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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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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지포인트’ 게이트 추적①] ‘해독주스’ 대표는 어떻게 ‘1000억 큰손’이 됐나

유통

‘20% 무제한 할인 서비스’ 그리고 갑작스러운 서비스 중단. 머지포인트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고 있다. 머지포인트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상품권과 비슷한 개념의 모바일 플랫폼이다. 20%라는 파격적 할인 혜택을 앞세워 입소문을 타면서 순식간에 가입자 100만명을 돌파했다. 제휴 가맹점 수는 8만개에 이른다. 외형은 커졌지만 내부는 정작 돌려막기식 땜질 경영으로 곪아가고 있었다. 20%라는 높은 할인율을 유지하기 위해선 회사가 적자를 고스란히 감당해야 하는 수익구조였기 때문. 이른바 ‘머지포인트 게이트’는 결국 터질 게 터졌다는 분위기다. 서비스 제한 닷새째. 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가 머지포인트 게이트를 추적해봤다. 2019년 1월 서비스 시작, 단기간 내 100만명의 누적 가입자를 모으고 1000억원 이상의 머지머니를 발행하며 폭발적으로 성장해 온 쇼핑·외식 할인 결제 플랫폼. ‘머지포인트 사태’가 불거지기 전까지 이 회사의 이력은 스타트업 성공 신화에 더 가까웠다. 단기간에 스타트업을 키워온 사업가에서, 포인트 먹튀 논란의 주역이 된 그 주인공은 누구일까. ━ ‘츄링’ 해독주스로 대박…엑시트 후 재창업 머지포인트 운영사인 머지플러스 창업자는 권남희 대표(37)다. 권 대표의 이력은 특이하게도 핀테크 기업과 전혀 무관한 해독주스 업체 L&S 컴퍼니 대표. 2013년 츄링이라는 브랜드로 해독주스 제조사를 창업한 뒤 웰빙 트렌드를 타고 사세를 확장해 나갔다. 권 대표는 츄링을 통해 꽤 많은 돈을 번 것으로 전해진다. 2014년부터 방송인 이다도시 등 많은 연예인이 마시는 해독주스로 유명세를 탔다. 그해 기준 순 매출이 약 6억원, 총자산이 전기 대비 1억7000만원 이상 늘어나는 등 외형이 커졌다. 단일 브랜드로 유일하게 40만병 이상 판매량을 기록했다. 그 유명세를 통해 2016년 3월 권 대표는 츄링 경영권 지분을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의 자회사인 우아한신선들(배민찬)에 넘겼다. 인수가액은 비공개라 알려지지 않았지만 상당한 가격을 받고 회사를 넘긴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에선 당시의 창업 경험과 매각 자본이 머지플러스 창업의 밑바탕이 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머지플러스 자본금은 30억3000만원이다. 또 한 명의 머지플러스 창업 공신은 권 대표의 남동생인 권보군 최고운영책임자(CSO)다. 1987년생인 권 책임자는 머지플러스 1대 CEO이기도 하다. 그는 2013년 해독주스 사업을 할 당시에도 누나를 도와 L&S 컴퍼니 츄링의 제조‧판매업 등을 담당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 배달의민족 임원? 권 대표 관련 오해와 진실 권 대표 관련 또 하나 눈에 띄는 이력은 배달의민족 전 임원이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권 대표는 배달의민족 임원이 아닌 배민찬에 츄링 경영권을 넘긴 후 직원으로 약 3년간 근무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2016년 배민찬에 회사를 넘긴 후 기획팀 직원으로 3년간 근무하다 2019년 퇴사한 것으로 확인된다”며 “항간에 알려진 배달의민족 임원 경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알려진 대로라면 권 대표는 오랜 기간 해독주스 사업을 영위해오다 배민찬에 넘긴 후 내부 기획팀 직원으로 3년간 근무한 것으로 정리된다. 2019년 초까지 배민찬 직원으로 근무한 것으로 볼 때 근무 당시 동생과 함께 신사업을 준비해 오다 2019년 1월 머지포인트 사업이 본격 시작된 후 퇴사한 것으로 보인다. 권 대표가 머지플러스로 취임한 시점은 2021년 6월. 그전까지 대표이사를 역임한 권강현 전 대표도 눈길을 끈다. 권 전 대표는 전 삼성전자 미디어솔루션센터(MSC) 전무, 전 서강대학교 지식융합학부(아트앤테크놀로지 전공) 교수를 역임했다. 권 대표 남매보다 핀테크 업체로 가장 납득할 만한 경력을 갖추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2020년 12월 머지플러스 대표이사로 취임한 뒤 약 5개월간 근무하고 권 대표에게 자리를 넘겼다. 일각에선 1957년생인 권 전 대표가 권 남매의 아버지가 아니냐는 루머가 돌았지만 이 역시 사실이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스타트업 한 관계자는 “권 남매가 자신들의 경력과 전혀 무관한 핀테크 스타트업으로 새 사업을 도전하면서 권 전 대표를 얼굴마담으로 세웠다는 의심이 강하게 든다”면서도 “20% 할인이라는 비정상적 구조로 이렇게 외형성장을 일궈낸 것 보면 전문성보다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데 집중한 사람들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 전문성 결여…창업가 ‘한탕주의’ 부작용 업계에선 이번 머지포인트 사태가 창업가의 ‘한탕주의’가 만든 부작용이라는 지적을 내놓는다. 전문성이 결여된 이들이 모여 ‘투자 유치’가 목적인 양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계속 악화하는 재무제표를 애써 외면하면서 미래 가치에 눈을 돌린 게 패착이 됐다는 것이다. 권 대표의 상황 수습도 관련된 의심을 지워버리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권 대표는 머지포인트의 판매 중단과 서비스 축소 등을 알리면서 곧 머지포인트 정상화가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머지페이’의 추가 출시와 그에 대한 수익화, 기관 투자 등이 절차대로 이뤄질 것이란 설명을 내놨다. 최근 한 매체와 서면 인터뷰에선 매각에 대한 뜻도 내비쳤다. 최우선 목표가 서비스 정상화지만 고객들 불안 해소를 위해 대규모 펀딩이나 매각까지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조만간 서비스 재개를 위한 구체적 계획을 공개한다는 뜻을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수익구조가 없고 적자를 안고 가면서도 외형성장에만 연연한 걸 보면 키워서 투자를 받거나 매각해 큰 몫을 챙기려는 것 아니었겠냐”면서 “과거 일부 직원들은 월급 일부를 머지포인트로 받을 만큼 상황이 어려웠다고 하던데 지금까지 버틴 게 용할 정도”라고 귀띔했다. 김설아 기자 kim.seolah@joongang.co.kr

2021.08.16 14:54

4분 소요
[윤영석의 ‘의예동률(醫藝同律)’] 건강한 삶의 염원 담은 ‘약수저’

헬스케어

예전에는 백일이나 돌잔치에 초대받았을 때 선물로 ‘무얼 가져가지?’ 하는 걱정을 별로 하지 않았습니다. 대개 아기 금반지 한 돈이나 어린이용 은수저 한 벌이면 되었으니까요. 그러던 풍습이 요즈음에는 많이 사라진 듯합니다. 금값이 크게 오르면서 플라스틱 수저나 포크를 쓰는 빈도가 많아진 것도 이유겠지요. 은수저를 선물했던 마음에는 평생을 먹는 걱정 없이 살라는, 그리고 은이 독을 감별해내듯이 좋지 않은 음식을 피하고 건강히 지내라는 염원이 담겨 있습니다.은(銀)은 열전도율이 가장 높은 금속이어서 뜨거운 음식을 쉽게 감지할 수 있고 독극물이나 유해 물질에 쉽게 반응하기 때문에 은수저로 밥을 먹는다는 것에는 이러한 타당한 이유가 있습니다. 그러다 아이가 크면 좀 더 큰 은수저로 바꾸어주고, 요즈음에도 혼수로 부부의 은수저를 준비해 가는 것이 풍습으로 남아있는 겁니다. ━ 독성 약재 감별하는 데도 사용 은수저는 독성 감별에 일차적인 역할을 해왔습니다. 지금은 거의 쓰지 않지만, 항생제가 없었던 시절에 피부병에 바르는 한약 중에는 석웅황(石雄黃)이나 비상(砒霜) 같은 독한 성분의 약이 있었습니다. 이들 약을 가루로 내어서 극소량을 복용하면 성병도 치료되는 효능이 있습니다. 이들 약은 냄새나 맛이 없기 때문에 복수나 범죄의 목적으로 음식이나 탕약에 다량 섞어도 알아낼 수가 없습니다. 모르고 먹게 되면 피를 토하면서 죽게 됩니다. 임금이 사약(賜藥)을 내릴 때에 더운 물에 타서 먹게 한 것이 바로 이러한 비상이나 석웅황입니다. 은수저에 이들 약이 조금이라도 묻으면 색이 뿌옇게 변하고 양의 정도에 따라 시꺼멓게 변하기 때문에 사약을 내릴 때에는 은수저로 치사량을 가늠했습니다. 춘원당한방박물관 소장의 은수저는 가운데 부분에 순도가 아주 높은 은을 넣어서 특별히 만든 것이기 때문에 독성 약재를 감별하는 데 사용했다는 것을 유추해볼 수 있습니다.독(毒)도 잘만 쓰면 병을 치료할 수도 있습니다. 일벌의 침에서 뽑아내는 봉독을 아주 묽게 희석해서 약침 요법에 사용하면 관절염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것이 임상으로나 실험논문으로 입증됐습니다. 서양에서도 뱀의 독(蛇毒)에서 성분을 추출해서 아토피 피부염이나 버거씨병에 투여하는 임상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그러나 거의 대부분의 독성 성분은 체내에 쌓이면 자연치유력을 감소시키고 피로 증세를 야기합니다. 이는 운동량 감소와 식욕 감퇴를 유발해 면역력을 떨어뜨리고 만성병이 생기는 원인이 됩니다. 이런 만성병의 치료는 몸 안의 독소가 빨리 배출되게 하는 겁니다. 이를 해독 또는 디톡스 요법이라고 합니다.몸 안에 독소를 일으키는 원인은 많이 있습니다. 화학약품, 황사, 미세먼지, 안 좋은 음식, 스트레스 등이 몸 안에 독소를 쌓이게 해서 병을 일으킵니다. 이런 요인으로 나타나는 현상을 한방에서는 어혈(瘀血)·수독(水毒)·담음(痰飮)·식적(食積)으로 구분합니다.어혈은 피의 흐름이 원활하지 못 할 때에 스트레스나 외상을 입어서 피부에 독성 성분이 생긴 것으로 멍, 피부발진, 통증으로 나타나고 당귀나 홍화 같은 약으로 제거합니다. 수독은 대소변의 배출이 원활하게 되지 않아 생기는 것인데, 몸이 붓고 냉기를 느끼며 예민해집니다. 몸이 쉽게 무겁고 팔다리를 움직이기가 싫어집니다. 율무나 차전자로 독을 뺄 수 있습니다. 담음은 깨끗하지 못한 체액이 정체되어 몸 안의 어느 부위에만 몰려 있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복부지방이 증가되고 몸이 무거워져서 고혈압과 고지혈증이 생기게 됩니다. 조금만 많이 먹거나 물만 마셔도 금방 살이 찌거나 배가 나오게 됩니다. 반하나 복령으로 치료합니다. 식적은 과음·과식으로 인해 몸 안에 과다한 음식 찌꺼기가 축적된 것인데 이것이 배출이 안 되고 남아서 독성 물질이 됩니다. 이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산사와 청피를 씁니다. 한의학에서는 해독 치료를 이러한 네 가지 원인과 개개인의 체질을 감안해서 하고 있습니다. ━ 중용의 미덕 담은 은수저 해독 치료는 한약과 침, 뜸으로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지만 스스로 하는 자가 치료로도 어느 정도는 가능합니다.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 아래의 다섯 가지만 지키면 됩니다.첫째로는 해독에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간의 기능이 좋아지도록 노력하는 겁니다. 가급적이면 화학 성분의 약을 적게 먹고 과음과 과로를 피하는 것이 첫 번째로 할 일입니다. 몸이 찬 소음인이거나 대장 기능이 떨어지는 사람은 해독주스나 생식을 장기간 먹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 도리어 간 기능이 안 좋아질 수도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둘째로는 독소의 유입을 막는 것입니다. 일단은 유해 음식을 되도록 먹지 않아야 합니다. 트랜스지방이 많이 함유돼 있는 인스턴트 음식, 기름기가 많은 육류, 합성보존제가 함유돼 있는 가공음식이나 식품첨가물, 유전자변형식품은 피해야 합니다.셋째로 기왕에 들어온 독을 빨리 배출해야 합니다. 모든 독소는 대변이나 소변, 호흡, 땀으로 빠져나가는데 이를 위해서는 신장·대장·폐가 튼튼해야 합니다. 뜸, 족욕, 호흡법이나 명상 등이 도움이 됩니다. 땀의 배출은 운동으로 해야 합니다. 사우나 등으로 강제 발한시키는 것은 소용이 없습니다.넷째로는 균형 잡힌 식사를 하고 규칙적인 운동을 해야 좋습니다.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고 매일 적당히 땀을 흘리는 것이 생리활동을 원활하게 하고 면역력을 키워서 독소의 유입을 막는 지름길입니다.다섯째로는 스트레스를 피하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합니다. 화가 쌓이면 심장의 열이 생기게 되는데 이는 기운이 허해지고 독소가 쌓이는 가장 큰 원인이 됩니다. 마음을 비우고 낙천적으로 사는 것이 해독의 근본 치료라 할 수 있습니다. 요즘 화제인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던 ‘흙수저’를 물고 태어났던 이들 사이에서 중용의 미덕을 담고 있는 ‘은수저’의 마음으로 사는 것이 건강하고 편안하게 사는 길일 듯싶습니다.윤영석 - 경희대 한의과대학을 졸업했다. 한의학 박사. 경희대 한의과대학 외래교수로 후학을 양성하면서 7대째 가업을 계승해 춘원당한방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한의학 관련 유물 4500여점을 모아 춘원당한방박물관도 세웠다. 저서로는 등이 있다.

2016.06.26 19:41

4분 소요
[각양각색의 황당한 숙취 해소법] 땀으로 입안 헹구면 술이 깬다고?

산업 일반

녹차를 사발로 들이켜든 더운 물로 샤워를 하든 각자가 효과적이라고 믿는 숙취 해소법이 있다. 알카셀처(숙취 해소에 효과적이라고 알려진 진통제)와 비싼 해독주스가 나오기 까마득히 오래 전 고대인들도 숙취 해소를 위한 민간요법을 개발했다. 지난 4월 말 ‘옥시링쿠스 파피루스(영국 옥스포드대학 새클러 도서관에 소장된 고대 파피루스 사본)’에서 고대 이집트인이 이상하지만 효능이 입증된 숙취 해소법을 갖고 있었다는 사실이 발견됐다. 월계수잎으로 만든 목걸이를 목에 거는 방법이다. 이 식물이 실제로 숙취 완화에 도움이 되는지는 나와 있지 않다. 하지만 디스커버리 뉴스가 보도한 대로 이런 목걸이가 전통적으로 뛰어난 학자나 운동선수에게 수여됐다는 점으로 미뤄 볼 때 이집트인은 승리에 대한 환상으로 숙취를 몰아낼 수 있다고 여겼을지 모른다. 역사를 훑어보면 이보다 더 희한한 숙취 해소법도 많았다. 중세에는 날 장어가 인기였고 1600년대의 일부 화학자들은 말린 독사를 최고로 쳤다. 역사 속 황당한 숙취 해소법을 소개한다. ━ 01 토끼 똥 머리가 욱신거리는 두통으로 잠에서 깨어나 토끼 배설물 한 컵을 들이켜는 기분이 어떨까? 미국 개척 시대 서부의 카우보이들이 애용하던 숙취 해소법이다. 술을 마실 때 체내에서 빠져나가는 포타슘 등 중요한 영양소와 염분이 토끼 똥에 들어있다는 생각을 근거로 했다. 하지만 냄새가 고약한 토끼 똥보다는 맛있는 바나나를 먹는 것이 더 나을지 모른다. ━ 02 양배추 고대인은 양배추를 삶아서 먹으면 효과가 있다고 믿었다. 근거 없는 이야기가 아니다. 양배추에는 간의 알코올 대사를 돕는 광물질들이 들어 있다. 하지만 고대 그리스의 의사 갈렌은 양배추 잎으로 머리를 감싸는 것이 성가신 숙취를 몰아내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 03 땀으로 입안 헹구기 땀을 흘리면 몸에서 독소를 빼내는 데 도움이 되고 걸으면 머리가 맑아지는 건 확실하다. 하지만 BBC 보도에 따르면 일부 아메리카 원주민은 운동한 뒤 자신의 몸에 흐르는 땀을 핥아 입안을 헹군 뒤 뱉어내면 독을 제거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들은 땀으로 입안을 헹군다는 생각만으로도 식은땀이 흐를 정도로 역겨울 수 있다는 점은 언급하지 않았다. ━ 04 날 장어 중세 사람들은 날 장어를 숙취 해소에 이용했다. 날 장어가 맛있는 횟감이라서가 아니다. 당시 유럽의 의사들은 날 장어가 사람 뱃속에 들어가면 다시 살아나서 숙취를 일으키는 알코올 잔류물을 빨아먹는다고 믿었다. ━ 05 부엉이 알 고대 로마의 작가이자 과학자였던 플라이니 디 엘더(Pliny the Elder, 미국에선 이 이름의 맥주가 최고품으로 인기를 끌기도 한다)는 희한한 숙취 해소법을 제시했다. 그는 과음한 후 부엉이 알 2개를 먹으면 숙취를 예방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다지 신통한 방법처럼 들리진 않을지 모르지만 플라이니만 이 비법을 믿었던 건 아니다. 뉴잉글랜드 지방의 유명한 숙취해소용 음료 프레리 오이스터(Prairie Oyster)에는 달걀 노른자와 우스터소스, 셀러리 솔트(셀러리 씨앗을 갈아서 소금을 섞어 만든 조미료), 그리고 소금과 후추가 들어간다. 한 잔 쭉 들이켜 보자. ━ 06 한바탕 울기 숙취에 따르는 공허하고 끔찍한 기분을 느껴봤는가? 영국 작가 킹슬리 에이미스는 저서 (1972)에서 ‘물리적 숙취’의 치료보다 ‘형이상학적 숙취’ 해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울함과 슬픔, 불안, 자기혐오, 실패감, 미래에 대한 두려움 등이 합쳐진 복잡한 감정을 해소해야 한다는 말이다. 해결책은 카타르시스다. 그는 “한바탕 울거나 의 마지막 장면 같은 글을 읽거나 지붕 없는 경비행기를 타고 30분 동안 하늘을 날 것”을 추천했다. “물론 경비행기의 조종은 숙취가 없는 사람에게 맡겨야 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 07 레몬즙을 겨드랑이에 일부 푸에르토리코인이 술을 마실 때 탈수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쓰는 방법이다. 술을 마시러 가기 전에 라임이나 레몬 같은 감귤류를 얇게 썰어 술잔을 자주 드는 쪽 팔의 겨드랑이에 문지른다. ━ 08 말린 독사와 해골 17세기 영국 의사 조너선 고다드는 섬뜩한 숙취 해소용 음료를 개발했다. ‘고다드의 물방울(Goddard’s Drops)’이라고 불리는 이 음료에는 말린 독사와 암모니아, 교수형으로 죽은 지 얼마 안 되는 사람의 해골이 들어간다. 고다드의 물방울이 인기를 얻지 못했던 이유를 충분히 알 만하지 않은가? ━ 09 숯 검댕 과음한 다음날 아침엔 뱃속에 콜타르가 가득 든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그렇다면 그 위에 벽난로에서 방금 긁어낸 재의 검댕을 뿌리면 어떨까? 1800년대 영국인은 그런 방법을 이용했다. 그들은 따뜻한 우유에 검댕을 넣어서 마시면 발열과 오한을 다스리는 데 도움이 된다고 믿었다. 나쁜 생각은 아닌 듯하다. 활성 목탄은 소화보조제로도 쓰이고 독소를 흡수하는 기능이 있다고 입증됐으니 말이다. ━ 10 말린 황소 음경 시칠리아 사람은 과음한 다음날 정력 회복을 위해 말린 황소 음경을 통째로 먹는다. ━ 11 해장술 ‘hair of the dog’이라는 영어 표현은 1546년 이후 ‘숙취 해소를 위해 마시는 해장술’이라는 뜻으로 쓰였다. 이 표현은 중세 사람들이 개에 물렸을 때 물린 자리에 그 개의 털을 올려놓으면 광견병을 예방할 수 있다고 믿었던 데서 유래했다. 숙취 해소에 술이 도움이 된다거나 개털로 광견병을 예방할 수 있다는 과학적 증거는 없다. 하지만 술 먹을 핑계를 찾는 사람들에겐 더 없이 좋은 방법이다.- 번역=정경희

2015.05.17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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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으로 입안 헹구면 술이 깬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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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차를 사발로 들이켜든 더운 물로 샤워를 하든 각자가 효과적이라고 믿는 숙취 해소법이 있다. 알카셀처(숙취해소에 효과적이라고 알려진 진통제)와 비싼 해독주스가 나오기 까마득히 오래 전 고대인들도 숙취해소를 위한 민간요법을 개발했다.지난 4월 말 ‘옥시링쿠스 파피루스’(영국 옥스포드대학 새클러 도서관에 소장된 고대 파피루스 사본)에서 고대 이집트인이 이상하지만 효능이 입증된 숙취해소법을 갖고 있었다는 사실이 발견됐다. 월계수 잎으로 만든 목걸이를 목에 거는 방법이다. 이 식물이 실제로 숙취 완화에 도움이 되는지는 나와 있지 않다. 하지만 디스커버리 뉴스가 보도한 대로 이런 목걸이가 전통적으로 뛰어난 학자나 운동선수에게 수여됐다는 점으로 미뤄 볼 때 이집트인은 승리에 대한 환상으로 숙취를 몰아낼 수 있다고 여겼을지 모른다.하지만 역사를 훑어보면 이보다 더 희한한 숙취해소법도 많았다. 중세에는 날 장어가 인기였고 1600년대의 일부 화학자들은 말린 독사를 최고로 쳤다. 역사 속 황당한 숙취해소법을 소개한다. ━ 1 토끼 똥 머리가 욱신거리는 두통으로 잠에서 깨어나 토끼 배설물 한 컵을 들이켜는 기분이 어떨까? 미국 개척 시대 서부의 카우보이들이 애용하던 숙취해소법이다. 술을 마실 때 체내에서 빠져나가는 포타슘 등 중요한 영양소와 염분이 토끼 똥에 들어있다는 생각을 근거로 했다. 하지만 냄새가 고약한 토끼 똥보다는 맛있는 바나나를 먹는 것이 더 나을지 모른다. ━ 2 양배추 고대인은 양배추를 삶아서 먹으면 효과가 있다고 믿었다. 근거 없는 이야기가 아니다. 양배추에는 간의 알코올 대사를 돕는 광물질들이 들어 있다. 하지만 고대 그리스의 의사 갈렌은 양배추 잎으로 머리를 감싸는 것이 성가신 숙취를 몰아내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 3 땀으로 입안 헹구기 땀을 흘리면 몸에서 독소를 빼내는 데 도움이 되고 걸으면 머리가 맑아지는 건 확실하다. 하지만 BBC 보도에 따르면 일부 아메리카 원주민은 운동한 뒤 자신의 몸에 흐르는 땀을 핥아 입안을 헹군 뒤 뱉어내면 독을 제거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들은 땀으로 입안을 헹군다는 생각만으로도 식은땀이 흐를 정도로 역겨울 수 있다는 점은 언급하지 않았다. ━ 4 날 장어 중세 사람들은 날 장어를 숙취 해소에 이용했다. 날 장어가 맛있는 횟감이라서가 아니다. 당시 유럽의 의사들은 날 장어가 사람 뱃속에 들어가면 다시 살아나서 숙취를 일으키는 알코올 잔류물을 빨아먹는다고 믿었다. ━ 5 부엉이 알 고대 로마의 작가이자 과학자였던 플라이니 디 엘더(Pliny the Elder, 미국에선 이 이름의 맥주가 최고품으로 인기를 끌기도 한다)는 희한한 숙취해소법을 제시했다. 그는 과음한 후 부엉이 알 2개를 먹으면 숙취를 예방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다지 신통한 방법처럼 들리진 않을지 모르지만 플라이니만 이 비법을 믿었던 건 아니다. 뉴잉글랜드 지방의 유명한 숙취해소용 음료 프레리 오이스터(Prairie Oyster)에는 달걀 노른자와 우스터소스, 셀러리 솔트(셀러리 씨앗을 갈아서 소금을 섞어 만든 조미료), 그리고 소금과 후추가 들어간다. 한 잔 쭉 들이켜 보자. ━ 6 한바탕 울기 숙취에 따르는 공허하고 끔찍한 기분을 느껴봤는가? 영국 작가 킹슬리 에이미스는 저서 ‘술에 관하여(On Drink)’(1972)에서 ‘물리적 숙취’의 치료보다 ‘형이상학적 숙취’ 해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울함과 슬픔, 불안, 자기혐오, 실패감, 미래에 대한 두려움 등이 합쳐진 복잡한 감정을 해소해야 한다는 말이다. 해결책은 카타르시스다. 그는 “한바탕 울거나 ‘실락원’의 마지막 장면 같은 글을 읽거나 지붕 없는 경비행기를 타고 30분 동안 하늘을 날 것”을 추천했다. “물론 경비행기의 조종은 숙취가 없는 사람에게 맡겨야 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 7 레몬즙을 겨드랑이에 일부 푸에르토리코인이 술을 마실 때 탈수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쓰는 방법이다. 술을 마시러 가기 전에 라임이나 레몬 같은 감귤류를 얇게 썰어 술잔을 자주 드는 쪽 팔의 겨드랑이에 문지른다. ━ 8 말린 독사와 해골 17세기 영국 의사 조너선 고다드는 섬뜩한 숙취 해소용 음료를 개발했다. ‘고다드의 물방울(Goddard’s Drops)’이라고 불리는 이 음료에는 말린 독사와 암모니아, 교수형으로 죽은 지 얼마 안 되는 사람의 해골이 들어간다. 고다드의 물방울이 인기를 얻지 못했던 이유를 충분히 알 만하지 않은가? ━ 9 숯 검댕 과음한 다음날 아침엔 뱃속에 콜타르가 가득 든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그렇다면 그 위에 벽난로에서 방금 긁어낸 재의 검댕을 뿌리면 어떨까? 1800년대 영국인은 그런 방법을 이용했다. 그들은 따뜻한 우유에 검댕을 넣어서 마시면 발열과 오한을 다스리는 데 도움이 된다고 믿었다. 나쁜 생각은 아닌 듯하다. 활성 목탄은 소화보조제로도 쓰이고 독소를 흡수하는 기능이 있다고 입증됐으니 말이다. ━ 10 말린 황소 음경 시칠리아 사람은 과음한 다음날 정력 회복을 위해 말린 황소 음경을 통째로 먹는다. ━ 11 해장술 ‘hair of the dog’이라는 영어 표현은 1546년 이후 ‘숙취 해소를 위해 마시는 해장술’이라는 뜻으로 쓰였다. 이 표현은 중세 사람들이 개에 물렸을 때 물린 자리에 그 개의 털을 올려놓으면 광견병을 예방할 수 있다고 믿었던 데서 유래했다. 숙취 해소에 술이 도움이 된다거나 개털로 광견병을 예방할 수 있다는 과학적 증거는 없다. 하지만 술 먹을 핑계를 찾는 사람들에겐 더 없이 좋은 방법이다.- 번역 정경희

2015.05.11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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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ETARY CARROTS - 살 빼고 돈 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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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체의 팀기반 체중감량 보상 프로그램 인기 끌어 양배추 수프와 해독주스로 열심히 다이어트를 했는데도 체중이 줄지 않는다면 요즘 미국을 휩쓰는 새로운 다이어트를 시도해 보라. 살을 빼고 돈으로 보상 받는 꿩 먹고 알 먹는 다이어트다. 금전 보상을 목표로 단체로 운동하는 것이 체중 감량 방법 중에서 동기 유발이 가장 좋은 듯하다. 앳킨스(육류를 위주로 하는 ‘황제 다이어트’)와 사우스비치(저인슐린 다이어트)도 그에 밀릴지 모른다.일반 기업과 보험회사들은 회사 직원들이 당근을 더 많이 먹어 살을 빼도록 하려고 '돈 당근'을 주는 방안을 실험해왔다. 오바마케어(미국의 새로운 건강보험법)는 체중을 줄이거나 담배를 끊어 건강해지려는 피고용인들에게 재정적 인센티브를 더 많이 준다. 최근의 연구에서 체중감량을 돈으로 보상해주는 프로그램에서 팀에 참여하는 직원들이 개인적으로 체중을 줄이려는 사람보다 감량효과가 더 크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미시간대 과학자들이 실시한 이 연구는 필라델피아 어린이병원에서 체중감량을 원기업체의 팀기반 체중감량 보상 프로그램 인기 끌어살 빼고 돈 번다하는 피고용인 그룹 두 개를 대상으로 했다(한 그룹은 5명으로 구성됐다). 한 그룹에는 체중을 줄이면 매달 각자에게 100달러씩 지급했고, 다른 그룹은 매달 전체 500달러를 주고 감량 정도에 따라 나눠 가지도록 했다.그 결과 두 번째 그룹이 훨씬 적극적으로 운동을 해 체중감량 목표를 넘어섰다. 그런 점에 착안해 헬시웨이지 같은 단체 체중감량 전문업체가 속속 생겨나는 중이다. 팀이 체중감량으로 현금을 많이 받도록 도와주는 회사다. 투자가 출신 데이비드 로던베리가 2009년 설립한 헬시웨이지는 "웰니스가 돈이다"는 표어를 내건다.헬시웨이지는 고객 기업이 500개 이상이다. 세븐일레븐과 오피스디포가 포함되며 휴스턴과 댈러스의 전체 학군도 고객이다. “5년에서 10년 안에 이 부문이 거대한 산업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로던베리가 말했다.헬시웨이지는 세 종류의 체중감량 프로그램을 제시한다. 전부 목표를 달성하거나 넘어서면 현금 보상이 따른다. ‘10% 도전’ 프로그램은 참가자가 자신에게 돈을 걸도록 한다. 참가비 150달러를 낸 뒤 6개월 뒤 체지방 10%를 줄이면 300달러를 받는다.비만인 사람이 1년 안에 체질량지수(BMI)가 정상으로 떨어지면 최고 1000달러까지 받을 수 있다. 헬시웨이지의 최고 인기 프로그램인 ‘매치업’은 다섯 명으로 구성된 팀들을 서로 경쟁시켜 체중을 가장 많이 감량한 팀에게 1만 달러의 상금을 지급한다.로던베리는 ‘매치업’ 프로그램의 경우 사무실에서 가장 비대한 사람들이 최고 인기라고 말했다. 체중을 가장 많이 줄일 수 있는 잠재력이 있기 때문이다. 체중을 줄이는만큼 돈이 더 들어온다. “고등학교의 체육시간과 정반대”라고 로던베리는 말했다. “모두가 비만인 사람을 자기 팀에 끌어들이려고 경쟁한다.”헬시웨이지의 고객 기반은 지난해 연방대법원이 오바마케어법의 합헌 판결을 내린 후 급속히 확대됐다. 기업들은 건강한 직원에게 보상을 제공함으로써 의료 비용을 줄이고자 한다. 때로는 과체중 직원이나 흡연자에게 보험금을 높이 책정해 불이익을 주기도 한다.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의 주택담보대출 서비스 회사에서 일하는 존 위커는 가족과 함께 헬시웨이지의 매치업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처음엔 체중이 180㎏이었다. 프로그램이 끝났을 때 그는 36㎏을 줄였고 그가 속한 팀은 모두 합해 100㎏ 이상을 줄여 대상으로 1만 달러를 받았다. 그의 몫은 2000달러였다. 위커는 그 돈으로 1968년 모델 무스탕을 새단장했다.위커는 헬시웨이지에 가입하기 전에 체중감량 리얼리티 쇼 ‘비기스트 루저(The Biggest Loser)’에 참가 신청을 했다. 그러나 예선 심사에서 떨어진 뒤 체중을 줄이려는 의욕을 잃고 말았다. “내게 필요한 당근은 돈이었다”고 위커가 말했다. 그는 헬시웨이지 프로그램을 시작한 이후 68㎏ 이상을 줄였다.건강 증진에 금전적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는 체중감량을 현금으로 보상하는 프로그램에 그치지 않는다. 건강경제학 유럽저널(The European Journal of Health Economics)에 최근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멕시코시티의 동성애 남자들은 연 평균 288달러를 주면 정기적으로 HIV 검사를 받을 것을 서약했고 안전한 섹스에 관한 상담을 정기적으로 받았다.멕시코시티의 매춘 남성은 연간 156달러만 주면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다. 안전한 섹스를 실행하도록 남성 동성애자에게 현금을 주면 멕시코의 공중보건에 드는 비용이 크게 절감될 수 있다. 현재 멕시코 정부는 HIV 감염 환자 1명 당 투약 비용으로 연간 7000달러를 지급한다.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건강에 현금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이 효과적이긴 하지만 그 전제가 터무니없다고 지적했다. “아이에게 방청소를 하면 막대사탕을 주는 것과 뭐가 다른가?”라고 미 과학건강협회(ACSH)의 조시 블룸 박사가 반문했다. “효과가 없다는 뜻이 아니다. 하지만 별 것 아닌 100달러를 벌려고 체중을 줄일 수 있다면 그런 보상 없이도 얼마든지 감량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인간의 생명이 진짜 그렇게 싸구려인가?”행동경제학자들이 오랫동안 말했듯이 사람은 무엇인가 선택하는 문제에서는 반드시 합리적이지 않다. 때로는 약간의 가욋돈이 건강을 위해 반드시 해야 할 일을 실천하도록 만드는 데 효과적일지 모른다.

2013.04.22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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