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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추수감사절 경기 희비 엇갈려

美 추수감사절 경기 희비 엇갈려

9·11테러로 미 추수감사절 경기에 일대 지각변동이 발생했다. 우선 항공기의 수요가 줄면서 항공사들의 경영난이 가중된 반면 대체 교통수단인 암트랙(고속열차)과 그레이 하운드(고속버스)의 매출이 급증, 대조를 이루고 있다. 한 마디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항공 수요의 격감은 테러로 인한 불안감 확산, 아메리칸 에어라인의 뉴욕 인근 추락에 따른 공포심 증가, 삼엄해진 공항 경비로 인한 공항내 대기 시간 증가, 걱정을 앞세운 부모들의 만류 등이 주원인으로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수년내에 미국의 항공사가 반으로 줄 수밖에 없다는 심각한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9·11테러 발생 이후 미국의 항공사들은 평균적으로 20%가량 운항 횟수를 줄였지만 이번 추수감사절 기간 동안 비행기 좌석이 없어 못탔다는 승객은 거의 없었다. 공항 경비 검색이 철저한 탓에 안전검색대 통과시간이 길어져 비행기를 놓쳤다는 볼멘 소리는 나와도 예년처럼 좌석이 없어서 비행기를 못탔다는 사람이 없었던 것이 이를 간접 증명하고 있다. 유나이티드항공의 조우 홉킨스 대변인은 추수감사절 특수수송 기간 중 예년에 비해 공급 노선을 23% 줄였지만 예년에 비해 비슷한 승객을 실어 날랐다고 밝혔다. 이는 곧 23%의 이용객 감소를 의미한다. 아메리칸에어라인의 마티 하이레스 대변인도 지난주 운항 횟수가 1년 전 대비 20%였다고 밝혔지만 이는 9·11테러 발생 직후 축소된 공급노선에 기인한다고 밝혔다. 미국내 23개 주요 공항의 이용객 수는 전년에 비해 4분의 1가량 준 것으로 집계됐다.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의 경우는 여행객 감소 및 강화된 안전검색에 기초, 공항내로 환송·환영객이 들어오지 않자 추수감사절을 맞아 공항내 주차요금 면제라는 고육책마저 내놓았다. 공항내 식당이나 기념품점에서 20달러 이상 지출한 여행객에게는 2시간 동안 공항 주차장을 무료로 이용하게 해준다는 것이 골자. 항공업계는 이처럼 울상이지만 육상 대중교통은 정반대다. 우선 미국내 특급고속열차인 암트랙의 경우 11월20일 현재 올해 평균 이용객 증가가 작년동기 대비 10%나 신장했다. 추수감사절을 전후로 한 3일 동안은 예약률에 기초할 때 7만5천명의 이용객이 증가했다. 이로 인해 회사측은 2천2백40량의 열차를 증차시켰다. 특히 11월 첫째·둘째 두주 동안은 전년동기 대비 이용객 두 배 증가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웠다. 케빈 존슨 암트랙 대변인은 암트랙 출범 이후 이번 추수감사절 기간 동안 최고의 수송 기록을 세웠다고 밝혔다. 그레이하운드도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지난해 80만명이 추수감사절 연휴기간 동안 그레이 하운드 버스를 이용했으나 올해는 장거리 구간 위주로 이용객이 크게 늘고 있어 예년보다 10만명가량 이용객이 늘 것으로 회사측은 내다봤다. 크리스틴 파슬리 그레이하운드 대변인은 올해 이용객의 특징은 1천6백㎞ 이상의 장거리 이용자인 점이라며 버스 특성상 예매보다는 당일날 티켓 구매가 많아 연휴기간이 지나봐야 알겠지만 올해 최고의 이용객이 탄생할 지도 모른다고 조심스럽게 분석했다. 휘발유 업계도 호황이기는 마찬가지. 유류 가격의 하락에다 테러가 겹쳐 너도나도 웬만하면 자동차로 이동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미 자동차협회(AAA)가 추산하고 있는 올 추수감사절 자동차 이용객은 3천4백60만명에 달한다. 작년에 비해 6%포인트가량 줄었지만 항공에 비해서는 양호한 편이다. 쇼핑은 테러 직격탄을 맞고 있다. 제2의 테러위험에 대비, 연말까지는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곳에 가는 것을 자제하자는 인식이 미국인들 사이에 확산되면서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쇼핑을 자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통신판매업체들은 일시적이지만 쇼핑몰에 가기 두려운 주부들이 통신주문을 해 반사이익를 누렸다. 칠면조 사육업자들도 울상이다. 추수감사절 당일날 식탁에 오를 칠면조가 가족들이 모이지 않는 바람에 수요가 줄어 큰 재미를 못 본 것이다. 미국인들에게 1년중 하루만 논다면 언제냐고 물으면 십중팔구 추수감사절이라는 소리를 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가족애를 느끼는 명절을 마다할 민족·국가가 없다는 것을 간접 증명하는 대목이다. 9·11테러가 남기고 간 추수감사절의 아픔이 하루빨리 극복돼 내년에는 정상적인 추수감사절을 맞았으면 하는 것이 11월 마지막 주의 미국인들의 심정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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