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일반
인공지능(AI)과 바이오·헬스케어, 로봇, 우주·항공, 양자기술 등 첨단 기술과 관련한 딥테크(Deep-tech) 기업이 혁신을 이끌고 있다. 최근 에릭 슈밋 전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로켓 스타트업인 렐러티비티스페이스로 자리를 옮겼고, 구글 공동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는 AI 스타트업 다이너토믹스라를 설립했다. 생성형 AI 챗GPT(ChatGPT)를 개발한 오픈AI는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인 59조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오픈AI의 기업 가치는 442조원으로 평가된다. 국내에서도 딥테크 기업으로 투자가 쏠리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AI ▲빅데이터 ▲시스템 반도체 ▲로봇 등 국내 벤처 투자 10대 분야에 투입된 자금은 지난해 3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2023년과 비교하면 33.7% 증가했고, 최근 5년 동안 딥테크 분야에 쏟아진 벤처 투자 규모와 비교하면 최대 규모다.딥테크 기업에 몰리는 투자금 규모를 보면 그만큼 첨단 기술을 개발하는 데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첨단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기술을 고도화하고 사업을 영속하려면 이를 받쳐줄 투자자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동시에 첨단 기술 기업이 자체 기술을 상업화해 역량을 제대로 끌어올리려면 이를 판매할 시장이 탄탄해야 한다. 국내 첨단 기술 기업이 기술 개발과 투자 유치 단계에서 해외 기업·기관을 만나 개방형 혁신(오픈 이노베이션)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이유다. 임정욱 중소벤처기업부 창업벤처혁신실장은 와 만나 “구글·마이크로소프트(MS)·IBM을 비롯한 정보기술(IT) 대기업은 물론 탈레스·로레알 등 방위·방산 및 뷰티 기업도 중소벤처기업부의 글로벌 기업 협업 프로그램에 동참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스타트업의 기술력, 인재의 수준도 세계적으로 봤을 때 모자라지 않다”고 강조했다.글로벌 기업 협업 프로그램은 중소벤처기업부와 글로벌 선도 기업이 우리나라 스타트업의 성장을 지원하고, 해외 시장으로 진입하도록 돕는 오픈 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이다. 구글플레이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등 모바일 서비스 분야 창업 기업의 성장을 지원하는 ‘창구’ 프로그램으로 2019년 시작했다. 6년이 지난 올해,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글로벌 선도 기업은 엔비디아·MS·지멘스·아마존웹서비스(AWS)·오라클·인텔 등 14개 기업으로 늘었다. 현재까지 창업 기업 1231곳이 이 프로그램을 거쳐갔다. 몇몇 기업은 이들 기업과 기술 실증(PoC)이나 사업 실증(PoV)을 진행하며 협업을 지속하고 있다. 임 실장은 미국·프랑스·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로 나가 우리나라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 기반을 다졌다. 올해 기업 협력 프로그램에 탈레스·로레알·에어리퀴드 등 프랑스 선도 기업이 여럿 참여한 것이 결과다. 임 실장은 “우리나라 스타트업의 수준을 높이 평가하며 협업할 만하다고 판단하는 글로벌 기업이 꾸준히 늘고 있다”며 “프랑스 해외출장에서 만난 해외 기업 몇몇이 당시 기업 협력 프로그램에 관심을 보였고, 참여로 이어졌다”고 했다.글로벌 기업 협력 프로그램은 우리나라 스타트업이 해외 기업과 손을 잡고 시장을 넓히는 데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 스타트업과 사업 협력, 공동 개발 등 오픈 이노베이션을 추진하려는 글로벌 기업이 좋은 스타트업을 골라낼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임 실장은 “글로벌 기업으로선 한국의 좋은 스타트업이 자신들의 오픈 이노베이션에 잘 참여할 수 있을지 우려한다”라며 “기업 협력 프로그램은 정부가 선정한 스타트업을 한데 모아놓고 글로벌 기업이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오픈 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을 추진, 정부 지원을 받는 형태이기 때문에 참여 동력이 크다”고 했다. 이 프로그램은 우리나라 스타트업이 첨단 기술 중심의 글로벌 기업과 만나는 연결고리이기도 하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오픈AI와 우리나라 스타트업의 기업 협력을 위해 지난해 추진한 오픈 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이 사례다. 임 실장은 “스타트업이 글로벌 기업과의 협업 사례를 바탕으로 화제가 되고, 후속 투자도 유치하는 디딤돌이 오픈 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이라고 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지난해 벤처 투자 규모는 11조9000억원이다. 중소벤처기업부도 미래 성장 동력 발굴을 위해 매년 900억원 이상의 예산을 우리나라의 700여 개 스타트업 지원에 쏟는다. 다른 국가와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 창업 생태계는 잘 조성된 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이런 지원에도 해외 시장에서도 주목받는 기업은 많지 않다. 전문가들은 정부 지원은 마중물일뿐 스타트업 자체적으로 사업 역량을 개발하고 혁신 기술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임 실장은 글로벌 기업과 협력을 모색하는 우리나라 스타트업이라면 여기에 ‘다양성’을 추가하라고도 조언했다. “한국에 갇힌” 기업이 아니라는 점을 드러내야 한다는 뜻이다. 임 실장은 글로벌 기업과 협업하려는 기업에 건넬 조언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우리나라 시장에서의 성공을 발판으로 해외 시장에서 성과를 낼만큼 ‘글로벌 확장성’이 있는 기업이라는 점을 설명해야 한다”라며 “투자 이후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나서 글로벌 기업과 소통(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다는 점을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임 실장은 우리나라 스타트업이 ‘한국계’를 벗어나 세계 무대에서 실질적으로 두각을 나타내려면 단일성(homogeneous·호모지니어스)에서 벗어나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해외 인재를 적극적으로 영입해 기업 내 국가·민족·문화를 다양하게 만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임 실장은 “우리나라 스타트업이 해외 기업, 기관에서 투자를 유치했다는 소식을 들여다보면 한국계가 실리콘밸리에 설립한 벤처캐피탈(VC)로부터 투자를 받은 사례가 상당수”라며 “기존에는 우리나라를 잘 이해하는 해외 투자자가 글로벌 투자 유치를 이끌었다면, 이제는 우리나라가 생소한 해외 투자자도 스타트업에 관심을 두고 투자할 수 있는 단계로 (글로벌 투자 유치의 수준이) 도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초기에는 우리나라 VC들이 투자를 이끌어도, 후기 단계에서는 글로벌 VC가 적극적으로 진입하는 투자 유치 형태가 돼야 한다”라며 “우리나라 스타트업이 자체 역량을 키우면서도, 해외 투자를 유치한 기업으로부터 경험(노하우)을 공유받을 수 있는 환경 조성도 필요하다”라고 했다. 임정욱 실장은 오는 5월 21일 가 주최하는 '2025 이코노미스트 인사이트 포럼'에서 더 구체적이고 자세한 사례를 들어 기업의 글로벌 성공 위한 혁신 전략을 강연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