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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계 숙원, 법인세 최고 세율 인하 이뤄질까 [법인세 인하 논쟁①]

삼성전자 법인세 부담률 TSMC의 2.7배 수준
일부 기업에 혜택 집중, 부자감세 지적도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도심 빌딩 모습.[연합뉴스]
윤석열 정부의 법인세 인하 공약이 지켜질 수 있을까. 재계가 법인세 인하 가능성 유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6월 정부는 경제정책방향에서 법인세 최고세율(25%)을 문재인 정부 출범 이전인 22%로 되돌리는 감세안을 제시했다. 감세를 통해 기업 투자를 이끌어내고 저성장으로 허덕이는 한국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정부가 감세안 필요성을 강조하는 건 우리나라의 법인세 최고 세율이 주요 선진국보다 높아 기업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주요국들의 법인세 최고 세율을 보면 일본이 23.2%, 미국은 21%, 영국과 독일이 각각 19%, 15.8%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의 법인세 최고세율 평균치(21.5%)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국내 주요 경제 단체들도 법인세 인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전경련을 비롯해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무역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는 최근 공동 성명을 통해 “내년부터 경기침체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안팎의 경고 목소리를 고려해 지금이 법인세를 인하해야 하는 적기”라고 했다. 법인세 인하 효과는 법 시행 후 처음 법인세를 중간예납할 때 효과가 나타나는데, 올해 법안이 통과돼야 내년 하반기부터 그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주장이다.  
 
경제단체들은 “금리 인상과 물가 상승으로 소비가 빠르게 위축되고, 고환율과 원자재가격 상승으로 기업 수익성도 악화하는 추세”라며 “기업들은 자금난에 은행 문을 두드릴 수밖에 없고 결국 고금리 이자 폭탄을 맞는 악순환의 연속인 상황”이라고 경영난을 호소했다.  
 
실제 국내 기업 중 일부는 급격한 인플레이션과 생산비 증가로 자금 사정이 나빠지면서 은행에 자금을 빌리는데, 대출금리마저 빠르게 오르면서 자금 사정이 더 나빠지는 어려움에 직면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달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2172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최근 경제 상황 관련 기업 자금 사정’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64% 기업들이 ‘은행·증권사 차입’을 통해 자금조달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가장 많이 선택한 경영의 어려움 요소 중 하나는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 증가’(73.3%)였다. 고환율로 인한 ‘외화차입 부담 증가’(25.2%), ‘자금조달 관련 규제’(18.3%)가 문제라고 답한 곳도 있었다.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는 우리 기업들이 법인세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전경련은 삼성전자 법인세 부담이 경쟁사인 대만 TSMC의 2.6배 수준에 달한다고 밝혔다. 기업이 창출한 순이익 대비 법인세 부담률을 비교했을 때 삼성전자는 27.0%, TSMC는 10.5% 수준이라는 것이다.  
 
자금난에 상대적으로 더 민감한 중소기업계도 정부의 세제개편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기중앙회가 법인 중소기업 5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2년 조세·세무행정에 대한 중소기업 설문조사’를 보면 중소기업 64.2%는 법인세 특례세율 확대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법인세 부담 경감에 따른 신규 투자 여력 확보(36.8%), 신규채용과 근로자 임금상승 기여(27.7%)를 이유로 들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지난달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오후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 국회사진기자단]

국회 대립에 세제 개편안 통과 여부 '안갯속' 

중요한 것은 법인세 최고세율을 인하하겠다는 정부의 공약이 지켜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세법개정안을 두고 정부‧여당과 야당의 힘겨루기가 이어지면서 법인세 감면 가능성은 점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정부와 여당은 법인세 인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야당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지난달 기획재정위원회 기재부 국감에서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세청에서 받은 자료를 토대로 최근 15년 새 개인이 납부하는 근로소득세가 연평균 9%씩 증가한 반면, 법인세 증가율은 5% 미만에 그친 것으로 파악됐다고 주장했다. 고 의원은 “과거 정부에서 법인세를 깎아준 부담을 ‘유리 지갑’ 월급쟁이들이 메운 것”이라며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는 철회하고 그 재원으로 소득세 감세 폭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법인세 인하는 필요한 정책적 수단”이라며 정기국회 처리를 요청했다. 추 부총리는 “주주가 600만명에 달하는 대기업도 있는데 (이는) 어느 한 개인의 기업이 아니다”라며 “(법인세 인하 효과가) 다 국민께 돌아간다”고 했다. 경제단체들도 ‘부자 감세’ 지적에 대해 투자확대를 약속하고 나섰다. 대한상의 등 경제계는 “법인세가 인하되면 투자‧고용 및 혁신 활동을 늘리고 사회 전반에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병희 기자 leoybh@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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