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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AI 에이전트 덕으로 글로벌 진출”...통신사 새 먹거리로 떠오른 고마운 AI 비서

산업 일반

국내 통신 3사가 새먹거리로 AI(인공지능) 에이전트를 키우기 시작했다. 단순 서비스 차원이 아니다.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AI 에이전트 사업에 뛰어는 모양새다. 특히 주요 사업인 통신업에서 벗어나, AI 사업에 집중하며 글로벌 진출을 꿈꾸는 국내 통신사에게 AI 에이전트가 그 발판이 되고 있다. 그렇다면 AI 에이전트는 무엇일까. 이는 어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스스로 행동하는 AI 시스템을 말한다. 주어진 프롬프트에 따라 결과를 내는데 그치지 않고, 목표를 이루는데 필요한 작업을 파악하고 자동으로 실행한다. 말 그대로 사람 대신 생각하고, 사람 대신 행동하는 AI 대리인, 또는 비서인 셈이다. AI 기술이 발전하면서, 사람들이 일상 생활 속에서 실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AI 에이전트에 집중하기 시작하면서 관련 기술이 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는 상황이다. 서비스 넘어 수익사업으로 키워 이에 국내 통신3사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 가장 민첩하게 AI 에이전트 사업에 뛰어든 곳은 SK텔레콤이다. 유영상 SKT 대표는 지난 3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5’ 개막을 앞두고 기자회견을 통해 ‘AI 피라미드 전략 2.0’으로 AI 수익화 목표를 발표한 바 있다. 유 대표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돈버는 AI를 시작할 것”이라며 “AI 데이터센터에서 시작해 AI B2B(기업 간 거래), AI B2C(기업과 소비자 거래)로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B2C 사업은 SKT의 AI 에이전트 ‘에이닷’이 중심이 된다. SKT는 자체 개발한 LLM ‘에이닷엑스’를 활용해 에이닷을 상용화해 운영하고 있다. 에이닷은 올해 초 기준 누적 가입자 890만명, 월간 활성 이용자수(MAU) 740만명을 기록하며 국내에서 좋은 성적표를 나타내고 있다. 이에 SKT는 쇼핑앱와 같은 스마트폰 서비스에 에이닷을 적용해 MAU를 올해 1200만명, 궁극적으로 향후 1억 명까지 늘릴 것을 목표하고 있다. 또 SKT는 국내용 에이닷을 바탕으로, 글로벌용 AI 에이전트 ‘에스터’도 출시했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한 ‘CES 2025’에서 에스터를 첫 공개한 SKT는 현재 미국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베타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SKT 관계자는 “에스터는 지난 3월 말부터 미국에서 베타 테스트를 시작했고 정식 출시 전까지 베타 테스트를 기반으로 북미 사용자 경험을 최적화하는 데 주력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에스터는 내년 북미를 넘어 더 다양한 글로벌 기업 진출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LG유플러스 역시 자사가 개발한 AI 에이전트 ‘익시오’로 글로벌 사업을 꾀하고 있다. 익시오는 LG AI연구원이 만든 LLM ‘엑사원’을 활용한 AI 에이전트로, 최근 구글·아마존웹서비스(AWS)와의 협력할 것을 알렸다. 지난 3월 열린 MWC 2025에서 LG유플러스는 구글과 익시오 기술 개발 관련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음을 밝혔다. 홍범식 LG유플러스 사장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구글과 2028년까지 AI 사업을 통해 약 3억 달러(약 4300억원) 매출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구글이 먼저 우리를 찾아와 힘을 합쳐 글로벌 시장에 가보자고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넘어 해외까지 진출하는 韓 AI 에이전트 익시오는 LG유플러스의 자체 기술로 개발됐지만, 글로벌형 또는 B2B 서비스에는 구글, 아마존웹서비스와 같은 글로벌 IT기업의 기술이 더해져 새롭게 개발되는 것이다. 또 익시오에 구글 제미나이를 접목하는 등 보다 정교한 분석과 추천 서비스 등을 더해, 한층 고도화된 서비스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익시오의 첫 해외 진출 지역도 정해졌다. 바로 중동이다. 실제 LG유플러스는 지난 3월 초, 중동 현지 최대 통신사인 자인그룹과 익시오 중동 진출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자인 그룹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통신사인 ‘자인KSA’를 운영하고 있다. 업무협약으로 LG유플러스는 자인KSA가 보유한 데이터를 결합해 현지 맞춤형 서비스를 개발할 예정이다. 양사는 연내 사우디아라비아 현지에서 익시오 서비스 출시를 목표로 협업을 이어갈 계획이다. 또 다음 진출지로는 일본이 점쳐지고 있다. 앞서 홍 사장은 “해외 통신사 중에선 일본 KDDI로부터 다양한 제휴 방안을 제안받았다”고 말한바 있다. KT는 SKT와 LG유플러스처럼 스마트폰 사용자가 바로 이용할 수 있는 AI 에이전트 서비스는 운영하지 않지만, 미디어 사업에서 AI 에이전트를 적용한다는 전략이다. 지난 4월 미디어 사업 전략을 공개한 KT는 IPTV 서비스인 지니 TV에 마이크로소프트와 협력해 만든 AI 에이전트를 단계적으로 탑재할 것을 알렸다. KT는 이 AI 에이전트를 KT스카이라이프, KT HCN 등 그룹사로 확대시켜 1400만 고객에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또 홈쇼핑 방송에 특화된 AI 서비스도 내놓을 예정이다. 한편 업계는 AI 에이전트를 ‘AI 글로벌 허브’라고 평가한다. AI 글로벌 사업 확장을 위한 기초 사업으로 AI 에이전트가 사용된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무겁고 값비싼 B2B AI 사업이 아닌, 대중에게 친근감있고 비교적 가벼운 사향을 가준 AI 에이전트 기술은 첫 입문을 낮추는 동시에 앞으로 새로운 AI 사업 생태계 확장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25.06.02 11:00

4분 소요
미국서 불 붙고, 한국이 잇는다…픽업이 바꾸는 전기차 시장

자동차

전기차 시장의 무게중심이 조금씩 이동하고 있다. 세단과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중심으로 전개되던 전기차 라인업이 이제는 픽업트럭으로까지 확장되면서다. 미국에서 먼저 불붙은 전기 픽업트럭 경쟁이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에도 파장을 일으키면서, 내연 기관에 국한됐던 픽업트럭 시장이 전기차라는 새로운 전선을 마주하고 있다.국내의 경우 KG 모빌리티의 ‘무쏘 EV’를 시작으로 전기차 픽업 트럭 전환 속도가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이 흐름은 단순히 새로운 차종이 하나 늘어나는 차원의 변화가 아니다. 상용차와 화물차로 분류돼 왔던 픽업트럭이 전동화되면서, 전기차 시장을 새롭게 확장해 나갈 수 있는 하나의 ‘게임 체인저’로 작용하고 있다.북미가 불 지핀 ‘전기 픽업’ 경쟁전기 픽업 시장은 미국에서 가장 먼저 본격화됐다. 글로벌 시장 조사 회사 모르도 인텔리전스(Mordor Intelligence)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미국 전기 픽업트럭 시장 규모는 194억2000만 달러(약 28조 5774억원)로 전망된다. 오는 2029년의 경우 569억 달러(약 83조6430억원)에 도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평균 성장률(CAGR)은 30.84%에 달한다.미국은 픽업트럭이 가장 인기 있는 차량 유형 중 하나인 시장이다. 이 때문에 포드, 제너럴 모터스(GM), 리비안, 테슬라 등 전통 제조사와 스타트업 들은 일제히 전기 픽업 출시하기 시작했다. 포드는 대표 픽업 ‘F-150’을 전동화한 ‘F-150 라이트닝’을 통해 초기 수요를 이끌었고, 리비안은 R1T로 프리미엄 전기 픽업 시장을 선점했다.먼저 포드다. 포드는 지난 2022년 첫 출시 및 양산 시작과 동시에 약 1만5600대라는 판매 기록을 달성했다. 이어 ▲2023년 약 2만4000대 ▲2024년 약 2만대 ▲2025년 1분기 기준 7913대의 판매 기록을 이뤘다. 올해 1분기의 경우 사이버트럭을 넘어서며 전기 픽업 트럭 판매 1위를 기록했다.리비안도 시장 점유율을 견고히 유지하고 있다. 리비안 R1T는 지난 2021년부터 고객 인도를 시작한 미국 최초의 전동 픽업트럭이다. 2022년 기준 9900대의 판매고를 올렸다. 이후 ▲2023년 약 1만9410대 ▲2024년 약 1만5799대 ▲2025년 1분기 기준 약 1600대로 집계됐다. 국내에서는 다소 생소한 차량이지만, 미국 시장에서 꾸준히 판매량을 늘려온 차량 중 하나다.물론 가장 강한 주목을 받은 건 테슬라였다. 미래지향적 디자인과 대형 배터리팩, 자체 강판을 내세운 사이버트럭은 양산까지 수차례 지연됐지만 여전히 시장을 움직이는 상징적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2023년 11월부터 고객 인도가 시작된 사이버트럭은 지난해 기준 약 3만9000대가 판매됐다. 올해 1분기의 등록 대수는 약 7126대다.전기 픽업이 북미에서 먼저 성장한 이유는 간단하다. 시장 수요와 차고 공간, 정부 인센티브라는 삼박자가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지난 2022년 기준 미국은 픽업트럭 점유율이 20%에 달할 만큼 픽업 친화적 시장이다. 여기에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북미 생산 및 조립 차량에 보조금이 집중되면서 전기 픽업은 보조금 수혜까지 겹쳤다. 한국도 하나둘 출사표…KGM·기아의 도전장미국을 이어 한국에서는 KGM이 가장 먼저 전기 픽업 상용화에 나섰다. 주인공은 과거 쌍용차 시절 브랜드였던 ‘무쏘’ 이름을 전기 픽업에 부활시킨 ‘무쏘 EV’다. KGM은 앞으로 모든 픽업 모델을 ‘무쏘’ 브랜드로 통합 운영할 계획인데, 무쏘 EV가 그 첫 번째 모델이다. KGM은 해당 차량을 통해 전기차 시장 내 ‘블루오션’으로 여겨지는 전기 픽업에 선제 대응 중이다.무쏘 EV는 기존 KG모빌리티의 중형 픽업 ‘렉스턴 스포츠’의 플랫폼을 일부 활용해 개발됐다. 즉, 100% 전기차 전용 플랫폼은 아니다. 픽업트럭인 ‘렉스턴 스포츠’의 뼈대(차체 구조, 프레임 등)를 활용해 상용차 기반의 내구성과 정통 SUV의 주행 안정성은 유지하면서도, 전기 파워트레인을 결합한 ‘과도기형 모델’인 셈이다.KGM은 지난 3월 전기 픽업트럭 ‘무쏘 EV’를 공식 출시하고, 본격적인 고객 인도에 돌입했다. KGM은 무쏘 EV를 국내 시장은 물론, 동남아, 중동, 중남미 등 화물과 레저 수요가 공존하는 신흥 시장을 1차 수출 대상으로 삼아 해외 진출도 본격화할 계획이다. 이는 무쏘 EV가 단순 틈새 공략형 모델이 아닌 ‘다목적 플랫폼’을 겨냥한 새로운 승부수로 풀이된다.기아도 전동화 픽업 트럭 출시를 예고했다. 미국 내 전동화 시대의 성장 모멘텀을 픽업트럭으로 이어가겠다는 전략이다. 송호성 기아 사장은 지난 4월 9일 열린 ‘기아 CEO 인베스터데이’에서 미국 시장을 겨냥한 신규 전기차 플랫폼 기반의 중형 전동화 픽업트럭을 출시하겠다고 발표 한 바 있다.기아는 해당 모델을 통해 중장기적으로 연간 9만대 판매, 시장 점유율 7% 달성을 목표로 내세웠다. 새롭게 선보일 전동화 픽업트럭은 올해 초 출시된 브랜드 첫 픽업트럭 ‘타스만’과는 별도의 모델로, 미국 시장의 특성과 소비자 요구를 반영한 전용 차량이다. 기아는 동급 최고 수준의 안전 및 편의사양, 첨단 인포테인먼트 플랫폼 등 차별화된 상품성을 예고했다.물론 마냥 장밋빛은 아니다. 전기 픽업은 단순한 ‘전기차’ 이상의 기술 과제를 안고 있다. 화물 운반이라는 근본적 특성상 대용량 배터리 탑재가 필수적이며, 오프로드나 험지 주행을 고려한 섀시 강성 확보도 필요하다. 아울러 브레이크 시스템 보강·저온 환경 대응·대형 타이어 셋업 등도 전용 설계가 요구된다.대표적인 비교군인 테슬라 사이버트럭에는 1회 충전 주행거리가 500km를 상회하는 대용량 배터리가 탑재됐다. 아울러 구조용 스테인리스 바디와 에어 서스펜션, 4륜 조향 기능도 적용됐다. 리비안 R1T는 고급 소재와 800V급 고전압 시스템을 채택해 프리미엄 전기 픽업 시장에서 독자적 입지를 굳혔다.이 때문에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전기차 픽업의 성패를 위해선 규모의 경제를 마련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규모의 경제가 마련될 경우 차량의 제작 단가가 낮아지고, 이를 통해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이를 위해선 전기차 픽업 트럭에 대한 연구개발(R&D)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한다는 것이 전문가의 진단이다.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미국의 전기차 픽업 전성기 배경에는 IRA 정책이 있다”며 “미국은 신재생에너지 중심으로 가고 있고, 전기를 저장할 수 있는 큰 배터리가 필요한데, 픽업트럭이 그 역할을 잘할 수 있다. 또 차와 전력망의 연계(V2G) 시스템을 고려했을 때 대용량 배터리를 가진 픽업트럭은 매력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도 미국과 같이 다양한 전기 픽업트럭을 만들 수 있는 충분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차량의 가격을 낮추기 위해선 강도를 유지하면서도 무게를 줄여야한다. 이를 위해선 기술이 필요하다. 그만큼 개발비를 투입해 차값을 낮출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한다. 국산 전기 픽업트럭의 성패는 생산 원가와의 싸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2025.06.02 10:00

5분 소요
박상신 DL이앤씨 대표, 구원투수 역할 잘해낼까

부동산 일반

시공능력 평가 5위를 기록 중인 DL이앤씨는 최근 수 년간 실적 부진을 겪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8월 DL이앤씨 새 수장이 된 박상신 대표는 취임 직후 빠르게 실적 개선 작업에 돌입했다. 그 결과 DL이앤씨는 올해 1분기 호실적을 거두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건설경기 자체가 침체된 상황속에서 아직은 안심하기 이르다는 평가가 나온다.DL이앤씨는 지난 2021년 DL그룹에서 분할 신설된 회사다. 초기에 모두 LG그룹 출신 인물들이 대표를 맡았지만 계속해서 부진한 성적을 기록하자 그룹은 박상신 대표를 자회사 DL건설에서 모회사 DL이앤씨 대표로 끌어올리는 승부수를 던졌다.구원투수로 급부상한 박상신 대표박 대표는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85년 삼호(현 DL건설)에 입사한 뒤 주택 사업에만 30년 넘게 몸담은 주택 전문가다. 박 대표는 대림산업 대표 시절 사업 구조와 조직 문화 혁신을 주도하며 실적을 대폭 향상시켰고 이후 ‘검증된 리더’라는 평가를 받았다. 2019년 대림산업은 1조원이 넘는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거뒀고 그해 국토교통부 시공능력평가 3위로 역대 최고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또 국내 최초 아파트 브랜드 ‘e편한세상’에 이어 하이엔드 주거 브랜드인 ‘아크로(ACRO)’ 리뉴얼을 주도해 고급 주거 단지의 상징으로 자리 잡는 데 큰 역할을 했다.DL이앤씨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8조3184억원, 영업이익이 2709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매출은 2023년 대비 4%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자회사 DL건설의 일부 현장 원가율 조정과 대손 반영에 따라 18% 감소했다.DL이앤씨는 올해 경영 방침으로 수익성이 충분히 확보된 사업에만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지난 3월 진행된 정기주주총회에서 “지난해 건설경기 악화로 건설업계 전반이 큰 어려움을 겪었지만 DL이앤씨는 모든 사업의 리스크를 원점에서 재점검하고 사업의 수익성 확보를 최우선 원칙으로 삼아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확보하는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이를 통해 DL이앤씨는 지난해 4분기 말 연결기준 ▲부채비율 100.4% ▲순현금 1조원 ▲현금 및 현금성 자산 2조원 등의 안정적인 재무 건전성을 유지했다. 또한 부동산 PF보증 리스크로 인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도 6년 연속 신용등급 ‘AA-’를 유지 중이다.박 대표는 올해도 경기침체와 시장 불확실성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나 DL이앤씨의 저력과 안정적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이를 타개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모든 사업의 추진은 현금흐름을 중심으로 판단하고 수익성이 충분히 확보된 사업에만 집중할 계획이다. 전사적인 고강도 혁신의 일환으로 추진 중인 통합 업무매뉴얼을 기반으로 차별화된 품질·안전·원가 경쟁력을 강화하는데도 주력한다.DL이앤씨는 통합 매뉴얼 작업을 통해 그동안 관행에 따라 해오던 업무를 본질과 목적에 맞춰 재검토해 ‘제대로 일하는 방식’을 새롭게 정립하고 있다. 각 현장의 부문별로 산재된 업무지침, 절차 등을 통합해 업계 최고 수준의 품질관리 바이블이 완성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DL의 모든 협력사, 현장 근로자까지 이를 공유하고 일하는 사람과 관리하는 사람이 같은 기준과 원칙으로 업무를 담당하는 프로세스를 정립해 품질 뿐만 아니라 수주·원가·안전 등 사업 전반에 걸쳐서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DL이앤씨가 정기주총에서 밝힌 2025년 연간목표는 ▲수주 13조2000억원 ▲매출 7조8000억원 ▲영업이익 5200억원이다. 주택·토목·플랜트의 균형 잡힌 사업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수익성이 확보된 프로젝트를 선별 수주하는 전략을 구사함과 동시에 신사업 육성을 통한 성장동력의 다각화에도 주력할 계획이며, 재무안정성 유지 및 철저한 리스크 관리를 통해 연간목표를 달성한다는 구상이다.실적 부진 개선을 통해 DL이앤씨는 지난 1분기 호실적을 거두는데 성공했다. DL이앤씨는 연결 기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81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매출은 1조8082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4.3% 감소했다. 순이익은 302억원으로 16.4% 늘었다. 영업이익률도 1.3%p 상승해 실적 개선세를 확인했다. 1분기 주택사업서 1조463억 규모 신규 수주 신규수주는 ▲주택사업 1조463억원 ▲토목사업 1660억원 ▲플랜트사업 1032억원 ▲자회사인 DL건설이 2110억원을 기록했다. DL이앤씨는 주택·토목·플랜트의 균형 잡힌 사업 포트폴리오를 바탕 삼아 수익성이 확보된 사업 중심의 선별수주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1분기에는 특히 주택사업 부문의 수주가 두드러졌다. 주요 수주는 ▲성남수진1구역 재개발사업 3117억원 ▲신림1구역 재개발사업 2885억원 ▲대전삼성1구역 재개발사업 2173억원 등이다. 수익성 개선과 직결되는 원가율 지표를 살펴보면 연결기준 1분기 원가율은 89.3%로 지난해 3분기부터 3개 분기 연속 90%이하의 원가율을 기록했다. 업계 전반의 수익성 악화와 불확실한 경영환경 속에서도 효율적인 사업 관리와 리스크 대응이 주효했다는 게 DL이앤씨의 설명이다. 특히 전년 동기 93.0% 대비 90.7%로 개선 폭이 큰 주택사업 부문 원가율이 전사 수익성 회복에 힘을 보탰다.1분기말 기준 연결 부채비율은 102.8%, 차입금 의존도는 11%다. 2024년 기말 대비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552억원이 늘어난 2조1263억원, 순현금은 262억원(2.6%)이 늘어난 1조202억원을 보유했다.DL이앤씨 관계자는 “경기 침체와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어려운 업황을 극복할 수 있도록 만반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철저한 리스크 관리 및 탄탄한 재무구조를 기반으로 수익성이 담보된 양질의 신규 수주를 이어가면서 1분기에 확인된 실적 개선 추세를 더욱 본격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2025.06.02 09:02

4분 소요
이산화탄소 흡수제 등 신사업 공략하는 DL이앤씨

부동산 일반

DL이앤씨는 본업인 건설 뿐만 아니라 올해 신사업 추진을 통해 성장동력을 다각화하는데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탈탄소 가속화로 안정적 성장이 전망되는 에너지와 환경분야에 집중해 ▲소형모듈원전(SMR) ▲탄소포집·활용·저장기술(CCUS) ▲지속가능항공유(SAF) ▲청정 수소·암모니아 등의 전략 상품을 육성하고 건설산업에서 축적한 노하우를 활용해 신규 사업기회 발굴과 사업화를 추진할 예정이다.DL이앤씨는 지난 2023년 미국의 SMR 개발사 엑스에너지에 2000만 달러 규모의 전략적 투자를 진행한 바 있다. 4세대 SMR 모델의 표준화 설계를 엑스에너지와 공동 수행하고 모듈화 설계 등으로 협력분야를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엑스에너지가 글로벌 빅테크 기업인 아마존 등으로부터 약 1조원의 투자를 최근 유치하며 기술력을 인정받은 만큼 DL이앤씨의 SMR 사업 전망은 밝아졌다. DL이앤씨는 SMR에서 발생하는 높은 열을 사용해 수소, 암모니아를 생산할 수 있는 점을 고려해 친환경 에너지 밸류체인 또한 구축할 계획이다.640조원 규모 SMR 시장 노리는 DL이앤씨SMR은 증기발생기·냉각재 펌프·가압기 등을 모듈러 방식으로 한 용기에 담아 만든 소형 원자로다. 대형 원전 대비 3분의 1수준(300MW)의 전기를 출력하지만, 건설 공사 기간이 짧고 기존 원전처럼 냉각수가 필요치 않아 내륙 어디든지 지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세계원자력협회는 지난 2023년 8조5000억원 규모였던 SMR 시장이 2035년 64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SMR이 산업계의 거대한 흐름인 인공지능(AI)과 친환경에 부합하고 있다고 본다. AI 데이터센터에 따른 전력수요를 감당하기 위한 청정에너지원으로 SMR이 적합하다는 판단에서다.DL이앤씨는 CCUS 사업을 본격화하면서 2022년 자회사 ‘카본코’를 설립했다. DL그룹은 지난해 11월 캐나다의 제네시스 퍼틸라이저스와 비료 공장 설계 및 기술 라이선싱 업무 수행 계약을 체결해 북미 블루 암모니아 시장 진출의 첫 발판을 마련했다. 이번 사업은 천연가스에서 이산화탄소를 제거한 블루 암모니아를 추출해 비료를 생산하는 친환경 플랜트 프로젝트다. DL이앤씨가 기본설계(FEED)를 맡고, 카본코는 CCUS 기술 라이선스를 공급할 계획이다.CCUS는 대기 중에 있는 이산화탄소뿐 아니라 산업 공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활용·저장하는 기술이다. 세계적으로 탄소배출권 가격과 탄소세 도입이 큰 이슈로 떠오르며 탄소중립이 기업의 존속을 위해 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됐다. CCUS는 배출된 탄소를 저장하거나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전환하는 친환경 기술이다. 다른 탄소 감축 방법에 비해 중∙단기적인 관점에서 가장 확실하고 현실적인 대안으로 꼽히고 있다. 아울러 탄소중립을 위한 또 다른 대안으로 불리는 블루수소의 생산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탄소를 제거하는 핵심 기술로 인정받고 있다.기업들의 CCUS 투자도 가속화하는 추세다. 탄소 감축의 주요 대안으로 꼽혔던 신재생 에너지에 비해 투자비용에 대한 부담이 적으면서 현장에 적용하면 탄소저감 효과를 곧바로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카본코는 지난 4월 세계 최고 수준의 이산화탄소 흡수제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 흡수제는 석탄, 액화천연가스(LNG) 등 화석연료 연소 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포집에 사용되는 핵심 물질이다. 화력발전소나 제철소 등에 적용하면 이산화탄소를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카본코의 흡수제는 이산화탄소 포집 과정에서 소모되는 에너지가 적다. 그만큼 포집 비용을 줄일 수 있다. 1톤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할 때 소모되는 에너지가 2.15GJ(기가줄·에너지의 국제단위)에 불과하다. 상용 흡수제인 모노에탄올아민(MEA)보다 46% 이상 에너지 소비를 줄일 수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공장 굴뚝으로 배출되는 배기가스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4∼25% 수준이다. 액상 형태의 흡수제는 배기가스 중에서 이산화탄소를 선택적으로 뽑아낸 뒤 이를 분리한다. 이때 드는 에너지가 적을수록 우수한 기술로 인정받는다. 공정 구축에 필요한 배관과 열교환기 등의 크기를 줄여 운영 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회사 카본코 통해 CCUS 시장 본격 진출한 DL이앤씨 카본코는 보통 10년이 걸리는 흡수제 개발 기간을 3년으로 대폭 단축했다. 지난해 한국전력 산하기관인 전력연구원 출신의 CCUS 전문가 심재구 박사를 기술연구소장으로 영입해 고성능 흡수제 개발에 박차를 가한 결과다. 심 소장은 국내에서 개발 중인 흡수제 가운데 유일하게 상용화 수준에 도달한 ‘KoSol(코솔)’ 개발을 이끈 공로로 2022년 동탑산업훈장과 대한민국 엔지니어상을 받았고, 87건의 국내 최다 특허를 등록했다.카본코는 국책사업인 서울 당인리화력발전소 이산화탄소 포집·저장 사업에 참여하는 등 20년 안팎의 기술력과 경험을 갖추고 있다. CCUS는 세계적으로 ‘대세’가 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인더스트리아크는 CCUS 시장 규모가 연평균 29% 성장해 2026년에는 253억달러(약 37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2050 탄소 중립’을 선언한 한국 정부도 최근 CCU 이니셔티브를 출범하는 등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을 에너지 신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여러 차례 밝혔다.카본코 관계자는 “이번에 개발한 흡수제는 세계적으로 급증하는 CCUS 수요에 대응하고, 선도 기업으로서 입지를 공고히 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며 “이를 앞세워 북미 지역 등 글로벌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025.06.02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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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업 공시 1년…‘명확성’이 시장 평가 갈랐다[대신경제연구소 ESG 인사이트]

증권 일반

밸류업 공시는 과연 효과가 있었을까. 금융당국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외치며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제도를 출범한지 1년이 지났다.지난 2024년 5월 2일 금융위원회는 기업의 자율적인 ‘기업가치 제고(이하 밸류업) 계획’ 수립을 유도하기 위한 가이드라인과 해설서 초안을 공개했다. 이어 24일 한국거래소가 최종 확정안을 발표하면서 27일부터 본격적인 밸류업 프로그램이 시행됐다.핵심은 자율성과 투명성이다. 기업은 주주와 시장의 기대를 반영하여 장기적인 기업가치 제고 지표를 자율적으로 설정하고, 이를 공시라는 형태로 외부에 명확히 밝혀야 한다. 이후 1년간 총 147개 기업이 215건의 공시를 통해 밸류업 계획을 발표했고(2025년 4월 말 기준), 예고 공시 이후 본 공시와 이행 현황 공시가 이어졌다. 밸류업 공시가 실제 기업 가치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는지 확인하기 위해 2024년 5월부터 2025년 4월까지의 공시를 분석했다. 예고 공시를 제외하고, 본 공시 및 이행 공시만을 대상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공시 이후 1~2개월 간 업종 대비 초과성과가 관찰됐지만 이후 효과는 점차 반납됐고, 6개월이 지나면서는 오히려 업종 지수를 하회하는 기업들도 나타났다.그러나 밸류업 공시가 무의미했던 것은 아니다. 특정 조건 하에서는 공시 이후에도 업종 초과성과가 지속됐고, 세 가지 공통된 요인을 확인할 수 있었다.첫 번째 공통 요인은 ‘명확한’ 주주환원 공시다. 총주주수익률 혹은 총주주환원율 등 정량 지표를 활용해 공시한 기업이나 주주환원 중장기 목표의 명확한 시점과 수치를 제시한 기업은 지속적으로 초과성과를 기록했다. 명확성이 시장에서 신뢰로 이어진 것이다.두 번째로는 ‘연속성’을 가진 공시 활동이다. 단발성 이벤트가 아닌, 이행 공시를 병행하거나 본 공시를 2회 이상 실시한 기업은 시장과의 소통을 지속하며 신뢰를 얻었다. 이는 단기 주가 상승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시장을 상회하는 성과로 이어졌다.세 번째는 ‘낮은 지배구조 등급’ 기업의 재평가다. ESG 평가에서 지배구조 등급이 낮아 저평가되던 기업일지라도 밸류업 공시를 통해 기업의 방향성을 명확히 제시하면서 초과성과를 보여줬다. 공시를 통해 시장의 신뢰를 일정 정도 회복한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이 역시 공시의 명확성이 뒷받침돼야 효과가 있었다. 명확성이 뒷받침된 기업은 공시 이후 초과성과가 확대됐지만, 방향성만 제시하거나 불명확한 공시를 한 경우 오히려 초과성과가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결론적으로 밸류업 계획 공시 기업은 공시 이후 일정 기간 초과성과를 보였으나 그 효과의 지속성에는 공시 내용의 명확성 및 이행의 연속성이 핵심으로 작용했다. 특히 총주주환원율 등 정량 지표와 중장기 목표를 명확히 제시한 기업은 초과성과를 지속했으며, 이행 공시를 수행하거나 반복 공시한 기업은 공시 6개월 후에도 안정적 성과를 유지했다. 반면 단발성 공시나 방향성만 제시한 기업은 초과성과가 둔화됐다. 특히 지배구조 등급이 낮은 기업의 경우 밸류업 공시의 명확성과 투명성이 시장 신뢰 회복과 기업가치 재평가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는 기업들이 밸류업 공시를 전략적 경영 도구로 활용하고 전 과정을 일관되게 관리해야 함을 시사한다. 금융당국 역시 밸류업 공시 제도의 실효성 제고와 시장 내 안착을 위해 제도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우선 국내 시장의 저평가 해소를 위해서는 중견 및 중소기업 참여 확대를 위한 지원책이 필요하다. 밸류업 공시 기업의 약 70%가 코스피 대형주 및 중형주인 반면 그 외 코스피 소형주 및 코스닥 기업의 참여율은 약 2% 수준에 그쳐, 공시 역량이 부족한 중견 및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이 필수적이다.공시 가이드라인 고도화가 요구된다. 현재 밸류업 계획 가이드라인은 자율적 권고사항 위주로 구성돼, 공시 내용의 질적 편차가 크고 명확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존재한다. 향후 정량적 목표 및 구체적 실행 방안 제시를 보다 강력히 권장하는 방향으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이행 점검 체계도 구축해야 한다. 밸류업 공시가 지속적인 실행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이행 관리 메커니즘이 필수적이다. 예를 들어 연 1회 이상의 이행 현황 공시를 의무화하거나, 밸류업 지수 편입 시 단순 공시 여부가 아닌 이행 공시의 지속성을 평가 요소로 반영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아울러 국내 시장의 저평가 해소가 초점인 만큼 영문 공시 확대 및 해외 투자자와 소통 강화가 중요하다. 현재 밸류업 공시 기업 중 일부 기업만이 영문 공시를 병행하고 있어, 글로벌 투자자 접근성은 낮은 실정이다. 영문 공시 등 해외투자자와의 소통 강화를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실행력 있는 전략 수립 및 시장과의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밸류업 공시가 기업과 투자자 간 신뢰를 강화하는 핵심 통로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해 본다. 필자는 아주대학교 수학과를 졸업하고 KIS자산평가에서 채권 및 펀드 분석, 대신경제연구소 자회사인 한국ESG연구소에서 ESG 금융 분석을 담당했다. 이후 현재는 대신경제연구소에서 ESG 리서치 업무와 데이터 분석을 담당하고 있으며, 한국환경산업기술원 환경데이터 자문위원회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2025.06.0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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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스만·무쏘 EV가 바꾼 판…들썩이는 韓 픽업트럭 시장

자동차

픽업트럭이 변하고 있다. 단순 ‘일하는 차’에서 ‘즐기는 차’로 인식되면서다. 과거에는 화물 운반을 위한 상용차로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캠핑과 레저, 가족용 차량으로까지 영역을 넓히며 전방위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이는 소비자 인식의 변화와 세제 혜택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이런 흐름 속에서 해외 완성차 브랜드 뿐만 아니라, 국내 완성차 브랜드도 본격적으로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기아는 중형 픽업트럭 ‘타스만’을, KG 모빌리티는 전동화 모델 ‘무쏘 EV’를 선보이며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롤러코스터’ 타는 픽업트럭 시장국내 픽업트럭 시장은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지난 2017년 기준 국내 픽업트럭 등록 대수는 2만3574대다. 이후 2018년 4만1467대로 성장 한 뒤, 2019년 4만2825대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2020년 3만8117대 ▲2021년 3만902대 ▲2022년 2만9685대 ▲2023년 1만8199대 ▲2024년 1만3475대로 침체기를 걸었다. 눈여겨 볼점은 올해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누적 판매량은 5081대로 집계됐는데, 특히 4월에만 2336대가 판매됐다. 이는 전년 동월 대비 102.6% 증가한 수치다. 월간 판매량이 2000대를 넘어선 것은 지난 2022년 10월(2205대)이후 2년 7개월 만이다. 급등의 배경에는 픽업트럭 신차 효과가 있다.당초 국내 픽업트럭 시장은 한동안 KG모빌리티(옛 쌍용차)의 ‘렉스턴 스포츠’가 사실상 독점해왔다. 실제로 렉스턴 스포츠(칸 포함)는 2018년 출시 이후 매년 국내 픽업트럭 시장의 80~95%에 달하는 점유율을 기록하며, 수입 픽업트럭과의 격차를 크게 벌렸다. 마땅한 대체제가 없었던 셈이다.최근 들어 시장 판도에 변화의 조짐이 뚜렷하다. 올해 들어 기아가 첫 정통 픽업트럭 ‘타스만’을 출시하고, KG모빌리티도 전기 픽업트럭 ‘무쏘 EV’를 선보이면서 경쟁 구도가 본격적으로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타스만은 사전계약 한 달 만에 4000대 돌파라는 기록을 세우며 시장의 기대를 입증했고, 2025년 4월 한 달간 857대가 판매돼 픽업트럭 부문 월간 1위를 차지했다. 무쏘 EV 역시 본계약 시작 2주 만에 3200대 이상 계약을 달성하는 등 신차 효과가 시장 전반의 수요를 견인하고 있다. 한동안 침체됐던 국내 픽업트럭 시장이 다시 활기를 띠며 판도가 바뀌고 있는 셈이다. 픽업트럭에 부는 ‘훈풍’과 남은 ‘관문’픽업트럭은 구조적으로 앞좌석(승객석)과 뒤쪽 적재 공간(오픈 베드)이 분리된 차량이다. 일반 승용차와 달리 후방에 뚜껑 없는 짐칸이 있어, 건자재나 장비는 물론 자전거, 서핑보드, 캠핑 장비 등 부피 있는 물품 운반에 적합하다. 스포츠유틸리티차(SUV)에 화물운송 기능을 접목시킨 차량인 셈이다.이 때문에 픽업트럭은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차량’으로 각광받고 있다. 과거에는 픽업트럭을 단순 상업용으로 인식했지만, 지금은 캠핑, MTB·서핑과 같은 레저 활동과 함께 반려동물 동반 외출이나 대형마트 쇼핑 등 일상에서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인식이 자연스럽게 퍼지면서다. 정부의 보조금과 세제 혜택도 우군이다. 보조금 및 세제 혜택 등이 소비자들의 구매 결정을 자극하는 등 시장 저변을 넓히는 역할을 하고 있는데, 가장 큰 혜택은 세금 구조에서 나온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픽업트럭은 일반적으로 화물차로 분류된다. 이에 따라 승용차 대비 취득세와 자동차세 부담이 현저히 낮다. 일부 모델은 개별소비세도 면제돼 차량 구매 비용 자체가 줄어드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기아의 중형 픽업트럭 ‘타스만’을 기준으로 보면 혜택의 실체가 보다 명확해진다. 타스만은 ‘소형 화물차’로 분류돼, 연간 자동차세가 단 2만8500원, 여기에 지방교육세를 포함해도 약 3만7050원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동일 배기량의 승용 SUV인 쏘렌토(연간 약 65만 원)에 비해 10분의 1 이하 수준이다.취득세에서도 격차는 크다. 승용차는 차량가의 7%, 화물차는 5%다. 예를 들어 차량가가 4000만원이라면 승용차는 280만 원, 화물차는 200만원을 납부하게 된다. 여기에 개별소비세와 교육세도 대부분 면제된다. 반면 승용차는 개별소비세(최대 7%)와 교육세(개소세의 30%)가 함께 부과된다.이처럼 ‘훈풍’이 부는 픽업트럭 시장에도 여전히 넘어야 할 제도적 관문은 존재한다. 픽업트럭은 법적으로 화물차로 분류되기 때문에 일부 도로 이용에 제한이 있다. 대표적인 규제가 바로 고속도로 1차로 통행 제한이다. 국내 도로교통법상 픽업트럭은 ‘화물차’로 분류되기 때문에 고속도로 1차로(추월차로) 주행이 법적으로 금지돼 있다. 이는 외형이나 성능 면에서 SUV와 유사한 차량을 구매한 소비자 입장에서 불합리하게 느껴질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기아 ‘타스만’이나 KGM의 ‘무쏘 EV’처럼 첨단 주행보조시스템(ADAS)을 갖춘 픽업트럭도 승용차 수준의 주행 성능을 가졌지만, 법적으로는 제한된 통행 권역을 따라야 한다.또 현행 제도상 픽업트럭은 성능이나 안전사양 면에서 SUV와 큰 차이가 없음에도, 정기검사 기준에서는 화물차와 동일하게 취급된다. 이에 따라 운전자는 SUV보다 더 짧은 주기로 검사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예컨대 현대차의 중형 SUV 싼타페처럼 승용차로 분류된 차량은 신차 출고 후 5년간 정기검사가 면제된다. 이후에도 2년에 한 번씩만 검사를 받으면 된다. 하지만 픽업트럭은 똑같이 비사업용으로 등록하더라도 출고 2년 후부터 첫 검사를 받아야 하며, 4년이 지나면 1년마다 검사를 받아야 한다.이 때문에 화물차로서의 혜택은 유지하되, 라이프스타일 차량으로서의 현실적 제약은 줄이는 정책 조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규제가 시장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 ‘생활차’로서의 픽업 확산도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교수는 “픽업트럭이 왜 화물차로 분류되느냐 하면, 적재 공간의 바닥 면적이 2㎡(제곱미터)를 초과하면 화물차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이 기준을 완화하자니 1톤 트럭 문제도 함께 불거진다. 만약 일부 차량에 대해 ‘승용형’이라는 이유로 예외를 인정해 승용차로 분류한다면, 1톤 트럭 소유자들도 똑같이 혜택을 요구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2㎡ 규정’ 자체를 손봐야 한다. 하지만 이 역시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제도 개편을 하자니 이해관계가 얽힌 당사자가 너무 많다. 1톤 트럭 소유자들도 승용차 전용도로 이용을 요구할 것이고, 이는 전체 자동차 분류 체계를 훨씬 더 세분화하고 복잡하게 만든다. 승용차로서의 혜택과 화물차의 세제 혜택을 동시에 누리려는 시도는 제도적 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2025.06.0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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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교체기마다 반복된 ‘금융감독체계 개편’…다시 수면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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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교체기마다 단골처럼 등장하는 ‘금융감독체계 개편’ 논의가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금융정책과 감독의 분리(이원화)냐, 일원화냐를 두고 엇갈리는 주장 속에 수차례 시도는 있었지만, 뚜렷한 성과 없이 흐지부지된 전례가 반복됐다. 일각에서 정책과 감독의 비효율적 분리, 기민하지 못한 제도 대응이 K-금융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진단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금융산업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지금, 과연 이번에는 실질적인 개편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금융권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차기 정부가 들어서면 금융감독체계를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골자는 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이 보유한 권한 등을 재분배하는 것이다. 민주당은 최근 10대 정책 공약에 넣지는 않았지만, 금융정책 기능을 기획재정부로 이관하고 감독 기능은 독립된 금융감독위원회(신설)에 맡기는 이원화 구조 개편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금융당국을 비롯한 금융권에서는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나오는 이야기라며 실현 가능성을 낮게 보면서도 관련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행 체제는 금감원이 1999년 외환위기 이후 통합형 감독기관으로 출범한 이래 2008년 금융위 신설과 함께 지휘권이 이관되며 지금의 구조가 형성됐다. 금융정책은 금융위가, 감독은 금감원이 맡고 있는 ‘이원화 구조’지만, 금감원은 법적 독립성이 없어 사실상 금융위의 지휘 아래 놓여있다. 이런 구조는 감독의 독립성과 실효성을 떨어뜨리고, 금융정책 추진과 현장 실행 사이의 괴리를 키우는 요인으로 지적돼 왔다. 이후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일원화 혹은 독립기구 신설이 언급되고 있다. 과거 노무현 정부 시절 금융감독위원회를 금융위로 바꾸면서 감독 기능은 산하 금감원에 분리시켰지만, 이후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이 체계를 유지했고 문재인 정부 역시 큰 틀에서 변화는 없었다.하지만 매번 대선 캠프에서는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나 ‘정책과 감독의 충돌 해소’를 명분으로 체계 개편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대선에서도 여야 주요 후보 모두 금융감독체계 재정비를 공약했다. 이 같은 개편론이 반복되는 이유는 명확하다.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금융위와 감독·검사를 수행하는 금감원 간 역할 충돌 때문이다. 금융위는 정책 수립과 동시에 금감원 감독권을 행사하지만, 금감원은 법적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아 ‘정책 종속형 감독’이라는 한계를 안고 있다.특히 금감원이 자율적으로 검사에 나서거나, 금융위 입장과 다른 방향의 소비자 보호 조치를 할 경우 ‘이견 조율’이라는 이름으로 견제가 가해지는 일이 빈번했다. 이러한 구조는 현장과 ▲괴리된 정책 추진 ▲감독 실효성 저하 ▲그리고 금융소비자 신뢰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비판을 받아왔다.‘기능별 개편’이냐 ‘일원화’냐…정책·감독 충돌개편 방향을 두고도 금융권 안팎의 시각은 엇갈린다. 일각에서는 금융위·금감원 기능을 통합해 감독 기능을 일원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우세하다. 이 경우 책임소재가 명확해지고, 감독의 독립성이 확보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기능별 감독체계’를 주장하는 쪽은 은행·보험·증권 등 업권별 구분 없이 리스크 중심으로 통합 감독하자는 입장이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각국에서 강화된 ‘거시건전성 감독’ 흐름과 궤를 같이한다. 학계와 정책연구소인 싱크탱크에서는 영국의 건전성 감독청(PRA)과 금융감독당국(FCA)처럼 이원화를 유지하되 감독 주체의 법적 독립성을 보장하는 방안이 현실적이라는 의견도 나온다.현행 체계에서 금감원은 독립된 법인임에도 금융위원장의 지휘·감독을 받는다. 이는 정치권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구조이며, 실제 정권이 바뀔 때마다 금감원장 교체와 정책 방향 선회가 반복됐다. 금융당국 내부에서도 “감독 기관이 정치적 의사결정에 좌우되는 한 금융시장 안정성과 소비자 보호는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개편 논의가 되풀이되는 근본 원인이기도 하다.이제는 시대의 변화도 금융당국 체계 개편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빅테크·핀테크의 급성장 ▲디지털 자산 시장의 확장 ▲인공지능(AI) 기반 리스크 관리 등 기존 금융감독 패러다임으로는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금융연구원 관계자는 “감독체계 개편은 단지 조직개편이 아니라, 금융산업의 방향성과 철학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의 문제”라며 “기능 중심이든, 조직 일원화든 핵심은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소비자와 산업을 동시에 보호할 수 있는 체계”라고 말했다.국제적으로 감독기구의 독립성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흐름 역시 강해지고 있다. 영국은 2013년 금융서비스청(FSA)을 폐지하고, 건전성 감독을 담당하는 건전성 감독청(PRA)과 소비자 보호 중심의 금융감독당국(FCA)으로 이원화했다. 일본도 금융청(FSA)이 내각부 산하의 독립 기관으로 자리 잡아 정치적 영향에서 벗어나도록 설계돼 있다. 한국은 여전히 정책기관 산하에 감독권한이 종속된 구조로 남아 있어 제도적 독립성 확보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많다.다만 현실적인 개편 시점이 정권 초기 ‘골든타임’을 벗어나면 급격히 동력을 잃을 가능성도 있다. ▲국회 입법 절차 ▲부처 간 이해관계 ▲내부 반발 등 복잡한 조율이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한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정권 초반에 정치적 동력과 여론의 공감대를 끌어내야 실현 가능성이 생긴다”며 “중장기 과제로 미뤄질 경우 또다시 ‘논의만 반복된 개편론’으로 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매 대선마다 등장하는 ‘금융당국 개편’ 공약은 대개 정치 논리에 묻혀 흐지부지되기 일쑤였다. 실질적인 개혁 없이 자리 나누기식 재편에 그치거나, 개편이 더 큰 혼란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를 가로막았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제는 표를 얻기 위한 선언이 아닌, 금융시장 신뢰 회복과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구조적 개편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거대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한국 금융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려면 지금이야말로 ‘근본적인 틀’부터 다시 짜야 할 때”라고 말했다.

2025.06.0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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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 너도나도 ‘혁신’ 외쳐…글로벌 경쟁력 쟁취하려면

은행

세계 10위권에 드는 경제 규모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금융 산업의 글로벌 순위는 60위권에 머물러 있다. 글로벌 무대에서 뒤처진 금융사들은 이제 생존을 넘어 도약을 모색하고 있다. 국내 금융사들은 ‘혁신’을 화두로 해외 진출, 신사업 발굴 등 다방면에서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韓 금융사 글로벌 순위 60위권 ‘굴욕’S&P Global Market Intelligence(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가 발표한 ‘2024년 세계 100대 은행’ 순위를 보면 중국·미국·영국의 은행들이 글로벌 은행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해당 순위에서 중국공상은행·중국농업은행·중국건설은행·중국은행 등 중국의 은행 4곳이 1~4위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의 JP모건 체이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 영국의 HSBC, 프랑스의 BNP파리바와 크레디 아그리콜, 일본의 미쓰비시 UFJ 파이낸셜 그룹 등 글로벌 대형 은행들이 그 뒤를 이었다.특히 중국 은행들이 글로벌 선두주자인 배경에는 거대한 내수 시장과 정부의 전략적 지원이 있다. 세계 2위 경제 규모와 인구를 바탕으로 중국 은행들은 대규모 자산을 축적했다. 중국 정부 또한 은행을 산업 육성·인프라 투자 등 국가 성장 전략의 핵심 수단으로 적극 활용해왔다. 최근에는 지방 중소 은행을 대형 국유은행에 합병하는 구조조정을 통해 자산 규모와 안정성을 더욱 강화했다. 여기에 정책을 통한 해외 진출 확대, 디지털 금융 혁신 등도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 은행의 경쟁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미국과 영국 은행들은 강력한 금융 인프라와 글로벌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세계 100대 은행 순위에서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의 은행은 방대한 내수 시장과 투자은행, 자산운용 등 다양한 금융 서비스에서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성장해왔다. 적극적인 인수합병(M&A)과 디지털 혁신, 정부의 금융 정책 지원 등도 약진의 배경으로 꼽힌다. 영국의 은행은 런던이라는 세계적인 금융 허브를 중심으로 국제금융·외환·자산운용 등 전문화된 금융 서비스와 오랜 글로벌 네트워크를 강점으로 삼는다. 우리나라 주요 금융그룹 또한 글로벌 100대 은행 순위에는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으나, 상위권 진입에는 어려움을 겪는다. 2024년 집계 기준 순위는 KB금융지주(65위), 신한금융지주(68위), 하나금융지주(76위), 우리금융지주(88위), 농협금융지주(86위), IBK기업은행(97위) 등 6개 주요 금융그룹이 100위권 내에 이름을 올렸다.국내 은행 산업은 단기 실적 위주의 경영전략, 포화된 국내 시장에서 유사한 사업모델로 과열 경쟁을 벌여온 점이 한계로 꼽힌다. 특히 국내 은행들은 이자이익과 같은 전통적 수익원에 의존해, 비이자이익이나 해외사업 등 다각화가 미흡한 편이다. 해외 영토 확장 ‘필수적’…“당국 적극 지원 필요”우리나라 금융사가 이자장사에 치중한다는 오명을 벗으려면, 글로벌 영토를 확장하고 사업전략을 재정비해야 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진출은 해외점포가 2010년 333개에서 2022년 488개로 150개 이상 늘어나는 등 아시아지역을 중심으로 양적 성장을 지속해 왔다. 그러나 현지에서의 국내 금융회사 간 경쟁 심화, 은행 중심의 불균형적 진출 지속, 대형화 및 현지화 미흡에 따른 현지 인지도 및 경쟁력의 한계 등에 여전히 노출돼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박해식 한국금융연구원 부원장은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진출: 문제점과 개선방안’ 보고서에서 “이와 같은 문제점을 보완하고 현지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존의 독자적 진출 방식에서 탈피해 은행과 비은행이 협력해 전략적 투자자로서 현지 대형 금융회사의 지분을 공동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특히 박 부원장은 “은행의 경우 현지 대형은행의 지분인수를 통한 해외진출은 현지 경쟁력 강화의 기회가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배당금 확보, 자문수수료 취득 등을 통한 비이자이익 창출의 기회로도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분인수 방식의 해외진출은 출구전략 리스크, 투자부실화 리스크, 규제 리스크 등이 상존하기 때문에 현지 금융당국과의 협력 강화 등을 통한 국내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혁신금융서비스 지정 증가…경쟁력 확보 발판 국내 금융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당국도 노력 중이다. 대표적으로 당국은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통해 금융사들의 비이자이익 확대와 새로운 분야로 진출을 지원한다.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은 은행들이 기존의 경직된 사업구조와 내수 의존, 혁신성 부족 등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고 미래 성장동력 발굴과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데 일조한다. 대표적으로 마이데이터 도입은 개인이 자신의 금융데이터를 통합해 관리·활용할 수 있도록 한 서비스로, 데이터 기반 맞춤형 금융상품 개발과 금융산업의 디지털 전환에 큰 역할을 했다. 해외 주식 소수점 투자 서비스 또한 혁신금융의 사례다. 해외 주식을 소수점 단위로 투자할 수 있게 해 국내 투자문화의 저변을 확대했다. 최근 들어서는 생성형 AI 기반 금융 서비스가 혁신금융으로 지정되며, 생성형 AI를 활용한 투자자문·대화형 상담·초개인화 대출관리 등 다양한 서비스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혁신금융서비스 신청과 지정 건수도 날로 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024년 한 해 동안 436건의 혁신금융서비스 신청서를 접수해 이 중 207건을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했다. 2023년에는 신청 건수 57건, 지정 건수 56건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대폭 늘었다. 이동근 삼정KPMG 전무는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활용한 AI 금융 서비스 출시가 활발해지고, 제4인터넷전문은행 출범과 마이데이터 2.0 도입 등으로 디지털 금융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만큼, 기업들의 금융서비스 경쟁력 제고가 어느때 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025.06.0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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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루피와 혁신적인 앱 UX 디자인이 불러온 인도에서의 기적 [이코노 인터뷰]

CEO

두 사람은 1980년대 서울대 민요연구회라는 이름의 동아리에서 선후배로 만났다. 이 동아리에서 끈끈하게 지냈던 두 사람은 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유학길을 가면서 각자의 길을 걸어가기 시작했다. 한 사람은 유학 후 기업에 취업했다가 모바일 관련 창업을 했다. 또 한 사람은 미국 유학을 통해 사용자경험 디자인(UX/UI)의 전문가가 됐다. 디자인 전문가는 2002년 11월 디자인 컨설팅 기업 PXD를 창업했다. 제품과 서비스를 선보일 때 사용자들의 편의성과 신뢰성을 높이는 데 디자이너와 사용자경험 디자인을 강조하는 컨설팅 기업이다. 기업간거래(B2B) 서비스 기업으로 성장세를 보였고, 시장에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그렇게 업계에서 유명한 기업인이 됐다. 그런 그에게 모바일 관련 기업을 운영하던 민요연구회 후배가 어쩌면 ‘생뚱맞은’ 제안을 했다. 인도를 타깃으로 하는 공동 창업을 제안한 것이다. 선배는 PXD 공동창업자라는 안정적인 생활을 뒤로 하고 다시 한번 그렇게 창업에 도전했다. 서울대 동아리 선후배는 2014년 ‘밸런스히어로’라는 스타트업을 공동창업했다. 실제로 2015년 인도 시장에 스마트폰 소비자의 선불폰 충전액 잔액 확인 서비스인 ‘트루 밸런스’라는 애플리케이션(앱)을 선보였다. 그렇게 인도 시장에서 파란을 일으킨 K-스타트업의 역사는 서울대 민요연구회 동아리 선후배로 시작했다. 주인공은 후배인 이철원 대표와 이재용 최고제품책임자(CPO, CTO 겸임 중)다. 밸런스히어로는 글로벌 3위 규모의 핀테크 시장을 자랑하는 인도에서 성공 스토리를 쓰고 있다. 창업 초기에 서울과 인도를 포함해 동남아시아에서 사업을 펼치고 있던 이철원 대표의 사무실 한편에 더부살이로 시작했다. 인도는 핀테크 분야 투자 규모와 성장 속도가 빠른 국가로 글로벌 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이런 시장에서 선불폰 충전액 잔액 확인 서비스인 ‘트루 밸런스’를 론칭했던 밸런스히어로는 전통 금융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려운 저소득층·영세 자영업자·농민 등에게 무담보 신용 소액 단기 대출상품을 선보여 성공 스토리를 쓰고 있다. 14억명 인구 중 신용카드 사용자가 1억~2억명 정도뿐인 시장에서 밸런스히어로가 개발한 인공지능(AI) 기반 대안신용평가시스템(ACS)을 활용해 금융 상품 서비스를 론칭한 것이 주효했다. 한국의 스타트업이 인도 시장에서 글로벌 기업 및 현지 기업을 제치고 마이크로 파이낸스 시장을 선점하는 사례는 밸런스히어로가 유일무이하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도공과대학(IIT) 졸업생들이 일하는 스타트업이라고 하면 밸런스히어로의 위상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현재 개발과 데이터 사이언스 직군 직원 중 20% 정도가 IIT 출신이다. 4명으로 시작했던 밸런스히어로는 한국 본사에 50여명, 인도 지사에서 120여명이 일하는 규모로 커졌다. 이재용 CTO의 UX/UI 디자인 덕분에 인도 시장에 안착이 성공 스토리를 처음부터 만들고 있는 이재용 CPO를 인도의 하리아나주 구루그람에 있는 밸런스히어로 인도지사에서 만났다. 한 달에 2주는 인도 지사에서, 2주는 한국 본사에서 일하고 있다. 이 CPO는 인도 지사에서 15분 간격으로 프로젝트 및 인력 관리를 하느라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 CPO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던 것도 식사 시간뿐이었다. 이 CPO는 인도 시장에서의 성공 이유를 물어본 기자에게 “10루피 마케팅과 사용자경험 디자인 덕분이다”면서 웃었다. 이철원 대표가 이 CPO에게 손을 내민 것은 신의 한 수였다. 트루밸런스 앱이 출시됐을 때 인도의 14억 인구 중 수억 명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었지만, 인도 현지 기업이 출시한 앱은 거의 없었다고 한다. 스마트폰 사용자가 충전 금액을 확인하려면 USSD(Unstructured Supplementary Service Data) 코드(휴대폰의 다이얼러로 USSD 코드를 입력하고 통화 버튼을 누르면 잔액, 데이터 사용량 등의 정보를 얻을 수 있다)를 사용하고 있었다. 이 CPO의 주도로 이를 인포그래픽 형태로 보여주면서 인도인 사용자에게 혁신적인 서비스를 선보인 것이다. 이 CPO는 “당시 우리 서비스를 본 인도 소비자들이 ‘미래에서 온 UI 같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면서 “여기에 우리는 10루피 마케팅으로 입소문을 내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10루피 소개 마케팅(레퍼럴 마케팅)은 당시 전략기획을 맡았던 이의 아이디어였다. 선불폰을 사용하는 사용자에게 10루피(약 160원)는 전화 한 통화를 하거나 유튜브 등을 짧은 시간에 볼 수 있게 충전할 수 있는 금액이다. 이 CPO는 “앱을 소개하면 10루피를 받는 마케팅이 인도 소비자에게 잠깐의 즐거움을 주는 효과적인 방법이었다”면서 “앱의 혁신적인 디자인과 10루피 소개 마케팅 덕분에 1년여 만에 80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할 수 있었다”면서 웃었다. 트루밸런스는 이런 성과를 기반으로 서비스 확대를 차분하게 시도할 수 있었다. 충전액 확인 서비스는 이후 충전 서비스, 충전액 결제로 이어졌고 이후에는 전기세·수도세 등의 공과금 납입까지 가능해졌다. 그리고 인도 정부로부터 라이선스를 획득해 현재는 중저신용자를 위한 무담보 신용 소액 대출이라는 금융 서비스로 확대했다. 소액 대출액은 1000루피에서 최대 10만루피(약 150만원)까지로 밸런스히어로 덕분에 신용데이터가 없는 이들이 아이 병원비나 학비 대출, 장사를 위한 소액 대출 등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금융권으로부터 소외된 계층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소액 대출 상품을 소개하면서 트루밸런스 앱은 중저소득 계층의 필수 앱으로 자리매김했다. 이 CPO는 “이철원 대표가 인도 시장을 타깃으로 하는 창업을 제안했을 때 그냥 될 것으로 생각했다. 인도의 어마어마한 시장과 B2C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은 성공할 것이라고 믿었는데, 그게 실제 일어난 것이다”고 회고했다. 장병규 의장의 후속 투자로 회생 성공 하지만 성공의 열매는 코로나19를 만나면서 위기를 맞이했다. 인도 정부가 대출을 받은 인도인들이 6개월 동안 대출 유예를 허용해 준 것이다. 흔히 말하는 돈을 갚지 않아도 되는 셈인데 관련 핀테크 기업들의 대출 부도율은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당시 밸런스히어로가 유지했던 10% 미만의 소액 대출 부도율이 어느 순간 70%까지 치솟았다. 소액 대출 시장의 경쟁자들이 하나둘씩 쓰러져갔다. 밸런스히어로도 마찬가지다. 월급이 없어서 이철원 대표가 사비로 월급을 줘야만 했다. 폐업 직전까지 몰렸던 밸런스히어로가 기사회생했던 것은 이 CPO와 인연이 있던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 덕분이다. 이 CPO와 장 의장은 인연은 오래됐다. 장 의장이 네이버가 인수했던 첫눈을 창업했을 당시부터 인연을 이어왔다. 장 의장은 UI/UX 분야에서 독보적인 PXD에 관심을 보였고, 이를 계기로 인연을 맺고 있었다. 인도 시장에 관심이 많은 장 의장은 밸런스히어로 창업 초기 본엔젤스를 통해 개인 투자에 참여한 인연도 있다. 코로나19 당시 밸런스히어로가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장 의장은 이 CPO에게 미팅을 제안했다. 이 CPO는 “장 의장이 미팅을 제안했던 날 팀 회식이 있다고 어렵다고 했는데, 그럼 회식 장소로 찾아온다고 했다. 그래서 회식 장소 옆 편의점에서 캔맥주를 마시면서 투자 이야기를 했다”면서 “이 만남 이후 장 의장은 사비 200여억원을 2020년에 투자했다. 미팅 제안에 팀 회식 때문에 어렵다고 한 것을 생각하면 황당한 기억이다”면서 웃었다. 이로써 밸런스히어로의 누적 투자유치액은 710억원을 기록했다.장 의장은 여기에 더해 그동안 밸런스히어로에 투자했던 투자사 소프트뱅크벤처스, 신한캐피탈 등을 설득하고 네이버 등과 함께 100억원의 추가 투자 유치를 이끌었다. 또한 긴급 상황에서 창업자가 투자자의 합의 없이 많은 것을 결정할 수 있게 투자계약서의 변경도 하게 만들었다. 이 CPO가 장 의장을 “밸런스히어로의 현재를 가능하게 한 은인이다”라고 말한 이유다. 코로나19로 여파로 인해 여러 기업들이 사라졌고 인도의 마이크로파이낸스 시장에서 여전히 활동하고 있는 해외 기업은 밸런스히어로가 유일하다고 한다. 폐업 직전까지 갔던 밸런스히어로는 이후 다시 성공 곡선을 그리면서 급성장을 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1442억원, 영업이익 355억원을 기록했다. 2023년 매출은 844억원, 영업이익은 160억원이었다.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70%, 121%가 상승한 것이다. 지난해 누적 대출 취급액은 1000억루피(1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인도 현지에서 결제사업자(PPI), 모바일금융사업자(NBFC) 라이선스를 동시에 가진 6개 업체 중 하나다.충전 내역 확인하는 유틸리티 서비스로 시작했던 트루밸런스 앱은 현재 파이낸셜 플랫폼으로 진화했다. 이 CPO는 “여기에 보험 등 다른 금융 상품을 더하면 트루밸런스는 금융 플랫폼이 되는 것이고, 그게 우리의 목표다”면서 “인도의 모든 금융은 우리 앱에서 모두 해결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우리의 비전이다”고 강조했다. 선불폰 충전액 확인 밸런스히어로의 서비스는 이제 인도의 금융 시장을 공략하는 금융 플랫폼으로의 진화를 앞두고 있다. 밸런스히어로는 내년 한국에서 기업공개(IPO)를 계획하고 있다.

2025.06.0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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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꾸라진 성장률·치솟는 연체율…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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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금융이 역사적 전환점에 직면했다. 1870년대 말 근대 은행제도 도입 이후 성장을 거듭해 온 국내 금융산업은 1997년 외환위기와 카드채·글로벌 금융위기를 넘기며 체질을 강화해 왔지만, 올해 ▲0%대 성장률 전망과 연체율 급등 ▲미·중 무역전쟁 ▲내수 침체라는 ‘삼중고’ 앞에서 과거 방식으로는 버티기 어려운 국면에 들어섰다. 더욱 심각한 건 금융구조개혁이 늦어질 경우 2040년대 초 마이너스 성장률 가능성까지 제기된다는 점이다. 산업·제도 개편 없이 현 체제를 유지할 경우, 한국 경제는 ‘잃어버린 10년’이 아닌 ‘잃어버린 20년’에 진입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한국 경제 성장 동력 상실…체질 개선 시급금융권에 따르면 세계은행(World Bank)이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2.7%로 제시한 반면, 한국개발연구원(KDI)과 주요 해외 투자은행(IB)들은 한국의 성장률을 0.8% 수준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평균보다 무려 1.9%포인트나 낮은 수치다. 특히 수출 의존도가 국내총생산(GDP)의 36.6%에 달하는 한국 경제는 미·중 경기 둔화와 국제 수요 변동성에 크게 취약하다. 여기에 노동·자본 외 기술혁신과 제도 효율성을 의미하는 총요소생산성(TFP)의 부진까지 겹치며, 경제성장 동력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과거 한국 성장의 핵심축이었던 TFP는 최근 3%대 내외에 머무르고 있다. 한국은행도 이 같은 하락세를 확인했다. 과거 5%에 달했던 잠재성장률은 현재 2% 초반으로 낮아졌고, 2040년에는 0.6% 수준까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내수 경기도 장기 침체에 접어들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소매판매액지수는 2022년 2분기부터 2023년 4분기까지 7개 분기 연속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감소세를 기록했다. 올 1분기 들어 증가율이 간신히 0%를 나타내며 마이너스 국면을 벗어났지만, 이는 기저효과에 따른 일시적 반등일 뿐, 추세 전환으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특히 소비 부진의 원인이 단기적 침체가 아닌 구조적 요인이라는 점에서 회복에 대한 전망은 밝지 않다. 고령화로 인해 핵심 소비 계층은 줄고 있으며, 국내 투자 역시 미국의 자본 유치 가속화와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내수 회복의 동력이 사라진 상황에서 정부와 기업 모두 체질 개선에 나서지 않으면, 소비 침체가 상시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은행권 건전성 ‘빨간불’…금융 불안정 우려↑실물경제만의 문제가 아니다. 금융시장에서도 이상 징후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5대 시중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올해 1분기 실적과 함께 공개한 팩트북에 따르면, 1분기 말(3월 말) 기준 전체 연체율 단순 평균은 0.41%로, 지난해 말(0.34%)보다 0.07%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중소기업 연체율 상승 폭은 0.10%포인트로, 2015년 1분기(0.22%포인트) 이후 10년 만에 가장 큰 폭을 기록했다.같은 기간 5대 은행의 가계·기업대출 고정이하여신(NPL) 비율도 각각 0.04~0.07%포인트 상승했다. 업계는 고금리 장기화와 경기침체가 주요 배경이라고 진단한다. 특히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이 대출 이자 상환 한계에 다다르며 연체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2022년 하반기부터 급등한 금리와 고물가, 수출 불확실성 등 삼중고가 중소 자영업자를 강타하고 있다”며 “연체율은 올해 내내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경고했다.전문가들은 한국 금융이 기존 성장·관리 중심 모델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과감한 해외 진출 ▲신사업 발굴 ▲감독 체계 개편 없이는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산업 구조 재편 ▲인구 전략 전환 ▲기술혁신 촉진 등을 포함한 ‘거시적 구조 개혁’이 없다면 금융 불안정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금 필요한 것은 부분적 미봉책이 아닌 구조적 리디자인”이라며 “금융만이 아니라 한국 경제 시스템 전반이 다시 설계돼야 한다”고 말했다.금융당국도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지금은 금융권 내부의 자산 건전성뿐 아니라 시스템 리스크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선제적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은행권 자체의 리스크 관리 역량뿐 아니라, 당국의 정책 방향 전환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될 경우 통화정책의 실효성까지 약화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한다. 업계 관계자는 “잠재성장률이 떨어질수록 기준금리 정책만으로 실물경제를 부양하는 데 한계가 생긴다”며 “거시건전성, 재정정책 등 다각적 대응이 동시에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이어 “이미 판은 바뀌었는데, 우리는 여전히 예전 게임의 룰 안에 머물러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기존 제조업 기반의 먹거리는 중국에 추월당했고, 반면 신산업에 대한 국가 차원의 전략적 투자 속도는 미국이나 유럽 등에 한참 뒤처져 있다”며 “한국 경제가 0%대 성장률에 고착되기 전에, 산업 구조와 제도 전반을 근본적으로 손보는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25.06.02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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