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 환경 명장, 석촌호수를 ‘물맛 명소’로 탈바꿈시키다 [대한민국 명장]
류옥환 환경 명장
직장 생활과 학업 병행한 노력파…퇴직 후에도 환경 기술 연구·개발
석촌호수 2급수까지 끌어올려…“70세까지 기술 표준화 위해 노력할 것”
그들은 남들이 알아주든 알아주지 않든 묵묵히 한 자리에서 15년 이상 일했다. 분야도 다양하다. 한복생산부터 제빵·금형·석공예·용접 등 한국 사회가 움직이는 데 꼭 필요한 것들이지만 흔히 말하는 3D 업종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그들은 일이 어려워도 편법 대신 원칙에 충실하면서 자신의 맡은 바를 끝까지 해낸 장인들이다. 그들에게 한국 사회는 ‘대한민국 명장’이라는 명예로운 타이틀을 기꺼이 부여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창간 40주년을 맞이해 꽃보다 아름다운 명장의 인생사를 담은 ‘대한민국 명장’ 시리즈를 시작한다. 대한민국 명장은 고용노동부가 고시한 38개 분야 92개 직종에서 최고 수준의 숙련기술을 보유한 이들 중에서 대통령 명의로 선정된 기능인을 말한다. 지금까지 712명이 대한민국 명장으로 선정됐다. [편집자주]
[이코노미스트 윤형준 기자] 1986년부터 올해까지 712명의 대한민국 명장이 탄생했다. 각 분야와 직종마다 많게는 10명이 넘는 명장이 배출됐고, 적어도 2명 이상은 선정됐다. 그러나 ‘환경’ 직종은 지난 2010년 제491호 명장으로 선정된 류옥환 명장이 유일무이(唯一無二)하다.
그도 그럴 것이 류 명장의 도전과 성취로 가득 차 있는 경력과 노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환경 명장으로서 수질·대기·폐기물·유독물질 관리 등 거의 모든 환경 분야에서 박학하다. [이코노미스트]와 만난 류 명장은 스스로를 ‘노력파’라고 밝혔다. 수질환경기사·수질환경기사·폐기물처리기사 등 관련 자격증만 16개에 달한다.
류 명장은 공업고등학교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서울에 상경해 한일개발 석유사업부에 취업하며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그는 “서울에서 학군사관(ROTC) 장교 훈련생들이 가방을 딱 들고, 모자를 딱 쓰고 다니는 것이 부러웠다”며 “이때 대학을 가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낮에는 직장생활을 하고, 저녁에는 동양공업전문대학(현 동양미래대학교)을 다니면서 학업에 정진했다. 2년 동안 말 그대로 주경야독(晝耕夜讀)을 몸소 실천했다.
노력파 류 명장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이후 1985년 입사한 한국야쿠르트(현 에치와이)에서도 학업을 위한 정진은 계속됐다. 그는 “당시에는 4년제 대학을 나오면 8~10년이면 과장을 달았는데, 나는 전문대 나왔다고 10년이 돼도 진급이 안 됐다”며 “그래서 회사를 다니면서 야간에는 대전 한밭대를 다니면서 화학공학사를 취득했다”고 말했다. 실제 류 명장은 차근차근 진급하면서 기술부장 자리까지 올라갔다. 그는 “자신이 목표를 갖고 노력하면 안 되는 건 없다”고 강조했다.
담당자 퇴직 ‘대타’에서 ‘전문가’로 거듭나다
사실 류 명장은 처음부터 환경 분야를 목표로 일을 시작한 것은 아니다. 한국야쿠르트 논산공장에서 처음에는 환경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냉동 담당자를 맡았다. 그런데 입사 불과 3~4개월 만에 정수실에서 물 처리와 폐기물 관리 업무를 하던 선임자가 돌연 퇴직했다. 이때부터 류 명장의 환경 기술 경력이 시작됐다. 그는 “곧바로 대전충남환경기술인협회에 가입해 기술을 배우고 견학을 다녔다”며 “정수 분야 자격증이 없으니 자격증 취득을 위해 열심히 공부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환경 기술에 조금씩 익숙해질 찰나인 1988년, 한국야쿠르트의 히트 상품인 ‘슈퍼100’이 탄생하면서 아이러니하게도 큰 고비가 찾아왔다. 슈퍼100은 이전에는 없던 호상(밀가루풀 형태) 발효유로 고농도 제품이었다. 이런 제품을 갑자기 생산하다 보니 폐수 처리 기술과 지식이 없어 감당키 어려웠던 것. 하지만 류 명장은 수차례 실험과 테스트를 거치면서 기술을 습득해 나갔다. 이때 폐수 처리 정상·안정화에 성공하면서 류 명장은 환경 전문가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했다.
1991년에는 낙동강 페놀 유출 사건 이후 환경 문제가 대두되면서 류 명장도 환경 기술 관리 업무를 더욱 심도 있게 맡게 됐다. 류 명장은 “1990년대 당시 ‘환경친화기업’은 두산·삼성·현대 등 대기업들만 지정됐는데, 한국야쿠르트가 중견·중소기업으로서는 최초로 지정받도록 만들었다”며 “2010년 ‘녹색기업’으로 제도가 바뀐 뒤에도 3년마다 재심사를 거쳤는데, 재직 중 한 번도 재지정을 놓친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류 명장은 ▲오염물질 10% 감축 운동 ▲환경 참여학교 운영 ▲1사 1하천 가꾸기 운동 등 같은 다양한 환경 활동을 펼쳤다. 류 명장은 “환경 관련 표창으로 대통령·국무총리·장관상은 6~7개 받았고, 시장·금강유역환경청상 등을 합치면 50개 이상이다”라며 “대전·충남·세종에서 환경 쪽으로는 내가 독보적인 존재다”라고 전했다.
진짜 실력 발휘는 정년퇴직 후
류 명장이 더욱이 대단한 건 1961년생으로 이미 환갑을 넘은 나이지만 여전히 ‘현역’이라는 점이다. 그는 지난 2020년 35년간 몸담았던 한국야쿠르트에서 정년퇴직했다. 퇴직 후 5개월가량 쉬었지만 ‘살아있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류 명장은 “쉬지 않고 일해와서 그런지 몰라도 일을 해야 만족감과 행복을 느끼는 사람임을 깨달았다”며 “다섯 달 동안 노는 것이 힘들었다. 다시 입사하니 확 살아있는 느낌을 받았다”고 웃었다.
그런 그가 부푼 마음을 안고 재취업한 곳은 바로 ‘젠스’다. 젠스는 친환경 기술을 활용한 환경복원과 정화를 집중적으로 연구해 온 기업이다. 현재 수질·토양정화 분야에서 여러 지방자치단체와 기업으로부터 인지도를 쌓고 있으며, 나아가 농업·수산업 분야의 영업 기회도 창출하고 있다. 류 명장은 현재 젠스에서 생산본부장으로서 생산라인부터 기술 개발까지 전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류 명장이 젠스에 와 수행한 프로젝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서울 송파 석촌호수 정화 작업이다. 젠스는 롯데·송파구청과 2021년 8월부터 수질 개선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젠스는 광촉매를 활용한 친환경 공법으로 기초 수질을 향상하고, 녹조 형성을 억제해 석촌호수의 탁도와 청정도를 개선했다.
광촉매는 말 그대로 빛을 받아 반응 속도를 변화시키거나 반응을 개선하는 물질로 젠스 제품의 근간이자 핵심이다. 염소나 오존보다 산화력이 높아 살균력이 뛰어나다는 특징이 있다. 이에 대기정화·수질정화·탈취·항균 등에 탁월하게 작용한다. 반(半)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석촌호수 프로젝트의 결과는 놀라웠다. 석촌호수 투명도는 0.6m에서 최대 2m까지 증가했고, 전체적인 수질을 기존 3급수에서 2급수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2급수는 목욕이나 수영을 할 수 있는 수준으로 열을 가해 끓이거나 약품 처리하면 식수로도 사용할 수 있다.
이 점을 활용해 롯데는 이듬해인 2022년 8월 ‘롯데 아쿠아슬론’ 대회를 시작했다. 올해까지 3회째를 맞이한 롯데 아쿠아슬론은 석촌호수 수영과 롯데월드타워 수직 마라톤 ‘스카이런’을 결합한 대회다. 철인들 사이에서 ‘석촌호수 물맛이 좋다’고 입소문이 날 정도니 류 명장의 실력과 노하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 셈이다.
류 명장과 젠스는 수질정화제뿐 아니라 ▲농업비료 ▲수산양식업 ▲악취저감제 등 다양한 제품을 만들고 있다. 류 명장은 “젠스가 설립한 지 4년이 되면서 이제 안정기에 접어들었다”며 “여러 지자체나 기업에서 요청이 오면 테스트를 진행하고 무상으로 공급해 주고 있으며, 효율이 검증되면 유상으로 판매하면서 사업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류 명장은 현재 광촉매가 수처리제 등록 항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은 애로사항이라고 밝혔다. 수처리제란 자연 상태의 물을 정수 또는 소독하거나 먹는물 공급시설의 산화방지 등을 위하여 첨가하는 제제다. 그는 “젠스 제품은 수처리제로써 효율이 굉장히 좋지만, 등록 항목이 없어 아쉽다”며 “환경부에 광촉매 제품을 잘 설명하고 등록할 수 있는 요건을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후배들, 환경 명장 되려면 실적 갖춰야”
이렇게 자신의 업에 자부심을 느끼는 류 명장도 제2, 제3의 환경 명장이 탄생하지 않는 것에는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현재 제조업체의 경우 수질 담당자, 대기 담당자, 폐기 담당자 등 담당자들이 별도로 관리를 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나처럼 수질·대기·폐기물·위험물·고압가스·전기 등 전체적으로 아우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많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명장이 될 만한 실적과 커리어가 충분한 후배들이 적다는 점이다. 류 명장은 “직접 명장 심사를 가보면 특허·논문·저서·봉사·수상 등 실적이 빈약한 경우가 많다”며 “내 수준보다는 많이 떨어진다”고 솔직한 생각을 밝혔다. 이어 그는 “환경 분야 종사자들이 회사에서 시키는 것, 법적인 것만 하려고 하면 안 된다”며 “최대한 본인이 노력해서 원가 절감도 하고 오염 물질도 줄여보는 등 개선 실적을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류 명장은 환경 분야가 결코 쉬운 분야가 아니라며 ‘젊은 피’ 유입을 위해서는 강력한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환경 분야도 일종의 3D(Difficult·Dirty·Dangerous) 업종이기 때문에 다른 직종과 동일한 급여를 선정하는 게 아니라 보너스를 주는 식의 더 나은 근무 요건을 만들어줘야 한다”며 “빠른 진급이나 급여 체계 개선 등의 유인책이 있어야 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70세까지 환경 생태 복원 위해 힘쓰겠다”
이야기가 끝나갈 무렵, 류 명장은 자신은 ‘행복하다’고 고백했다. 전문 지식과 기술이 있다 보니 60대에 정년퇴직하고도 원하는 만큼 직장생활을 더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류 명장은 “젠스에 입사할 때 대표가 ‘언제까지 근무하고 싶냐’고 물었을 때 ‘내가 체력이 되면 70세까지는 하고 싶다’고 답했다”며 “60세가 넘어서도 일을 한다는 것보다 더 행복한 것은 어디에도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그가 최종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무엇일까. 류 명장은 앞으로도 환경 생태 복원에 집중해, 강과 호수에서 녹조 문제를 해결하고 깨끗한 담수 환경을 만들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류 명장은 “담수에 녹조가 안 생기고 발생이 됐으면 제거를 해서 사람들이 많이 놀러 가고 즐길 수 있는 장소로 만드는 게 즐거움이다”라며 “그런 환경을 만들기 위해 젠스에서의 남은 몇 년 동안 관리 기술을 최대한 표준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렇게 해야만 우리나라 강, 댐, 호수 등을 외국 사람들이 와서 볼 때도 ‘한국은 진짜 물 관리를 잘하는 나라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류 명장은 국내 환경 분야에서 악취 처리가 완전히 표준화되지는 않은 점에 대해서도 짚었다. 그는 “수질·대기·폐기물은 체계적으로 선진국 수준에 올라섰다”면서도 “악취 문제만큼은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적으로 악취 분야에 시설·장비 현대화와 신기술 개발·도입을 통해 악취 없는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중점을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코노미스트 윤형준 기자] 1986년부터 올해까지 712명의 대한민국 명장이 탄생했다. 각 분야와 직종마다 많게는 10명이 넘는 명장이 배출됐고, 적어도 2명 이상은 선정됐다. 그러나 ‘환경’ 직종은 지난 2010년 제491호 명장으로 선정된 류옥환 명장이 유일무이(唯一無二)하다.
그도 그럴 것이 류 명장의 도전과 성취로 가득 차 있는 경력과 노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환경 명장으로서 수질·대기·폐기물·유독물질 관리 등 거의 모든 환경 분야에서 박학하다. [이코노미스트]와 만난 류 명장은 스스로를 ‘노력파’라고 밝혔다. 수질환경기사·수질환경기사·폐기물처리기사 등 관련 자격증만 16개에 달한다.
류 명장은 공업고등학교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서울에 상경해 한일개발 석유사업부에 취업하며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그는 “서울에서 학군사관(ROTC) 장교 훈련생들이 가방을 딱 들고, 모자를 딱 쓰고 다니는 것이 부러웠다”며 “이때 대학을 가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낮에는 직장생활을 하고, 저녁에는 동양공업전문대학(현 동양미래대학교)을 다니면서 학업에 정진했다. 2년 동안 말 그대로 주경야독(晝耕夜讀)을 몸소 실천했다.
노력파 류 명장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이후 1985년 입사한 한국야쿠르트(현 에치와이)에서도 학업을 위한 정진은 계속됐다. 그는 “당시에는 4년제 대학을 나오면 8~10년이면 과장을 달았는데, 나는 전문대 나왔다고 10년이 돼도 진급이 안 됐다”며 “그래서 회사를 다니면서 야간에는 대전 한밭대를 다니면서 화학공학사를 취득했다”고 말했다. 실제 류 명장은 차근차근 진급하면서 기술부장 자리까지 올라갔다. 그는 “자신이 목표를 갖고 노력하면 안 되는 건 없다”고 강조했다.
담당자 퇴직 ‘대타’에서 ‘전문가’로 거듭나다
사실 류 명장은 처음부터 환경 분야를 목표로 일을 시작한 것은 아니다. 한국야쿠르트 논산공장에서 처음에는 환경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냉동 담당자를 맡았다. 그런데 입사 불과 3~4개월 만에 정수실에서 물 처리와 폐기물 관리 업무를 하던 선임자가 돌연 퇴직했다. 이때부터 류 명장의 환경 기술 경력이 시작됐다. 그는 “곧바로 대전충남환경기술인협회에 가입해 기술을 배우고 견학을 다녔다”며 “정수 분야 자격증이 없으니 자격증 취득을 위해 열심히 공부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환경 기술에 조금씩 익숙해질 찰나인 1988년, 한국야쿠르트의 히트 상품인 ‘슈퍼100’이 탄생하면서 아이러니하게도 큰 고비가 찾아왔다. 슈퍼100은 이전에는 없던 호상(밀가루풀 형태) 발효유로 고농도 제품이었다. 이런 제품을 갑자기 생산하다 보니 폐수 처리 기술과 지식이 없어 감당키 어려웠던 것. 하지만 류 명장은 수차례 실험과 테스트를 거치면서 기술을 습득해 나갔다. 이때 폐수 처리 정상·안정화에 성공하면서 류 명장은 환경 전문가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했다.
1991년에는 낙동강 페놀 유출 사건 이후 환경 문제가 대두되면서 류 명장도 환경 기술 관리 업무를 더욱 심도 있게 맡게 됐다. 류 명장은 “1990년대 당시 ‘환경친화기업’은 두산·삼성·현대 등 대기업들만 지정됐는데, 한국야쿠르트가 중견·중소기업으로서는 최초로 지정받도록 만들었다”며 “2010년 ‘녹색기업’으로 제도가 바뀐 뒤에도 3년마다 재심사를 거쳤는데, 재직 중 한 번도 재지정을 놓친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류 명장은 ▲오염물질 10% 감축 운동 ▲환경 참여학교 운영 ▲1사 1하천 가꾸기 운동 등 같은 다양한 환경 활동을 펼쳤다. 류 명장은 “환경 관련 표창으로 대통령·국무총리·장관상은 6~7개 받았고, 시장·금강유역환경청상 등을 합치면 50개 이상이다”라며 “대전·충남·세종에서 환경 쪽으로는 내가 독보적인 존재다”라고 전했다.
진짜 실력 발휘는 정년퇴직 후
류 명장이 더욱이 대단한 건 1961년생으로 이미 환갑을 넘은 나이지만 여전히 ‘현역’이라는 점이다. 그는 지난 2020년 35년간 몸담았던 한국야쿠르트에서 정년퇴직했다. 퇴직 후 5개월가량 쉬었지만 ‘살아있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류 명장은 “쉬지 않고 일해와서 그런지 몰라도 일을 해야 만족감과 행복을 느끼는 사람임을 깨달았다”며 “다섯 달 동안 노는 것이 힘들었다. 다시 입사하니 확 살아있는 느낌을 받았다”고 웃었다.
그런 그가 부푼 마음을 안고 재취업한 곳은 바로 ‘젠스’다. 젠스는 친환경 기술을 활용한 환경복원과 정화를 집중적으로 연구해 온 기업이다. 현재 수질·토양정화 분야에서 여러 지방자치단체와 기업으로부터 인지도를 쌓고 있으며, 나아가 농업·수산업 분야의 영업 기회도 창출하고 있다. 류 명장은 현재 젠스에서 생산본부장으로서 생산라인부터 기술 개발까지 전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류 명장이 젠스에 와 수행한 프로젝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서울 송파 석촌호수 정화 작업이다. 젠스는 롯데·송파구청과 2021년 8월부터 수질 개선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젠스는 광촉매를 활용한 친환경 공법으로 기초 수질을 향상하고, 녹조 형성을 억제해 석촌호수의 탁도와 청정도를 개선했다.
광촉매는 말 그대로 빛을 받아 반응 속도를 변화시키거나 반응을 개선하는 물질로 젠스 제품의 근간이자 핵심이다. 염소나 오존보다 산화력이 높아 살균력이 뛰어나다는 특징이 있다. 이에 대기정화·수질정화·탈취·항균 등에 탁월하게 작용한다. 반(半)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석촌호수 프로젝트의 결과는 놀라웠다. 석촌호수 투명도는 0.6m에서 최대 2m까지 증가했고, 전체적인 수질을 기존 3급수에서 2급수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2급수는 목욕이나 수영을 할 수 있는 수준으로 열을 가해 끓이거나 약품 처리하면 식수로도 사용할 수 있다.
이 점을 활용해 롯데는 이듬해인 2022년 8월 ‘롯데 아쿠아슬론’ 대회를 시작했다. 올해까지 3회째를 맞이한 롯데 아쿠아슬론은 석촌호수 수영과 롯데월드타워 수직 마라톤 ‘스카이런’을 결합한 대회다. 철인들 사이에서 ‘석촌호수 물맛이 좋다’고 입소문이 날 정도니 류 명장의 실력과 노하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 셈이다.
류 명장과 젠스는 수질정화제뿐 아니라 ▲농업비료 ▲수산양식업 ▲악취저감제 등 다양한 제품을 만들고 있다. 류 명장은 “젠스가 설립한 지 4년이 되면서 이제 안정기에 접어들었다”며 “여러 지자체나 기업에서 요청이 오면 테스트를 진행하고 무상으로 공급해 주고 있으며, 효율이 검증되면 유상으로 판매하면서 사업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류 명장은 현재 광촉매가 수처리제 등록 항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은 애로사항이라고 밝혔다. 수처리제란 자연 상태의 물을 정수 또는 소독하거나 먹는물 공급시설의 산화방지 등을 위하여 첨가하는 제제다. 그는 “젠스 제품은 수처리제로써 효율이 굉장히 좋지만, 등록 항목이 없어 아쉽다”며 “환경부에 광촉매 제품을 잘 설명하고 등록할 수 있는 요건을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후배들, 환경 명장 되려면 실적 갖춰야”
이렇게 자신의 업에 자부심을 느끼는 류 명장도 제2, 제3의 환경 명장이 탄생하지 않는 것에는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현재 제조업체의 경우 수질 담당자, 대기 담당자, 폐기 담당자 등 담당자들이 별도로 관리를 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나처럼 수질·대기·폐기물·위험물·고압가스·전기 등 전체적으로 아우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많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명장이 될 만한 실적과 커리어가 충분한 후배들이 적다는 점이다. 류 명장은 “직접 명장 심사를 가보면 특허·논문·저서·봉사·수상 등 실적이 빈약한 경우가 많다”며 “내 수준보다는 많이 떨어진다”고 솔직한 생각을 밝혔다. 이어 그는 “환경 분야 종사자들이 회사에서 시키는 것, 법적인 것만 하려고 하면 안 된다”며 “최대한 본인이 노력해서 원가 절감도 하고 오염 물질도 줄여보는 등 개선 실적을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류 명장은 환경 분야가 결코 쉬운 분야가 아니라며 ‘젊은 피’ 유입을 위해서는 강력한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환경 분야도 일종의 3D(Difficult·Dirty·Dangerous) 업종이기 때문에 다른 직종과 동일한 급여를 선정하는 게 아니라 보너스를 주는 식의 더 나은 근무 요건을 만들어줘야 한다”며 “빠른 진급이나 급여 체계 개선 등의 유인책이 있어야 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70세까지 환경 생태 복원 위해 힘쓰겠다”
이야기가 끝나갈 무렵, 류 명장은 자신은 ‘행복하다’고 고백했다. 전문 지식과 기술이 있다 보니 60대에 정년퇴직하고도 원하는 만큼 직장생활을 더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류 명장은 “젠스에 입사할 때 대표가 ‘언제까지 근무하고 싶냐’고 물었을 때 ‘내가 체력이 되면 70세까지는 하고 싶다’고 답했다”며 “60세가 넘어서도 일을 한다는 것보다 더 행복한 것은 어디에도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그가 최종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무엇일까. 류 명장은 앞으로도 환경 생태 복원에 집중해, 강과 호수에서 녹조 문제를 해결하고 깨끗한 담수 환경을 만들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류 명장은 “담수에 녹조가 안 생기고 발생이 됐으면 제거를 해서 사람들이 많이 놀러 가고 즐길 수 있는 장소로 만드는 게 즐거움이다”라며 “그런 환경을 만들기 위해 젠스에서의 남은 몇 년 동안 관리 기술을 최대한 표준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렇게 해야만 우리나라 강, 댐, 호수 등을 외국 사람들이 와서 볼 때도 ‘한국은 진짜 물 관리를 잘하는 나라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류 명장은 국내 환경 분야에서 악취 처리가 완전히 표준화되지는 않은 점에 대해서도 짚었다. 그는 “수질·대기·폐기물은 체계적으로 선진국 수준에 올라섰다”면서도 “악취 문제만큼은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적으로 악취 분야에 시설·장비 현대화와 신기술 개발·도입을 통해 악취 없는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중점을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한은 “尹 탄핵안 가결로 시장 변동성 줄어들 것…통상환경은 변수”
211월 ICT 수출액 200억달러 훌쩍…증가율은 둔화
3서울 신혼부부 3쌍 중 1쌍 '1억 번다'...하지만 대출잔액도 '억소리'
4 이재명 "한덕수 권한대행, 탄핵하지 않을 것"
5“새해엔 운동할 결심”…하반기부터 헬스장·수영장 소득공제
6 검찰, '비상계엄' 곽종근 특수전사령관 구속영장 청구
7의대 증원에 ‘인서울’도 미달되나…작년 정시 실질경쟁률 2.6대 1
8“해드릴까요?” 키·몸무게만 묻고 즉시 처방…이런 비대면 진료 막힌다
9전국 도배 고수들 꺾은 명장…“해외로 K-인테리어 전파하고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