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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6호 2026-03-09

혼돈의 중동 시험대 선 韓 경제

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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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리스크에 금융권 비상…안전자산 ‘금’ 다시 뜰까

은행

중동발(發) 지정학 리스크가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국제 유가와 환율이 요동치면서 투자자 자금은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으로 이동했다. 시장 변동성이 커지자 국내 5대 금융그룹도 비상 대응 체계를 가동하고, 수출·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긴급 금융지원에 나섰다.3월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새벽 원·달러 환율은 뉴욕증시 개장 직후 상승 폭을 빠르게 키우다 장중 한때 1506.0원까지 치솟았다. 심리적 저항선으로 불리는 1500원을 넘어선 것이다. 환율이 1500원을 돌파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이어지던 2009년 3월 이후 처음이다. 이후 상승 폭을 일부 반납하며 1485.7원에 야간 거래를 마쳤으나, 시장이 받은 충격은 여전히 남았다. 서울 외환시장에서의 흐름도 불안했다. 4일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한 뒤 1480원선을 중심으로 등락하다 전 거래일보다 10.1원 오른 1476.2원으로 주간 거래를 마감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긴장이 고조되면서 안전자산인 달러 수요가 확대된 영향이다.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재로서는 단기간(1개월 이내)에 상황이 진정될 가능성이 높다”며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 국면에서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이 단기적으로 커질 수는 있지만 이번 사태를 과도하게 확대 해석하거나 막연한 공포심리에 사로잡힐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정학적 불안은 언제나 원화 약세 재료이나, 강도와 기간은 결국 유가에 달려 있다”면서 “원·달러 환율은 1470~1480원까지 단기 오버슈팅 가능하나 유가 상승이 장기화되지 않는다면 점차 안정되는 국면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시장 불안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은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에도 주목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3월 3일 KRX 금시장에서 금 가격은 1g당 24만9200원으로 전일보다 9900원(4.14%) 상승했다. 다만 4일에는 전일보다 6090원(2.44%) 내린 24만3110원에 거래를 마쳤다. 차익 실현 매물이 출회되면서 상승 폭 일부를 반납한 것으로 풀이된다.박태형 우리은행 TCE시그니처센터 PB팀장은 금 가격 움직임에 대해 “최근 금값이 일부 조정을 보인 것은 이란 전쟁이 장기화되지 않을 것이라는 시장의 전망이 반영된 영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금 투자 자체를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는 설명이다. 박 팀장은 “금은 이란 사태와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에 단기 베팅하기 위한 자산이라기보다, 자산 배분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투자 성향에 따라 전체 금융자산의 약 5~20% 수준을 금으로 보유하는 전략은 유효하다”고 조언했다. 금융권 비상 대응 가동…기업 금융지원 확대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자 국내 금융사도 발 빠르게 대응에 나섰다. KB금융은 양종희 회장 등 주요 계열사 대표가 실시간으로 환율·금리·유가 등을 점검하고 있다. 계열사인 국민은행은 ‘KB재해복구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해 분쟁 지역 진출 기업이나 수출입 실적이 있는 기업 및 협력사에 최대 1.0%포인트(p)의 특별 우대금리를 적용한다. 피해 규모 범위 내에서 최대 5억원의 운전자금과 시설자금을 지원하며, 3개월 이내 만기가 도래하는 대출은 추가 원금 상환 부담 없이 우대금리를 적용해 만기 연장을 지원한다.신한금융은 지난 3월 2일 그룹위기관리협의회를 열어 중동 지역 정세 악화가 금융지표 변동성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비해 그룹 차원의 대응 체계를 점검했다. 신한금융은 현재 위기관리 단계를 ‘주의’로 유지하고 주간 단위 정례 회의를 통해 시장 상황과 그룹 영향도를 점검하기로 했다. 신한은행도 ‘신한 재해복구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경영 애로를 겪는 수출 및 해외 진출 중견·중소기업을 지원한다. 피해 규모 범위 내에서 최대 10억원의 운전자금과 시설자금을 대출하고 최고 1.0%p의 특별 우대금리를 적용한다. 만기가 임박한 대출 역시 우대금리를 적용해 연장을 지원한다.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은 “지속적인 리스크 모니터링을 통해 직접적인 피해가 우려되는 소상공인 및 중소기업 등을 위한 다양한 금융지원 방안을 선제적으로 검토하고, 위기 상황 발생 시 즉시 대응할 수 있는 실질적 체계를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하나금융은 현지 피해 교민에 대한 생필품 및 구호 패키지 등 인도적 지원 방안 프로그램을 정부 유관기관과 협의 후 신속히 추진한다. 하나금융 역시 피해 기업을 대상으로 특별 금융지원에 나섰다. 하나은행은 총 12조원 규모의 긴급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해 기업당 최대 5억원의 긴급 경영안정자금을 지원하고 ▲대출 만기 최대 1년 연장 ▲분할상환 최대 6개월 유예 ▲대출 금리 최대 1.0%p 감면 등을 제공할 계획이다.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예기치 못한 국제 정세 불안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교민과 기업들이 하루빨리 안정을 되찾을 수 있도록 그룹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우리금융도 지주사를 중심으로 전 계열사 비상 대응 체계를 가동하고 유동성 상황과 외환·자금시장 동향을 점검하고 있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지난 3월 1일 중동 사태 발생 직후 비상 대응 체계를 가동한 데 이어, 지난 4일 ‘중동 상황 관련 현안 점검 회의’를 열어 대응 상황을 재점검했다.임 회장은 “환율이 다시 급등세를 보이는 만큼 외환시장 변동성을 면밀히 점검하고, 은행 부문은 외화 유동성을 일별 관리 체제로 전환해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NH농협금융도 지난 3월 2일 부서장 긴급 회의를 열어 중동 국가 익스포저(위험 노출)를 점검하고 연관 산업 영향과 리스크 관리 방안을 논의했다. 또한 그룹 차원의 ‘금융시장 비상 모니터링 체계’를 가동해 계열사 금융 포트폴리오 영향을 점검하고 피해 기업 지원에도 나설 계획이다.

2026.03.09 08:51

4분 소요
중동 리스크 장기화 우려…산업 지형 재편되나 [美·이란 전쟁, 시험대 선 韓 경제] ②

산업 일반

미국과 이란 간 군사 충돌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한국 산업 전반에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일부 업종의 반사이익이 기대되지만, 전문가들은 전쟁이 길어질 경우 에너지 가격 상승과 물류 차질이 동시에 나타나 산업 전반의 비용 구조를 흔들 수 있다고 보고 있다.특히 글로벌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지속될 경우 에너지 공급망 불안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중동에서 생산되는 원유 상당량이 이 해협을 통과하는 만큼 충돌이 장기화되면 글로벌 에너지 가격과 해상 운임이 동시에 상승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산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단기 충돌로 끝날 경우 업종별 희비 정도로 마무리될 수 있지만, 장기전으로 이어질 경우 기업들의 공급망 전략과 투자 방향까지 바뀔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장기전 땐 공급망 리스크 확대에너지 가격 상승은 일부 업종에는 기회 요인이 될 수 있다. 정유업계는 유가 상승 시 보유한 원유 재고 가치가 상승하면서 재고 평가이익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동 정세 불안이 확대될 때마다 정제마진과 재고 평가이익이 동시에 늘어나는 사례가 반복돼 왔다.다만 전문가들은 장기전이 될 경우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에너지 시장 전문가는 “유가 상승 자체는 정유사 실적에 긍정적일 수 있지만 중동 공급망이 흔들릴 경우 원유 조달 비용과 운송 비용이 동시에 상승할 수 있다”며 “전쟁이 장기화되면 단기 수혜 효과가 상쇄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조선업 역시 중장기적으로는 수혜 가능성이 거론된다. 각국이 에너지 안보 확보에 나설 경우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과 해양 에너지 설비 발주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에너지 공급망 불안이 커질수록 LNG 운송과 저장 인프라의 중요성이 커진다”며 “장기적으로는 에너지 관련 선박 수요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항공업계는 전쟁 장기화 시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산업 중 하나로 꼽힌다. 대한항공은 국내 항공사 가운데 유일하게 중동 직항 노선인 인천~두바이 노선을 매일 운항해 왔지만 최근 중동 긴장 고조로 해당 노선 운항을 일시 중단했다.대한항공은 이미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이후 인천~텔아비브 노선도 장기간 운항을 중단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전쟁이 길어질 경우 연료비 상승과 항로 우회가 동시에 발생해 수익성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항공산업 전문가는 “중동 지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항공유 가격 상승과 운항 거리 증가가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며 “특히 장거리 노선 비중이 높은 대형 항공사일수록 영향이 클 수 있다”고 말했다. 건설업계 역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 건설사의 해외 수주 가운데 약 25%가 중동 지역에서 발생하는 만큼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는 곧바로 산업 전반의 불확실성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현장 인력 안전 문제와 공정 지연 가능성, 해상 운임과 보험료 상승 등을 주요 리스크로 꼽고 있다. 특히 EPC(설계·조달·시공) 사업의 경우 공사가 지연되면 금융비용과 공사비가 동시에 늘어나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건설업계 관계자는 “단기 충돌이라면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지만 장기화되면 프로젝트 일정과 비용 구조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물류 비용 상승 등 중동 투자 전략 변수국내 기업들의 중동 투자 역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CJ대한통운은 최근 약 600억원을 투자해 사우디아라비아 글로벌 물류센터(GDC)를 본격 가동했다. 해당 센터는 하루 약 1만5000건 이상의 물량을 처리할 수 있는 대형 물류 거점으로 글로벌 이커머스 기업 아이허브(iHerb)가 주요 고객사다.회사 측은 물류센터가 공항 인근에 위치한 만큼 직접적인 안전 리스크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지만 중동 긴장이 장기화될 경우 물류 흐름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물류업계 관계자는 “중동은 최근 글로벌 기업들이 물류 허브로 주목하는 지역”이라며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질 경우 물류 네트워크 운영에도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중동을 신흥 시장으로 공략해온 소비재와 제약 업계 역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내 화장품의 중동 수출 규모는 약 4000억~5000억원 수준으로 최근 연평균 20% 이상의 성장세를 이어왔다. 다만 화장품 수출의 상당 부분이 해상 운송에 의존하는 만큼 호르무즈 해협 긴장이 장기화될 경우 물류 비용 상승과 배송 지연 가능성이 제기된다. 식품업계 역시 할랄 인증 제품 확대와 유통망 구축 등을 통해 중동 시장 공략을 강화해 왔지만 군사 충돌이 장기화될 경우 현지 시장 확대 전략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제약·바이오 업계 역시 원료 가격과 물류 비용 변화를 주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의약품 원료 가운데 일부는 석유화학 산업과 연결돼 있어 에너지 가격 상승이 장기화될 경우 생산 비용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단순한 지정학적 충돌을 넘어 한국 산업 구조의 취약성을 드러내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국 경제는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고 제조업 중심의 수출 구조를 갖고 있어 중동 지역 변수에 상대적으로 민감하기 때문이다.산업연구원 관계자는 “단기 충돌이라면 업종별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지만 장기전으로 이어질 경우 에너지 가격과 물류 비용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 산업 전반의 비용 구조를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번 사태는 단순히 유가 상승 이벤트가 아니라 공급망 안정성과 에너지 안보를 동시에 시험하는 사건”이라며 “기업들의 투자 전략과 공급망 재편 논의가 더욱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강감찬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중동 정세 불안으로 어려움을 겪는 수출 기업의 부담을 완화하고, 현재의 수출 상승 흐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해 나가겠다"라며 "중동상황 장기화 가능성에도 대비하면서 중기부, 해수부 등 관계부처 및 유관기관과 긴밀히 협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2026.03.09 07:00

4분 소요
‘아시나요’ 1919년 최고 잘 나갔지만 역사적으로 묻힌 기업가 이야기

‘일제 강점기에 독립운동을 했고, 옥고까지 치른 기업인은 누구일까요?’ 이에 해당하는 인물은 단 1명. 그럼에도 정답을 알고 있는 이는 극소수다. 심지어 주인공의 친인척들조차 자세한 내막을 알지 못했다. 기업인이자 독립운동가 그리고 교육자로서 위대한 업적을 남겼지만 역사책에서는 볼 수 없는 동화약품의 설립자 민강 선생의 발자취를 되짚어봤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실천의 선구자이기에 현시대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기업인·독립운동가·교육자 ‘불굴의 족적’ 지난 2월 25일 서울 중구 순화동에 위치한 동화약품의 본사 1층 ‘1897 라운지’에서 민강 선생의 선한 영향력을 받은 후손들이 특별한 만남을 가졌다. 이날 평전 출판 기념회를 맞아 윤도준 동화약품 회장을 비롯해 서울대와 대한약학회 등의 약학계, 동성고·이화여고 등의 교육계, 저자인 고진숙 작가를 비롯한 사학계 및 출판계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색적인 조합의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인 건 모두 민강의 선한 영향력 덕분이다. 민강은 국내 제약업 태동을 이끈 기업가이자 소의학교(현 동성중·고등학교)와 조선약학교 설립에 참여하며 교육과 약학 기틀을 마련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등 헌신적인 삶을 살았다. 기업인·독립운동가·교육자로서 위대한 발자취를 남겼지만, 민강에 대한 사료는 많지 않다. 그는 평생 일기나 저작을 남기지 않았다. 이에 다방면에서의 쌓은 업적에 비해 역사적으로 이름이 덜 알려졌다.평전 출판으로 민강의 삶을 재조명하게 된 계기도 후손의 간절함 때문이었다. 평전의 저자인 고진숙 작가를 붙잡고 오열하면서 역사적으로 묻힌 ‘민강 이야기’를 늘어놓았던 게 출판으로 연결됐다. 민강의 친인척인 송지희 서울시립대 교수는 “‘몸까지 다쳐가며 기업 운영과 독립운동을 하신 분은 없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에 가슴이 아팠다. 또 그런 분의 자취가 역사책에 전혀 남지 않아서 너무 아쉬웠다”고 털어놓았다. 고 작가는 민강을 “한 병의 약으로 수많은 생명을 구하고, 한 뜻으로 조국의 독립을 꿈꾸다”라는 문장으로 정리했다. 최초의 국산 신약으로 꼽히는 ‘활명수’는 민강의 업적에서 빼놓을 수 없다. 활명수는 구한말 급체와 토사곽란(吐瀉癨亂)으로 고통받던 백성들의 생명을 구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활명수는 국내 최초의 등록 상품으로 기네스북에 이름을 올렸다. 활명수는 왕명을 전달하는 연락관인 궁중 선전관 직책을 지낸 아버지 민병호와 민강이 개발한 소화제다. 궁궐에서 쓰인 소화불량 해소약과 양약을 섞어 최초의 국산 신약을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활명수는 양약을 구하기 힘들었던 일제 강점기에 대히트를 쳤다. ‘없어서 못 팔 정도’로 활명수를 찾는 사람이 줄을 섰다고 한다. 하지만 민강은 이윤만을 좇지 않았다. 고 작가는 “1919년 당시 동화약방은 국내에서 가장 잘 나갔던 기업이었다. 하지만 부를 축적하기보다 활명수를 판매한 수익금을 독립운동 자금으로 모두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독립운동가들이 중국으로 이동할 때 활명수를 휴대해 현지에서 판매하고 그 수익을 독립자금으로 활용할 정도로 지원해줬다”고 설명했다. 사회적 책임 다한 ESG 경영의 시초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기업을 운영하면서 독립자금을 지원한 경영인은 있었지만, 독립운동으로 옥살이까지 경험한 인물은 민강이 유일하다. 민강은 1909년 항일 비밀결사단체 대동청년단을 결성했다. 독립운동이 거세게 일었던 1919년 동화약방 분점을 개점해 ‘3.1만세운동’의 연락사무소로 활용했다. 또 임시정부의 국내 연락 거점인 경성연통부 역할을 하기도 했다. 교육자로서도 굵직한 족적을 남겼다. 1907년 소의학교와 1918년 조선약학교 설립에 참여하며 인재 양성의 토대를 마련했다. 조선약학교는 현재 서울대학교 약학대학으로 이어지며 한국 약학 교육의 산실로 자리하고 있다. 공로를 인정받아 1963년 제약업계 기업인 최초로 건국훈장 독립장에 추서됐다. 독립운동으로 인한 외압 속에 동화약품의 경영은 점차 어려워졌다. 그러다 1937년 민족기업가 윤창식 사장이 인수 후 동화약품의 역사와 ‘민강 정신’은 계속되고 있다. 무엇보다 민강이 진정한 ESG 경영을 펼쳤다는 점에서 귀감이 되고 있다. 활명수 판매로 얻었던 이윤을 대부분 독립자금으로 전달하는 등 기업 활동이 사회적 책임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민강 선생의 삶과 실천은 기업이 무엇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지를 자연스럽게 되묻게 하며, 이 정신은 오늘날 ESG 경영과 지속가능발전이 추구하는 기본 가치와도 깊이 맞닿아 있다”고 평했다. 송지희 교수도 민강이 가족들에게 손수 보여준 사회적 가치를 주목했다. 그는 “민강 선생의 활동이 이윤이 목적이 아닌 사람을 살리는 것, 교육시키는 것, 우리나라가 독립하는 것 그 세 가지 사회적 가치에 있었다”며 “지금 생각해 보면 그 가치들이 다 이뤄졌다. 큰 가치를 두고 모든 것을 다 바치셨던 분이라 더욱 감동스럽다”고 말했다. 이번 평전에는 친척들도 잘 알지 못했던 독립운동가 민금봉 선생의 생애도 담겼다. 민금봉의 손녀딸인 송지희 교수는 2019년 할머니가 대통령 표창을 받으면서 독립운동 사실을 처음 알게 됐다. 서대문 형무소에 할머니의 사진이 있는 것도 그때 알았다고. 민강의 친척인 민금봉은 동화약방에 거주했고, 이화여자고등보통학교에서 항일 만세운동을 주도한 혐의로 서대문경찰서에 피검됐다. 이화여고보의 독립만세시위에 앞장선 그는 손수 80장의 태극기를 직접 그린 것으로 알려졌다.1000만 관객을 모은 ‘왕과 사는 남자’를 통해 단종의 곁을 끝까지 지킨 ‘조용한 충신’ 엄흥도의 삶이 널리 알려지게 됐다. ‘활명수를 낳은 기업가이자 독립운동가 민강’ 평전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위대한 유산을 남긴 역사적 인물인 민강을 기억해주기를 바란다.

2026.03.09 07:00

4분 소요
하이닉스 광풍에 ‘돈 길’ 찾은 티맵까지… 포트폴리오 잭팟 터진 SK스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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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타 낙수효과만 누리던 시대는 끝났다. 분사 4년, SK스퀘어가 남다른 선구안으로 ‘투자 전문 회사’의 입지를 차근히 다지고 있다.최근 SK스퀘어는 그간 축적해 온 투자 역량을 몸값으로 증명했다. 단순히 SK하이닉스의 호실적에 편승한 지주사를 넘어 공들여 키운 포트폴리오가 싹을 틔우는 모습이다. 지난 2월 27일 종가 기준 SK스퀘어의 시가총액은 약 85조2000억원으로, 지난해 1월 초 10조원대에서 8배 이상 수직 상승했다. 코스피 시총 순위도 삼성전자우를 제외하고 5위에 등극했다. 이번 성과는 2025년 거둔 사상 최대 실적이 뒷받침했다. 연결 기준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각각 8조7974억원과 8조8187억원으로 전년 대비 두 배나 뛰었다. 2021년 11월 SK텔레콤에서 떨어져 나온 이후 약 4년간 진행된 포트폴리오 재편의 결과다. SK스퀘어는 분사 초기에만 해도 SK하이닉스의 배당금만 관리하는 특수 목적 회사라는 냉소적인 시각에 시달렸다. 물론 ‘백만닉스’(주가 100만원) 시대를 연 SK하이닉스의 지분법 이익이 든든한 실탄이 됐지만, 이를 바탕으로 구축한 투자 모델이 시장에 확신을 주고 있다.하이닉스 넘어 직접 투자 성과SK스퀘어는 미국과 일본 인공지능(AI)·반도체 기업 7곳에 약 300억원을 투자했다. 전체 이익 규모에 비하면 미미하지만 최대 7배의 기업 가치 제고를 실현하며 정교한 투자 레이더를 자랑했다.2023년 하반기 투자한 미국 디매트릭스는 작년 말 시리즈 C 투자를 유치하면서 기업 가치가 20억달러(약 3조원) 이상으로 증가했다. 2019년 설립한 디매트릭스는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해 싱가포르 국영 투자사 테마섹 등이 주요 주주로 이름을 올린 회사로, 데이터센터용 AI 추론 칩에 특화했다.차세대 AI 칩을 만드는 미국 테트라멤 역시 올해로 예정된 투자 라운드에서 기업 가치가 기존 4억5000만달러(약 6500억원)에서 2배가량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증강현실(AR)·가상현실(VR)·스마트 카메라 등의 수요가 늘면서 테트라멤의 고속·저전력 AI가 시장의 관심을 끌고 있어서다. 이처럼 회사 미래 먹거리 발굴의 주역은 SK하이닉스와 손잡고 설립한 글로벌 투자 기지인 TGC스퀘어다. 신한금융그룹과 LIG넥스원 등 국내 금융사가 공동 출자한 TGC스퀘어는 글로벌 반도체 밸류체인을 강화하는 전략적 교두보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에서 해외 투자 업무를 총괄한 경험이 있는 안홍익 최고투자책임자(CIO)를 영입하고, 기존 CIO·포트폴리오 매니지먼트 조직은 전략투자센터로 변경해 글로벌 투자 실행력을 강화했다.SK스퀘어의 ‘아픈 손가락’으로 꼽혔던 티맵모빌리티도 2025년 상각전영업이익(EBITDA)과 당기순이익 흑자 전환 소식을 전하며 모회사에 힘을 실었다. 티맵은 킥보드와 대리운전 등 수익성이 낮고 노동 집약적인 사업의 비중을 과감히 축소하고, 데이터와 AI 중심의 B2B(기업 간 거래) 비즈니스로 체질을 개선했다.완성차 탑재형 내비게이션 ‘티맵 오토’ 매출은 전년 대비 30% 이상 급증했고, 운전 점수 기반의 보험 사업 역시 29.4% 성장하며 실적의 중추가 됐다.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 1500만명의 트래픽을 AI 에이전트 서비스와 연계해 플랫폼 체류 시간을 늘린 전략도 주효했다. AI 에이전트 도입 효과로 AI 서비스 트래픽은 지난해 3분기 244만명에서 4분기 515만명으로 한 분기 만에 2.1배 늘었다. AI가 맥락을 이해하는 대화형 인터페이스와 주행 데이터를 기반으로 맛집을 추천하는 ‘어디갈까’ 등 서비스가 호응을 얻었다.그렇다고 모든 포트폴리오가 장밋빛은 아니다. 11번가·원스토어·SK플래닛 등을 포함한 주요 ICT 계열사의 합산 영업손익은 여전히 474억원의 적자를 기록 중이다. 전년 대비 적자 폭을 62% 줄이며 경영 효율화 노력이 조금씩 빛을 보고 있지만, 이들이 주가 할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알리·테무 등 C커머스의 공세와 구글·애플의 앱마켓 독점 구도 속에서 독자적인 생존력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투자→주주 환원 선순환 구조순자산가치(NAV)의 95%를 차지하는 SK하이닉스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구조 역시 SK스퀘어의 중장기 개선 과제로 꼽힌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처음 개장한 지난 3일 국내 증시에서 SK스퀘어는 SK하이닉스와 나란히 7%대 하락 마감하며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임을 보여줬다.다만 중동 리스크와 같은 글로벌 이슈에도 AI 인프라 확산은 거스를 수 없는 추세라 SK하이닉스의 후광 효과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AI 수요로 서버용 메모리의 가격 강세가 올 1분기 모바일 제품으로 이어질 것으로 판단했는데 가격 상승률이 높았던 기대치를 넘어서고 있다”며 “이런 흐름은 2분기에도 이어지며 전사 실적 성장을 견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SK하이닉스의 2026년 연간 영업이익을 전년 대비 260% 오른 170조원으로 상향 조정했다.SK스퀘어는 지금의 훈풍에 안주하지 않고 투자 전문 회사의 타이틀에 걸맞게 ‘투자’와 ‘주주 환원’ 미션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보유 포트폴리오의 지분 가치를 끌어올려 2028년까지 NAV 할인율을 30%까지 낮추는 공격적인 목표를 제시했다.이런 의지를 반영하듯 SK스퀘어는 잘나가는 자회사 덕에 얻은 현금을 창고에 쌓아놓고만 있지 않는다. 할인율 방어를 위해 배당 수입의 30% 이상을 자사주 매입과 현금 배당에 쓰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성장이 SK스퀘어 주주들에게 직접 전달되는 구조다. 지난해에만 2000억원의 자사주를 사들였다.오는 25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는 5조8900억원 규모의 자본준비금을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해 주주 환원을 위한 실탄을 확보하기로 했다. 지속 가능한 주주 환원 구조를 만들겠다는 취지에서다.김정규 SK스퀘어 사장은 “올 한 해 AI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 사업을 혁신하는 데 주력하겠다”며 “AI 진화 병목 해소와 반도체 밸류체인 영역의 신규 투자도 준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6.03.0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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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맥스·한국콜마, 유럽 중심 이탈리아 향해 정조준 'K뷰티 영토확장'

산업 일반

‘간판’ 글로벌 화장품 ODM(연구·개발·생산) 기업인 코스맥스와 한국콜마가 유럽의 패션·뷰티 성지로 꼽히는 이탈리아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코스맥스는 현지 생산 거점을 인수하며 ‘메이드 인 이탈리아’(Made in Italy) 기반을 확보했고, 한국콜마는 이탈리아 ODM사의 한국 법인 인터코스코리아와의 소송에서 완승을 거뒀다. 국내 1·2위 ODM 기업이 나란히 유럽까지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글로벌 K-뷰티 위상도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지리적 이점 노린 현지 기업 인수코스맥스는 최근 이탈리아 ODM 기업 케미노바 지분 51%를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케미노바는 밀라노 인근 브레시아 지역에 생산 시설을 둔 중견 ODM 기업이다. 1985년 설립 이후 ▲더마코스메틱 ▲헤어케어 ▲의료기기 분야에서 기술력을 축적해 왔다. 다만 연간 생산 능력은 약 2000만 개, 매출은 180억원 수준으로 코스맥스와 비교하면 규모 면에서는 작은 편이다.이번 인수의 핵심은 규모보다 ‘위치’에 있다. 그동안 코스맥스는 중국·미국·동남아·아시아 등에 생산시설을 집중하고, 유럽에는 연구·영업 네트워크만 운영해 왔다. 그러나 이번 케미노바 인수를 통해 코스맥스는 처음으로 유럽 현지 생산 거점을 확보하게 됐다.케미노바 공장이 위치한 브레시아 지역은 인터코스 등 글로벌 화장품 기업이 모인 ‘뷰티 허브’로 통한다. 유럽 내 화장품 물류·유통 인프라와 인력이 집중된 핵심 지역으로, 코스맥스가 파트너 브랜드 제품을 해당 공장에서 생산할 경우 ‘메이드 인 이탈리아’ 표기가 가능하다.코스맥스는 케미노바가 보유한 다양한 품질·유기농 인증을 활용해 유럽 클린·비건 화장품 수요에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케미노바는 현재 유기농 화장품 인증(COSMOS)과 우수화장품제조관리기준(GMP) 등 필수 인증을 모두 갖고 있다. 이 밖에도 코스맥스의 R&D 능력과 대량 생산 노하우를 최대한 빨리 결합하고 공장 설비 확대를 계획 중이다.업계 관계자는 “유럽 뷰티 시장은 프리미엄 이미지와 자연 친화적인 성분을 중요하게 여기는 특징이 있다”면서 “한국 ODM사만의 기술과 기발한 아이디어에 더해 유럽 원산지 표기까지 덧붙인다는 것은 단순한 문구 이상의 상징성을 갖는 것”이라고 귀띔했다.코스맥스 관계자는 “케미노바 인수는 유럽 시장 공략의 출발점으로 보고 있다”며 “앞으로 현지 고객사는 물론 유럽에 진출하려는 K-뷰티 브랜드와의 협업을 함께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형사 책임·소송 비용까지 환수또 다른 ‘원투 펀치’인 한국콜마는 법정에서 유럽 최대 ODM 기업인 인터코스를 압박하고 있다. 한국콜마에 따르면 지난 1월 28일 인터코스코리아를 상대로 제기한 자외선 차단제(선케어) 핵심 기술 유출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사건은 2018년 한국콜마 전직 직원 두 명이 인터코스코리아로 이직하는 과정에서 선크림 처방 자료 등 핵심 영업비밀을 유출하면서 시작됐다.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되면서 인터코스코리아는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에 따른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특히 한국콜마는 인터코스코리아와 자사 전 직원 A씨로부터 각각 1560만원씩, 총 3120만원의 소송 비용을 수령했다. 소송 과정에서 한국콜마가 부담한 법정 비용 전액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기술 유출에 대한 형사 책임을 넘어 민사적 부담까지 가해졌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한국콜마 관계자는 “자사의 자외선 차단제 기술은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높은 품질과 기술력으로 인정받고 있다”며 “이번 판결을 통해 한국콜마의 선케어 기술이 법적으로 보호받을 가치가 있다는 점이 다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핵심 기술 유출에 대해서는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는 원칙을 유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럽 중심지 이탈리아 시장을 향해 활을 겨냥한 코스맥스와 한국콜마의 실적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코스맥스는 연결 기준 지난해 영업이익이 1958억원으로 전년보다 11.6% 증가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10.7% 증가한 2조3988억원으로 집계됐다. 당기순이익은 1311억원으로 48.3% 증가했다. 매출과 당기순이익 모두 역대 최대치였다.한국콜마 역시 연결 기준 지난해 영업이익이 2396억원으로 전년 대비 23.6% 증가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11% 증가한 2조7224억원, 당기순이익은 1683억원으로 34.3% 늘었다.글로벌 K-뷰티 수요 확대와 함께 중소·인디 브랜드의 해외 수출이 급증하면서 ODM 위탁 생산 물량이 동반 증가한 영향으로 분석된다.한국콜마 관계자는 “K-뷰티 호황에 따른 고객사와의 동반 성장이 역대 최대 실적을 견인했다”며 “앞으로도 고객사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해외 생산 거점을 기반으로 영업력을 확대해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2026.03.09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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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포화 속 ‘호르무즈 잔혹사’... 韓 경제, 퍼펙트스톰 오나

산업 일반

중동의 화약고가 결국 터졌다. 미국과 이란 사이의 군사적 충돌이 격화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과 에너지 시장은 유례없는 혼돈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에너지 자급률이 낮고 수출 의존도가 높은 대한민국 경제에 이번 사태는 단순한 외부 변수를 넘어선 ‘생존의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우리 경제의 성장 잠재력 자체가 훼손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동맥경화’ 걸린 호르무즈, 에너지 안보 붕괴정부는 3월 4일 강기룡 재정경제부 차관보 주재로 관계기관 합동 점검회의를 열어 ▲에너지 ▲화학제품 ▲소재·장비 등 중동 의존도가 높은 경제안보품목의 ▲수입 동향 ▲대체 가능성 ▲국내 생산여건 등을 점검하고 향후 대응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점검 결과 에너지의 경우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고 있으나 현재까지 국내 수급 관련 특이 동향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정부에 따르면 현재 한국이 보유한 비축유는 정부와 민간을 합산해 총 208일분이다. 이 가운데 정부 비축유는 절반 수준인 약 100일분으로 국제에너지기구(IEA)가 권고하는 최소 기준인 90일분을 웃돈다. 나프타는 호르무즈 해협 이용 비중이 54%로 상황 장기화시 수급 우려가 있어 수출 물량 내수 전환 등 지원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정부는 이에 더해 중동 외 원유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비상 대책을 가동했다. 공급망안정화기금을 통해 북미·중남미 등 중동 외 지역으로부터 원유 구매 자금 지원 한도를 기존 90%에서 100%로 확대키로 했다. 문제는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장기 봉쇄’다. 폭 33km에 불과한 이 해협은 전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전략 요충지로, 중동산 원유가 아시아로 향하는 핵심 수송로다. 한국은 수입 원유의 약 70%, LNG의 약 30%를 이 해협을 통해 들여온다. 만약 이란이 이곳을 장기간 봉쇄하거나 군사적 분쟁 지역으로 만들 경우, 대체 항로를 찾기 힘든 한국의 에너지 수급은 사실상 ‘마비’ 상태에 이른다. 특히 원유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설 경우 국내 소비자물가상승률이 1%포인트 이상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 3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연평균 국제 유가(두바이유 기준)가 배럴당 100달러에 이를 경우 소비자물가상승률은 1.1%포인트 상승 압력을 받는 것으로 추정됐다. 같은 조건에서 경제성장률은 0.3%포인트 하락하고 경상수지는 260억달러 감소할 것으로 분석됐다.시나리오별로 보면 전쟁이 단기간 내 협상 국면으로 전환돼 2026년 연평균 유가가 80달러 내외에 머무는 ‘기준 시나리오’에서는 성장률이 0.1%포인트 하락하고 경상수지는 58억달러 감소하는 데 그칠 것으로 추산됐다. 소비자물가는 0.4%포인트 오르며 물가 부담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됐다.미국 또는 연합군의 지상군 투입과 함께 해협 봉쇄가 장기화되는 오일 쇼크 시나리오에서는 연평균 유가가 150달러 이상으로 치솟아 성장률이 최소 0.8%포인트 하락하고 소비자물가는 2.9%포인트 급등할 것으로 분석됐다. 경상수지 감소폭도 767억달러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 경우 연간 성장률이 1% 안팎에 머물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연구원은 내다봤다. 문제는 국제 유가가 이미 빠르게 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글로벌 원유 기준 가격인 브렌트유 선물은 지난 3일 배럴당 85달러까지 상승해 2024년 중반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가 미국이 글로벌 해상 운송로 보호에 나설 것이라는 보도 이후 약 80달러 수준으로 소폭 조정됐다.최근 한국 경제의 경기 복원력이 크게 약화된 상태에서 이번 중동발 충격은 경기 회복 국면으로의 진입을 상당 기간 지연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현대경제연구원은 내다봤다. 특히 실질임금이 줄어드는 가운데 물가만 치솟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내수 경기가 침체 국면에 빠질 것으로 우려했다.물가 폭탄과 소비 위축…스태그플레이션 공포고유가는 즉각적으로 국내 물가를 자극한다. 유가 상승은 운송비와 제조 원가를 높여 공산품 가격을 올리고 이는 소비자 물가 지수(CPI)의 가파른 상승으로 이어진다. 전기와 가스 등 공공요금 인상 압박까지 가중되면 서민 경제는 유례없는 고통에 직면하게 된다.더 큰 문제는 ‘환율’이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면 안전 자산인 달러로 자금이 쏠리며 원·달러 환율이 급등한다. 환율 상승은 수입 물가를 한 번 더 밀어 올리는 ‘더블 악재’로 작용한다. 한국은행의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다.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자니 가계부채와 경기 침체가 발목을 잡고 금리를 동결하자니 자본 유출과 물가 폭등이 우려되는 ‘진퇴양난’의 형국이다. 결과적으로 성장은 멈추고 물가만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이 한국 경제의 가장 큰 적이 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과도한 원유 의존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본부장은 “오일 쇼크 장기화 가능성에 대비해 원유 및 원자재의 안정적 공급망 확보에 주력해야 한다”며 “중장기적으로 과도한 원유 의존도를 개선하기 위한 경제·산업 구조의 재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중동산 원유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새로운 대체 공급선을 발굴하기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원유 공급의 최우선은 안전성이다. 수급이 잠시라도 끊길 경우 공장 가동이 멈추게 된다. 실제로 정유업계에서는 러이아산 원유 수입을 늘렸다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원유 수입이 끊긴 전례가 있다. 이번 미·이란 전쟁은 한국 경제에 있어 ‘외부 충격’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이는 우리가 그동안 외면해왔던 에너지 편중 구조와 수출 중심 경제의 취약점을 파고드는 날카로운 칼날이다. 이번 위기를 단순히 버텨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에너지 구조의 근본적 혁신과 산업 포트폴리오의 재편을 통해 체질을 개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전쟁의 화마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경제 자생력을 확보하는 것, 그것이 지금 대한민국에 주어진 가장 시급한 과제다.김용희 선문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번 이란 전쟁으로 유가와 환율 불안이 커지면서 한국 경제에는 성장 둔화·물가 재상승 압력이 동시에 커진 상황”이라며 “다만 정부와 한은이 시장안정 조치를 가동하고 있어 단기 충격의 크기는 중동 정세의 장기화 여부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2026.03.09 06:00

5분 소요
AI가 바꾸는 것, 바꾸지 못하는 것 [허태윤의 브랜드 스토리]

증권 일반

철학자 볼테르는 “사람의 됨됨이는 답이 아니라 질문으로 판단하라”고 했다. 300년 전 이 말이 2026년 한국 대학 입시 열기에 반영될 줄은 몰랐을 것이다. 올해 주요 대학 수시모집에서 철학과가 일제히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서울대 일반전형에서 철학과(15.56대 1)는 인문대 1위를 차지했고, 고려대 계열적합전형에서는 철학과(22.33대 1)가 의대 다음으로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중앙대 논술전형은 155.3대 1, 경희대 논술전형은 151.43대 1, 한양대 교과전형은 21.00대 1에 달했다. 한두 대학의 이변이 아니라 전국적인 현상이다. AI 관련 학과 지원자가 전년 대비 16% 늘어난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다. KAIST는 AI 철학 연구센터를 개소했고, 교육부는 인문사회 학술연구 예산을 4489억원으로 확대했다. 기술의 파도가 높아질수록 닻을 내릴 곳을 찾는 본능이 작동하고 있는 셈이다.이 역설은 우연으로 보이지 않는다. AI 학과와 철학과 선호가 동시에 치솟는 현상은 시대가 ‘답을 만드는 능력’과 ‘질문을 던지는 능력’을 동시에 요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나는 기술의 영역이고, 다른 하나는 사유의 영역이다. 그리고 이 두 영역의 교차점에 브랜드의 미래가 있다.이제 AI는 도구 넘는 운영체계맥킨지의 2025년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기업 10곳 중 9곳이 AI를 비즈니스에 활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1년 전 55%에서 급등한 수치다. AI는 단순한 생산성 향상 도구를 넘어 조직 운영의 기반이 되고 있다. 페덱스(FedEx)는 AI 로봇을 활용해 시간당 1000개의 화물을 90개 목적지로 분류하고, 아메리칸항공은 환승 실패 가능성을 AI가 사전에 감지해 고객이 문의하기 전에 대체 항공편을 확보한다. 이러한 변화를 이끄는 주체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 거대 기술기업(빅테크)이다.그러나 그 물결 위에서 어디로 항해할지를 결정하는 것은 개별 기업과 개인의 몫이다. 여기서 철학과 선호 현상이 주는 통찰이 드러난다.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리처드 파인만은 “답할 수 없는 질문을 가진 편이 질문할 수 없는 답을 가진 것보다 낫다”고 했다. AI가 더 빠르고 정확한 답을 만들어내는 시대일수록, 진짜 경쟁력은 ‘무엇을 물을 것인가’에 달려 있다. 사회 전체가 답의 효율과 질문의 깊이를 동시에 갈구하고 있다. 브랜드의 관점에서 보면 이 구도는 더욱 선명해진다. AI는 고객 데이터를 정밀하게 분석하고 개인화된 경험을 실시간으로 설계한다. ‘어떻게(How) 팔 것인가’는 기술이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왜(Why)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은 기술이 대신할 수 없다. 데이터는 고객의 행동을 읽어주지만, 그 너머의 욕망과 불안을 해석하는 것은 브랜드의 철학이다.스티브 잡스는 생전에 “기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인문학과 결합해야 가슴을 뛰게 하는 결과가 나온다”고 말했다. 파타고니아가 “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라는 광고를 내건 것도 효율의 논리가 아니라 철학의 논리였다. 이들 브랜드의 공통점은 기술적 역량 위에 자기만의 질문을 올렸다는 데 있다. “우리는 왜 존재하는가.” “고객에게 진짜로 약속하는 것은 무엇인가.” 이 물음에 답할 수 있는 브랜드만이 AI가 범용화되는 시대에도 대체 불가능한 존재로 남는다.철학과와 AI 학과가 동시에 인기를 끄는 현상은 사회의 거시적 변화가 이미 이 방향을 가리키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술의 파도는 빅테크가 만들지만, 그 위에서 방향을 잡는 것은 철학적 사유다. 기업에게는 브랜드 철학이고, 개인에게는 질문하는 능력이다.AI가 모든 것을 바꾸는 시대다. 더 빠르고 정확한 답은 이미 기계가 만들어내고 있다. 사람과 브랜드에게 남은 과제는 더 좋은 질문을 던지는 일이다. 성찰을 멈추는 순간 기술의 진화는 발전이 아니라 표류가 된다. AI가 바꾸지 못하는 것, 그것은 질문하는 존재로서의 인간이며 질문하는 존재로서의 브랜드다.

2026.03.08 10:01

3분 소요
르노 필랑트와 함께한 하루 '이날만큼은 파리지앵' [타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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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직이네예.” 멀찍이 서 있던 시민의 감탄이 조용한 경주 불국사 입구의 분위기를 깨뜨렸다. 주차를 마친 차량 주변으로 사람들의 시선이 순식간에 모였다. 지나가던 관광객들은 걸음을 멈췄고, 입구를 지키던 경비원마저 차량 구경에 합류했다. 그 시선의 중심에는 르노코리아의 새로운 크로스오버, 필랑트(FILANTE)가 있었다.기자는 시민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은 필랑트를 200km 가량 몰아봤다. 코스는 경주와 울주군 일대다. 경주의 거친 와인딩 코스와 더불어 탁 트인 울산 고속도로, 울주군의 도심까지 원 없이 달려봤다. 코스가 다양했던 만큼 주행 피로감이 클 법도 한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르노 차량 특유의 정숙성도 한 몫 했지만, 기자에겐 좌석의 안락함이 더욱 주효했다. 잘난 겉과 속, 너도나도 엄지척좌석에 대한 만족감은 기자에게만 국한되지 않았다. 먼발치에서 구경하던 한 시민이 차량 근처로 다가왔을 때였다. 차량 외관 여기저기를 살펴보던 그는 불쑥 차량에 앉아봐도 되는지 물었다. 아직 고객들에게 인도되지 않은 차량이었기에 고민한 것도 사실이다. 다만 호기심 가득한 눈빛을 외면하기는 어려웠다.‘주행은 하시면 안 됩니다.’라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와 그의 아내는 곧바로 차량에 탑승했다. 운전석에 앉은 시민이 처음 꺼낸 말은 “진짜 안락하네요”였다. 뒷좌석에 앉은 아내 역시 마찬가지였다. “좌석이 너무 편하다”는 말을 아끼지 않았다. 모두가 단번에 체감할 수 있는 안락함의 비결은 좌석의 특별한 구조다.필랑트는 탑승자를 감싸는 구조의 헤드레스트(머리받이) 일체형 좌석을 적용했다. 좌석의 명칭은 ‘퍼스트 클래스 라운지 시트’다.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시트 전반에는 기하학적 패턴과 타공이 결합했다. 이 때문에 지지력과 통풍 기능을 모두 최적화했다는 것이 르노코리아 측의 설명이다. 성능과 더불어 고급스러움은 덤이다.편안히 앉아 천장을 바라보면 탁 트인 하늘이 반긴다. 개방감이 남달랐다. 파노라믹 유리 지붕(글라스 루프) 위로 구름이 실시간으로 미끄러져 내려갔다. 유리 지붕의 표면적만 1.1㎡에 달한다. 차량은 정말 정숙했다. 주행 중 외부 소음 차단이 어려울 것으로 생각했지만 실상은 전혀 달랐다. 비결은 최첨단 기술에 있다. 르노 필랑트는 모든 트림에 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션(ANC)을 기본 적용했다. 주행 정숙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필랑트는 도어 실링과 바닥, 엔진룸의 흡차음재도 최적화하고 강화했다. 이 덕분인지 주행 내내 불쾌하거나 신경 쓰이는 잡음과 소음은 거의 들리지 않았다. 철학 녹아든 차는 이런 느낌쾌적한 실내 환경만큼 주행 성능도 부족함이 없다. 주력 크로스오버 모델에 걸맞은 성능이다. 니콜라 파리 르노코리아 대표는 차량에 있어 ‘속도’를 중요하게 여긴다고 한다. 필랑트라는 이름 역시 속도에서 기인했다. 필랑트는 1956년 지상 최고속 기록을 경신했던 모델 ‘에투알 필랑트’에서 유래했다. 당시 시속 300km를 돌파한 모델이다.니콜라 파리 대표의 철학 때문인지 필랑트 역시 탁월한 가속감을 자랑했다. 고속 주행 시 차량이 바닥을 강하게 밀며 나가는 느낌이 인상적이었다. 핸들이 미세하게 흔들리거나 차체가 불안하다는 느낌도 거의 없었다. 성능과 어울리지 않는 연비 역시 매력적이다. 르노 필랑트의 공인 연비는 19인치와 20인치 타이어 모두 동일하게 15.1km/L이다.속도뿐 아니라 르노다운 부드러운 주행감도 체감됐다. 속도와 주행감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셈인데, ‘멀티모드 오토 기어박스’가 큰 역할을 했다. 멀티모드 오토 기어박스는 필랑트 전용으로 설계됐다. 총 3단 기어로 구성됐는데 변속 과정이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부드러웠다. 전기 주행과 내연 기관, 복합 주행 등 각각의 작동 모드도 이질감 없이 자연스럽게 전환됐다.주파수 감응형 댐퍼(SFD)도 적용돼 부드러운 주행감에 힘을 보탠다. SFD는 노면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주파수 진동을 감지하고 감쇠력을 실시간으로 조절하는 기술이다. 고속 주행과 와인딩 구간 등 다양한 환경에서 전달되는 진동을 감지해 감쇠력을 조절한 덕에 여러 상황에서도 승차감과 정숙성을 모두 확보했다.운전석에서 운전의 재미를 만끽한다면 조수석 역시 지루할 틈이 없다. 최근 르노코리아는 차량의 엔터테인먼트 콘텐츠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차량에서 즐길 수 있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더불어 게임, 심지어 노래방까지 탑재하려는 분위기다.필랑트 역시 마찬가지다. 엔터테인먼트 요소가 곳곳에 녹아들었다. 여러 요소 가운데 주인공은 게임이다. 필랑트는 AI 생성 음악으로 즐기는 리듬 게임과 20종의 캐주얼 게임을 제공한다. 여기에 실제 주행 도로와 연동해 레이싱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기능도 있다. 조수석에서도 심심할 틈이 없는 이유다. 실제 르노코리아는 이번 필랑트 개발에 있어 게임의 중요성도 높게 뒀다고 한다.세간의 관심을 받았던 ‘노래방’ 기능은 아쉽게도 아직 탑재되지 않았다. 다만 완전히 계획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일정이 다소 지연됐을 뿐 향후 탑재 계획은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 르노코리아 측의 설명이다. 물론 노래방이 차량에 꼭 필요한 기능은 아니다. 하지만 그랑 콜레오스에 탑재된 노래방 기능이 큰 인기를 끌었던 만큼, 있다가 없으면 아쉬운 것이 사람 마음이다.지난 2월 말 기준 필랑트의 누적 계약 대수는 약 7000대다. 가격은 ▲테크노 트림 4331만9000원 ▲아이코닉 4696만9000원 ▲에스프리 알핀 4971만9000원이다. 앞으로의 계약 추이는 조금 더 지켜봐야겠지만 가격과 성능, 감성 등을 종합하면 충분히 매력적인 모델이다. 개성 강한 럭셔리 패밀리카를 찾는다면 르노코리아의 이유 있는 자신감을 믿어볼 만하다.

2026.03.0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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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트리온 오너 2세 서진석 호실적 발판 ‘신약 기업’ 도전 [제약·바이오 오너 세대교체] ⑤

CEO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에서 오너 세대교체가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2·3·4세 경영진이 전면에 나서며 기업 전략과 투자, 지배구조에도 변화가 감지됩니다. 장기 투자와 전문성이 필수인 이 산업에서 차세대 리더의 역할은 기업 성패를 좌우할 핵심 변수입니다. 는 주요 기업들의 세대교체 현황과 성장 전략, 과제를 통해 산업의 향후 방향을 짚어봅니다. 셀트리온 창업주 서정진 회장의 장남인 서진석 셀트리온 경영총괄 대표이사가 글로벌 무대 전면에 등장하며 오너 2세 경영의 시험대에 올랐다. 바이오시밀러(복제약) 중심 기업으로 성장한 셀트리온을 신약 개발 기업으로 전환하겠다는 전략을 내세우며 글로벌 투자자들을 상대로 직접 미래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서 대표는 현재 기우성, 김형기 대표이사 부회장과 함께 각자 대표 체제로 셀트리온을 이끌고 있다. 특히 지난 2023년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합병 이후 경영 전면에 나서며 그룹의 차세대 리더로서 존재감을 확대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2023년 12월 이사회를 열고 서진석 당시 셀트리온 이사회 의장을 경영사업부 총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생산과 판매 조직을 통합한 단일 법인 체제로 재편되는 시점에서 서 대표가 핵심 경영진으로 전면에 등장한 것이다. 글로벌 투자자 앞 첫 시험대 최근 서 대표는 세계 최대 바이오 투자 행사인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J.P. Morgan Healthcare Conference) 메인 무대에 단독 발표자로 올라 글로벌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그동안 창업주인 서정진 회장과 함께 무대에 올랐던 것과 달리, 올해 행사에서는 서 대표가 홀로 발표를 맡아 셀트리온의 중장기 성장 전략과 미래 비전을 직접 설명했다.서 대표는 이 자리에서 셀트리온의 전략 방향을 ‘바이오시밀러 중심 기업에서 신약 개발 기업으로의 전환’으로 명확히 제시했다. 그는 “셀트리온은 신약 개발 기업으로 새로운 성장 단계에 진입했다”며 “바이오시밀러 사업으로 확보한 안정적인 현금 흐름과 축적된 항체 기술력을 바탕으로 신약 개발을 본격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11개인 바이오시밀러 제품 포트폴리오를 2038년까지 41개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또 ▲항체약물접합체(ADC) ▲다중항체 ▲FcRn 억제제 ▲비만 치료제 등 총 16개 신약 파이프라인 개발 계획도 제시했다. ADC 후보물질 CT-P70은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패스트트랙(신속 심사) 지정을 받아 개발 속도가 한층 빨라질 전망이다.차세대 비만 치료제 CT-G32 개발 전략도 공개됐다. CT-G32는 4중 작용제 방식으로 개발되고 있으며 개인 간 치료 효과 편차와 근손실 부작용 개선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해당 후보물질은 내년 하반기 임상시험계획(IND) 제출을 목표로 개발이 진행 중이다.특히 서 대표는 연구개발(R&D) 출신 경영자라는 점에서 기술 중심 경영에 무게를 두고 있다. 서울대학교 동물자원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KAIST)에서 생명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그는 2014년 셀트리온 연구소에 입사해 제품개발과 연구 전략을 담당하며 회사의 파이프라인 확대를 이끌어 왔다. 제품개발부문장 재임 시절에는 ▲램시마SC(미국 제품명 짐펜트라) ▲트룩시마 ▲허쥬마 ▲유플라이마 등 주요 바이오시밀러 개발을 주도하며 셀트리온의 핵심 제품 포트폴리오 구축에 기여했다. 서 대표 체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실적 반등이다. 셀트리온은 2023년 매출 2조1764억원, 영업이익 6515억원을 기록했다. 이후 2024년에는 셀트리온헬스케어와의 합병 효과로 매출이 3조5573억원으로 크게 늘었지만 통합 비용 영향으로 영업이익은 4920억원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통합 효과가 본격 반영된 2025년에는 매출 4조1625억원, 영업이익 1조1685억원을 기록하며 창사 이후 처음으로 ‘매출 4조·영업이익 1조’를 동시에 달성했다. ▲램시마 ▲트룩시마 ▲허쥬마 등 기존 바이오시밀러 제품과 함께 ▲유플라이마 ▲베그젤마 등 후속 제품의 글로벌 판매 확대가 실적 성장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미국 생산기지 확보…글로벌 공급망 강화서 대표는 최근에는 미국 생산시설 확보와 글로벌 공급망 구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는 미국 시장 확대뿐 아니라 보호무역 강화와 관세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회사는 지난해 말 미국 일라이 릴리의 뉴저지 브랜치버그(Branchburg) 생산시설을 확보하며 북미 생산 거점을 마련했다. 해당 시설은 올해부터 위탁생산(CMO)을 통한 수익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셀트리온은 현재 6만6000리터(L) 규모의 원료의약품(DS) 생산시설을 2030년까지 13만2000L로 확대하고 완제의약품(DP) 생산시설까지 구축해 미국 내 엔드투엔드 공급망을 완성한다는 계획이다.다만 서 대표 앞에는 여전히 적지 않은 과제가 남아 있다. 가장 큰 과제는 신약 개발 성과다.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했지만, 매출 대부분이 여전히 바이오시밀러에 집중돼 있다. 회사는 장기적으로 신약 개발을 확대해 바이오시밀러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전략을 제시하고 있지만, 아직 상업화 단계의 신약 성과는 제한적이다.또 다른 과제는 오너 2세 경영 체제의 리더십 확립이다. 창업주인 서정진 회장의 영향력이 여전히 큰 상황에서 서 대표가 독자적인 경영 색깔을 얼마나 보여줄 수 있을지도 시장의 관심사다.업계에서는 서진석 대표가 바이오시밀러 중심 기업을 글로벌 바이오 혁신 기업으로 탈바꿈시키는 데 성공할 수 있을지가 향후 셀트리온의 기업 가치를 결정할 핵심 변수로 보고 있다.

2026.03.0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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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수익지도 바뀐다…자산관리 경쟁 본격화

은행

올해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은행권의 이자이익 확대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순이자마진(NIM) 정체와 대출 증가율 둔화가 겹치면서, 비이자 부문이 실적 경쟁력을 가르는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자산관리(WM) 분야는 은행들이 공통적으로 힘을 싣고 있는 대표적인 비이자 성장축으로 꼽힌다. 비이자 42% 급증…수익구조 재편 신호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은행이 비이자부문에서 거둔 수익은 3조9439억원으로 집계됐다. 직전해 거둔 2조7681억원보다 42.5% 증가한 수치다. 이자이익 증가세가 둔화되는 가운데, 비이자 부문이 실적 방어 역할을 한 셈이다.각 은행별로 살펴보면 증가세가 두드러진 곳은 신한은행이다. 지난해 신한은행의 비이자이익은 9448억원으로 전년(5206억원) 대비 81.5% 급증했다. 수수료이익은 18.9% 증가한 1조2165억원, 투자수익은 39.7% 늘어난 1조2294억원을 기록하며 비이자 부문 실적을 견인했다.우리은행은 4대 은행 가운데 비이자이익 규모가 가장 컸다. 지난해 우리은행의 비이자이익은 1조1610억원이다. 다만 증가율은 8.4%로 상대적으로 완만했다. 수수료이익이 전년 대비 1.2% 줄어 1조원 아래로 내려왔지만, 투자 관련 순이익이 18.0% 증가한 1조2400억원을 기록했고, 기타영업비용도 1조1620억원에서 1조1000억원으로 감소해 부담을 일부 완화했다.하나은행의 비이자이익은 1조929억원으로 전년 대비 59.1% 증가했다. KB국민은행 역시 7452억원으로 52.3% 늘었다. 은행 간 격차는 존재하지만, 공통적으로 비이자 부문 확대에 힘을 싣는 흐름이 뚜렷하다.전문가들은 향후 이자마진 둔화 흐름이 지속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25년 국내 은행산업은 전반적으로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으나, 순이자마진 정체와 대출 증가율 둔화가 지속되면서 이익 창출력은 점차 약화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면서 “2026년에는 가계대출 관리 강화로 은행 간 기업대출 경쟁이 심화되는 한편, 증권사의 종합투자계좌(IMA) 및 발행어음 확대에 따른 수신경쟁 격화로 조달비용 상승과 수익성 저하가 우려된다”고 했다. 해법은 WM…수수료 기반 키운다각 은행은 비이자이익의 핵심 축으로 자산관리 분야를 주목하고 있다. WM은 단순한 ‘고액자산가 대상 PB 상담’을 넘어, 은행이 보유한 금융 전문성을 집약한 종합 자산 솔루션으로 진화했다. 이자이익 변동성을 보완할 수 있는 대표적인 수수료 기반 사업이라는 점에서 전략적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은행의 WM 사업은 ▲고객 성향에 맞춘 자산배분 전략 설계 ▲세무·상속·증여 컨설팅 ▲가업승계 구조 자문 ▲세무사·변호사·부동산 전문가 연계 서비스 ▲투자상품 판매 및 운용 등으로 구성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상담 수수료·판매 수수료·성과보수·신탁보수 등이 주요 수익원이다.은행 수장들 역시 WM 강화를 공통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이환주 국민은행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리테일 금융의 1위를 넘어 기업금융과 자산관리를 선도할 수 있는 영업조직으로 변화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확장과 전환이 성공하려면 반드시 사람과 시스템의 조화를 이뤄내야 한다”며 “무엇보다 여러분이 미래핵심직무인 기업금융(RM), 자산관리(PB) 분야에서 최고의 직무전문가로 성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경영전략회의에서 “영업 현장은 최적의 솔루션을 제시할 수 있는 형태로 개편해 나가고자 한다”며 “창구 구분없이 다양한 노하우가 결합된 ‘자산관리 솔루션’으로 더 큰 가치를 제공하는 혁신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정진완 우리은행장 또한 지난해 은행 체질개선 성과를 바탕으로 올해 ‘영업 방식의 변화’를 주문하며, 구체적으로는 기업·자산관리(WM) 부문 특화채널 고도화를 강조했다. 우리은행은 기업특화채널 ‘BIZ프라임센터’와 ‘BIZ어드바이저센터’의 전문성을 높이는 동시에, 자산관리 특화채널 ‘TWO CHAIRS W’를 중심으로 고액자산가 기반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하나은행은 그룹 차원에서 지주 회장이 자산관리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이에 그룹의 주요 계열사인 하나은행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신년사에서 “머니무브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자산관리 역량 강화는 경쟁력 제고를 넘어 생존의 기반”이라고 강조했다.이처럼 이자이익 중심의 수익 구조가 흔들리는 가운데, 은행들은 WM을 통해 수익 기반을 다변화하고 고객 접점을 넓히는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자이익 성장세 둔화 외에도 인구구조 변화는 WM 강화의 또 다른 배경으로 꼽힌다. 고령 사회로의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자산 보호와 안정적 증식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WM 분야가 은행 비이자이익 확대에 기여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단기 수익을 넘어 고객 생애주기 전반을 관리하는 구조를 구축해야 지속 가능한 수익 기반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2026.03.08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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