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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시법이 문제?’ 尹대통령 거주 아크로비스타 주민들 “진정”

시위대에 집회·시위 소음 중지 촉구 무용지물
법원, 집행정지신청서 “경찰 불허 부당” 판결
문 전 대통령 사저 평산마을 주민들도 진정서

 
 
윤석열 대통령 자택이 있는 서울 서초구 서초동 소재 아크로비스타 주상복합아파트의 정원헌 입주자대표회의 회장과 동 대표들이 아파트 앞 집회·시위 자제와 확성기 사용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진정서를 제출하기 위해 22일 서울 서초경찰서를 방문했다. [연합뉴스]
보수세력 시위대는 문 전 대통령 사저(경남 양산시 하북면 지산리 평산마을) 앞에서, 진보세력 시위대는 윤 대통령 자택(서울 서초구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주상복합아파트) 앞에서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식으로 맞불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매일 확성기·마이크·스피커 소음에 시달린 해당 마을 주민들은 시위대에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최근엔 경찰에 대처를 요청하고 국회에 집회·시위 법률(집시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해결될 기미가 보이질 않고 있다.  
 
그러자 아크로비스타 주상복합아파트 주민 대표가 22일 오전 서울 서초경찰서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주민 대표는 아크로비스타 입주자 총 727가구 중 420여 가구의 서명을 받아, 현재 집회 중인 한 인터넷 언론사가 아크로비스타 앞에서 확성기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조치를 취해달라는 내용의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 언론사는 보수세력 시위대가 문 전 대통령 사저 앞에서 벌이고 있는 시위에 항의해 윤 대통령 자택 앞에서 맞불 집회를 벌이고 있다.  
 
‘건사랑’(김건희 여사 팬카페) 회원들도 이 언론사의 대표를 명예훼손 혐의로 20일 고발했다. ‘주가 조작범 김건희’라고 쓴 현수막과 손팻말을 들고 집회를 열어 허위사실을 적시했다는 주장이다.  
 
인터넷 언론 매체 관계자들이 지난 14일 윤석열 대통령의 자택이 있는 서울 서초구 서초동 소재 아크로비스타 주상복합아파트 앞에서 확성기를 틀고 24시간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진보성향의 한 인터넷 매체 관계자들이 지난 14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윤석열 대통령 자택이 있는 서울 서초구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주상복합아파트 앞에서 24시간 집회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평산마을 주민들도 문 전 대통령 사저 앞에서 집회를 벌인 보수세력 단체들의 소음에 견디지 못해 지난 12일 경찰에 진정서를 냈다.  
 
국회에선 최근 집시법 개정안이 4~6월에 7건이나 발의됐다. 일부 개정안엔 ▶ 전직 대통령 사저 앞에서 집회·시위를 금지하는 등 금지 장소를 구체적으로 적시하고 ▶개인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모욕하는 소음을 처벌하자는 등의 내용까지 담겨 있다.  
 
경찰은 주민들이 제출한 진정서 내용을 검토한 뒤 대응방침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김광호 신임 서울경찰청장은 21일 집회·시위와 관련해 “시민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어 주거권·수면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엄격하게 관리할 수 있는 법령 개정이 필요하다”며 “일단 현행 법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엄격한 관리를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집회·시위로 인한 소음 분쟁은 당장 해결되기 어려워 보인다. 우리나라 헌법은 ‘모든 국민의 언론·출판 자유와 집회·결사 자유를 보장하며(21조).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해 법률로 제한할 수 있다(37조)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집시법은 국회의사당·대통령관저·법원·헌법재판소와 국회의장·대법원장·헌법재판소장·국무총리 공관에서 100m 이내 공간을 집회 금지구역으로 설정하고 있다.  
 
5월 25일 경남 양산시 하북면 지산리 평산마을에 있는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앞에 보수성향 단체들이 연일 집회·시위를 벌이자 마을 주민들이 소음에 항의하며 내건 현수막. [연합뉴스]
경남 양산시 하북면 지산리 평산마을에 있는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앞에서 보수성향 단체들이 집회·시위를 벌여 마을 주민들이 소음 고통을 호소하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관할 양산경찰서를 항의 방문했을 때 제시된 경찰측 현황 자료. [연합뉴스]
경찰은 이 금지 조항을 ‘대통령관저에 용산 집무실도 포함된다’고 해석했다. 이에 따라 집무실로부터 100m 안에서 진행하겠다고 신고한 집회·시위들을 승인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같은 경찰의 방침은 최근 서울행정법원에서 열린 집행정지신청 사건에서 ‘부당하다’는 결정을 6차례나 잇따라 받았다. 법원은 집무실을 대통령관저로 보기 어렵다고 해석했다. 즉, 문 전 대통령 사저, 윤 대통령의 자택과 집무실 인근은 집회·시위가 가능한 것이다.  
 
주민과 경찰은 집회·시위의 소음에도 제대로 손을 못쓰고 있다. 집시법은 주거·학교·종합병원을 기준으로 소음 상한선을 주간에는 65dB(데시벨)로, 야간엔 60dB로, 심야엔 55dB로 각각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법은 현장에선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경찰이 현장에서 소음값을 여러 번 측정해 평균값을 내 법 위반 여부를 판단한다. 하지만 시위대는 소음을 측정할 때만 음량을 줄이는 등 법의 허점을 악용하고 있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지난달 30일 “집행정지신청보단 소송·재판을 통해 법원의 입장을 좀더 명확히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집회·시위로 시민들이 불편을 호소하는 요구가 많아 집시법 개정 등 내부 검토를 계속 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한 바 있다.  
 

박정식 기자 tang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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