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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끝에 경제대란 … 세계 공존의 길은 [채인택의 글로벌 인사이트]

코로나19 후폭풍 인플레·실업률·공급망 침체
경제 강국들, 경제 부진에 정권 유지 고심
경제 취약국들 한계 부딪혀 국제 지원 절실

 
 
인플레이션 일러스트. [로이터=연합뉴스]

인플레이션 일러스트. [로이터=연합뉴스]

물가가 날개를 달았다. 하늘 높은 줄 모를 정도다.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에서 인플레와 실업률 같은 경제 지표가 정치 문제가 되고 있다. 경제, 특히 생활물가는 각국 지도자의 정치 생명을 좌우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 국제사회를 뒤흔드는 막강한 강대국의 지도자도 이를 피해갈 수 없다.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라는 미국 민주당 빌 클린턴의 1992년 선거구호가 21세기에 가장 절실한 정치 모토가 되고 있다.  
 
글로벌 물가 상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는 형국이다. 식료품부터 기름까지 거의 모든 생활필수품 가격이 높이뛰기 경주를 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진정되면서 생긴 글로벌 수요 급증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에너지와 곡물 교역 동맥경화, 거기에 중국 대도시에서 잇따르는 코로나19 봉쇄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교란까지 겹쳤다. 여러 가지 요인이 한꺼번에 작동한 '퍼펙트 스톰'이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기업은 물론 개인까지 일상생활 속에서 그 심각성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을 정도다.  
 
몇 가지 데이터를 살펴보자. 핵심은 기름값이다. 전 세계 196개 국가에서 나오는 2000만 종의 경제 정보를 수집해 제공하는 트레이딩이코노믹스에 따르면 6월 15일을 기준으로 평균 원유 가격은 배럴당 118.370달러로 1년 전보다 64.60%가 올랐다. 천연가스는 MMBtu당 7.4470달러로 1년 새 124.95%가 뛰었다. 인상 폭이 원유의 거의 두 배에 이른다. 소비자의 피부에 직접 와 닿는 가솔린 값은 갤런 당 3.9588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4.16%가 뛰었다. 주유소 앞에 서면 한숨부터 나는 상황이다. 어느 나라든 집권 세력 지도자는 간담이 서늘해 질 수밖에 없다.  
 
난방유는 갤런당 4.4121달러로 한 해 전보다 108.32%가 인상됐다. 석유와 가스가 비싸고 구하기도 힘들어지자 그동안 기후변화를 유발하는 원흉으로 지목돼 조만간 생산·소비가 종말에 올 것으로 예상했던 석탄이 주목받고 있다. 석탄은 톤당 383.00달러로 1년 새 206.40달러가 올랐다.  
 
농산물 가격도 천정부지다. 밀은 부셸(36.36872리터)당 10.4750달러로 1년 새 58.02%가 올랐으며, 쌀은 33.62%, 귀리는 75.68%, 콩은 16.98%, 옥수수는 13.60%, 감자는 10.87%가 각각 뛰었다. 야자유는 톤당 5657.00말레이시아링깃으로 66.19%가 올랐다. 지난 1년 새 해바라기유는 51.52%가, 채종유는 51.98%, 버터는 78.18%가 각각 인상됐다. 우유는 40.70%, 오렌지 주스는 52.66%, 커피는 46.20%, 캐놀라는 33.37%가 각각 올랐다.  
 
1년 전보다 가격이 내린 농산물은 목재(-46.73%)와 기호품인 차(茶·-15.36%)·코코아(-1.58%) 정도다. 농산물 중 산업 원료인 고무(3.43%)와 양모(3.23%)로 보합세다.  
 
특히 쌀과 함께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기본 곡물인 밀은 15일 부셸당 10.5200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7.5800달러로 시작해 평균 종가가 9.9253달러에 이른다. 올해 최고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2월 24일) 12일째인 3월 7일에 기록한 12.9400달러였다. 최저가는 1월 14일의 7.4150달러였다. 올해만 따져도 최저와 최저 가격이 1.75배 차이다.  
 
6월 11일, 휘발유 1갤런 평균 가격이 처음으로 1갤런당 5달러를 넘은 가운데 6월 10일 미국 버지니아 주 맥린에 있는 한 주유소의 연료 가격 표지판. [AFP=연합뉴스]

6월 11일, 휘발유 1갤런 평균 가격이 처음으로 1갤런당 5달러를 넘은 가운데 6월 10일 미국 버지니아 주 맥린에 있는 한 주유소의 연료 가격 표지판. [AFP=연합뉴스]

세계 각국, 국가 경제 성적표가 정권 흔들어

집단으로 상승하는 물가 때문에 각국 정부는 몸살을 앓고 있다. 경제 성적표도 좋지 않다. 국내총생산(GDP)을 기준으로 10대 경제 대국의 인플레율을 살펴보면 영국(9.0%)·미국(8.60%)·독일(7.90%)·인도·(7.04%)·이탈리아(6.90%)·캐나다(6.80%)·프랑스(5.20%)·한국(5.40%)·일본(2.50%)·중국(2.10%)의 순으로 나타났다. 유로존 평균은 8.10%였다.  
 
실업률은 이탈리아(8.40)·인도(7.80%)·프랑스(7.30%)·캐나다(6.80%)·중국(6.10%)·캐나다(5.10%)·독일(5.00%)·미국(3.60%)·한국(2.80%)·일본(2.50%)의 순이었다. 유로존 평균은 6.80%로 나타났다.  
 
경제 성적이 낮은 정치 지도자는 가차 없이 여론의 심판을 받고 있다. 올해 들어 정치적인 불투명성과 혼란 속에 정쟁이 가열하는 나라를 보면 경제 성적표와 연관이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영국에선 보리스 존슨 총리가 2020·2021년 벌어졌다가 올해 1월 말 드러난 파티 게이트로 집권 보수당에서 불신임투표에 회부됐다.  
 
6월 6일 진행된 투표에서 소속 의원 59%의 지지로 간신히 자리를 지켰지만, 당내 불신임 투표까지 간 배경에는 이처럼 저조한 경제성적표가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경제가 좋아 집권당과 총리의 인기가 높고 정치적 기반이 탄탄 했다면 아무리 도덕주의자로 이뤄진 정당이라도 파티 게이트를 이유로 총리 불신임투표를 치르지는 않았을 것으로 볼 수 있다.  
 
경제 성적이 그나마 주요국에서 중간을 유지한 프랑스에선 현직인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4월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프랑스에서 2002년 이후 20년 만에 연임에 성공한 대통령이다. 4월 10일의 대선 1차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하고 4월 24일 결선투표에서 58.54%의 지지율로 당선했다. 마크롱은 6월 12일 총선 1차 투표에선 득표율 1위를 하지 못했다. 19일의 결선투표 결과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겠지만, 순항이 그리 쉽진 않을 전망이다. 높은 실업률에 분노한 유권자들이 정년연장 반대를 외치는 좌파연합을 대거 지원하고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미국은 문제가 심각하다. 11월 8일 연방하원의원 전체와 연방상원의원 3분의 1, 상당수 주지사를 새로 뽑는 중간선거를 앞둔 미국도 경제성적표가 정치적인 변수가 되고 있다. 미국의 인플레율 8.60%는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매일 같이 인상된 금액으로 교체되는 주유소 기름값 표지판은 유권자를 놀라게 하면서 동시에 현직 조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은 5월 24일 36%로 취임 이후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으며, 부지지율이 59%에 이르렀다. 6월 14일에는 지지율이 39%, 부지지율이 56%로 약간 개선됐지만, 여전히 불안한 상황이다. 바이든 대통령과 같은 민주당원 중에서는 지지율이 74%, 부지지율이 23%였으나, 공화당원들은 부지지율이 88%에 이르렀으며 불과 11%만 지지했다. 백인은 62%가 부지지, 35%가 지지를 나타냈으며, 비백인은 지지가 45%, 부지지가 44%로 나타났다.  
 
 ‘We Are The Economy’라고 쓴 마스크를 시위대 중 한 사람이 6월 14일 미국 워싱턴DC의 매리너 S. 에클스 연방준비제도이사회(Marriner S. Eccles Federal Reserve) 앞에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인플레이션보다 장기완전고용 정책에 집중해달라”고 촉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We Are The Economy’라고 쓴 마스크를 시위대 중 한 사람이 6월 14일 미국 워싱턴DC의 매리너 S. 에클스 연방준비제도이사회(Marriner S. Eccles Federal Reserve) 앞에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인플레이션보다 장기완전고용 정책에 집중해달라”고 촉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바이든 정권, 지지율 저조로 중간 선거 고심

여론조사 전문 파이브서티에이트는 지난 3일로 취임 500일을 맞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이 40.8%였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같은 시기 기록인 41.6%보다도 낮다. 1977년 민주당 소속 지미 카터 대통령 이후 최하다. 파이브서티에이트의 6월 14일 조사 결과, 바이든의 국정 수행을 지지하는 사람의 비율은 39.5%, 부지지하는 비율은 53.9%로 나타났다.  
 
미국의 중간선거에선 통상적으로 대통령이 소속한 정당이 좋은 결과를 얻지는 못했다. 1910년 이후 지난 2018년까지 108년 동안 28차례 치른 미국 중간선거 결과가 이를 잘 말해준다. 대통령의 소속 정당이 상원 의석을 늘린 경우는 단 7차례밖에 없다. 우드로 윌슨의 첫 집권 때인 1914년(50→53석),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첫 집권 때인 1934년(60→69석), 존 F 케네디의 1962년(64→68석), 린든 존슨의 1966년(67→64석), 리처드 닉슨의 1970년(43→45석), 조지 W 부시의 2002년(49→51석)과 트럼프의 2018년 중간선거가 여기에 들어간다.  
 
2016년 대선과 연방의회 선거에서 상·하원을 모두 장악했던 트럼프의 공화당은 2018년 중간선거에서 상원에서 기존보다 3석을 더 차지해 54석을 확보했지만, 하원에선 241석에서 35석을 잃고 206석을 얻는 데 그치면서 과반을 상실했다. 여당인 공화당과 야당인 민주당이 상원과 하원을 양분하는 형국이 됐다.
 
미국인이 ‘역사상 가장 위대한 미국 대통령’ 순위의 최상위에 늘 올리는 로널드 레이건도 1982년 첫 중간선거에선 기존 연방상원 54석을 그대로 유지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1986년 두 번째 중간선거에선 53석에서 45석으로 8석이나 줄어들면서 과반도 잃었다.
 
뉴딜 정책으로 대공황을 극복하고 제2차 세계대전을 승전으로 이끌었다는 4선 대통령 프랭클린 루스벨트도 임기 중 여섯 차례의 중간선거를 치르면서 상·하원 모두에서 의석이 줄었다. 대통령이 중간선거에서 의석을 늘리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다만 루스벨트는 임기 중 소속 정당인 민주당이 상·하원 모두에서 의석은 줄었어도 과반은 차지하면서 비교적 안정적으로 국정을 운영할 수 있었다.
 
루스벨트 외에 임기 중 소속 정당이 상·하원 모두에서 과반수를 차지한 대통령은 단선으로 끝난 민주당의 존 F 케네디, 린든 존슨, 지미 카터, 그리고 공화당의 워렌 하딩, 캘빈 쿨리지 정도다. 소속 정당의 의회 장악이 대통령의 재선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이야기다. 미 국민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중간 선거에서 대통령을 견제할 수 있는 야당에 힘을 실어준다는 해석도 있다.  
 
이처럼 미국 중간선거는 대통령에게 유쾌한 결과를 안겨주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런데도 바이든 대통령처럼 중간 선거를 앞두고 총체적인 난국 속에서 위기에서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쓰면서 지지율이 가라앉는 경우는 흔치 않다. 비교적 낮은 실업률(3.60%)을 앞세워 경제성과를 내세워보려고 하지만 지지율은 요지부동이다.  
 
6월 5일 파키스탄 카라치에서 각종 노동조합 활동가들이 최근 물가 상승과 유가 인상에 따른 경제 활동이 위축되자 이를 반대하는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6월 5일 파키스탄 카라치에서 각종 노동조합 활동가들이 최근 물가 상승과 유가 인상에 따른 경제 활동이 위축되자 이를 반대하는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코로나19 충격에 약소국들 경제 기반 무너져

그래도 이는 그나마 전 세계에서 가장 경제력이 튼튼한 10개 국가의 이야기다. 경제력이 훨씬 떨어지는 국가들의 국민은 더욱 큰 고통을 견뎌야 한다. 1970년대 석유 파동에 식량 부족이 겹친 거대한 경제 쓰나미가 몰려온 것이나 진배없다. 이런 상황에서 자생력을 잃어가는 나라들이 늘고 있다.  
 
스리랑카는 6월 14일 공무원들이 집에서 텃밭을 가꾸거나 가축을 키워 먹을 것을 확보할 수 있도록 월~목의 주 4일제 근무를 하도록 했다고 BBC방송이 6월 15일 보도했다. 필수 부문을 제외한 모든 공무원은 앞으로 석 달 동안 임금 삭감 없이 매주 금요일에 출근하지 않아도 된다. 인구 2200만 명의 스리랑카는 국제통화기금(IMF) 2022년 명목 금액 기준 1인당 국내 총생산(GDP)이 3699달러로 전 세계 214개 국가·자치지역 중 148위에 머물고 있다. 팬데믹으로 관광객이 끊기는 등 어려움 속에 외화가 바닥이 나면서 국가 부도 직전의 상황에 부닥쳤다. 이 나라는 지난달 18일 이후 국채 이자를 지급하지 못하면서 디폴트 상태가 됐다.  
 
파키스탄에선 펜데믹으로 인한 경제난으로 외화 보유고가 바닥이 나면서 국민이 하루 한두 잔씩 즐기던 국민 음료인 차도 제대로 마시지 못할 처지가 됐다고 BBC방송이 15일 보도했다. BBC에 따르면 파키스탄의 외화 보유고는 지난 2월 160억 달러에서 6월 첫째 주 100억 달러 이하로 떨어졌다. BBC는 두 달 치 수입액을 간신히 충당할 수 있는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파키스탄은 연간 6억 달러 정도의 차를 수입하는데 외화 부족으로 물량 확보가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는 게 BBC의 지적이다. 파키스탄은 인구가 2억4200만 명이나 되는 큰 나라지만 경제는 1인당 GDP가 1562달러로 전 세계 214개 국가·자치지역 중 178위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유엔의 경고는 울림이 크다. 유엔은 6월 9일 발간한 글로벌 위기 대응 보고서에서 올해 94개국에서 16억 명이 먹고 사는 데 위협을 느낄 것으로 전망했다. 차 수입 정도가 아니라 당장 매일 끓여 먹을 곡물을 수입할 돈이 없는 나라가 부지기수라는 지적이다. 기후변화에 따른 다양한 기상재해에 분쟁과 정변, 그리고 코로나19가 겹치면서 인도주의적인 위기는 더욱 심화하고 있다.  
 
특히 미국 싱크탱크인 평화기금회가 취약국가(Fragile States)로 지정한 남수단·소말리아·중앙아프리카공화국·예멘·수단·시리아·콩고민주공화국(DRC)·차드·아프가니스탄·이라크·아이티·기니·나이지리아·짐바브웨·에티오피아 등은 식수·식량·주건·보건의료·교육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한계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팬데믹이 끝나가는 지금 글로벌 사회는 가난한 나라에 더욱 적극적으로 눈을 돌려 공존의 길을 찾아야 한다.  
 
※ 필자는 현재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다. 논설위원·국제부장 등을 역임했다.  

채인택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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