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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정이란 필명으로 시집 낸 김선중 진로 회장

김효정이란 필명으로 시집 낸 김선중 진로 회장

김선중 진로 회장
고희를 앞두고 있는 새내기(?) 시인 윤효정씨가 써내려간 ‘아, 봄이련가’란 시구다. 최근 출간된 시집 「새처럼 나무처럼 그렇게 살리」의 저자 김효정은 바로 ‘참眞이슬露’로 소주시장을 평정하고 있는 진로의 김선중(68) 회장이다. 소설가가 소설을 쓰고, 시인이 시를 쓰는 것은 그들이 자신의 일을 더 잘하기 위한 것이다. 더러 있긴 하지만 경영 일선에서 치열한 전투 지휘를 해야 하는 CEO가 이런 일을 하기란 결코 쉽지는 않다. 은퇴 후라면 몰라도. ‘변칙’이라면 너무 과도한 표현일까? 김회장은 일단 외견상으로는 이런 변칙을 감행한 것이다. 그의 주변 사람들은 “언제 그럴 틈이 있었냐”며 마치 기습이라도 당한 듯 놀랄 수밖에 없었다. 진로의 사령탑으로서 맹활약해 온 김회장이 내놓은 회심의 주옥 같은 1백여편의 시는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일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외환위기 때 부도를 맞고 화의기업으로 추락한 가운데서도 ‘참이슬’이란 제품을 출시, 3년 만에 30억병의 판매 실적을 올리는 등 그동안 숨돌릴 틈 없었던 기업이 진로였던 터라 더욱 그렇다. 그가 담아낸 시를 통해 격동기의 기업을 이끌어온 경영자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시장상황이나 경영계수·손익계산서와 경영전략·판매목표 등과 같은 경영인의 체취는 전혀 없이 자연과 인간의 조화, 그리고 향수로 꾸며진 평범한 일상이 그려져 있다. 김선중 회장이 아닌 시인 김효정의 시론만 가득 넘쳐 흐른다. “40대 초반부터 습관적으로 제 자신의 행동과 생각에 대해 메모를 해왔어요. 이를 지켜본 몇몇 아는 사람들의 권유로 책을 꾸며 본 것입니다.” 김회장은 “직업 시인도 아니면서 책을 낸 것 자체가 쑥스러울 뿐”이라며 말을 이었다. “그저 생활하면서 얻은 소재로 일기 쓰듯 쓴 게 시 같은 문장이 됐을 뿐이죠. 구태여 시라고 한다면 산문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평소 소담스럽고 투명한 김회장의 스타일대로 시의 주제도 ‘긴 여름날’ 등 있는 그대로의 자연과 자연적 현상, 그리고 그 속에서 겪었던 일상과 꿈, 향수들로 꾸며져 있다. “봄·여름·가을·겨울 등 계절에 따른 자연과 소박한 산촌의 인정을 주제로 1집을 다루다 보니 남녀 간의 아름다운 사랑의 시어가 빠졌어요.” 그는 “이 점이 섭섭하고 아쉬워 오는 3월께 사랑을 주제로 한 시도 담긴 제2집도 내놓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만약 시작 활동이 없었다면 그동안의 격무를 이겨내기 힘들었을 거예요.” 김회장은 “시상을 가다듬고 기록하는 작업은 일상의 격무와 스트레스를 이길 수 있는 활력소가 됐다”고 들려준다. 이런 그의 경영관을 물어봤다. “희망·믿음의 경영이 무엇보다도 우선돼야 합니다. 어떠한 역경에 처해 있어도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이 가장 중요하죠. 지성이면 감천이란 옛말이 있지 않습니까? 진로가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영업·생산·관리 등 전 부문의 핵심 역량을 결집해 참이슬의 결실을 맺은 것도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었죠.” 김회장은 또 “CEO는 회사의 갈 방향을 제시하고 임직원은 각자 맡은 일에 대한 애로사항을 덜어주는 것을 무엇보다도 우선적으로 해야 한다”면서 “임직원들이 자기의 역량을 1백%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 회사 정상화의 기틀을 빠른 시일 내에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 태생이지만 꿈 많던 청소년기를 경상남도의 호젓한 바닷가에서 보낸 터라 자연과의 교감은 늘 한 조각의 글로 되돌아왔다”는 김회장은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산업은행·증권감독원을 거쳐 우신투자자문 사장을 지내다 93년 진로와 인연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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