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토브' 검색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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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전 양상을 보이던 플랫폼 규제 갈등이 한풀 꺾였다. 논란의 중심에 있던 카카오가 상생안을 발표하면서다. 골자는 골목상권을 침탈하지 않겠다는 건데, 카카오는 논란이 되는 사업의 일부를 철수하고 혁신 사업 중심으로 향후 사업 방향을 재편할 계획이다. 다만 논란이 말끔히 해소된 건 아니다. 갈등의 불씨도 여전하다. 업계는 카카오의 독보적인 플랫폼 지배력을 고려하면 언제든 돌변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 카모아, 렌터카 업체와 상생 전략 펼쳐 성장 소비자 편익을 근거로 플랫폼의 영향력이 커졌지만, 그만큼 그림자가 짙어졌다. 플랫폼 사업자가 독점적 지위를 바탕으로 막대한 이익을 거두는 ‘승자독식’ 구조가 견고해졌기 때문이다. 이를 막고자 정부와 여당이 각종 플랫폼 관련 법안을 쏟아냈지만, 갈등을 사법적 영역에서 푸는 건 해법이 아니라는 진단이다. 산업 곳곳에서 플랫폼 경제가 등장하는 걸 일일이 막는 게 불가능하고, 신산업 창출의 불씨를 꺼뜨리는 게 아니냐는 반발에 부딪히기 때문이다. 신산업과 전통산업의 상생을 추구하는 관점의 조화가 시급한 시점, 갈등을 마주하고 해결방안을 제시한 스타트업이 여럿 있다. 먼저 렌터카 플랫폼 카모아의 창업 스토리를 보자. 카모아엔 전국 472개 렌터카 업체가 제공하는 3만9000여 대의 차량이 등록돼있다. 그동안 렌터카 시장은 정보 비대칭 때문에 품질이 낮은 상품이 많은 ‘레몬마켓’으로 꼽혔는데, 카모아가 가격과 서비스의 실시간 비교를 통한 투명화를 꾀하면서 분위기를 바꿨다. 이 회사가 처음부터 승승장구했던 건 아니다. 시장을 투명하게 하는 걸 모든 렌터카업체가 달가워할 리 없었기 때문이다. 업체의 입점 없인 사업 규모 확장이 불가능했던 카모아는 정공법을 택했다. 홍성주 카모아 대표의 설명이다. “조급해하지 않고 시간을 두고 꾸준하게 렌터카 업체를 설득했다. 세차도 해주고 경조사에도 참여하고, 술자리에서 이런저런 고충을 들었다. 업계 출신의 임직원을 영입해 눈높이도 맞췄다. 우리 회사를 소개하기보단 렌터카 업체가 진짜 필요한 게 뭔지 파악하는 데 주력했다. 함께 매출을 끌어올릴 수 있는 상생 전략을 펼치기 위해서였다.” 카모아는 입점 업체에 확실한 이점을 줬다. 렌터카 회사 운영에 필요한 전산시스템(ERP) 제공했고, 업체들의 홍보와 마케팅 활동도 지원했다. 덕분에 카모아에 입점하고 매출이 수배 상승한 렌터카 업체도 있었다. 모토브 역시 플랫폼을 대하는 시선이 날카로운 택시기사를 타깃으로 비즈니스를 벌이는 플랫폼 스타트업이다. 택시 상단 표시등에 스마트 미디어 기기를 설치하는 게 모토브의 과업이다. 광고판에 30여 개의 IoT 센서를 탑재해 재난·환경·안전·교통 등의 빅데이터 수집이 가능한 신통방통한 기기였지만 선뜻 설치하는 기사는 없었다. “모토브 광고판을 달면 배터리가 더 빨리 닳는다”, “기름을 더 많이 소모한다” 같은 유언비어가 떠돌기도 했다. 모토브는 먼저 지자체를 공략했다. 대전시와 대전시 택시조합을 설득해 시범 사업을 전개했고, 7대의 대전 택시에 모토브 광고판이 달렸다. 택시기사에게 운행시간에 따라 월 5만~20만원을 지급했는데, “의외로 좋다”는 입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지금은 900여 대의 택시가 모토브 광고판을 달고 대전·인천·서울 등지를 누비고 있다. 김종우 모토브 대표는 “광고 매출을 못 올리던 사업 초반에도 택시기사와의 수익 공유만큼은 빼놓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택시 동승 호출 서비스 ‘반반택시’의 김기동 코나투스 대표가 상생을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과거에 축적된 사정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큰 사회적 갈등으로 번지기 마련이다. 기존 시장 참여자의 목소리를 듣고 그들로부터도 배워야 한다. 산업의 문제점을 기존 산업 플레이어들과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없인 진짜 혁신도 어렵다.” 진모빌리티는 택시 호출 플랫폼 ‘아이엠’을 운영하고도 원성을 듣는 일 없이 업을 전개하고 있다. 플랫폼에 속한 드라이버를 모두 정직원으로 채용했기 때문이다. 진모빌리티 관계자는 “고객의 이용 편의성에만 사업의 초점을 맞추면 갈등이 불가피하다”면서 “혁신도 기존 시장에 부가가치를 줄 수 있는 여러 방면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소통하면 열리는 상생의 길 인공지능(AI)이 추천하는 건강기능식품(건기식) 구독 서비스를 운영 중인 모노랩스는 주요 영업채널 중 하나로 ‘약국’을 선택했다. 약사와의 전문적인 상담을 거치면, 고객이 신뢰를 갖고 건기식을 대할 수 있을 거란 판단 때문이었다. 하지만 스타트업이 만든 건기식을 선뜻 “팔아주겠다”고 나설 약국이 많지 않았던 게 문제였다. 상품을 분석하고 일일이 추천하는 일 역시 약사로선 번거롭기만 한 일이었다. 모노랩스는 이 문제를 진정성 있는 소통으로 풀어갔다. 약사와 협의하는 자리엔 대표가 직접 참석해 이들의 고민사항을 듣는데 많은 시간을 썼다. 납품 위주의 거래 관계를 구축하는 게 아닌 수평적 협업을 강조했다. 모노랩스 관계자는 “우리가 손해를 보더라도 윈윈 케이스를 만들기 위해 한발 먼저 움직이자 우리 플랫폼이 약국의 수익에 도움이 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약을 조제할 뿐만 아니라 식습관을 통해 지역 주민의 건강을 챙겨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진 약사 몇몇이 플랫폼에 동참했다. 모노랩스는 서울 서대문구 신촌 독수리약국에 최초로 입점한 이후 서울·경기·대전 지역까지 제휴 약국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전국 4만3000개의 요양시설의 정보를 한데 모아 간병인과 요양보호사를 손쉽게 찾을 수 있는 케어닥 역시 기존 요양시설 업계와 날카롭게 대치했다. “너희가 뭔데 요양시설을 평가하느냐”며 으름장을 놓는 원장도 있었고, 고소 위협에 시달리기도 했다. 박재병 케어닥 대표는 성난 업계의 민심을 일일이 설득했다. 박 대표는 “전국의 요양시설은 복잡한 이권 관계로 얽혀있었는데, 직접 찾아가 대응하면서 사업 규모를 확장해왔다”면서 “결국 대화를 나누다 보면 ‘서비스 질 향상’이란 같은 목표를 갖고 있었기에 우리 편이 됐다”고 설명했다. 케어닥이 올해 8월 기준 누적 71만 시간의 돌봄을 어르신에게 제공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이처럼 상생을 꾀하는 스타트업은 모두 “서두르지 말 것”을 강조했다. 신산업과 기존 산업이 상생할 수 있는 생태계가 조성되지 않으면 자칫 공멸할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기존 사업자와 시장의 성장 없인 플랫폼의 지속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는 설명도 설득력이 있었다. 구체적인 방법론으론 업계 출신의 전문가를 영입하거나, 수익 공유를 확실히 하라고 조언했다. 플랫폼 갈등의 시대, 성장과 상생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을 수 있는 묘안이었다. 김다린 기자 kim.darin@joongang.co.kr
2021.09.17 14:00
4분 소요![[인터뷰 | 임정욱 TBT 공동대표] “투자자, 시대 앞서는 창업가 돕는 매력적인 직업”](https://image.economist.co.kr/data/ecn/image/2021/02/24/ecn2041357502_CLGMS6Yq_1.353x220.0.jpg)
한국만큼 역동적 스타트업 생태계 드물어... 내년 데이터 관련 서비스기업에 큰 기회 스타트업 생태계의 ‘인싸’이자, 창업가들의 ‘구루’로 통하는 임정욱 TBT 공동대표는 1990년대 중반 중앙일간지 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IT(정보통신) 분야와 인터넷에 관심이 컸던 그는 사회부, 경제부를 거쳐 당시 보기 드물게 IT 담당 기자를 하게 됐다. 흔히 말하는 필드에서 취재기자로 생활한 것은 딱 3년. 이후 신문사 경영기획실 IT팀장, 일본어판 온라인 신문사 대표 등을 역임했다.30대 중반에 신문사를 떠나 다음커뮤니케이션(현 카카오)으로 이직했다. IT업계에 직접 뛰어든 것이다. 2009년 3월부터 미국 보스턴에서 한때 검색 서비스로 유명했던 라이코스 대표를 맡아 3년 정도 직접 IT기업을 운영하기까지 했다. 2013년 11월부터 2020년 2월까지 스타트업 창업가를 지원하는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초대 센터장을 역임했다. 그리고 지난 3월, 벤처캐피털(VC) TBT 공동대표로 투자업계에 뛰어들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벤처캐피털의 전설’로 통하는 마이클 모리츠 세콰이어캐피탈 회장을 떠 올리게 한다. 모리츠 회장은 실리콘밸리를 취재했던 지 기자 출신이다. ━ 코로나19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가속화 임 대표의 다양한 이력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혁신’이다. 중앙일간지 기자 타이틀 대신 혁신의 현장인 IT와 인터넷의 세상에 빠르게 도전했다. 그리고 혁신을 하는 창업가를 발굴·투자하는 투자자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 12월 초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TBT 사무실에서 만난 임 대표는 “올해 새로운 것을 많이 경험하고 있다”며 웃었다.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 당시와 TBT의 대표가 된 후 창업가를 만날 때 입장은 분명 다를 터. 임 대표는 “센터장이었을 때는 창업가와 이해관계가 없었다면, 지금은 투자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게 가장 큰 차이점”이라며 “투자를 잘해야 하고 그게 나의 성과로 이어지기 때문에 창업가를 만나는 게 직업적으로 다가온다. 창업가와 스타트업에 대해 훨씬 디테일하게 살펴보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투자자는 세상을 바꾸려는 열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투자하고 도움을 주는 직업이다. 시대를 앞서가는 사람들에게 좋은 에너지를 받을 수 있다는 게 정말 매력적인 면”이라고 덧붙였다.새로운 도전에 그는 빠르게 안착했다.임 대표 주도로 지난 7월 최대 390억원 규모의 ‘오픈이노베이션 펀드(포스트코로나 펀드)’ 결성을 마쳤다. 임 대표는 “코로나19로 한국 사회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가속화됐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맞는 제조업이나 라이프스타일, 서비스 등을 주도하는 스타트업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펀드 결성 후 지금까지 모토브(택시 상단 표시등을 이용한 위치 기반 광고 서비스), 모노랩스(개인 맞춤형 건강기능식품 구독 서비스), 펄핏(AI 이용 발 사이즈 맞춤 운동화 추천 서비스) 등 3개의 스타트업에 투자를 완료할 정도로 빠르게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우리는 이미 변화의 시대에 투자가 적극적으로 일어나는 것을 경험했다. 인터넷 등장과 스마트폰 출시 때 투자 기회가 많았다. 코로나19로 인한 위기가 오히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가속하는 변곡점이라는 생각이 들고, 지금이 투자의 기회라고 본다”고 말했다.본지가 실시한 투자자 대상 온라인 설문 결과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스타트업 생태계가 한국 경제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나.“물론이다. 대기업은 하지 못하는 일자리 창출을 스타트업이 하고 있다. 요즘 젊은이들은 스타트업에서 첫 직장을 구하는 게 굉장히 익숙해졌다. 금융권 입사를 꿈꿨던 이들이 카카오뱅크에 가고, 토스에 입사한다. 스타트업이 성장을 하면서 사람들을 계속 뽑고 있다. 원티드랩, 프로그래머스, 리멤버 등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구인을 도와주는 서비스도 속속 등장한다. 한국에서 창업이 활성화되면서 외국계 기업이 쉽게 한국 시장에 진출하지 못한다. 만일 배민이 없었다면 한국 딜리버리 시장은 우버이츠가 장악했을 것이다.”팬데믹으로 투자업계의 위축을 예상했는데 타격이 크지 않다.“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스타트업 생태계가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에어비앤비가 다시 상장에 도전할 정도다. 팬데믹 상황에서도 스타트업 생태계는 생동감이 넘쳤다. 팬데믹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빠르게 진행하게 했다. 쿠팡이나 배민 등이 좋은 성과를 보인 이유다. 대기업이 갑자기 뛰어들어도 안 되는 상황이 됐다. 대기업은 이제 절박해졌을 것이다. 디지털화에 더 많이 투자해야 한다. 예전에는 대기업이 해외 스타트업에만 관심이 있었는데, 이제 한국 스타트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민간 주도로 스타트업 생태계가 운영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돌이켜보면 그동안 정부가 정책과 재원을 지원했으니까 스타트업 생태계가 단단해진 것이다. 해외를 다니다보면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만큼 역동적인 곳이 별로 없다. 미국 실리콘밸리와 이스라엘 정도뿐이다. 이제 한국의 투자 업계와 스타트업계는 경험 많은 사람들이 두텁게 포진하고 있다. 인재가 몰리고 있고, 시장 규모도 작지 않다.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이커머스 스타트업이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된 것이다. 이젠 정부 예산이 낭비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정부의 규제 완화 노력이 아직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스타트업에 대한 규제도 많이 완화됐다. 따지고 보면 규제가 없는 나라는 없다. 다만 포지티브 규제 방식을 네거티브 규제 방식으로 전환되면 좋을 것 같다. 원격 진료나 법률 관련된 규제는 풀리지 않고 있다. 사회적인 충격을 주지 않는 선에서 점진적으로 완화되어야 한다.” ━ 비대면 데이터 서비스기업에 좋은 기회 올 것 핀테크, 모빌리티 등 몇 년 전만 해도 투자가 집중되었던 분야에 투자자의 관심이 줄었다.“어떤 분야든 새롭게 부상할 때가 가장 관심을 많이 받는다. 5~6년 전만 해도 우버에 대한 관심이 가장 높았다. 신기해서 그런 것이다. 핀테크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온 국민이 카카오뱅크와 토스를 사용하는 시대가 됐다. 몇 년 전만 해도 해외에서 킥보드가 신기해서 SNS로 올리기도 했다. 2년 만에 한국은 지방까지 킥보드가 진출해 있다. 한국처럼 빠르게 변하는 시장도 드물 것이다. 투자자의 관심이 줄어든 것보다 시장에서 판단한 것으로 생각한다.”내년 스타트업 생태계에 예상되는 기회는.“코로나19가 어떻게든 해결이 될 텐데, 그러면 그동안 눌러 왔던 잠재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대표적으로 해외여행 수요가 늘어날 것이다. 사람들의 위생 관념이 커졌기 때문에 비대면 관련 데이터 서비스를 준비하는 이들은 좋은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데이터 중심의 사회가 될 것이다. 최저임금이 상승하면 무인점포 등이 빠르게 확산할 것이다. 이런 변화들이 내년에 가속화될 것이다.”- 최영진 기자 choi.youngjin@joongang.co.kr
2020.12.13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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