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이달만 1만5천명 해고… 글로벌 스타트업계 감원 ‘칼바람’

신규 투자자금 마르는 탓…주식시장 급락 여파
국내 기술창업 집중 지원하면 韓에 기회 될 수도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에 설치된 주가지수 전광판 근처를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AFP=연합뉴스]
“돈 태워서 성장을 사라.”
 
이 말은 한때 스타트업계에서 격언으로 통했다. 기업들이 투자받은 돈으로 공짜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대규모 홍보 캠페인을 집행해 사용자 수를 늘리면, 벤처투자사는 알아서 기업 가치를 높여주고 후속 투자를 해줬다. 지난 2년간 적잖은 기업이 이런 방법으로 ‘유니콘(가치 1조원 이상 기업)’에 등극했다.
 
그런데 올해 들어 상황이 바뀌고 있다. 외형보단 수익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단 것이 새 상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정리 해고에 나서는 기업도 나온다.
 
미국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인 볼트(Bolt)가 그중 하나다. 블룸버그통신은 이 업체가 직원 250여 명을 해고하기로 했다고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전체 직원의 약 27% 규모다. 이 업체는 지난 1월 약 3억5500만 달러(4450억원)를 투자받으면서 110억 달러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다. 전자상거래 업체를 대상으로 한 원클릭 결제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빠르게 성장했다.
 

가치 100억불 이상 ‘데카콘’도 구조조정

보안 솔루션을 제공하는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레이스워크(Lacework)도 처지가 같다. 지난해 11월 13억 달러를 투자받으면서 83억 달러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다. 그러나 25일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이 업체는 직원의 20%인 200여 명을 감축할 것으로 보인다. 이 업체 대표는 자사 블로그에 “시장 변화를 맞이해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면서도 해고 규모는 밝히지 않았다.
 
몇몇 업체의 문제가 아니다. 올해 들어 전 세계 스타트업이 정리 해고하는 근로자 수가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 1월만 해도 510명에 그쳤지만, 이달엔 1만5270명(27일 기준)으로 늘었다. 코로나 유행 초기였던 지난 2020년 5월(2만5804명) 이후 최대치다. 정리 해고 현황을 추적하는 웹사이트 ‘레이오프(layoffs.fyi)’에서 언론 보도와 기업 내부 자료 등을 집계한 결과다.  
 
구조조정의 진원지는 투자시장이다. 신규 자금이 말라가고 있다. 이달 초 스타트업 정보 플랫폼인 크런치베이스에 따르면, 4월 전 세계 벤처투자액은 470억 달러였다. 지난해 같은 달(540억 달러)보다 13% 줄었다.  
 
투자업계에선 기술주 급락의 여파로 보고 있다. 미국 LA에 기반을 둔 벤처투자사인 541벤처스의 이은세 대표는 “기술주의 자산가치가 줄면서 기관 투자자 포트폴리오에서 비상장 주식의 비중이 너무 커졌다”며 “균형을 맞추기 위해 스타트업 신규 투자를 줄이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산업은행이 국내 스타트업의 동남아 시장 진출 및 글로벌 투자유치 지원을 위해 지난 4월 싱가포르에서 연 'KDB 넥스트라운드' 행사. [연합뉴스]

불황 때 집중 투자, 한국엔 기회 될 수도

실제 구조조정에 나선 기업도 시장 변화를 이유로 꼽았다. 마즈 쿠루빌라 볼트 최고경영자는 직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에서 “기술 업계를 둘러싼 시장 상황이 변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투자받은 자금을 바탕으로 수익성을 갖추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레이스워크 경영진도 “불확실해진 시장 환경”을 이유로 “수익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계획을 조정했다”고 해명했다.
 
다만 이런 투자시장 불황은 한국 스타트업계에 기회가 될 수 있을 거란 분석도 나온다. 새 정부가 국내 투자시장의 주요 자금원인 모태펀트 출자액을 늘리겠다고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민간 투자가 주춤한 때 국내 기술창업과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을 집중 지원하면 효과를 볼 거란 이야기다.
 
이은세 대표는 “그간 한국에선 시장 규모의 한계 때문에 기술창업보단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전자상거래 플랫폼에 집중된 경향이 있다”며 “전략적으로 기술창업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만하다”고 제안했다.

문상덕 기자 mun.sangdeok@joongang.co.kr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한 총리, 오후 3시 의대증원 관련 브리핑…조정 건의 수용할 듯

2“육각형 전기차 뜬다”...전기 SUV 쿠페 ‘폴스타 4’ 6월 출시

3신임 한은 금통위원에 이수형·김종화 추천

4엉뚱발랄 콩순이 10주년 맞이 어린이날 행사 전개

5드미드 글로벌, 태국 TK 로지스틱 시스템과 300만 달러 수출계약 체결

6AI 사업 본격화하는 한글과컴퓨터

7야권의 승리로 끝난 제22대 총선…향후 한국 사회의 변화는

8‘님’은 없고 ‘남’만 가득한 멋진 세상

9"돈 주고도 못 사"...레트로 감성 자극하는 '이 핸드폰'

실시간 뉴스

1한 총리, 오후 3시 의대증원 관련 브리핑…조정 건의 수용할 듯

2“육각형 전기차 뜬다”...전기 SUV 쿠페 ‘폴스타 4’ 6월 출시

3신임 한은 금통위원에 이수형·김종화 추천

4엉뚱발랄 콩순이 10주년 맞이 어린이날 행사 전개

5드미드 글로벌, 태국 TK 로지스틱 시스템과 300만 달러 수출계약 체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