다. 그래서 창작과 수입이라는 이분법적인 구분은 사실 토종 콘텐츠의 입장만을 반영한 일종의 마케팅적 수사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등장한다. '창작' 뮤지컬 대신 K팝이나 K드라마, K무비처럼 K뮤지컬이라 부르자는 움직임도 있다. 보다 확대되고 유연한 방식으로 우리 뮤지컬을 정의내리고, 그럼으로서 성장의 폭을 극대화하자는 주장이다. 뮤지컬의 영역을 단순히 문화예술작품으로서의 정체성 뿐 아니라 시장으로서의 기능, 산업으로서의 성장 가능성을 포함시켜 정책을 개발하고 환경을 조성하자는 의미다. 광의의 K뮤지컬은 그래서 경계 없는 자본의 흐름과 전문 인력의 글로벌한 협업, 국가나 문화권을 넘나드는 실험과 도전이 주요한 대상이자 목표가 되기도 한다.사실 창작 뮤지컬이든 아니면 K뮤지컬이든, 보다 완성도 있는 대한민국 뮤지컬의 개발과 등장에 목말라하는 것은 문화산업적 시각에서 보면 너무도 당연한 욕구다. 특히 시장의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선도적 콘텐츠를 발굴하고 정기적으로 막을 올리는 레퍼토리화는 뮤지컬 관계자라면 누구라도 꿈꾸는 달콤한 미래다. 마치 '서태지와 아이들' 이후 급성장한 우리 가요가 K팝으로 세계 곳곳에서 인기를 누리며 성장하듯, 또 '쉬리'나 '공동경비구역 JSA'같은 작품이 한국 영화의 소비 시장을 폭넓게 확산시켰던 것처럼, 우수한 완성도와 볼거리로 치장한 우리 뮤지컬의 등장은 대한민국 공연 콘텐츠의 경쟁력을 한층 업그레이드 시킬 것이라는 기대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작품의 매출구조 같은 경제적인 요인을 봐도 K뮤지컬의 우수한 콘텐츠 발굴은 절실한 과제다. 요즘 국내에서 인기를 누리는 해외 유명 흥행작들은 경우를 보면 명분은 더욱 선명해진다. 60~70%에 육박하는 손익분기점과 고가의 로열티, 열악한 수익분배 구조 등이 허울뿐인 성장세에 가려있다는 뼈아픈 지적도 있다. '잘해야 본전'이란 말이다. 특히 창작 뮤지컬에게 결코 유리하지 않은 시장 환경은 곱씹어볼 문제다. 뮤지컬 전용관이 부족하고 공공적 성격의 공연장들은 대부분 복합공연장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공연 시장 여건이 그렇다. 이런 환경에서 뮤지컬은 길어야 2~3달의 공연기간을 확보할 뿐이다. 우리의 이런 환경적 요인은 이미 큰 시장에서 대중성을 검증받은 유명 수입 뮤지컬의 마케팅에나 적합할 뿐, 작품을 만들고 브랜드 가치도 키워야하는 창작 뮤지컬에게는 언감생심 이윤을 창출하기 힘든 장벽같은 구조에 다름아니다. 자연히 수지타산 맞추기 어려운 대형 공연장은 해외에서 온 유명 뮤지컬이, 적은 비용에 경제적 부담이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소극장에는 창작 뮤지컬이 주를 이루는 편향된 환경이 조성될 수밖에 없다. 이 쯤 되면 연간 백여편이 넘는 창작 뮤지컬의 등장이 사실 '빛 좋은 개살구'라는 씁쓰름한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영세한 규모의 구멍가게 같은 환경 하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지닌 창작 뮤지컬의 등장을 바란다는 것은 사실 도둑놈 심보에 다름없다. 매해 거의 20%에 육박하는 매출 신장이 이어지고 있다지만, 결국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몇몇 소수의 인기 배우와 ‘외국의 원저작자’들이 챙겨가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는데 사안의 심각성이 있다. 창작 뮤지컬이 갖춰야하는 경쟁력관건은 어떻게 창작 뮤지컬이 경쟁력을 갖추게 만들 것인가의 여부다. 예술과 문화산업에 대한 보다 치밀하고 또 치열한 고민이 뒤따라야 한다. 우선 시장의 조성이 필요하다. 창작자를 보호하고 육성하며 그들이 ‘물건’을 만들어내기에 적합한 분위기와 제도를 고안해야 한다. 단계별 시장의 조성과 운영은 고려할 수 있는 대안 중 하나다. 대형 창작 뮤지컬을 만드는 제작자들이 그들의 아이디어와 콘텐츠를 본격적으로 대형 공연장에 올리기에 앞서 검증하고 테스트해 볼 수 있는 중간단계의 과정을 다양하게 마련한다는 의미다. 즉, 뮤지컬 공연 기획자가 부동산 담보에 의존해 ‘모 아니면 도’ 형식의 도박판을 벌리도록 방임할 것이 아니라 그들이 실험하고 검증받을 수 있는 공간과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뜻이다. 대형 창작 뮤지컬의 등장과 흥행, 대중성의 확보는 단계별 시장에서의 실험과 그 결과에 따른 당연한 귀결에 불과하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교육도 빠질 수 없다. 단순한 배우 양성 위주의 구조만으로는 궁극적으로 양질의 콘텐츠를 확보하기 힘들다. 100여편이 넘는 창작 뮤지컬이 등장한다지만, 이들이 얼마나 다양한 내용과 형식으로 또 폭넓은 크리에이티브 인력들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는가를 따져봐야 한다. 사실 ‘그 밥에 그 나물’인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반대로 인기 작가나 작곡가라 인정받으면 수십편 넘게 관여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모두 검증된 인력이 그만큼 부족하다는 방증이다.노래하고 연기하는 무대위 배우들도 필요하지만, 뿌리를 만들고 튼실한 줄기를 형성하려면 다양한 제작 인력의 양성과 육성도 창작 뮤지컬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반드시 전제돼야 할 덕목이다. '발칙한' 실험과 '무모하지만 다양한 검증을 시도할 수 있는' 도전이 보장되지 못하면 뮤지컬의 산업화는 요원한 이상에 불과하다. 언어와 문화가 다른 세계의 장벽을 넘어 글로벌한 흥행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도 바로 사람이 꿈꿔야 가능한 일이며, 콘텐츠의 저작권을 확보하고 관리하는 사람 역시 크리에이터들이다. K뮤지컬을 발전시키기 위한 진흥법을 고심하고, 아카이브를 구축해야하며, 전문인력의 육성 및 양산을 위한 아카데미를 발족시켜야 하는 명분이자 타당한 이유다. 사실 주목할 만한 시도들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에서는 매해 창작 뮤지컬을 선발해 대구에서 트라이 아웃을 꾸밀 수 있도록 대관료나 제작비 등을 지원하고, 다시 이들끼리 경쟁에서 선발된 작품을 이듬해 축제의 정식 초청작으로 초청하는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창작산실도 유사한 목적의 지원프로그램이다. 아직 충분하다고 까진 말하기 어렵겠지만, 체계적이고 바람직한 도전이자 시도여서 이들이 빚어낼 '물건'을 기대하게 만든다. 최근 국내외에서 들리는 반가운 소식들은 낙관적인 전망을 떠올리게 한다. 우리나라 제작자인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가 수석 프로듀서가 참여한 브로드웨이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가 현지에서 인기를 누리며 화제가 되더니, 대학로 K뮤지컬로 시작된 ‘어쩌면 해피엔딩’의 브로드웨이 현지 버전인 ‘메이비 해피엔딩’은 전대미문의 토니상 6개 부문 석권이라는 진기록을 세우며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에미상을 받은 ‘오징어 게임’, 오스카를 휩쓴 ‘기생충’, 수상까지는 이어지지 못했지만 연이은 후보 선정으로 시선을 모았던 그래미상의 방탄소년단(BTS)과 더불어 한국 문화예술계가 미국문화산업의 상징적인 수상제도인 에고트(EGOT)에서 이뤄낸 ‘대박’ 사건들이다. 한류가 왜 미래의 먹거리가 될 수 있으며, 국가 브랜드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에 대한 실증적인 자료들이 될 전망이다. 앞으로 펼쳐질 전개도 궁금하다. 물론 뮤지컬계가 제 2, 제 3의 ‘어쩌면 해피엔딩’을 꿈꿔야하는 너무도 당연한 이유이기도 하다. 반가운 소식들도 들린다. 여성학자 마리 퀴리의 일생을 소재로 한 K뮤지컬 ‘마리 퀴리’는 그녀의 고국인 폴란드로 진출할 예정이며, 푸치니의 오페라를 한국식으로 변화시킨 뮤지컬 ‘투란도트’는 슬로바키아로 악보와 대본이 팔려나가는 재미난 행보를 선보인 바 있다.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외딴 무인도에 남겨진 한국군과 북한 포로들의 해프닝을 그린 ‘여신님이 보고 계셔’도 영미권 시장 진출을 앞두고 있고, ‘스웨그 에이지, 외쳐! 조선’은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쇼케이스 무대를 올리며 관계자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K뮤지컬의 도전은 앞으로도 계속 확장되고 성숙되어질 전망이다. 서구에서 뮤지컬이 대중문화 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데는 대략 150여년의 세월이 소요됐다. 우리의 초기 흥행 창작 뮤지컬인 ‘살짜기 옵소예’가 등장한 것은 불과 60년전, 게다가 본격적인 규모의 시장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은 20여년 역사에 불과하다. 아직은 성장통이 남아 있지만 그래도 남다른 속도와 규모의 외연 확장은 기념비적 성과다. 기왕이면 이제 우리 콘텐츠가 세계 시장으로 진출해 글로벌 공연가를 호령하는 하는 시대로까지 발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젠 성장을 넘어 성숙으로 나가야할 전환점을 맞고 있다. 뮤지컬 관계자들에게 응원의 기립박수를 보낸다. ※ 원종원 뮤지컬 평론가는 순천향대 미디어 커뮤니케이션학과와 공연영상학과 교수이며 SCH미디어랩스대학 학장을 맡고 있다. 유럽을 여행하다 만난 뮤지컬의 매력에 빠져 활동을 시작했고, 우리나라 최초로 PC통신을 통해 동호회를 결성해 관극운동을 펼쳤다. KMTV, NTV의 프로듀서와 스포츠투데이 기자, 파이낸셜 뉴스 런던특파원을 거쳤으며, 조선일보 ‘원종원 뮤지컬 엿보기’, ‘크리틱스 초이스’, 경향신문 ‘문화내시경’, 한겨레신문 ‘뮤지컬 넘버 열전’, 매경 프리미엄 ‘원종원의 뮤지컬 읽기’, 한국경제신문 ‘문화의 향기’ 등 뮤지컬 관련 칼럼을 연재했다. 또 오페라의 유령(2001), 캣츠(2002),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2004), 플래시댄스(2019) 등 여러 뮤지컬을 우리말로 번역했다.

2025.10.12 11:01

7분 소요
“맛·농가 다 살렸다”…맥도날드, ‘한국의 맛’ 사회·경제적 가치 617억 창출

유통

한국맥도날드가 ‘한국의 맛’(Taste of Korea) 프로젝트로 지난 4년간 약 617억원에 달하는 사회·경제적 가치를 창출한 것으로 조사됐다.한국맥도날드는 지역 협업 프로젝트 ‘한국의 맛’을 통해 출시한 메뉴의 누적 판매량이 최근 3000만개를 돌파했다고 밝혔다.한국의 맛은 고품질 국내산 식재료를 활용해 고객에게는 신선하고 색다른 맛을, 지역 농가에는 안정적인 판로를 제공하기 위해 기획된 프로젝트다. 맥도날드는 버거 재료로는 다소 생소한 고구마·마늘·대파 등 지역별 특산 식재료를 재해석해 메뉴로 개발했다. 지금까지 한국의 맛을 통해 맥도날드는 ▲창녕 갈릭 버거 ▲보성 녹돈 버거 ▲진도 대파 크림 크로켓 버거 ▲진주 고추 크림치즈 버거 ▲익산 고구마 모짜렐라 버거 ▲나주 배 칠러 ▲한라봉 칠러 ▲영동 샤인머스캣 맥피즈 ▲순천 매실 맥피즈 등 버거와 음료 제품을 선보였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이 메뉴들이 전 세계 맥도날드 메뉴 가운데 유일하게 지역명을 메뉴명에 직접 표기한 사례라는 점이다. 광고 모델로 실제 지역 농부들이 등장한 것도 이색적이다. 맥도날드의 한국의 맛 프로젝트 광고 캠페인은 올해 ‘2025 부산국제마케팅광고제’(MAD STARS)에서 ▲금상 1개 ▲은상 2개 ▲크리스탈상 3개 등 총 6개 부문을 석권했다.지난 3월 열린 아시아·태평양 대표 광고제 ‘애드페스트(ADFEST) 2025’에서는 2개 부문 은상을 수상했다. 지난해에는 ‘아시아 태평양 에피 어워드’(APAC Effie Awards)와 ‘에피 어워드 코리아’(Effie Awards Korea)에서 각각 브론즈 에피(Bronze Effie)와 대상을 받았다사회·경제적으로도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 임팩트 측정 전문 기관 ‘트리플라잇’(Triplelight)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21년부터 4년 동안 맥도날드가 한국의 맛 프로젝트를 통해 창출한 사회·경제적 가치는 총 617억원으로 나타났다. ▲지역 브랜드 가치 향상 567억원 ▲농가 실질 소득 증가 45억원 ▲농산물 폐기 비용 절감 효과 5억원 등으로 집계됐다. 올해까지 수급한 농산물 규모는 1000톤을 넘어섰다. 지역 농산물 소비를 촉진해 농가를 지원하기 위해 시작된 한국의 맛은 ‘로코노미’(Loconomy)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로코노미는 ‘지역’(Local)과 ‘경제’(Economy)의 합성어로 지역 특산물 활용 상품을 소비하는 경제 활동을 뜻한다.맥도날드 관계자는 “진정성 있는 취지에 공감한 고객의 꾸준한 성원 덕분에 한국의 맛이 국내 농가와 함께 성장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전국 각지의 우수한 식재료를 발굴해 ‘버거 맛도 살리고 우리 농가도 살린다’는 취지를 살려 업계 대표 로코노미 사례로 상생 모델을 이어 가겠다”고 말했다.

2025.10.12 10:00

2분 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