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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품질 超저가'로 신세대 지갑 공략

'高품질 超저가'로 신세대 지갑 공략

‘일본인의 80%가 입고 있는 옷’ ‘일본의 국민복’…. 일본을 대표하는 의류 브랜드 ‘유니클로(UNIQLO)’를 두고 하는 말이다. 유니클로는 ㈜패스트 리테일링이 1984년부터 사용해온 캐주얼웨어의 브랜드 이름이다. 처음에는 유니크 클로딩(UNIQUE CLOTHING)이라는 이름으로 간판을 내걸었다 곧 UNIQLO로 자리를 잡았다. 히로시마에 제1호점을 연 뒤 젊은층을 중심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모아 지금은 5백50개 점포로 불어났다. 군소 의류업체에 불과하던 패스트 리테일링은 현재 자본금 32억7천3백만엔에 1천6백70명의 종업원을 거느린 대기업으로 변신했다. 매출액도 지난해 결산 때 4천억엔이 넘었고 영업이익도 1천억엔에 달했다. 1999년 2월에는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유니클로의 성공비결은 일본에선 사양으로 여겨지던 어패럴 산업에 혁신적인 경영기법을 도입한데서 찾을 수 있다. 기획·생산·물류·판매를 모두 자사가 일관작업으로 컨트롤함으로써 고품질·저가격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유니클로가 등장할 때만 해도 다른 의류업체들은 중국 봉제공장에 하청을 주고 이를 들여와 도매상이나 소매상으로 넘기면서 중간 마진을 챙기는 데 주력했었다. 값싼 중국의 인건비를 따먹고 판매의 리스크는 지지 않는 것이 업계의 상식이었다. 그러나 유니클로는 일본에서 기획한 상품을 중국 공장에 생산을 맡기고 이를 납품받아 직접 소비자에게 판매했다. 따라서 도매·소매로 넘어가는 중간유통 과정이 없어 가격을 낮출 수 있었다. 간단한 것 같지만 다른 업체들이 이런 모델을 따라오지 못한 것은 기획력의 차이 때문이다. 확실히 먹히는 상품을 기획하지 않으면 스스로 재고의 위험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그러나 유니클로는 소비자들이 원하는 상품의 기획력을 무기로 이런 모델을 실현시키는 데 성공했다.

다품종 소량에서 소품종 다량으로 한 번 성공하자 중국 공장에 생산을 위탁하는 방식도 단순화시켰다. 한 공장에 여러 품목의 옷을 맡기는 것이 아니라 한 품목의 생산만 맡기고 있다. 중국 봉제업체들은 한 품목만 백만장 단위로 생산하므로 그 품목에 대한 노하우나 품질관리 능력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 이는 자연스럽게 생산원가 및 납품가 절감으로 이어져 소비자들에게는 싼 값에 좋은 품질의 옷을 제공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런 선순환이 시작되자 유니클로는 의류업계의 상식이던 ‘다품종 소량생산’에서 ‘소품종 대량생산’으로 공세적인 경영을 하고 있다. 다만 품목 내의 컬러와 사이즈에는 다양성을 추구하고 있다. 이런 시스템을 무기로 유니클로는 압도적인 가격경쟁력을 과시하며 성장 가도를 달렸다. 점포 디자인도 신감각 일색이다. 높다란 천정에 언제나 흥겨운 리듬이 흘러나온다. 점원들도 고객층의 연령에 맞게 모두 젊은이들로 활기 있게 고객을 대한다. 오밀조밀한 인테리어보다는 대형 컬러사진을 벽면에 걸어놓아 눈길을 확 잡아당긴다. 사진들의 색채는 마치 이탈리아의 베네통을 연상시킬 정도로 강렬하다. 유명 모델을 사용하는 대신 평범한 유니클로 고객을 등장시켜 아무나 입어도 어울린다는 이미지를 전달하고 있다. 계산대도 마치 항공사 티켓 카운터처럼 큼지막하게 설치돼 있어 도저히 염가의류 판매점이라는 생각이 안 들 정도다. 옷을 아무렇게나 수북이 쌓아놓지 않고 디자인·색깔·사이즈별로 질서정연하게 진열을 해놓아 옷 고르기도 좋을뿐 아니라 시각적으로도 신선감을 준다. 이를 바탕으로 유니클로는 ‘저가 의류=싸구려’라는 기존의 일본 소비자들의 고정관념을 완전히 뒤엎었다. 유니클로의 주력상품의 가격은 1천9백엔 아니면 2천9백엔이다. 일본 물가수준으로 따지면 점심식사 두세번 하는 값 정도다. 그렇다고 실밥 튿어진 불량품은 결코 아니다. 원색계통의 화려하고 산뜻한 컬러에 기능성을 강조한 디자인을 자랑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일단 유니클로 매장에 들어서면 원래 사려 했던 것보다 한두점을 더 사게 된다고 한다. 그만큼 싼 값에 좋은 품질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격과 품질의 절묘한 밸런스는 유니클로만의 경쟁력이다. 회사이름에서도 나타나듯 패스트 리테일링은 의류의 ‘패스트푸드화’를 지향하고 있다. 언제나, 어디서나, 누구나 먹을 수 있는 패스트푸드의 개념을 의류에도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 즉 ‘언제나, 어디서나, 누구나 입을 수 있는 옷’이 바로 유니클로라는 것이다. 또 패스트푸드의 체인점 어디를 가나 똑같은 서비스를 받고 똑같은 내용의 음식을 먹을 수 있듯이 유니클로도 어느 점포를 가든 점원으로부터 똑같은 서비스를 받고 똑같은 품질의 옷을 살 수 있다. 마치 햄버거 하나를 대량으로 만들어 값싸게, 어디서나 같은 맛으로 판매하듯 하나의 옷을 대량으로 만들어 싸게 팔자는 전략이다.

유니클로 점포 생기면 교통체증 패스트 리테일링의 기업으로서의 경쟁력은 인재파워에서도 찾을 수 있다. 사장인 야나이 다다시(柳井正·52) 사장은 와세다대 정치경제학부를 졸업한 후 부친의 의류 회사를 이어받아 지금의 패스트 리테일링을 키워냈다. 그는 1960년대 말 미국을 무전여행으로 돌아다니며 햄버거·콜라 문화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이때 실감한 미국식 문화가 지금의 경영방식에 큰 영향을 줬다. 그는 염가의류업체일지언정 인재 수준이 높지 않으면 성공하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주요 임원진을 도쿄대나 미국의 명문대를 졸업한 30대로 채우고 있다. 이들의 머리와 패기와 배짱이 유니클로의 성장신화를 가능케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선 점포장들도 해외 유학파가 많다. 완전한 능력주의 인사이므로 실적 올리기에 따라 파격적인 대우를 받고 있다. 그러니 어느 점포에 가더라도 점원들의 눈동자에 주인의식과 투철한 프로의식이 배어 있음을 실감할 수 있다. 유니클로의 성장은 여러 의미의 ‘유니클로’라는 수식어를 만들어냈다. 의류업계에서 치열한 가격경쟁을 일으켰다는 점에서 어떤 업종에서나 저가경쟁이 일어나면 ‘유니클로 효과’라고 부른다. 또 생산거점을 중국으로 옮겨 원가를 낮춤으로써 디플레에 대처하는 경영방식은 ‘유니클로 경영’이라고 한다. 일본의 업자들을 자극해 일본 정부에 긴급수입제한 조치를 요구하도록 하는 등 보호무역주의 분위기를 일으키는 것은 ‘유니클로 현상’이다. 실제 일본 섬유업체들은 2000년 말 집단민원을 내고 중국산 의류에 세이프가드를 발동해 달라고 요구했다. 표현은 일반적인 중국산 의류였으나 노리는 것은 역시 유니클로였다. 일본의 중국산 의류 수입의 10% 정도가 유니클로이기 때문이다. 이밖에 ‘유니클로 효과’는 유니클로 점포가 들어서면 반드시 주변엔 교통체증이 일어난다는 뜻으로도 사용된다. 그러나 유니클로에도 전환점은 닥쳤다. 2001년 9월∼2002년 3월까지의 중간결산 때 창립 이래 처음으로 매출액 및 이익이 모두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 1월8일 야나이 사장은 기자회견을 갖고 “판매부진으로 이번 반기 결산실적의 예상치를 하향수정한다”고 발표했다. 원래 올해 결산 때 매출액은 작년보다 15%가 늘어난 4천8백억엔, 영업이익은 17% 증가한 1천90억엔으로 잡고 있었으나 연말의 부진으로 당초 전망을 20% 정도 하향수정한 것이다. 갑자기 판매가 부진해진 이유는 기존 점포의 고객 수가 두자릿수나 감소했기 때문이다. 이는 그동안 유니클로가 워낙 많이 팔려 고객들이 슬슬 물리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야나이 사장 스스로도 “소비자에게 신선감을 줄만한 상품을 개발하지 못해 구매의욕을 환기시키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게다가 다른 업체들도 유니클로를 본따 저가공세를 벌이고 있다. 이에 대한 타개책으로 패스트 리테일링은 여러 가지 전략을 구상 중이다. 우선 가격을 더 낮추지는 않는 대신 품질을 높일 계획이다. 또 다점포전략을 유지해 전국 점포망을 지금의 두배인 1천개로 늘리기로 했다. 이와 함께 ‘유니클로’라는 브랜드로 올 가을부터 토마토 등 수입 야채나 과일의 판매도 시작할 예정이다. 이번 결산을 계기로 일본 내에서는 유니클로에 대한 소비자의 ‘열광시대’가 슬슬 막을 내릴 것이라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비행기도 급상승 후 안정궤도에 들어가듯 유니클로도 이제는 궤도비행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얘기다. 단시간 내 급상승을 거듭해온 유니클로가 앞으로 어떻게 안정성장으로 궤도를 수정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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