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가 한번에 약정 매출도 10%나 늘어
중형 증권사인 한화증권(대표 진영욱)이 여러 가지 특화된 ‘서바이벌 마케팅 전략’으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중형사가 삼성·대우·현대·LG·대신증권 같은 빅5 대형사에 정면으로 맞서는 건 자금력와 규모 면에서 쉽지 않다. 그렇다고 소형 온라인 증권사들과 같이 한 무리가 되어 수수료 인하경쟁에 나서기엔 덩치가 너무 크다. 대형과 소형의 틈바구니에서 고민을 하는 중형사의 현재 모습이자 고민이다. 하지만 업계 7위, 시장점유율 3%의 한화증권은 다르다. 특화된 차별화 마케팅 전략을 들고 나와, 자기 시장을 지키면서 또한 ‘남의 떡을 빼앗아 오는’ 시장개척에도 나서고 있어서다. 그 차별화 마케팅의 실무주역이 한화증권 사이버증권팀이고, 이를 이끄는 사람이 바로 이병선(47) 팀장이다. 사이버증권팀이 즐겨 사용하는 전략은 주식투자자를 겨냥한 ‘특화’된 대회를 개최 ‘충성스런 고객’을 많이 만드는 것이다. 1999년 4월에 유명한 한화증권 실전 수익률 게임대회를 만든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올해 벌써 8회를 맞이했고, 현재 진행 중이다. 이 대회 아이디어를 낸 이는 진사장. 하지만 이 대회를 매년 키워 나가면서 돈 되는 매출과 연결시키는 실무작업을 한 이는 이팀장이다. ‘충성스런 고객’을 확보하는 작업도 일단 성공했다는 자평이다. 이팀장의 말을 들어보자. “대회가 열리면 약정액이 부쩍 늡니다. 1회 때는 3개월 간 5천억원이 늘었고, 3~4회 때는 매회 2조원까지 늘었습니다. 7회 때는 7천억원이 늘었고, 이번 8회의 경우 늘어나는 약정액이 적어도 1조원은 넘을 전망입니다. 수익률 대회가 열리면 약정액 매출도 10% 정도 급증하죠.” 참가자 수도 계속 늘고 있다. 1회 때는 4천여명에 불과했지만, 7회 때는 1만명으로 늘었고, 8회 때는 1만2천명을 예상하고 있다. 이 대회가 가져오는 부수적 효과도 대단하다. 신규 고객 유입 효과 외에, 기존 고객들이 다른 증권사로 가지 않고 계속 한화에 남아 더욱 충성스런 고객으로 발전한다는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사이버증권팀이 두번째 주력하는 분야는 교육사업이다. 고객들이 한화증권 HTS인 ‘이지넷플러스’에 ‘인이 박히도록’ 해서, 좀 심하게 말하면 죽을 때까지 쓰도록 유도한다는 장기 마케팅 전략이다. 그래서 지난 8월 사이버증권팀은 이 대회 우승자인 최진식·박정윤·한관홍·정진석·이창현·김기수씨 같은 고수 스타들의 노하우를 한데 모은 주식투자 기법서인 「머니게임의 영웅」이란 책도 펴냈다. 노하우 전파도 전파지만, '고수들이 이지넷플러스라는 좋은 도구를 사용했기에 큰 수익률을 냈다'는 요지의 이지넷플러스 간접 홍보를 하는 셈이다. 사이버증권팀이 서울 여의도 본점 2층 영업부에 한경와우TV, 슈어넷과 손을 잡고 주식투자기법을 가르쳐 주는 증권사관학교를 지난 1월에 연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지넷플러스가 없으면 못사는 충성스런 고객을 만들기 위한 장기포석이다. 이 ‘포석’은 11월이면 대학가까지 침투된다. 이팀장은 “11월에 문을 여는 서강대 경영대학원 금융전문가 과정의 투자론 강의시간에 이지넷플러스를 이용한 실전투자연습 강의가 있을 예정”이라고 밝힌다. 이 강의를 듣는 이들은 투자를 담당하는 은행의 과장·차장급 직원들이다. 이외에도 전국 52개 한화증권 영업점에서 이지넷플러스를 잘 다루는 영업사원을 1명씩 불러들여 이지넷플러스 집체교육도 할 예정이다. 이들을 영업점에서 고객들에게 이지넷플러스를 전파시키는 주역으로 키운다는 복안이다. ‘인이 박히도록’ 유도하는 전략은 HTS 업그레이드 작업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난다. 이팀장은 “최진식·김기수씨 같은 고수들의 의견을 반영해 최근 선보인 이지넷플러스에 고급 기능을 가미했다”고 밝힌다. 예를 들어 한꺼번에 여러 종목을 일괄적으로 사겠다거나 팔겠다는, 혹은 취소하겠다는 ‘복수 종목 일괄 주문’기능이 그런 것이다. 데이 트레이딩 전문가나 사이버 고수들이 이런 기능을 갈구하고 있어서다. 또 장이 끝난 다음에 투자자가 필요로 하는 종목을 골라내는 기능도 탁월하다는 설명. 예를 들어 5일 이동평균선이 20일 이동평균선을 뚫고 올라간 종목만을 골라내고 싶다고 하면 금세 찾아준다. 종목별로 매도·매수 신호를 리얼타임으로 보내주는 기능도 그 사이버 고수들의 의견을 반영한 것이란 설명이다. 빅5에 대적하기 위해 사이버증권팀이 한 제휴전략도 돋보인다. 2000년 10월에 슈어넷과 손을 잡고 고객들에게 차별화된 리얼타임 종목 컨설팅을 해주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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