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새 82% 급등”…부진했던 휴마시스에 무슨 일이?
소액주주모임, 차정학 대표와 경영권 다툼 본격화
현금 쌓이는데 주가는 바닥…가치주보다 낮은 PER
경영진 교체‧전문경영인 선임 추진…표 대결 예고
체외진단기기 전문기업인 휴마시스의 주가가 최근 일주일 사이 80% 넘게 급등했다. 통상 호재로 인식되는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되면서 쪼그라들었던 투자심리를 회복한 모양새다. 지분을 5% 이상 끌어모은 소액주주모임은 경영진 교체를 통해 저평가된 주가를 정상화한다는 계획이다.
19일 한국거래소는 코스닥 상장사 휴마시스를 투자유의종목(투자경고종목 지정 예고)에 지정했다. 지난 11일 1만2300원에 머물렀던 휴마시스는 5거래일 연속 상승 마감하며 81.7%나 치솟았다. 3주 전 기록한 연저점(1만1000원)과 비교하면 두 배나 폭등한 수치다. 휴마시스가 2만원대 주가를 회복한 건 지난 7월 27일(2만500원‧종가) 이후 약 3개월 만이다.
이날 투자주의종목 지정 여파로 7% 넘게 떨어지며 주춤했지만,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은 높은 편이다. 소액주주모임이 차정학 대표와의 경영권 다툼을 예고한 만큼 향후 지분 매입 경쟁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휴마시스 소액주주모임 운영진인 구희철 씨는 총 186만6853주를 모아 5.45%의 지분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6.90%의 지분을 보유한 차 대표를 충분히 위협할 수 있는 규모다. 차 대표의 우호 지분은 특수관계인을 모두 합쳐도 8.48%에 불과하다.
구 씨는 공시를 통해 “휴마시스의 주주로서 본인과 생각을 같이하는 주주들과 연합해 회사경영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한다”며 “이에 기업경영 안정을 위해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신규 임원의 선임과 함께 개정된 법에 맞게 정관을 개정하는 등 관련 행위를 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2분기 자본유보율 1만2031.02% 달해
당시 안건은 ▶이사 보수 한도 30억원 승인 ▶사내이사 박혜림 선임의 건 ▶사외이사 한상미 선임의 건 ▶상근감사 장현주 선임의 건 등이다.
소액주주들이 사측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이유는 미진한 주주친화 정책 때문이다. 앞서 사측에 내용증명을 발송하고 “파격적인 주주가치 제고방안을 내놓지 않으면 주총의 모든 안건을 부결시키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휴마시스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당시 큰 폭으로 성장한 체외진단기기 전문업체다. 2019년까지 적자에 머물렀던 휴마시스는 이듬해 254억원(연결 기준)의 영업이익을 올렸고, 지난해 영업이익은 1936억원으로 폭증했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2730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는 등 수익성을 크게 개선했다는 평가다.
영업이익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지난해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2050억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자본유보율은 5726.92%로, 곳간에 현금을 두둑하게 쌓아 놓은 상태다. 특히 올해 2분기 기준 자본유보율은 무려 1만2031.02%에 달한다.
수익성과 재무구조가 크게 개선됐지만, 주가는 저평가 상태다. 19일 기준 휴마시스의 주가수익비율(PER)은 2.16배에 불과하고, 주가순자산비율(PBR) 역시 1.84배에 그치고 있다. 휴마시스는 바이오 업종에 속한 성장주지만 대표적인 가치주로 꼽히는 KT&G보다 PER이 낮다.
이에 소액주주들은 주가 정상화를 위한 주주가치 제고방안을 사측에 촉구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배당성향 상향(순수익의 20%) ▶주당 500원 특별배당 ▶자사주 소각 ▶온라인 IR 실시 ▶1:5 비율 무상증자 ▶500억원 상당 자사주 추가 매입 등이다.
휴마시스 소액주주모임 운영진 A씨는 “지분율이 낮은 차 대표는 본인의 경영권 방어에만 혈안이 돼 있고, 회사에 대한 주주들의 기대감은 사라진 상태”라며 “앞서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사측에 요구했지만 기존 경영진을 교체하고 전문경영인을 세우는 것이 더 낫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휴마시스 관계자는 “회사는 올해 총 3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 신탁계약을 체결했다”며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다각도로 추진 중이지만 당장 말씀드릴 수 있는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박경보 기자 pkb23@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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