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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완규 여신금융협회장, 민관 노하우 아울러 여전업 부흥 꾀한다 [피플&피플]

[금융산업의 숨은 조력자들] ⑧
금융위부터 한국증권금융 대표까지…업계 이해도 높아
‘여전업권 PF 정상화 지원펀드’로 사업장 정상화 추진
카드수수료 적격비용 재산정 문제 개선은 아직 요원

[이코노미스트 윤형준 기자] 정완규 여신금융협회 회장의 항해 시간이 절반을 넘겼다. 정 회장은 민간과 공직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내부통제 개선안을 마련하고 카드사 공통 결제 연합전선을 구축하는 등 업계가 필요로 하는 목소리를 담아냈다. 그러나 카드 가맹수수료 재산정이나 자금 조달 수단 다변화 등 아직 넘어야 할 산이 있어 앞으로의 항해에서도 고민이 남아 있다.

정 회장은 지난 2022년 10월 6일 제13대 여신금융협회장에 취임했다. 임기는 3년이다. 당시는 전임자인 김주현 여신협회장이 금융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긴 때였다. 이 때문에 여신협회장 자리가 이전과는 다르게 매우 주목받으면서 한층 무거워졌다.

더구나 정 회장 취임 당시는 세계적으로 초저금리 시대가 막을 내리고 금리 인상이 본격화해 여전사들의 자금 조달 비용 상승이 불 보듯 훤해진 시기였다. 국내에선 ‘레고랜드 사태’로 한국의 채권 신용도가 폭락하면서 여전업계가 곤혹에 처하기도 했다.

이런 대내외적 어려움에도 정 회장은 적임자로 인정받아 여전업계 리더로 자리하는 데 성공했다. 그는 공직과 민간 금융시장을 두루 거치며 금융에 대한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을 쌓아 와 ‘민관(民官) 올라운더(All-rounder)’로 평가받는다. 실제 정 회장은 금융위원회에서 오랜 기간 일한 데에 한국증권금융 대표·토스뱅크 사외이사 등 민간 경험까지 갖췄다.

정완규 여신금융협회장이 2022년 10월 6일 서울 중구 여신금융협회에서 제13대 회장에 취임하며 취임사를 밝히고 있다. [사진 윤형준 기자]
PF 위기에 발 빠른 지원펀드 구축

민관의 노하우를 함께 장착한 정 회장은 취임 이후 1년 7개월간 닥쳐온 여전업계의 다양한 시련을 해소하기 위해 고군분투해 왔다. 우선 정 회장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의 연착륙을 돕기 위해 지원펀드 조성에 나섰다. 여신협회는 지난해 9월 업계 자율적으로 PF 사업장의 재구조화 등을 도모하기 위한 ‘여전업권 PF 정상화 지원펀드’의 출범식을 가졌다.

부동산 PF는 여전업권, 특히 캐피탈사들의 주요 영업자산이다. 그런데 작년부터 부동산 PF 부실 우려가 커지면서 정 회장과 여신협회가 자구책을 마련한 것이다. 당시 정 회장은 “여전업권 PF 정상화 지원 펀드는 민간 주도의 사업장 정상화 추진을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금융권 펀드 조성·운용을 통한 자율적인 PF 사업장 정리와 재구조화를 강조했다.

또 정 회장은 여전업권 내부통제 개선안을 마련해 여전사들의 금융사고를 예방하는 데에도 일조했다. 여전업계는 수신 기능이 없어 은행이나 상호금융에 비해 내부통제 사고가 많지 않았으나, 지난해 8월 롯데카드에서 발생한 105억원 배임 사건을 계기로 그 필요성이 대두됐다. 여신협회와 금융감독원은 이 개선안을 지난 3~4월부터 시행했다. 개선안을 통해 ‘표준내부통제기준’, ‘금융사고 예방지침 표준안’ 등이 새로 제정됐다.

아울러 정 회장은 지급결제 시장에서 핀테크들의 빠른 성장을 견제하기 위해 카드업계의 연합전선을 구축하기도 했다. 지난해 5월 여신협회와 8개 카드사, 3개 밴(VAN)사, 1개 간편결제사는 ‘모바일 결제 공통규격 추진을 위한 전략적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국내 QR결제 공통규격을 국제규격인 ‘EMV QR’로 정하는 게 협약의 골자다. 앞서 2022년 12월에는 오픈페이(앱카드 상호연동 서비스)를 선보였다. 오픈페이는 고객이 1개의 카드사 앱에서 다른 회사의 카드까지 모두 등록·사용·조회할 수 있는 서비스다.

‘적격비용 재산정’은 여전한 숙제

하지만 정 회장은 카드사들의 오랜 문제인 ‘카드수수료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숙제를 안고 있다.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란 카드사의 자금조달·위험관리·일반관리·마케팅 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3년마다 가맹점 수수료를 다시 책정하는 제도다. 2012년부터 정부는 3년마다 적격비용 재산정을 통해 중소·영세 자영업자들을 대상으로 카드 수수료율을 인하해 왔다. 현재 연 매출 30억원 이하 우대 가맹점의 카드수수료는 0.5~1.5% 수준으로 매우 낮아졌다.

지난해 7월 17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파노라마뷔페에서 열린 카드사노동조합협의회, 카드수수료 이슈 등 카드업계 현안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정종우 카드사노동조합협의회 의장 겸 하나외환카드지부장(왼쪽에서 네 번째)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문제는 카드사들이 본업인 가맹점 수수료에서 사실상 수익을 얻지 못해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7월 정종우 카드사노동조합협의회 의장은 “현재 부가가치세 세액공제를 감안하면 전체 가맹점의 약 92%가 실제 수수료율이 없거나 오히려 환급받고 있다”고 꼬집었다.

정 회장은 또한 여전사들의 자금조달 통로를 다각화하기 위해 정부로부터 규제 완화를 끌어내야 하는 과제도 품고 있다. 그간 여전사들은 자금 조달 비용이 곧바로 수익성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계속해서 금융당국에 자금 조달 방안을 늘려달라는 목소리를 내왔다.

정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이 같은 업계의 과제를 인지하고 여전업권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영업규제 개선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신용카드 생태계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 카드 가맹점 수수료 제도 개선이나 ▲신용카드 사용처 화대 및 지급결제 업무 수행 ▲부수업무 자산 기반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을 통한 조달 수단 다변화 등 업계의 과제를 놓치지 않고 해결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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