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넘어 산’ 애플페이, 이 또한 현대카드의 ‘큰 그림’인가 [이코노 EYE]
가맹점들이 알아서 NFC 단말기 설치 나서
정태영 부회장의 장기집권에 과감한 결정 가능

하지만 애플페이가 진짜 한국땅을 밟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아직 남아 있습니다. 금융당국은 국내 결제정보를 국외로 이전 승인하는 애플페이 결제 방식인 EMV(유로페이·마스터카드·비자카드가 제정한 결제시장 표준)가 개인정보보호법과 신용정보법에 저촉되는지 살펴보고 있기 때문이죠. 국내 결제자들의 신용정보 유출 우려가 없는지 점검하겠다는 취지입니다.
이보다 많이 지적되는 건 애플페이 오프라인 결제에서 사용되는 근거리무선통신(NFC) 단말기가 국내에 매우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신용카드 가맹점 약 300만개 중 NFC 단말기를 보유한 곳은 10% 남짓이라고 합니다.
현대카드는 NFC 단말기의 보급 확대를 위해 설치 비용을 책임지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문제는 이 단말기 한 대 가격이 못해도 15만원 수준인데 전국 가맹점에 보급한다면 약 400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비용이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이 비용을 현대카드가 모두 지불하려 해도 난관이 있습니다. 리베이트(부당 보상금) 제공을 금지한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이 될 수 있기 때문이죠.
이제까지 대다수 언론 기사와 전문가의 전망도 비슷합니다. 그러나 낮은 NFC 단말기 보급률은 현대카드에게 해결할 ‘과제’가 아닌 오히려 ‘전략’일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옵니다. 현대카드가 아이폰 주 사용층인 2030세대를 노린 ‘니치(틈새) 마케팅’이라는 것입니다.

이미 2030세대가 자주 방문하는 주요 카페나 편의점, 일부 프랜차이즈에는 NFC 단말기가 설치돼있거나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뒤집어 말하면 2030세대가 굳이 NFC 단말기가 없는 지방의 노포(老鋪) 식당 같은 곳에서 애플페이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실제 현대카드와 ‘이상동몽(異床同夢)’을 하는 기업들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최근 롯데하이마트는 NFC 단말기를 일부 매장에 설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토스플레이스는 서울 시내 약 300개 가맹점에 NFC 결제 지원 단말기를 시범 보급했으며, NHN KCP는 홈페이지 매장용 키오스크 설명에서 ‘애플페이 사용 가능’ 문구를 넣었다 삭제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가맹점들이 알아서 NFC 단말기 설치에 나서주니 현대카드는 ‘손 안 대고 코 푼다’며 웃음을 짓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업계에선 현대카드가 이처럼 다소 무모해 보이는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건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의 장기집권이 한몫했다는 설명입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현대카드는 2~3년마다 사장이 교체되는 전문경영인 체제 카드사들과 태생부터 다르다”며 “다른 카드사들은 2030세대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하려 해도 당장 수익이 나지 않을뿐더러 임기 문제로 장기 프로젝트가 어렵기 때문에 좌절되기 쉽다”고 말했습니다.

현대카드의 신용판매 실적 기준 점유율은 2019년 2분기 15.6%에서 올해 3분기 17.5%까지 뛰어올랐습니다. 2018년에 3위 자리를 내준 뒤 4년 만입니다. 과연 현대카드와 정 부회장의 애플페이 도입은 카드업계에 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윤형준 기자 yoonbr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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