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진단]세계 철강 통상 문제 현황은?
지난주 미국의 백악관은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테러문제가 아니라 철강 201조 긴급수입제한조치 문제 때문이었다. 미 하원에서는 부시 대통령의 강력한 수입규제조치를 촉구하는 1백40명 의원의 연명장이 백악관에 송부되는가 하면, 지난달 말 철강업계는 수십 명의 의원들과 함께 1만여 명이 모여 백악관 앞 잔디밭(Eclipse)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이들의 주장은 크게 보아 하나다. 현재 미 철강업계는 수입 급증으로 인하여 최악의 위기상황이며 따라서 모든 수입 철강재에 대하여 40%의 추가관세를 부과하지 않으면 미국의 철강산업은 무너진다는 것이다. 그 증거로는 1997년 말이래 현재까지 31개 철강업체가 파산보호신청을 했다는 것과 이중 16개 업체가 문을 닫아 4만6천7백명이 일자리를 잃는 등 20년 만에 야기된 최악의 실업난이 제시되고 있다. 이러한 미 철강업계의 주장에 대해 미국 내 여론은 대체적으로 부정적이다. 우리나라는 물론 EU·일본 등 전세계 철강업계도 강력한 반대 입장이다. 현재 1백60건의 반덤핑·상계관세부과 명령이 시행되고 있고, 1백19건이 신규로 조사 중에 있어, 2000년 기준 총 철강 수입량의 39%가 규제되는 등 충분히 규제 효과가 달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미국이 201조를 취하는 경우, 전세계 주요 철강생산국들은 자국시장 보호를 위한 긴급수입제한조치를 연쇄적으로 취할 위험이 있어 세계 철강시장은 철강 무역전쟁이 야기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렇게 첨예한 사안에 대한 대통령의 결정 내용은 그동안 수차례 참모들의 입을 통해 애드벌룬이 띄워지고 있다. 최근 상·하원 청문회에서 알도나스 상무부 차관은 철강업계나 수요업계 입장을 다함께 반영한 수치가 결정될 것이라고 증언했다. 이는 40% 관세 부과 가능성이 물 건너갔음을 보여준다. 결국 부시 행정부는 철강 수입품에 대해 20%선의 일괄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부 품목에 대해서는 쿼터 및 수량 규제를 가미한 TRQ(Tariff Rate Quota) 방식이 결정될 가능성도 있다. 부시 행정부의 201조 조치는 벌써부터 공급량 부족을 예상한 내수가격 인상을 야기 시키고 있다. 특히 열연코일을 중심으로 판재류 시장 상황이 급격히 변하고 있다. 금년 초 최초로 가격 인상을 주도하였던 Nucor의 경우 수요자들로부터 물량 확보 불만을 접수하고, 4월에 20달러·5월에 10달러·6월에 10달러 등 3차례에 걸쳐 톤당 모두 40달러까지 추가 인상할 계획이다. 201조 조치가 내려지면 1천3백만∼1천6백만 톤의 판재류 공급 물량이 시장에서 소멸될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철강가격 인상 러시는 미국뿐만이 아니다. EU의 경우에도 Usinor·TSC를 중심으로 3월 말부터 판재류 가격인상이 발표됐고, 종전 톤당 2백10달러 하던 열연코일의 경우 2분기부터는 25% 인상되는 2백64달러로 출하할 계획이다. 일본의 NSC 등 고로사들도 판재류 가격을 2월부터 톤당 15달러씩 인상, 출하하고 있다. 201조 조치로 인해 미국 철강가격이 회복되고 전세계 철강가격 상승에 모멘텀을 줄 수만 있다면 다행이다. 그러나 201조 조치로 인한 부정적 영향도 간과할 수 없다. EU를 중심으로 우리의 최대 장인 중국은 물론이고 동남아·남미까지도 세이프가드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높아 통상마찰 심화 가능성은 불을 보듯 뻔하다. 뿐만 아니라, OECD에서 추진중인 과잉설비 감축협상(2010년까지 최고 1억3천8백30만톤 감축)도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될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미국의 201조 긴급수입제한조치는 단기적으로는 전세계 철강가격 회복에 불을 당겨줄 수 있을지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국가 간의 심각한 반목과 대립으로 치달을 수 있는 소지가 크다. 따라서, 미국은 201조 구제조치의 형태를 독선적인 수입 규제에서 찾아서는 안 된다. 미국은 철강산업 지원방안을 통한 경쟁력 제고방안을 모색하는 한편 대외적으로는 OECD 세계 과잉설비 감축협상과 보조금 금지 및 비경쟁적 교역 관행을 제거하는 보다 장기적 차원의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적극 모색하여야 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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