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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영우는 떴는데…K-콘텐츠 열기 흡수하지 못하는 K-OTT 플랫폼 [위기의 K-OTT①]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낙수 효과 제대로 누리지 못한 토종 플랫폼
넷플릭스 독주, 웨이브·티빙·왓챠플레이가 뒤쫓는 형국 고착화
티빙 2분기 매출 역성장…1분기 비교하면 매출↓ 적자폭↑

 
 
국내 OTT 플랫폼들이 넷플릭스의 위상을 넘지 못하고 있다.[연합뉴스]
지난 8월 18일 종영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숱한 화제를 뿌렸다.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이 드라마는 1회 0.948%로 시작했다가 16회 17.534%로 종영했다. 최근 지상파, 종합편성채널 등 주요 채널의 드라마가 5%대 시청률을 돌파하지 못하는 것과 비교하면 놀라운 성과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한국갤럽이 지난 8월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좋아하는 TV프로그램’ 조사에서 선호도 1위(16.4%)를 기록했다. 13.1%로 1위였던 7월에 이어 두 달 연속 정상을 차지했다. 
 
한국에서만 인기를 끌었던 게 아니다.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동시 방영된 이 드라마는 비영어권 드라마 부문에서 시청시간 1위를 기록했다.  
 
드라마의 인기는 증시에도 옮겨붙었다. K-콘텐츠의 글로벌 경쟁력을 입증했다는 이유로 개인투자자가 증시에 상장한 콘텐츠 제작사에 베팅하기 시작하면서다. 드라마 방영 기간(6월 29일~8월 18일) 이 드라마를 제작한 에이스토리(54.25%)를 비롯해 래몽래인(36.93%), 스튜디오드래곤(13.38%), 덱스터(16.54%) 등이 높은 주가 수익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신드롬급 인기를 구가했던 ‘오징어 게임’의 열기 역시 여전했다. 최근 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상인 에미상에서 게스트상과 시각효과상, 스턴트퍼포먼스상, 프로덕션디자인상 등 4개 부문을 석권했다. 비영어권 드라마가 에미상에서 수상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중 게스트상을 받은 배우 이유미는 아시아 국적 배우 최초로 에미상을 받는 기록도 남겼다.  
 
이처럼 K-콘텐츠가 승승장구하는 사이 정작 이 콘텐츠를 유통하는 K-OTT 플랫폼은 부진의 늪에 빠졌다. 한국 OTT 시장은 넷플릭스가 독주하는 가운데 웨이브, 티빙, 왓챠플레이 등 국산 OTT가 뒤를 쫓는 형국이다.
 
문제는 이런 점유율 구도가 점점 고착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7월 주요 OTT 앱의 월간활성사용자수(MAU)는 넷플릭스가 1212만명으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어 쿠팡이 481만명, 웨이브가 424만명, 티빙이 412만명 등의 순이었다.  
 
넷플릭스가 1000만명이 넘는 MAU로 독주하는 가운데 나머지 플랫폼은 400만명대 안팎의 MAU를 기록하며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국내 최대 OTT 플랫폼인 웨이브가 출범한 지 3년이 지난 가운데 국내 OTT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었음에도 넷플릭스를 위협할 대항마는 등장하지 않았다. 넷플릭스의 독주 체제만 굳어가고 있다.
 
성장 둔화에 부딪힌 토종 OTT 플랫폼의 현실은 티빙의 실적에서도 잘 드러난다. 티빙의 올해 2분기 매출이 직전 분기 대비 역성장했다. 이 회사는 올해 2분기 매출 507억원, 순손실 275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 1분기 매출 518억원, 순손실 156억원에서 매출은 감소하고 적자 폭만 키웠다.  
 
티빙의 매출이 직전 분기 대미 마이너스 성장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분기 매출도 지난해 4분기보다 낮았다. 지난해 4분기 티빙은 매출 559억원을 기록했는데, 올해 1분기엔 이보다 7.3% 감소했다.  
 
또 다른 토종 OTT 왓챠는 매각설에 휩싸일 정도로 경영 상황이 악화했다. 올해 상반기 상장 전 투자유치(프리IPO)를 추진했지만 증시가 얼어붙으면서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국산 OTT 플랫폼이 한국 콘텐츠 흥행의 낙수 효과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한국 콘텐츠 제작 경쟁력 입증했지만… 

OTT 시장의 성장 둔화는 일찌감치 예고된 일이긴 했다. 팬데믹 기간 ‘집콕 특수’를 누리다 감염병 대응이 점차 엔데믹으로 전환하면서 열기가 한풀 꺾였기 때문이다. 웨이브는 지난해 매출 증가율이 27%에 그쳤다. 전년 대비 85.2%의 매출 증가율을 기록했던 2020년보단 성장이 둔화했다. 콘텐츠 제작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았음에도 유료 가입자 확보가 더디면, 실적이 악화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문제는 시간이 지나더라도 뾰족한 반등 기회를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오는 12월 1일엔 티빙과 시즌의 합병법인이 등장하지만, 이 역시도 넷플릭스의 위상을 넘진 못할 가능성이 크다.  
 
배우 이유미가 미국 에미상 시상식에서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으로 드라마 부문 여우단연상(게스트상)을 받았다.[연합뉴스]
전 세계 시청자들이 K-콘텐츠에 갖는 관심이 높아지고 있음에도 정작 그 수혜는 글로벌 플랫폼이 누리고 있다. 한국의 인기 콘텐츠가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서 세계 각국으로 유통되고 있기 때문이다.  
 
콘텐츠 제작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를 통해 독점 송출되는 작품의 경우 회사가 지식재산권을 독점하게 돼 한국 콘텐츠 제작 시장이 넷플릭스에 종속되는 게 아니냐는 경계의 목소리가 높다”면서 “그럼에도 넷플릭스의 제작 환경이 우수해 역량 높은 시나리오 작가와 연출자, 배우가 모두 이곳으로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OTT 플랫폼 역시 글로벌 진출을 계획에 두고 있지만, 내수시장도 석권하지 못한 상황에서 단기간의 성과를 기대하긴 어렵다. 넷플릭스나 디즈니플러스 같은 플랫폼이 이미 대부분의 국가에 진출한 점도 걸림돌이다. OTT업계 관계자는 “국내 업체 대부분이 유료 구독자 추가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수익성 개선 없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 투자를 계속할 순 없기에 다양한 생존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다린 기자 quill@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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