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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처벌법 시행 2년, 무엇이 달라졌을까[김기동의 이슈&로]

전문가 칼럼

산업현장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중대재해를 줄이고자 제정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벌써 2년이 지났다. 제정 당시 과도한 형사처벌 등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어느덧 중대재해처벌법은 현실의 법으로 작동하고 있다. 그렇다면 중대재해처벌법의 시행으로 무엇이 달라졌을까. 우선 ‘중대산업재해’(사망자 혹은 전치 6개월 이상 부상자 2명 이상이 발생한 경우 등)가 발생하면, ‘경영책임자등’에게 직접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됐다. 이 법에서 정의하고 있는 ‘경영책임자등’에는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뿐만 아니라 경영에 관여하는 지배주주(오너)도 해당된다.이 법 시행 전에는 안전의무를 소홀히 해 사고가 발생한 경우 통상 공장장이나 현장소장 등과 같은 실무책임자들이 산업안전보건법위반으로 형사처벌되곤 했다. 그러나 이제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경영책임자등이 1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받고, 거액의 징벌적 손해배상도 부담할 수 있다. CEO 리스크는 기업에게 가장 중대한 위험요소다. 이를 피하기 위해 기업들은 대형 로펌 등에게 큰 비용을 지출하면서 안전보건 관리체계를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 법 위반으로 수사나 재판을 받는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다. 고용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2022년 1월 27일부터 이 법이 시행된 이후 지난해 연말까지 약 2년 동안 총 510건의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했다. 그 중 170여 건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입건돼 검찰로 송치됐다. 지금까지 중대재해법 위반으로 검찰로 송치된 사건 중 33건(33%)만이 기소돼 재판에 넘겨졌다. 사건처리에도 오랜 시간이 걸리고 있다. 고용노동부 장관은 관련 브리핑에서 “수사를 위한 감독관 정원을 초과해 활용하고 있음에도 사건을 인지하고 수사를 시작해서 1심 판결이 나기까지 1년 5개월이 걸린다”고 밝혔다. 대표이사 등 경영책임자가 불기소된 사례도 적지 않다. 근로자들이 독성물질에 노출돼 급성중독 진단을 받은 A사 관련 사안에서, 대표이사가 유해·위험 요인 확인 및 개선 절차를 마련하는 등 법에서 정한 의무를 다했다고 본 사례가 대표적이다. 트럭 품질관리 검사를 하던 중 끼임으로 사망한 B사 사안에서도, 검찰은 재해자의 이례적 작업 방식에 기인한 것일 뿐 경영책임자에게 책임이 없다고 판단했다. 한편, 검찰이 기소한 사건 중 올해 4월까지 판결이 선고된 사건은 15건으로 모두 유죄가 선고됐다. ①안전보건 목표와 경영방침 설정(시행령 제4조 제1호), ②유해·위험 요인의 확인 및 개선 절차 마련(제3호), ③안전보건관리책임자 등의 충실한 업무수행 지원(제5호), ④중대산업재해 발생에 대비한 매뉴얼 마련(제8호) 등 다양한 안전보건확보의무 위반이 인정됐다.법원의 유죄 판결 15건 중 2건은 실형이 선고됐다. 실형이 선고된 사례는 ①과거 여러 차례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의무를 위반해 처벌받은 전력이 있거나, ②사고 발생 전 안전관리 전문기관이 거듭 재해 발생 위험성을 경고했음에도 제대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경우이다.예방 효과 ‘글쎄’…오히려 투자·일자리 줄일라중대재해처벌법 제정으로 ‘산업재해 감소’라는 일반예방적 효과는 달성되고 있을까. 아직은 불분명하다. 지난 3월 고용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재해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2021년 683명에서 2022년 644명, 2023년 598명으로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그러나 이는 경기 둔화에 따른 건설공사 감소, 제조업 가동률 하락이 주된 원인이라는 의견에 더 설득력이 있다.올해 1월 27일부터는 상시 근로자수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도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고 있다. 50인 미만 사업장은 규모가 영세해 중대재해처벌법 요구 기준을 충족하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하면, 앞으로 중대산업재해 발생 건수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중소기업중앙회 등 중소기업 단체 9곳 등은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불명확한 의무를 부과하면서도 그 책임에 비해 과도한 형벌을 규정하고 있다는 이유다. 최근 헌법재판소가 이 사건을 전원재판부에 회부하기로 결정했으므로, 조만간 그 판단이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위헌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경영책임자가 아무리 노력해도 건설 현장과 같은 특수성을 가진 업종은 필연적으로 중대재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는 근대 형사법의 대원칙인 책임주의에 반한다. 입법적으로도 중대재해에 대해 CEO에게 형사책임을 묻는 나라는 극소수이다.형사처벌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하책 중 하책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원래의 목적과는 달리 기업의 투자와 일자리를 줄이는 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중대재해 발생 위험이 있는 사업은 포기하거나, 사업장을 해외로 옮길 것이다. 외국 기업은 그런 사업에 대한 국내 투자를 꺼릴 것이다. 한국 경제는 저성장·고물가·양극화의 3중고를 이겨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힘든 상황에 처해 있다. 지금까지 우리 경제를 뒷받침해 온 기업들의 과감한 투자가 절실하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점검하고, 입법적 보완이 절실한 시점이다.

2024.06.09 08:00

4분 소요
시행 D-7 ‘중대재해처벌법’…벌써부터 빗발치는 개정 요구

산업 일반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 시행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각계의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특히 최근 광주 HDC현대산업개발 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붕괴 사고로 중대재해법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졌다. 하지만 시행도 하기 전부터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노동자의 안전권 보장이라는 입법 취지에는 대부분 동의하지만, 법 자체의 모호성과 적절성 등의 이유로 현장에서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 모호한 처벌 대상에 기업은 CSO 신설 주력 중대재해법은 노동자 사망사고와 같은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사고 예방에 책임을 다하지 않은 사업주·경영책임자를 처벌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보다 처벌 대상과 형량 확대를 통해 원청의 책임을 보다 강조하는 데 의의가 있다. 하지만 이 부분이 가장 쟁점이 되고 있다. 경영책임자의 의무나 책임을 규정한 법 조항들이 너무 모호하다는 이유에서다. 중대재해법 제4조는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의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는 재해 예방에 필요한 인력·예산 등 안전보건 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이행해야 하며, 재해가 발생했을 경우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하고 이행하는 등의 4가지 의무다. 이 같은 의무를 위반할 경우 처벌한다. 안전과 보건 확보 의무의 범위가 광범위한 점을 차치하고서라도 문제는 적용 대상인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 처벌 대상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경영책임자의 경우 중대재해법 제2조 9항에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또는 이에 준해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어 해석이 분분한 상황이다. 이에 기업들은 경영진의 형사처벌을 막기 위해 CSO(최고안전책임자)를 신설하는 등 책임을 분산시켜 대표이사가 직접 처벌받게 되는 상황은 피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해석은 다르다. 고용노동부의 중대재해법 해설서에 따르면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 선임돼 있다는 사실만으로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의 의무가 면제된다고는 볼 수 없다”고 부연했다. 단순히 CSO에게만 책임을 지울 수 없다는 의미다. ━ 대표이사 처벌은 가능…실질 지배 오너는? 외국계 법률사무소 덴톤스 리의 김용문 변호사는 “CSO가 인사, 예산과 안전보건 관리 등 사업 일체에 관해 전결권을 부여할 정도의 실질적인 권한과 책임이 있다고 하면 CSO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다”면서도 “현실적으로는 어려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오너 기업의 경우 예산과 인사가 기업의 핵심 권한이기 때문이다. 김 변호사는 그러면서 “대표이사는 산업안전보건법 14조에 따라 매년 회사의 안전 및 보건에 관한 계획을 수립해 이사회에 보고하고 승인을 받아야 한다”며 “대표이사의 관여 없이 CSO가 안전보건 관리 의무를 총괄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대표이사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해석이다. 경영진 처벌에 대해 재계는 중대재해법이 형사처벌 대상으로 안전담당 책임자는 물론이고 사업주와 최고경영자(CEO)를 포함시킨 상황에서 현장 근로자의 경미한 실수가 회사 고위 경영진에 대한 법적 조치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강하게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반대로 노동계에서는 단순하게 회사의 안전담당 책임자와 대표이사에게 책임을 묻는다면 총수 또는 오너는 이미 대표이사 명의를 다른 사람으로 해놓고 있는 경우가 많아서 처벌 대상에서 빠진다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때문에 이번 광주 신축아파트 붕괴사고가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에 발생했더라도 사퇴한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처벌 대상에 포함될 확률은 높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의 대표이사는 사퇴한 정몽규 회장이 아니라 유병기·하원기 각자대표다. 정 회장은 HDC현대산업개발의 미등기 임원으로, 자신이 최대주주인 HDC를 통해 HDC현대산업개발을 지배하고 있는 ‘오너’다. ━ 경영계 “대혼란 우려” 노동계 “사각지대 존재” 법 시행 이후에는 ‘오너≠대표이사’ 공식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영책임자에 대한 정의가 모호하기 때문에 회사를 실질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쪽은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소외 ‘바지 대표이사’를 내세워 희생양으로 삼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2021년 공시 대상 기업집단의 지배구조 현황’에 따르면 총수 일가가 등기 임원으로 등재된 비율은 11%에 그쳤다. 2017년 17.3%보다 떨어진 수치다. 이 밖에도 경영 책임자의 안전보건 의무인 ‘적정한’ 조직과 인력, 예산 등도 여전히 논란이다. 여기에 원·하청 관계에서 종사자에 대한 안전보건 의무를 누가 이행하고, 책임져야 하는지 불명확하다는 지적도 경영계에서 지속적으로 나온다. 이런 이유로 경영계에서는 개정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은 지난 19일 열린 산업안전포럼에서 “중대재해법이 전격 시행된 이후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의 법 적용과 관련한 많은 다툼과 혼란이 우려된다”며 “개별 기업이 안전 투자에 집중할 수 있는 방향으로 관련 법·제도가 명확하게 개선될 필요가 있으며, 정부의 안전 지원사업도 대폭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개정을 요구하는 건 노동계도 마찬가지다. 중대재해가 자주 발생하는 소규모 사업장은 법 적용이 제외·유예되기 때문이다. 중대재해법은 근로자가 5인 이상인 사업장을 대상으로 한다. 다만 소규모 기업의 혼란을 줄이고자 50인 미만 사업장이나 공사금액 50억원 미만 건설 현장에는 2년간의 유예기간을 줘 2024년 1월 27일부터 적용된다. ━ “위헌 논란 나올 것” “손해배상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조계도 개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 자체의 모순에 대해 지적했다. 중대재해법은 경영책임자를 처벌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형사법 원칙인 책임주의에 반한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가령 원청업체에 하청업체의 관리 부실로 발생한 사고에 대해 손해배상과 같은 책무를 함께 지도록 하는 것은 무리가 없지만 형사처벌까지 하겠다는 것은 무과실에 의한 형사책임을 요구하는 꼴”이라며 “이는 자기책임의 원칙에 반하는 것으로 형사처벌이 이어질 경우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 교수는 이어 “당장 시행 이후 발생하는 사고로 기업이 중대재해법을 적용받을 경우 법 자체가 위헌이라며 헌법재판소로 끌고 갈 가능성이 크다”며 “헌재에서 위헌으로 판단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이창현 교수도 “형사 처벌을 강화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문제”라며 “대표이사나 안전관리책임자 혹은 오너 등 몇몇 사람을 엄하게 처벌해서는 중대재해가 반복되는 상황을 바꿀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대신 징벌적 손해배상의 도입 필요성을 주장했다. 중대재해법에서도 손해배상 조항이 있다. 법 제15조에는 ‘중대재해를 발생하게 한 경우 해당 사업주, 법인 또는 기관이 중대재해로 손해를 입은 사람에 대해 그 손해액의 5배를 넘지 않은 범위에서 배상책임을 진다’고 나와 있다. 이 교수는 손해배상 한도를 높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이윤 창출이 최대의 덕목인 기업에 상상할 수 없는 금액의 손해배상을 가능하게 해야 한다”며 “이렇게 된다면 대표이사나 CSO든 누가 처벌받던 간에 실질적으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대주주나 오너는 손해배상을 피하기 위해 관리 감독에 더욱 신경 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문 변호사는 “법 취지 자체에 대해서는 전체적으로 공감하는 분위기지만 결국 내용과 형식의 문제”라며 “처벌이 목적이 아니라 예방을 통해 안전한 사업장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제도적 보완에 대해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허인회 기자 heo.inhoe@joongang.co.kr

2022.01.20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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