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기로에 선 ‘한컴’ 돌파구는 역시 ‘한글’

기로에 선 ‘한컴’ 돌파구는 역시 ‘한글’

한글과컴퓨터가 다시 ‘한글’을 파기 시작했다. 한때 토종 워드프로세서의 자존심으로 통하던 한컴은 그동안의 부진을 씻고 제2의 도약을 일궈낸다는 꿈을 꾸고 있다. 한컴은 그동안 사업 다각화라는 전략 아래, 많은 사업을 벌였다. 하지만 이들 사업의 부진으로 올해 상반기 한컴은 적자로 전환했다. 또 최근에는 최대 주주였던 홍콩계 벤처캐피털 웨스트 에비뉴 에이전트가 보유 지분을 전량 매각해 주인 없는 처지로 전락했다. 한컴은 이런 악재를 불식시킬 결단이 필요했다. 무너지느냐 새롭게 도약하느냐 하는 기로에 섰던 한컴은 돌파구로 ‘한글’을 선택하고 역량을 집중키로 결정했다. 그동안 겪은 숱한 변화와 부침, 모색과 방황을 정리하고 기업의 모태(母胎)였던 ‘한글’로 회귀하겠다는 결단이다. 한컴은 ▲한글 마케팅 강화 ▲차기 한글 버전 개발 ▲디지털 문서처리 사업 등 3가지를 승부수로 띄우고 한글 사업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새 CEO 영입으로 마케팅 강화=한컴은 마이크로소프트 아시아의 마케팅 이사인 김근씨를 신임 CEO로 영입했다. MS는 지난 98년 한컴 인수를 추진한 전력이 있는 업체. 그 당시 MS의 한컴 인수는 전국적인 ‘한컴 살리기 운동’에 부닥쳐 무산됐다. 최대 경쟁사이면서 한컴 인수까지 추진했던 MS 출신을 CEO로 영입하는 것은 ‘국민기업 한컴’이라는 이미지에 먹칠을 할 수 있다. 하지만 한컴이 이런 부담감을 안고 이번 영입을 추진했던 이유는 바로 한글 마케팅 강화.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百戰百勝)’이란 말이 있다. MS의 마케팅 전략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아는 김근씨를 한컴의 신임 CEO로 영입해 한글의 마케팅을 강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한 소프트웨어 업체 CEO는 “실보다 득이 많다는 판단에서 이뤄졌을 것”이라며 “그 중심에는 한글 마케팅 전략에 대한 고민이 묻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근 신임 CEO는 14년간 정보기술(IT)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다. 그는 휴렛팩커드 코리아 시절엔 최연소 이사로 이름을 날렸으며 마이크로소프트에서도 한국지사 마케팅 이사에서 아시아 총괄이사로 승승 장구했던 인물. 그만큼 한컴이 기대하는 바도 크다.

◆한글 차기버전 개발에 주력=마케팅 강화와 함께 한컴은 내년 하반기에 출시될 한글 차기버전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한컴의 고위 관계자는 “차기 버전에는 보안기능이 대폭 강화될 것”이라며 “이미 표준 API(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를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보안 기능을 붙이기 위해 실력 있는 모든 정보보호 업체에 문호를 개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백신 엔진과 PC보안 제품, 전자서명 인증 등을 붙이는 것은 API를 맞추는 것으로 쉽게 해결된다. 한글 차기버전에 완벽한 PC보안 기능을 집어넣기 위해 API를 먼저 개발하겠다는 것도 이 같은 배경 때문. 이에 따라 토종 보안 업체들이 한컴과 제휴를 추진하기 위해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보안 포털 전략’과 함께 한컴이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은 ‘워드프로세서 한글 차별화 전략. 한컴은 한글 차기버전에 MS워드와 차별화 된 기능을 넣기 위해 내부 국어 연구팀을 가동하고 있다. 한컴 측은 “이미 이전 버전에도 몇몇 차별화된 기능들이 있지만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며 “이번에는 MS워드와는 정말 다른 뭔가를 보여줄 것”이라고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디지털 문서처리 등 한글 관련 솔루션 사업 강화=한컴이 한글과 함께 역점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은 한글 관련 솔루션 사업. 특히 디지털 문서처리 공공 시장을 적극 공략한다는 것이 한컴의 전략. 디지털 문서처리(Digital Documentation)란 유무선 인터넷에서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돌려볼 수 있도록 지원하고, 저작권 관리 기능도 탑재하는 것을 말한다. 이 사업은 단순한 워드프로세서가 아닌 기업 정보보안 솔루션, 인터넷 금융 솔루션, 인터넷 검색 솔루션 등을 확대할 수 있어 충분히 수익모델로 자리잡을 수 있다. 이를 위해 한컴은 한 DRM 업체와 한글 문서 등을 쓰는 개인에게 사용자 인증, 저작권 및 권한관리 기능을 탑재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한컴은 이미 디지털 문서처리 사업의 일환으로 한국어도비시스템즈와는 문서통합 솔루션 ‘이지피디에프(ezPDF)’를 기반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워드프로세서인 ‘한글2002’ ▲온라인 문서교환 툴인 ‘어도비 애크로뱃 5.0’ ▲한글에서 사용한 서체 및 레이아웃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PDF로 변환해 주는 ‘ezPDF 컨버터’ 등을 하나로 묶은 문서통합 솔루션 패키지를 출시했다. 이 외에도 한컴은 자사의 ‘한글’과 영산정보통신의 교육 솔루션인 ‘GVA’를 합쳐 원격 교육 및 교육용 콘텐츠 저작도구인 ‘한글 플러스 GVA’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이처럼 일단 한컴은 3가지로 승부수를 정했다. 이것이 올바른 결단이었는 지는 지금 상황에서 속단할 수 없다. 한컴이 소프트웨어 전문기업으로 다시금 기량을 과시할 수 있을 지는 내년도 ‘한글’ 사업이 어느 정도의 결실을 가지고 오느냐에 달려 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비상계단 몰래 깎아"...대구 아파트에서 일어난 일

2"올림픽 휴전? 러시아만 좋은 일"...젤렌스키, 제안 거부

3일론 머스크, 인도네시아서 '스타링크' 서비스 출범

4취업 준비하다 봉변...日 대학생 인턴, 10명 중 3명 성희롱 피해

5주유소 기름값 또 하락...내림세 당분간 이어질 듯

6아이폰 더 얇아질까..."프로맥스보다 비쌀 수도"

7 걸그룹 '뉴진스', 모든 멤버 법원에 탄원서 제출

8 尹 "대한민국은 광주의 피·눈물 위 서 있어"

9성심당 월세 '4억' 논란...코레일 "월세 무리하게 안 올려"

실시간 뉴스

1"비상계단 몰래 깎아"...대구 아파트에서 일어난 일

2"올림픽 휴전? 러시아만 좋은 일"...젤렌스키, 제안 거부

3일론 머스크, 인도네시아서 '스타링크' 서비스 출범

4취업 준비하다 봉변...日 대학생 인턴, 10명 중 3명 성희롱 피해

5주유소 기름값 또 하락...내림세 당분간 이어질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