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테러전쟁 직격탄 맞은 항공업계 파산 위기
[집중분석]테러전쟁 직격탄 맞은 항공업계 파산 위기
아시아나 항공, ‘정크 본드’수준 이번 사태로 가장 타격이 심한 곳은 아시아나 항공이다. 아시아나는 특히 모기업인 금호그룹의 경영악화로 올 초부터 계속 갖가지 소문이 무성했었다. 금호그룹은 10대 그룹 중 현대그룹 다음으로 위태로운 곳이란 얘기가 많았다. 심지어 한때 국내 모 그룹에 아시아나 항공을 매각한다는 소문까지 돌기도 했었다. 금호그룹은 2000년 9월까지 부채가 5조5천억원에 달한 반면, 매출은 5조원에 불과했다. 매출의 10%를 당기순이익으로 단순 계산해도 순이익으로 해마다 이자를 갚기에 급급하다는 계산이 나올 정도로 경영상태가 좋지 못하다. 이런 상황에서 금호그룹은 서울 회현동 아시아나빌딩과 신문로 그룹사옥의 매각을 비롯해 대대적인 자산매각을 통해 부채비율을 낮추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할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특히 타이어부문은 여전히 매각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대규모 환차손을 입은 아시아나항공이나 수익구조가 좋지 않은 금호건설 등이 그룹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특히 아시아나 항공의 신용등급은 투자부적격인 ‘BB’등급. 단기자금인 기업어음(CP)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나 항공은 연말까지 2천억원, 내년 1분기까지 2천5백억원 정도의 CP만기가 돌아올 예정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이같은 불투명한 사업전망 탓에 최근 일부 종금·투신사들이 잇따라 CP를 회수해 곤란을 겪기도 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항공권 판매 채권을 담보로 만기 3~5년의 자산담보부 채권(ABS)를 발행할 계획이며, 은행권은 ABS에 신용보강을 해주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대한항공도 올 연말까지 도래하는 3천억원 규모의 회사채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최근 차환에 성공해 일단 한시름 놓은 상태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그간 항공사들에게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하라”고 주문만 하던 정부도 드디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항공사들에게 긴급 자금을 수혈하겠다는 방침을 정한 것. 미 테러사태 이후 항공사들의 뼈를 깎는 자구 노력을 주문한 정부는 더 이상 국고지원을 미룰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세계 각국이 자국 항공업계 보호를 위해 발 벗고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지원을 미루다가는 국적 항공사의 파산을 맞을 지도 모른다는 현실론도 작용했다. 건교부는 관계부처와의 협의를 거쳐 약 2천억원 규모의 자금을 항공업계에 무상지원할 방침이다. 또한 이와 함께 연간 1백30억원에 이르는 항공유 특별소비세와 1천억원대의 농특세를 면제해 주는 한편, 내년 2월까지 6천9백억원대에 이르는 각종 금융 세제 혜택을 줄 방침이다. 하지만 실질적인 자금 지원은 항공진흥법 등 근거조항이 미약해 법률 개정작업을 거쳐 빨라도 연말은 되어야 이뤄질 전망이다. 정부의 이 같은 지원방침을 항공사들은 적극 반기는 분위기다. 그동안 정부에 끊임없이 ‘앓는 소리’를 해왔던 항공사들은 미 테러를 계기로 정부가 항공사에 자금 지원을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었다며 내심 안심하는 눈치다. 정부는 그러나 그간 죄어왔던 구조조정 요구의 고삐를 놓치 않을 방침이다. 하지만 항공업계에서는 이번 자금 지원이 단발성 약효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항공산업에 대한 좀더 본질적인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를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항공 운임의 현실화라는 것. 그간 지속적으로 정부에 이와 관련한 의견을 개진하긴 했지만 실질적인 개선은 미진하다는 입장. 대한항공 관계자는 “국내선에서 발생하는 고질적인 적자가 해소되지 않고서는 항공사들의 획기적인 수익개선은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낮은 운임, 고질적인 病因으로 남아 운항거리가 짧고, 승객이 많지 않아 비행기를 띄울 때마다 수천만원씩 적자를 보는 노선이 한둘이 아니라는 것. 정부에 제출한 항공사의 자구계획에서 이같은 노선 축소 계획도 포함되어 대한항공, 아시아나 각각 3개씩 모두 6개 노선이 축소될 계획이지만, 이것으로는 부족하는 얘기다. 반면 항공사가 노선을 탄력적으로 감편하거나 운행을 중단하는 일을 임의로 할 수 없다는 것. 또한 비정상적으로 낮은 운임을 정부에서 강요하고 있다는 볼멘 소리가 많다. 항공사가 경영현황이나 수요 동향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임을 결정할 수 없다는 것 때문에 수익성이 갈수록 악화된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법적으로는 운임 자유화이지만 실제 운용면에서는 정부의 강한 입김이 작용한다”며 “노선 증설, 폐지와 관련해서도 지역주민들의 눈치를 보느라 제대로 결정을 못내리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국내선 운용에서 발생하는 적자는 연간 2천억원 규모. 항공산업이 아무리 공공재의 성격을 띠고 있다 하더라도, 미국 일본 등에 비해 4분의 1 혹은 5분에 1에 불과한 운임으로선 도저히 수익을 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전세계적으로 불어 닥치고 있는 항공산업 위기에 비해 우리나라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란 분석도 있다. 대신경제연구소의 송재학 연구위원은 “현상황은 비록 최악이지만 우리 항공업계는 내년 아시안 게임, 월드컵 등 특수가 예정되어 있어 올해 위기를 잘 견디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말했다. 내년 치뤄질 아시안게임과 월드컵 덕분에 국내 항공사들의 유일한 흑자노선이라 할 수 있는 한·일, 한·중 노선에서 많은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되어 국내 항공사들의 앞날이 어두운 것만은 아니라는 것. 또한 내년 월드컵 특수가 끝나는 시점이 바로 7, 8월 성수기로 연결되어 수익 구조가 특히 나아질 전망이라는 것. 또한 이번 전쟁을 계기로 치솟을 것으로 예상되던 유가도 오히려 낮아질 가능성도 나오고 있는 상황. 전세계 항공산업의 침체와 전반적인 세계 경기 악화로 유류 소비가 감소해 유가가 더 이상 오르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어 항공사들의 수익악화가 생각만큼 심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또한 내년의 환율이 올해보다 더 높아지지만 않는다면 원가 악화도 예상만큼 심각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궁극적인 수익 구조 개선은 여전히 항공사의 몫이다. 정부의 지원과 역시 테러전쟁의 충격을 완화하는 차원을 넘어 근본적인 체질 개선에 초점이 맞춰줘야 할 것이란 지적이 많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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