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선 ‘사기’ 미국은 ‘합법’...M&A 기법, 나라마다 각양각색”
[유통 ‘빅3’ 쩐의 전쟁③] 김영진 M&A연구소장 인터뷰
IMF이후 달라진 국내 M&A 시장…M&A 생태계 구축
M&A 형태 나라마다 같지만 법적 규제는 달라 ‘주의’

M&A전문가인 김영진 M&A연구소장이 13일 서울 마곡동 연구소사무실에서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하고 있다. 신인섭 기자
산업간 경계선이 흐려지고 산업 간의 융합을 강조하는 최근 기업 간 인수·합병, M&A가 활발하다. [이코노미스트]는 이 같은 경제적 흐름에 맞춰 시대별 국내 기업 M&A 흐름부터 해외 M&A 기법 등을 알아본다. 지난 13일 프론티어M&A 이사, 한국기술투자 부사장, 리딩투자증권 M&A 센터 상무를 역임한 김영진 M&A 연구소장을서울 마곡동에 위치한 연구소 사무실에서 만났다.
김 소장은 국내 기업 M&A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시점은 1998년 ‘IMF 금융위기’라고 설명한다. IMF 이전까지 M&A는 ‘망한 기업을 넘겨받는 행위’ 또는 ‘정부로부터 국영기업을 받는 일’ 등으로 여겨졌다.
이 같은 분위기는 IMF 이후 완전히 뒤집혔다. 해외기업과 외국계 투자사들이 국내 시장에 대거 들어서면서 M&A 시장을 선도했다. 김 소장은 “당시 국내 기업들은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합법적 M&A 기법으로 대규모 이윤을 창출하는 사례를 보며, M&A에 대한 시각이 바뀌고 이를 이윤 추구를 위해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을 익혔다”고 설명했다. 국내 민간기업 중심의 M&A 생태계가 구축되기 시작한 것이다.
![신세계는 서울 영등포에 위치한 타임스퀘어 경영권을 위탁받았다. [연합뉴스]](https://economist.co.kr/data/photo/202206/24/e0d29c29-a568-452f-bfcb-e61f48f720f1.jpg)
신세계는 서울 영등포에 위치한 타임스퀘어 경영권을 위탁받았다. [연합뉴스]
이어서 김 소장은 “최근 신세계는 해태유통이 서울 고덕동에 운영하던 해태백화점을 인수하고, 경방이 서울 영등포 공장부지에 세운 경방필백화점, 영등포 타임스퀘어의 경영권을 위탁받아 하는 등 넓은 범위의 M&A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선 합법, 한국서는 불법인 M&A 기법
“인수대상 기업 자산을 담보로 금융을 일으키는 M&A 기법인 LBO는 미국에서는 합법적인 방법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사기’로 분류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도 LBO 형태지만 경영권을 미리 인수하고 금융권을 활용하면 합법이다. 그만큼 M&A 기법은 다양하고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단순 인수, 합병으로만 생각하면 안 된다”
우리나라 안에서도 M&A 관련 법적 규제가 바뀌는 경우도 있다. 김 소장은 과거 M&A 기법 중 우회상장이 규제 대상이었지만, 최근엔 스팩(SPAC)으로 우회상장 기법을 인정하는 사례를 들었다. 김 소장은 “비상장사가 공모(IPO) 등을 거치지 않고 상장사를 인수, 합병해 주식시장에 상장할 수 있는 방법으로 활용되는 방법”이라며 “기업인수목적회사인스팩은 이제 시장에서 쉽게 볼 수 있는 M&A 기법으로 통한다”고 말했다.
M&A 기법은 변화무쌍하지만, 김 소장은 글로벌 경제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기업의 M&A는 필수라고 강조한다. 김 소장은 “삼성의 고 이건희 회장이 과거 사비를 털어 반도체 사업을 인수해 지금의 삼성전자를 완성하고, 휠라의 윤윤수 대표가 휠라의 한국 시장 판매권을 운영하다 휠라 본사를 인수해 지금의 패션 전문 기업으로 키운 것처럼 M&A를 영리하게 활용한 기업들이 현재 국내 경제의 중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국내 기업 M&A성공 사례로 삼성 고 이건희 회장의 반도체 기업 인수가 꼽힌다. [연합뉴스]](https://economist.co.kr/data/photo/202206/24/5dac3dde-814b-4102-ab43-5d371b625935.jpg)
대표적인 국내 기업 M&A성공 사례로 삼성 고 이건희 회장의 반도체 기업 인수가 꼽힌다. [연합뉴스]
“합치고 쪼개고”…M&A는 기업을 요리하는 것
투자자 입장에서는 홍보성, 보여주기식 M&A를 경계할 것을 강조했다. 김 소장은 “투자자 입장에서 실질적인 사업 결합을 위한 기업의 M&A는 단기간에 이윤을 창출하기에 호재로 해석되지만, 주가 부양만을 위한 홍보성 M&A를 추진하는 기업은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끝으로 M&A가 ‘기업을 요리하는 것’과 다름 없다고 강조했다.
“기업을 합치는 것만이 M&A가 아니다. 기업을 쪼개는 것 역시 M&A 중 하나다. 결국 M&A는 이윤 창출이라는 목적 아래 음식 재료를 자르고, 소스 등을 추가하는 것과 같이 기업을 요리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
라예진 기자 rayejin@edaily.co.kr,최기원 PD origi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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