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농도 폐수' 검색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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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일’ 환경 명장, 석촌호수를 ‘물맛 명소’로 탈바꿈시키다 [대한민국 명장]](https://image.economist.co.kr/data/ecn/image/2024/10/07/ecn20241007000152.353x220.0.jpg)
그들은 남들이 알아주든 알아주지 않든 묵묵히 한 자리에서 15년 이상 일했다. 분야도 다양하다. 한복생산부터 제빵·금형·석공예·용접 등 한국 사회가 움직이는 데 꼭 필요한 것들이지만 흔히 말하는 3D 업종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그들은 일이 어려워도 편법 대신 원칙에 충실하면서 자신의 맡은 바를 끝까지 해낸 장인들이다. 그들에게 한국 사회는 ‘대한민국 명장’이라는 명예로운 타이틀을 기꺼이 부여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창간 40주년을 맞이해 꽃보다 아름다운 명장의 인생사를 담은 ‘대한민국 명장’ 시리즈를 시작한다. 대한민국 명장은 고용노동부가 고시한 38개 분야 92개 직종에서 최고 수준의 숙련기술을 보유한 이들 중에서 대통령 명의로 선정된 기능인을 말한다. 지금까지 712명이 대한민국 명장으로 선정됐다.
1986년부터 올해까지 712명의 대한민국 명장이 탄생했다. 각 분야와 직종마다 많게는 10명이 넘는 명장이 배출됐고, 적어도 2명 이상은 선정됐다. 그러나 ‘환경’ 직종은 지난 2010년 제491호 명장으로 선정된 류옥환 명장이 유일무이(唯一無二)하다.그도 그럴 것이 류 명장의 도전과 성취로 가득 차 있는 경력과 노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환경 명장으로서 수질·대기·폐기물·유독물질 관리 등 거의 모든 환경 분야에서 박학하다. 와 만난 류 명장은 스스로를 ‘노력파’라고 밝혔다. 수질환경기사·수질환경기사·폐기물처리기사 등 관련 자격증만 16개에 달한다.류 명장은 공업고등학교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서울에 상경해 한일개발 석유사업부에 취업하며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그는 “서울에서 학군사관(ROTC) 장교 훈련생들이 가방을 딱 들고, 모자를 딱 쓰고 다니는 것이 부러웠다”며 “이때 대학을 가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낮에는 직장생활을 하고, 저녁에는 동양공업전문대학(현 동양미래대학교)을 다니면서 학업에 정진했다. 2년 동안 말 그대로 주경야독(晝耕夜讀)을 몸소 실천했다.노력파 류 명장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이후 1985년 입사한 한국야쿠르트(현 에치와이)에서도 학업을 위한 정진은 계속됐다. 그는 “당시에는 4년제 대학을 나오면 8~10년이면 과장을 달았는데, 나는 전문대 나왔다고 10년이 돼도 진급이 안 됐다”며 “그래서 회사를 다니면서 야간에는 대전 한밭대를 다니면서 화학공학사를 취득했다”고 말했다. 실제 류 명장은 차근차근 진급하면서 기술부장 자리까지 올라갔다. 그는 “자신이 목표를 갖고 노력하면 안 되는 건 없다”고 강조했다.담당자 퇴직 ‘대타’에서 ‘전문가’로 거듭나다사실 류 명장은 처음부터 환경 분야를 목표로 일을 시작한 것은 아니다. 한국야쿠르트 논산공장에서 처음에는 환경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냉동 담당자를 맡았다. 그런데 입사 불과 3~4개월 만에 정수실에서 물 처리와 폐기물 관리 업무를 하던 선임자가 돌연 퇴직했다. 이때부터 류 명장의 환경 기술 경력이 시작됐다. 그는 “곧바로 대전충남환경기술인협회에 가입해 기술을 배우고 견학을 다녔다”며 “정수 분야 자격증이 없으니 자격증 취득을 위해 열심히 공부했다”고 말했다.그렇게 환경 기술에 조금씩 익숙해질 찰나인 1988년, 한국야쿠르트의 히트 상품인 ‘슈퍼100’이 탄생하면서 아이러니하게도 큰 고비가 찾아왔다. 슈퍼100은 이전에는 없던 호상(밀가루풀 형태) 발효유로 고농도 제품이었다. 이런 제품을 갑자기 생산하다 보니 폐수 처리 기술과 지식이 없어 감당키 어려웠던 것. 하지만 류 명장은 수차례 실험과 테스트를 거치면서 기술을 습득해 나갔다. 이때 폐수 처리 정상·안정화에 성공하면서 류 명장은 환경 전문가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했다.
1991년에는 낙동강 페놀 유출 사건 이후 환경 문제가 대두되면서 류 명장도 환경 기술 관리 업무를 더욱 심도 있게 맡게 됐다. 류 명장은 “1990년대 당시 ‘환경친화기업’은 두산·삼성·현대 등 대기업들만 지정됐는데, 한국야쿠르트가 중견·중소기업으로서는 최초로 지정받도록 만들었다”며 “2010년 ‘녹색기업’으로 제도가 바뀐 뒤에도 3년마다 재심사를 거쳤는데, 재직 중 한 번도 재지정을 놓친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이 밖에도 류 명장은 ▲오염물질 10% 감축 운동 ▲환경 참여학교 운영 ▲1사 1하천 가꾸기 운동 등 같은 다양한 환경 활동을 펼쳤다. 류 명장은 “환경 관련 표창으로 대통령·국무총리·장관상은 6~7개 받았고, 시장·금강유역환경청상 등을 합치면 50개 이상이다”라며 “대전·충남·세종에서 환경 쪽으로는 내가 독보적인 존재다”라고 전했다.진짜 실력 발휘는 정년퇴직 후류 명장이 더욱이 대단한 건 1961년생으로 이미 환갑을 넘은 나이지만 여전히 ‘현역’이라는 점이다. 그는 지난 2020년 35년간 몸담았던 한국야쿠르트에서 정년퇴직했다. 퇴직 후 5개월가량 쉬었지만 ‘살아있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류 명장은 “쉬지 않고 일해와서 그런지 몰라도 일을 해야 만족감과 행복을 느끼는 사람임을 깨달았다”며 “다섯 달 동안 노는 것이 힘들었다. 다시 입사하니 확 살아있는 느낌을 받았다”고 웃었다.그런 그가 부푼 마음을 안고 재취업한 곳은 바로 ‘젠스’다. 젠스는 친환경 기술을 활용한 환경복원과 정화를 집중적으로 연구해 온 기업이다. 현재 수질·토양정화 분야에서 여러 지방자치단체와 기업으로부터 인지도를 쌓고 있으며, 나아가 농업·수산업 분야의 영업 기회도 창출하고 있다. 류 명장은 현재 젠스에서 생산본부장으로서 생산라인부터 기술 개발까지 전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류 명장이 젠스에 와 수행한 프로젝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서울 송파 석촌호수 정화 작업이다. 젠스는 롯데·송파구청과 2021년 8월부터 수질 개선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젠스는 광촉매를 활용한 친환경 공법으로 기초 수질을 향상하고, 녹조 형성을 억제해 석촌호수의 탁도와 청정도를 개선했다.광촉매는 말 그대로 빛을 받아 반응 속도를 변화시키거나 반응을 개선하는 물질로 젠스 제품의 근간이자 핵심이다. 염소나 오존보다 산화력이 높아 살균력이 뛰어나다는 특징이 있다. 이에 대기정화·수질정화·탈취·항균 등에 탁월하게 작용한다. 반(半)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석촌호수 프로젝트의 결과는 놀라웠다. 석촌호수 투명도는 0.6m에서 최대 2m까지 증가했고, 전체적인 수질을 기존 3급수에서 2급수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2급수는 목욕이나 수영을 할 수 있는 수준으로 열을 가해 끓이거나 약품 처리하면 식수로도 사용할 수 있다.이 점을 활용해 롯데는 이듬해인 2022년 8월 ‘롯데 아쿠아슬론’ 대회를 시작했다. 올해까지 3회째를 맞이한 롯데 아쿠아슬론은 석촌호수 수영과 롯데월드타워 수직 마라톤 ‘스카이런’을 결합한 대회다. 철인들 사이에서 ‘석촌호수 물맛이 좋다’고 입소문이 날 정도니 류 명장의 실력과 노하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 셈이다.류 명장과 젠스는 수질정화제뿐 아니라 ▲농업비료 ▲수산양식업 ▲악취저감제 등 다양한 제품을 만들고 있다. 류 명장은 “젠스가 설립한 지 4년이 되면서 이제 안정기에 접어들었다”며 “여러 지자체나 기업에서 요청이 오면 테스트를 진행하고 무상으로 공급해 주고 있으며, 효율이 검증되면 유상으로 판매하면서 사업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고 설명했다.다만 류 명장은 현재 광촉매가 수처리제 등록 항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은 애로사항이라고 밝혔다. 수처리제란 자연 상태의 물을 정수 또는 소독하거나 먹는물 공급시설의 산화방지 등을 위하여 첨가하는 제제다. 그는 “젠스 제품은 수처리제로써 효율이 굉장히 좋지만, 등록 항목이 없어 아쉽다”며 “환경부에 광촉매 제품을 잘 설명하고 등록할 수 있는 요건을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후배들, 환경 명장 되려면 실적 갖춰야”이렇게 자신의 업에 자부심을 느끼는 류 명장도 제2, 제3의 환경 명장이 탄생하지 않는 것에는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현재 제조업체의 경우 수질 담당자, 대기 담당자, 폐기 담당자 등 담당자들이 별도로 관리를 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나처럼 수질·대기·폐기물·위험물·고압가스·전기 등 전체적으로 아우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많지는 않다”고 설명했다.더 큰 문제는 명장이 될 만한 실적과 커리어가 충분한 후배들이 적다는 점이다. 류 명장은 “직접 명장 심사를 가보면 특허·논문·저서·봉사·수상 등 실적이 빈약한 경우가 많다”며 “내 수준보다는 많이 떨어진다”고 솔직한 생각을 밝혔다. 이어 그는 “환경 분야 종사자들이 회사에서 시키는 것, 법적인 것만 하려고 하면 안 된다”며 “최대한 본인이 노력해서 원가 절감도 하고 오염 물질도 줄여보는 등 개선 실적을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하지만 류 명장은 환경 분야가 결코 쉬운 분야가 아니라며 ‘젊은 피’ 유입을 위해서는 강력한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환경 분야도 일종의 3D(Difficult·Dirty·Dangerous) 업종이기 때문에 다른 직종과 동일한 급여를 선정하는 게 아니라 보너스를 주는 식의 더 나은 근무 요건을 만들어줘야 한다”며 “빠른 진급이나 급여 체계 개선 등의 유인책이 있어야 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70세까지 환경 생태 복원 위해 힘쓰겠다”이야기가 끝나갈 무렵, 류 명장은 자신은 ‘행복하다’고 고백했다. 전문 지식과 기술이 있다 보니 60대에 정년퇴직하고도 원하는 만큼 직장생활을 더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류 명장은 “젠스에 입사할 때 대표가 ‘언제까지 근무하고 싶냐’고 물었을 때 ‘내가 체력이 되면 70세까지는 하고 싶다’고 답했다”며 “60세가 넘어서도 일을 한다는 것보다 더 행복한 것은 어디에도 없다”고 말했다.그렇다면 그가 최종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무엇일까. 류 명장은 앞으로도 환경 생태 복원에 집중해, 강과 호수에서 녹조 문제를 해결하고 깨끗한 담수 환경을 만들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류 명장은 “담수에 녹조가 안 생기고 발생이 됐으면 제거를 해서 사람들이 많이 놀러 가고 즐길 수 있는 장소로 만드는 게 즐거움이다”라며 “그런 환경을 만들기 위해 젠스에서의 남은 몇 년 동안 관리 기술을 최대한 표준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렇게 해야만 우리나라 강, 댐, 호수 등을 외국 사람들이 와서 볼 때도 ‘한국은 진짜 물 관리를 잘하는 나라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끝으로 류 명장은 국내 환경 분야에서 악취 처리가 완전히 표준화되지는 않은 점에 대해서도 짚었다. 그는 “수질·대기·폐기물은 체계적으로 선진국 수준에 올라섰다”면서도 “악취 문제만큼은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적으로 악취 분야에 시설·장비 현대화와 신기술 개발·도입을 통해 악취 없는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중점을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024.10.20 08:00
8분 소요
SK에코플랜트가 화학약품 사용 없이 미생물로 분해가 어려운 고농도 폐수 정화기술 개발에 착수한다. SK에코플랜트는 ㈜미시간 기술과 ‘고농도 폐수처리를 위한 스마트 전기화학적 산화 시스템 공동개발 협약’을 체결했다고 18일 밝혔다. 서울 종로구 관훈사옥에서 열린 이날 협약식에는 김병권 SK에코플랜트 에코랩센터 대표와 이병호 ㈜미시간기술 대표가 참석했다. 하폐수 처리기술 전문 환경기업인 ㈜미시간기술은 2002년 설립돼 약 20년간 관련 기술과 노하우를 축적해왔다. 이번 협약에 따라 양사는 붕소 코팅 다이아몬드(BDD; Boron dopped Diamond) 전극을 활용한 전기화학적 산화(ECO; Electro-Chemical Oxidation) 방식으로 고농도 폐수를 처리하는 신기술을 공동개발하고 현장 실증을 진행한다. SK에코플랜트는 이 같은 방식을 통해 산업폐수, 매립지 침출수 등 오염도가 미생물을 활용한 생물학적 방식으로 분해 및 정화가 힘들었던 높은 폐수를 전기화학적으로 분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고농도 폐수 처리를 위해 화학약품을 다량 사용하거나 화석연료를 쓰는 기존의 물리화학적 방식은 처리단가가 높고 다량의 슬러지가 발생해 2차 오염이 발생하는 등 문제가 있었다. 이에 SK에코플랜트와 ㈜미시간기술은 전극을 활용해 전기화학적으로 오염물질을 2번에 걸쳐 분해하는 고도처리 솔루션을 개발하려 한다. 전극에 전류를 흘리면 폐수와 전극사이에서 전자가 교환되는데 이 때 음전극에서 생성되는 ‘수산화라디칼’은 직접 오염물질을 분해한다. 또 폐수 내 오염물질인 염소가 물과 만나면 ‘차아염소산’이 생성되면서 폐수 내 유기물을 한 번 더 정화해 결국 깨끗한 물만 남게 된다. 특히 양 사가 이번 연구에 사용하는 붕소(Boron) 코팅 다이아몬드 전극은 3세대 전극으로서 다른 전극에 비해 정화 효율과 내구성이 매우 높아 오염물질을 더욱 효과적으로 제거하고 높은 경제성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처리시설 구조도 간단해 정화에 필요한 수조 규모나 개수가 적다. 그러나 아직 국내 실증 사례가 없는 탓에 전기화학적 기술은 그동안 수처리 현장에 적용되지 못했다. 양 사는 국내 최초로 실제 현장에 BDD 전극을 활용한 전기화학적 산화 설비를 구축해 1년여간 장기 연속운전 실증에 들어갈 계획이다. 실제 SK에코플랜트가 보유한 매립지 침출수 처리장과 폐수처리장에서 진행한 단기 테스트를 통해 약 80%의 운영비 절감 효과가 확인 된 바 있다. 김병권 SK에코플랜트 에코랩센터 대표는 “SK에코플랜트의 기술혁신은 환경사업이 당면한 취약점을 해결하는 것은 물론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지향점까지 찾아가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서 “혁신 기술들을 지속 발굴해 환경사업을 고도화하는 노력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보름 기자 brmin@edaily.co.kr
2022.08.18 11:46
2분 소요![[폐수·분진도 재활용] 환경도 기업도 살리는 일석이조 효과](https://image.economist.co.kr/data/ecn/image/2021/02/24/ecn3076643756_ULh5PwN0_1.353x220.0.jpg)
석유화학 등 산업시설 폐수처리 활성화… 자동차·선박 매연도 재활용 가능해져 폐수(廢水)는 ‘폐할 폐, 버릴 폐’자를 쓰는 어원 그대로라면 ‘(공업 등에서) 이미 사용하여 못 쓰게 된 물’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런 폐수의 패러다임도 일반 폐품(廢品)처럼 ‘얼마든지 재활용이 가능한 것’으로 바뀌었다. 지난 10월 14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 현장에서 위원회 소속 김규환 자유한국당 의원은 “한국남동발전·한국중부발전·한국서부발전·한국남부발전·한국동서발전 등 5개 발전사로부터 받은 탈황폐수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탈황폐수가 460만t 발생했고, 그중 38%인 174만t이 재이용(재활용)되지 못하고 외부 방류된 것으로 나타났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화력발전소에서는 석탄 처리 과정에서 함유돼 있던 황(S) 성분이 제거되는 탈황 설비를 돌린다. 이때 배출되는 고농도의 난분해성 폐수가 탈황폐수다.이런 탈황폐수에서 나오는, 배출 허용 기준을 초과한 폐기물은 바다나 강으로 흘러들어갔을 때 수질에 치명적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환경오염을 막기 위해 탈황폐수 재이용 비중을 시급히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 김 의원의 지적이다. 이 같은 지적의 기저에는 ‘폐수=마음 먹으면 현존하는 기술력으로 최대한 재이용이 가능한 물’이라는 인식이 깔려있다. 실제로 폐수는 최근 관련 산업계와 지방자치단체 등의 노력 속에 전국 곳곳에서 활발하게 재활용되는 추세다. 예컨대 울산시는 지난 6월 석유화학 업체 20여 곳이 입주한 울산석유화학공업단지 내 용암폐수처리장에서 ‘폐수처리장 방류수 재이용시설’ 준공식을 가진 이후 이곳의 폐수를 공업용수로 재이용 중이다. ━ 정수 처리에 드는 원가 절감 가능 단지 내에서 발생한 폐수를 기존처럼 방류하는 대신 여과와 역(逆)삼투압 장치 등으로 정수(淨水) 처리하는 시설로, 비케이이엔지라는 울산 소재 환경 컨설팅 업체가 36억원을 들여 만들었다. 울산시 관계자는 “하루 2400㎥ 규모로 재활용수가 생산되고 인근의 롯데비피화학 사업장 등에 공급돼 (기업들의) 원가 절감에 기여 중”이라고 전했다. 재활용수를 공급받는 기업 입장에서는 따로 정수 처리 과정을 거치지 않고도 곧바로 공업용수로 투입할 수 있어 처리 비용을 적잖이 아낄 수 있다. 또 지자체로서는 환경을 보호하면서 지역경제 버팀목인 기업들에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어 일석이조다. 이곳 단지 내 기업들은 공업용수로 주로 공급받던 낙동강 원수가 지난해 한때 갈수기(渴水期) 직후 수질이 나빠지면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이런 배경 속에 폐수 재활용이 활성화하면서 전반적인 수(水)처리 산업 성장에도 중요한 촉진제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만의 얘기가 아니다. 시장조사 업체 글로벌워터 인텔리전스는 2010년 4800억 달러였던 세계 수처리 시장 규모가 연평균 4.2%씩 성장해 2025년 8700억 달러(약 103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독일·스페인·일본 등이 수처리 분야 선두주자로 꼽힌다. 이들 국가는 수처리 중 일부 영역인 폐수처리에서도 자연스레 앞서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BIS월드에 따르면 미국은 폐수처리 시장만 해도 2016년 기준 430억 달러(약 50조원) 규모로 형성됐다. 성장세 유지로 그 규모가 내년 451억 달러로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석유화학과 가스 산업시설 폐수처리 시장이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활성화했을 때 이점이 많은 분야라 미국 환경보호청(EPA) 등 정부 주도로 폐수 재활용에 공을 들이고 있다.국내 폐수처리 기술은 빠르게 발전 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포스텍(포항공과대)과 대기업 계열사 SK인천석유화학은 최근 미생물을 활용한 새로운 지능형 하·폐수처리 솔루션을 개발했다. 기존 폐수처리 시설은 수질 관리와 유지보수를 운영자의 경험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어 갑작스러운 수질 변화나 수처리 효율 저하에 취약한 점이 한계였다. 이 솔루션은 폐수 내에 존재하는 미생물의 DNA를 추출·분석한 다음 이를 바탕으로 수질 특성별 맞춤형 분석·관리에 나선다. 해당 솔루션 도입으로 기존 대비 폐수처리 효율이 20% 이상 향상되고 에너지 비용도 10~15%가량 절감될 것으로 개발진 측은 기대하고 있다.폐수 재활용이 중요해진 또 다른 이유는 세계적으로 심화되고 있는 물 부족 현상 때문이다. 국제 비영리 연구기관인 세계자원연구소(WRI)는 지난해 말 기준 세계 33개 주요 도시에서 약 2억5500만 명이 심각한 물 부족 위기에 직면했다고 보고서에서 분석했다. WRI에 따르면 이 수치는 2030년 4억7000만 명으로 급증할 전망이다. 아프리카 등지의 수자원빈국 얘기만이 아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같은 유명 대도시도 수년간의 가뭄으로 400만 명이 물을 충분히 공급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베치 오토 WRI 연구위원은 지난 8월 6일(현지시간) 보도된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기후 급변이 (물 부족의) 위험도를 높이고 있다”며 “강우량이 불규칙해지면서 수돗물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지고, 기온이 상승할수록 저수지에서 더 많은 물이 증발한다”고 지적했다.폐수처럼 재활용에 탄력을 받고 있는 또 하나가 분진(粉塵)이다. 자동차나 선박 등에서 뿜어져 나오는 매연과 미세먼지 같은 분진도 재활용 기술 발전으로 나날이 환골탈태하고 있다. 포집해서 액체 등 다양한 형태로 재가공할 수 있는 분진 특성을 주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대기오염이 심각하기로 악명 높은 인도의 그래비키랩스(Graviky Labs)라는 스타트업은 자동차 디젤 엔진에서 나오는 분진을 배기 장치에 장착한, ‘칼링크(Kaalink)’라는 자체 제작한 기기를 통해 모은다. 포집된 매연 안에서 중금속 같은 유해물질은 제거하고 탄소를 따로 모은다. 모은 탄소는 잉크로 재가공해 쓸 수 있다. 이 스타트업은 이렇게 만든 잉크를 ‘에어 잉크’라 이름 지어 전 세계에 공급 중이다. 지금껏 2만 리터 이상의 에어 잉크가 탄생했다. 아니루드 샤르마 그래비키랩스 공동창업자는 “이 잉크가 대기오염의 근본 해결책이 될 순 없겠지만 뭔가 시도해볼 순 있다는 걸 입증했다”고 말했다. ━ 분진으로 잉크나 흑연 제조 시도 국내에서도 분진을 재활용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해양대 해사대학의 최재혁·이원주·강준 교수는 선박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 발생물질인 그을음 속 탄소를 리튬이온전지 전극 물질로 재활용하는 방법을 개발, 지난해 해외 학술지 사이언티픽리포트에 논문을 게재해 주목받았다. 통상 선박에서 발생하는 그을음 분량은 20피트짜리 컨테이너 5300개를 싣는 선박(6만t급) 기준으로 연간 약 1t에 달한다. 대부분의 해운 업체는 그을음을 모아 폐기물 업체에 비용까지 지불해가며 처리하고 있다. 하지만 새로 개발된 기술을 상용화할 경우 그러지 않고도 외려 없던 자원까지 생길 수 있다. 그을음의 흑연화로 인조흑연을 제조하는 방식을 통해서다. 보통 리튬이온전지 전극 물질로는 흑연이 많이 사용된다. 그중 충전재와 결합재를 혼합해 2500℃ 이상 고온에서 인공적으로 결정을 발달시켜 만든 인조흑연은 천연흑연보다 순도가 높지만 가격이 비싸진다. 신기술은 이런 경제적 단점을 극복할 수 있게 할 전망이다. 폐수와 마찬가지로 ‘천대받던’ 분진의 재발견이다.-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2019.10.20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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